2011년 12월 5일 월요일

역시 달라스 카우보이스, 12월 첫 경기를 패배로 스타트

드디어 12월이 왔다. 온동네가 번쩍거리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산타 클로스가 찾아온다"는 신나는 노래를 틀어 놓고 사람들을 들뜨게 하는 달이다. 사실 이 모든 것이 돈을 쓰라고 부추기는 것일 뿐이지만, 어떻게 보면 한 해 중 가장 멋진 기간이라는 생각도 든다. 미국 가수 앤디 윌리암스(Andy Williams)에게 물어보라. 아마도 그는 자신의 히트곡 'It's the Most Wonderful Time of the Year'를 부르며 대답을 대신할 것이다.

그.러.나...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에겐 12월은 'It's the LEAST Wonderful Time of the Year'다. 왜냐, 주전 쿼터백 토니 로모(Tony Romo)가 이끄는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12월만 되면 팀이 맥을 못추기 때문이다.

2011년 시즌엔 카우보이스가 '죽음의 12월'의 공포에서 벗어나나 싶었다. 시즌 초반에 들쑥날쑥하던 팀이 시즌 중반에 접어들면서 안정세에 든 만큼 금년엔 12월 멜트다운이 없을 것처럼 보였다. 스타트는 불안했으나 마무리를 튼튼하게 할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애리조나 카디날스(Arizona Cardinals)와의 원정경기에서 19대13으로 패하면서 12월 첫 경기를 L로 시작했다.

요 근래에 와서 애리조나 카디날스가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덜미를 몇 번 잡은 적이 있었는데, 금년 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공격부터 순조롭게 풀리지 않았다. 토니 로모는 계속 쌕을 당했으며, 루키 러닝백 디마코 머레이(DeMarco Murray)의 활약도 볼 수 없었다. 디마코 머레이가 홀로 주전으로 나섰을 때엔 좋은 플레이를 자주 보여줬으나 또다른 주전 러닝백 필릭스 존스(Felix Jones)가 부상을 털고 복귀한 이후부터 런 게임이 더 안 풀렸다. 카우보이스 오너, 제리 존스(Jerry Jones)는 머레이-존스 러닝백 컴보가 원-투 펀치를 날리며 맹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으나, 2명의 주전 러닝백이 플레잉 타임을 나눠갖는 식이 되자 런 게임이 별 볼 일 없던 몇 주 전 과거로 되돌아간 것처럼 보였다.

카우보이스 패스 디펜스의 문제도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카우보이스 베테랑 코너백 테렌스 뉴맨(Terence Newman)은 이름만 '뉴맨'일 뿐 이미 노장이 되어서 인지 패스 수비와 태클 등 수비 전반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카우보이스 DB가 약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인 만큼 오는 오프시즌에 가장 먼저 손을 봐야 할 곳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어이없었던 것은 헤드코치 제이슨 개렛(Jason Garrett)이다. 그의 결정적인 실수가 직접적인 패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13대13 동점이던 상황에 카우보이스가 경기 종료를 몇 초 남겨두고 역전의 기회를 잡았다. 49야드 필드골을 차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카우보이스 루키 킥커 댄 베일리(Dan Bailey)는 마지막 49야드 필드골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댄 베일리가 필드골을 차기 직전에 카우보이스 헤드코치 제이슨 개렛이 타임아웃을 신청한 바람에 베일리의 필드골은 무효가 됐다.

도대체 왜 그 순간에 타임아웃을 신청했을까?

주로 이런 상황엔 상대 팀이 시간을 끌면서 킥커를 긴장시키기 위해 타임아웃을 신청하곤 한다. 그런데 같은 편 헤드코치가 왜 타임아웃을 신청한 것일까?

그 결과는 참담했다. 댄 베일리가 2차 시도에서 필드골을 실축한 것!

그렇다. 다 이겼던 경기를 제이슨 개렛의 엉뚱한 타임아웃 신청으로 날린 것이다.

필드골 실축을 보고 고개를 떨구는 제이슨 개렛

물론 2차 시도에 실축한 댄 베일리의 책임이 가장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승패를 결정짓는 필드골을 앞두고 카우보이스가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몇 주 전에도 결승 필드골을 차기 직전에 필드골 홀더로 나선 토니 로모가 타임아웃을 신청한 적이 있었다. 문제는 그 때 카우보이스에겐 타임아웃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으므로 만약 심판이 이것을 봤더라면 카우보이스에 딜레이 오브 게임 파울을 선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도대체 그 때 왜 카우보이스가 타임아웃을 원했는 지도 의문이지만, 팀 타임아웃이 남아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다는 것도 어이없게 만든다. 하지만 그래도 그 때엔 운 좋게도 이 위기를 빠져나갔다.

그러나 이번엔 아니었다.

경기 종료 7초를 남겨 두고 이미 경기 시계가 정지한 상태였으므로 굳이 개렛이 타임아웃을 신청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렛은 타임아웃을 신청하면서 베일리가 성공시킨 49야드 필드골을 무효화시켰고, 결국 베일리는 2차 시도에서 필드골을 실축했다.

이쯤 되면 제이슨 개렛이 도대체 어느 팀 헤드코치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결정적인 마지막 순간 필드골을 앞두고 헤드코치들이 타임아웃을 신청해 시간을 끄는 것 자체를 그리 맘에 들어 하지 않는데, 개렛은 상대 팀 킥커가 아닌 자신의 팀 킥커에 악영향을 주는 타임아웃을 신청했으니 말이다.

이렇게 해서 카우보이스와 카디날스는 13대13으로 전-후반을 모두 마치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후반을 저렇게 마쳐 놓고 카우보이스가 연장전에서 승리하기를 기대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헤드코치까지 삽집에 동참해서 다 잡았던 승리를 날린 판에 저들이 무슨 수로 이길 수 있겠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카우보이스는 카디날스에 패싱 터치다운을 내주며 19대13으로 패했다.

이렇게 해서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죽음의 12월'을 L로 시작하게 됐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이번 주에 NFC 플레이오프 와일드카드 콘텐더들이 모조리 패했다는 점이다. 아틀란타 팰컨스(Atlanta Falcons)는 휴스턴 텍산스(Houston Texans)에 패해 카우보이스와 같은 7승5패가 되었고, 카우보이스와 같은 NFC 동부에 속한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는 그린 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에 패하며 6승6패로 떨어졌으며, 디트로이트 라이온스(Detroit Lions) 역시 뉴 올리언스 세인츠(New Orleans Saints)에 패하면서 카우보이스와 같은 7승5패가 됐다. 이번 주 경기 결과가 이렇게 나오면서 카우보이스는 여전히 자이언츠에 1경기 차로 앞서며 NFC 동부 1위를 계속 지켰으며, 플레이오프 레이스에도 지난 주와 큰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문제는 다음 주다. 다음 주에 달라스 카우보이스와 뉴욕 자이언츠가 만나기 때문이다. 같은 디비젼에 속한 팀들끼리는 서로 홈을 오가며 한 시즌에 2 경기를 갖는데, 카우보이스와 자이언츠는 다음 주 경기가 금년 시즌 1차전이다.

만약 다음 주에 카우보이스가 홈에서 승리한다면 뉴욕 자이언츠의 플레이오프 희망은 매우 희박해 진다. 그러나 만약 자이언츠가 승리한다면 카우보이스와 자이언츠 모두 7승6패로 타이가 됨과 동시에 자이언츠가 카우보이스를 제치고 NFC 동부 1위로 올라간다. 이렇게 되면 카우보이스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위협받게 된다. NFC 동부 디비젼 타이틀을 사수해야만 자력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자이언츠에 패하며 1위에서 밀려나면 카우보이스는 남은 경기를 다 이겨도 아틀란타 팰컨스와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의 결과에 따라 플레이오프 행이 좌우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뉴욕 자이언츠와의 경기 수를 벌리면서 디비젼 1위 굳히기를 했어야 했다. 다시 말하자면, 뉴욕 자이언츠가 이번 주에 그린 베이 패커스에서 졌을 때 카우보이스가 승리를 추가하면서 격차를 벌렸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둘 다 같이 졌으니 그 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지만 격차 벌리기에 실패한 게 쓰릴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서 다음 주 일요일 밤에 벌어지는 뉴욕 자이언츠와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썬데이 나잇 경기가 빅매치가 됐다.

과연 어느 쪽에 유리할까?

달라스 카우보이스에겐 홈경기라는 점을 빼곤 유리한 게 하나도 없어 보인다. 12월에 열리는 경기라는 점 부터 카우보이스에 매우 불리할 뿐만 아니라 내리 4연패를 한 뉴욕 자이언츠가 카우보이스보다 더욱 승리에 굼주려있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카우보이스보다 더욱 다급한 처지에 놓인 팀이 뉴욕 자이언츠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자이언츠는 더이상 패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그러므로 자이언츠는 다음 주 카우보이스를 상대로 매우 사납게 달려들 게 분명해 보인다.

과연 12월만 되면 발작을 하는 광우병 걸린 카우보이스가 성난 자이언츠를 상대할 수 있을까?

디비젼 라이벌 팀 간에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놓고 후달리는 승부를 가리는 것을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었지만, 스크린라이터가 2011년 시즌 씨나리오를 그 쪽으로 쓰는 듯 하므로 할 수 없게 됐다. 금년에도 후달리는 12월을 보내는 수밖에...

도대체 누가 12월을 "The Most Wonderful Time of the Year"라고 했냐? 도대체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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