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3편 모두 흥행 실패한 2011년 영화라는 점이다.
여름철 영화 '카우보이 & 에일리언'은 주연은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와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 연출은 '아이언 맨(Iron Man)'의 존 파브루(Jon Favreau) 등 블록버스터의 모든 조건을 갖춘 듯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카우보이 앤 에일리언'은 흥행에 실패했으며, 2011년 가장 실망스러웠던 영화 리스트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 가을 개봉한 미스테리 스릴러 '드림 하우스'도 마찬가지였다. '드림 하우스'는 다니엘 크레이그와 레이첼 바이즈(Rachel Weisz) 부부가 함께 출연한 싸이코 서스펜스 영화로 주목을 끌 듯 했으나, 유령의 집이 나오는 수퍼내츄럴 호러 영화로 잘못 알려지면서 첫 단추를 잘못 꿰더니 결국 흥행 실패로 이어졌다.
크레이그의 2011년 마지막 영화 '드래곤 타투(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역시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수익을 보이고 있다. 스웨덴 소설가의 베스트셀러를 기초로 한 '드래곤 타투'는 지난 12월21일 미국에서 개봉해 첫 닷새간 2114만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같은 날 와이드 개봉한 파라마운트의 '미션 임파서블 4(Mission Impossible: Ghost Protocol)'는 같은 기간동안 '드래곤 타투'의 2배가 넘는 4489만불을 벌었다.
대서양 건너 영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BBC에 의하면 톰 크루즈(Tom Cruise)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4'가 제임스 본드 스타 다니엘 크레이그의 '드래곤 타투'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로이터의 보도에 의하면, 데이빗 핀처(David Fincher)의 헐리우드 리메이크 '드래곤 타투'는 2012년 1월3일 현재 북미지역에서 6천만 달러 + 인터내셔널 1200만 달러를 벌어들였으나 제작비용 9천만 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액수이며, 지난 2009년 개봉했던 오리지날 스웨덴 버전 영화보다도 저조한 넘버라고 한다.
'드래곤 타투'의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 원인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영화의 오리지날 소스가 훌륭한 미스테리물이 아니라는 점,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많이 극장을 찾는 연말 시즌에 연쇄살인에 관한 R 레이팅 영화를 개봉했다는 점, 소위 '베스트셀러'라 불리는 책을 기초로 한 영화들이 겉만 뻔지르할 뿐 하나같이 별 볼 일 없었다는 학습효과 등을 대표적인 이유로 꼽을 수 있을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니 픽쳐스는 후속편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이터에 의하면 '드래곤 타투'의 스크린플레이를 쓴 스티븐 제일리언(Steven Zaillian)이 스티그 라슨(Stieg Larson)의 '밀레니엄(Millennium)' 시리즈 2탄 'The Girl Who Played with Fire (이하 '파이어')'를 기초로한 스크린플레이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루니 마라(Rooney Mara)와 다니엘 크레이그는 '파이어'로 돌아올 것으로 알려졌으나, '드래곤 타투'를 연출한 데이빗 핀처까지 2탄으로 돌아올 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한다.
과연 2013년 개봉을 목표로 한다는 '파이어'는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에 앞서 생각해 볼 게 하나 더 있다.
과연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의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다니엘 크레이그는 2006년작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2008년작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 두 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가 흥행에 크게 성공하면서 헐리우드의 새로운 블록버스터 리딩맨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제임스 본드 시리즈 이외의 크레이그 영화들은 흥행에 실패하거나 평론가들로부터 낮은 평점을 받았다. 흥행에 실패했던 판타지 영화 '골든 콤파스(The Golden Compass)'는 크레이그가 주연을 맡지 않았으므로 넘어간다 해도 니콜 키드맨(Nichole Kidman)과 함께 출연했던 SF 스릴러 '인베이젼(The Invasion)', 2차대전 드라마 '디파이언스(Defiance)', '카우보이 앤 에일리언', '드림 하우스', '드래곤 타투'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크레이그의 다음 프로젝트는 007 시리즈 23탄 'SKYFALL'.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작이 될 'SKYFALL'은 '카우보이 앤 에일리언'이나 '드래곤 타투'처럼 폭탄이 되진 않을 것이므로 적어도 'SKYFALL'은 크레이그 주연의 흥행성공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007 시리즈 이외의 크레이그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것을 볼 수 있을 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그래서 일까? 007 시리즈 프로듀서 마이클 G. 윌슨(Michael G. Wilson)은 얼마 전 인터뷰에서 다니엘 크레이그가 로저 무어(Roger Moore)의 최다 제임스 본드 영화 출연 기록을 깼으면 한다고 말했다. 로저 무어는 무려 7편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출연했는데, 마이클 G. 윌슨은 크레이그와 5편 추가 계약을 새로 맺으면서 크레이그가 신기록(8편)을 세우도록 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지는 각자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크레이그가 1968년생이므로 지금은 젊지만 앞으로 다섯 편의 007 시리즈에 출연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007 시리즈가 2년마다 한 편씩 빠짐없이 꼬박꼬박 나온다고 해도 크레이그의 여덟 번째이자 마지막 영화는 2022년에 개봉하게 되는데, 그 때가 되면 크레이그는 54세가 된다. 또다시 50대 '중년 신사' 제임스 본드가 출현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늙어가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를 지켜보면서 같이 늙는 것도 크게 나쁘진 않을 듯 하다. 하지만 썩 내키진 않는다. M인지 제임스 본드인지 얼핏봐선 분간이 안 되는 50대 '중년 신사' 007로 또다시 돌아간다는 건 현재로썬 상상하기 힘든 얘기다.
결과가 어찌 나오든 간에, 현재 세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를 촬영 중인 크레이그는 곧 007 제작진과 새 계약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크레이그도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처럼 3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 계약을 맺고 그 이후는 옵션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또다시 새로운 장기계약을 하느냐, 피어스 브로스난처럼 네 번째 영화를 하나 더 찍고 떠나느냐, 로저 무어처럼 새로운 장기계약을 하지 않고 한 편씩 계약을 하느냐 결정할 때가 온 듯 하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입장에선 007 제작진의 새로운 제의를 거절할 이유가 없을 듯 하다. 007 시리즈를 제외한 그의 다른 출연작들이 하나같이 박스오피스에서 죽을 쑤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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