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17일 화요일

이번엔 누가 수퍼보울 트로피를 들어올릴까?

수퍼보울 트로피를 향해 출발했던 32개 NFL 팀 중 이제 4개 팀만 남았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20개 팀들은 정규시즌이 끝남과 동시에 집으로 향했고, 플레이오프에 올랐던 12개 팀 중에서 8개 팀도 남은 포스트시즌 경기를 TV로 보게 됐다.

현재 살아남은 팀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San Francisco 49ers),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티모어 레이븐스(Baltimore Ravens)다. 이번 주말 벌어지는 컨퍼런스 챔피언쉽 결과에 따라 NFC에선 포티나이너즈 또는 자이언츠 둘 중 하나가 NFC 챔피언이 되어 수퍼보울에 오르게 된다. AFC에선 패트리어츠 또는 레이븐스 둘 중 하나가 AFC 챔피언이 되어 수퍼보울에 오르게 된다.

AFC 쪽에선 와일드카드 라운드에서 덴버 브롱코스(Denver Broncos)가 피츠버그 스틸러스(Pittsburgh Steelers)를 집으로 보내버린 이변을 제외하곤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엘리트 쿼터백 중에서 최고로 꼽히는 톰 브래디(Tom Brady)가 버티고 있는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덴버 브롱코스를 홈에서 박살낼 것은 예상했던 결과였고, 발티모어 레이븐스가 팀 역사상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오른 휴스턴 텍산스를 홈에서 꺾으리란 것도 예상했던 대로 였다.

이변은 NFC 쪽에서 발생했다. 천하무적인 듯 했던 그린 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가 홈에서 벌어진 디비져널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방문 팀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에 맥없이 무너진 것이다. 2011년 정규시즌 경기에서 그린 베이 패커스와 막상막하의 경기를 펼쳤던 뉴욕 자이언츠가 이번엔 패커스를 잡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린 베이 홈에서 벌어지는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패커스를 이긴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이언츠 디펜스는 새로운 엘리트 쿼터백으로 떠오른 애런 로저스(Aaron Rodgers)가 지휘하는 패커스 오펜스를 꽁꽁 묶어놓으면서 비교적 어렵지 않게 승리를 챙겼다. 오펜스는 1등이지만 디펜스는 꼴지였던 그린 베이 패커스가 시즌 막판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뉴욕 자이언츠에 덜미가 잡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드라마틱했던 플레이오프 매치는 샌 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와 뉴 올리언스 세인츠(New Orleans Saints)의 경기였다. 간단하게 압축하자면, 이 경기는 아주 오랜만에 본 명승부 중 하나였다.

와일드카드 라운드에서 턴오버를 반복하면서 전반엔 디트로이트 라이온즈(Detroit Lions)에 3점 차로 뒤지며 불안하게 스타트했던 세인츠는 포티나이너즈와의 디비져널 라운드에서도 또다시 여러 차례 턴오버를 범하며 전반을 3점 차로 뒤진 채 마쳤다. 2주 연속으로 스타트가 좋지 않았던 것. 다행히 와일드카드 라운드에선 라이온즈를 상대로 후반 역전승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포티나이너즈와의 디비져널 플레이오프 라운드에선 '후반 역전 드라마'는 없었다.

이번에도 세인츠가 역전 드라마를 쓸 뻔 했던 것은 사실이다. 경기 종료 5분 여를 남겨 두고 견고했던 포티나이너즈 디펜스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역전 터치다운을 내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기 막판에 와서 리드를 빼앗긴 포티나이너즈는 부랴부랴 재역전을 하는 데 성공했으나 포티나이너즈 디펜스가, 특히 세이프티 단테 위트너(Donte Whitner)가 또 실책을 범하며 세인츠에 역전 터치다운을 또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쿼터백 알렉스 스미스(Alex Smith)가 이끄는 포티나이너즈 오펜스는 경기 종료 10초를 남겨두고 재역전을 하는 결승 터치다운을 극적으로 성공시키면서 '광란의 마지막 5분'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지막 결승 터치다운을 받아낸 포티나이너즈 타잇엔드 버논 데이비스(Vernon Davis)가 산 만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자, 그렇다면 이들 중 누가 수퍼보울 트로피를 들어올릴까?

수퍼보울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선 우선 이번 주말에 벌어지는 컨퍼런스 챔피언쉽을 통과해야만 한다. 현재 남은 네 팀 중에서 두 팀만 수퍼보울에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샌 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 뉴욕 자이언츠,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 발티모어 레이븐스 4개 팀 중 어느 팀이 수퍼보울에 올라갈 수 있을까?

뉴욕 자이언츠 vs 샌 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의 NFC 챔피언쉽, 발티모어 레이븐스 vs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AFC 챔피언쉽 모두 상당히 흥미진진한 경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NFC 챔피언쉽 매치를 먼저 보자면, 현재로썬 샌 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보다 뉴욕 자이언츠가 보다 완벽한 팀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1년 시즌 서프라이징 팀인 포티나이너즈가 자이언츠까지 처리하고 수퍼보울까지 올라가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포티나이너즈 오펜스가 아직도 약간 의심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NFL 4위에 랭크된 포티나이너즈 디펜스가 자이언츠 오펜스를 효과적으로 봉쇄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하지만 수퍼보울 우승을 비롯해 빅매치 경험이 풍부한 쿼터백 일라이 매닝(Eli Manning)이 이끄는 노련한 자이언츠 오펜스가 수퍼보울 트로피를 목전에 둔 컨퍼런스 챔피언쉽에서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므로 아주 흥미진진한 경기가 될 듯 하다.

AFC 챔피언쉽 매치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NFL 2위의 오펜스(패트리어츠)와 NFL 4위의 디펜스(레이븐스)의 대결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패트리어츠의 디펜스가 전체 32개 NFL 팀 중 31위라는 점. 반면 레이븐스의 오펜스는 NFL 12위에 올랐으므로 패트리어츠보다 레이븐스가 공수 균형이 잡힌 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엘리트 쿼터백 톰 브래디가 미친 듯이 터치다운 패스를 던지기 시작하면 NFL 순위는 별 의미가 없어진다. 그러므로 이 경기는 레이븐스 디펜스가 톰 브래디를 어떻게 방어할 것이며, 레이븐스 쿼터백 조 플래코(Joe Flacco)가 NFL 31위에 랭크된 패트리어츠 디펜스를 상대로 얼마나 많은 점수를 내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몇 가지 있다.

레이븐스(2000년), 패트리어츠(2001, 2003, 2004), 자이언츠(2007년) 모두 2000년대에 수퍼보울을 우승한 경험이 있다.

샌 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도 수퍼보울 우승과 인연이 깊은 팀이다. 포티나이너즈는 수퍼스타 쿼터백 조 몬타나(Joe Montana) 시절의 지난 80년대 네 차례 수퍼보울 챔피언에 올랐으며, 90년대도 새로운 쿼터백 스티브 영(Steve Young)이 또 한차례 수퍼보울 우승을 달성했다(94년 시즌). 샌 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는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와 함께 수퍼보울 최다 우승 2위(5회)에 올라있다. 참고로, 수퍼보울 최다 우승 1위는 피츠버그 스틸러스(6회)다. 만약 이번 시즌에 포티나이너즈가 수퍼보울 챔피언이 된다면 스틸러스와 함께 공동 1위가 된다.

레이븐스는 2000년 시즌 수퍼보울에서 뉴욕 자이언츠를 꺾고 수퍼보울 우승을 했고, 자이언츠는 2007년 시즌 수퍼보울에서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물리치고 챔피언에 올랐다. 다시 말하자면, 만약 NFC에서 뉴욕 자이언츠가 포티나이너즈를 꺾고 수퍼보울에 올라온다면 AFC에서 누가 올라오든 상관없이 수퍼보울 리매치가 벌어지게 된다. 자이언츠는 레이븐스와 패트리어츠 양팀 모두와 수퍼보울에서 격돌한 바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복수전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발티모어 레이븐스와 뉴욕 자이언츠가 이번 수퍼보울에서 맞붙게 되면 자이언츠는 지난 2000년 시즌 수퍼보울 패배를 설욕할 기회를 얻게 되며, 만약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뉴욕 자이언츠가 수퍼보울에서 만나면 패트리어츠에게 2007년 시즌 수퍼보울 패배를 설욕할 기회가 돌아간다. 2007년 정규시즌을 16승 무패로 마감했던 패트리어츠는 내친 김에 수퍼보울까지 우승하면서 전체 시즌을 무패로 장식하려 했으나 수퍼보울에서 뉴욕 자이언츠에 덜미를 잡히며 꿈에서 깨야 했다.

또한, 만약 샌 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가 수퍼보울에 올라오고 AFC에선 발티모어 레이븐스가 올라온다면 NFL 역사상 처음으로 '헤드코치 형제 수퍼보울'이 벌어지게 된다. 발티모어 레이븐스 헤드코치 존 하바우(John Harbaugh)와 샌 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의 짐 하바우(Jim Harbaugh)는 친형제다. 존과 짐 하바우 형제는 나란히 NFL 헤드코치가 된 NFL 첫 번째 '헤드코치 형제'인데, 만약 수퍼보울에서까지 맞붙게 되면 '수퍼 마리오' 형제도 울고 갈 새로운 '수퍼 브러더스'가 탄생하게 된다. 과연 이처럼 보기 매우 드문 '수퍼-브러더-보울'이 현실화될 지 지켜볼 일이다.

만약 레이븐스와 포티나이너즈가 모두 진다면?

이것도 컨퍼런스 챔피언쉽에서 동시에 패한 첫 번째 NFL 형제 헤드코치로 기록에 남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하바우 형제는 이런 것으로 NFL 기록에 오르는 것을 원하지 않을 듯...

형 존 하바우(왼쪽), 동생 짐 하바우(오른쪽)
그렇다. 이번 주말 벌어지는 컨퍼런스 챔피언쉽 매치는 경기 뿐만 아니라 '스토리'까지 흥미진진하다.

발티모어 레이븐스 vs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AFC 챔피언쉽은 오는 1월22일 오후 3시(미국 동부시간) CBS를 통해 중계방송된다.

뉴욕 자이언츠 vs 샌 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의 NFC 챔피언쉽은 오는 1월22일 오후 6시30분(미국 동부시간) FOX를 통해 중계방송된다.

두 경기의 승자가 맞붙는 수퍼보울은 2월5일 오후 6시30분(미국 동부시간) NBC를 통해 중계방송된다.

댓글 12개 :

  1. 어느 팀이 이겨도 상관없는 챔피언십과 수퍼보울이군요 쩝...
    하지만 매치업을 보니 양 컨퍼런스 모두 볼만한 재미는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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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실 전 샌 프란시스코와 그린 베이의 NFC 챔피언쉽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2005년 NFL 드래프트 1라운드에 지명됐던 두 쿼터백의 NFC 타이틀 매치가 볼만 할 것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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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전 일라이가 또 한번 일을 내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
    뭐 페이튼 동생이라서가 아니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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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우와 예전에 80년대 후반에 풋볼 열심히 볼때는
    49ers가 거의 천하무적였었는데요.
    조 몬태나가 있던 시절이었나요?
    황금색 + 빨간색 유니폼이 어찌나 멋지던지...

    지금은 하나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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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자이언츠의 밸런스가 상당히 좋아보이더군요. 수비수들도 부상에서 다 복귀했고, 오펜라인도 상당히 굳건해서 왠만해선 색을 주지도 않고, 일라이는 플옵시즌모드 발동된거 같고, 타팀의 WR에 가려졌던 크루즈와 닉슨이 꾸준히 잘해주고 있으니 충분히 슈퍼볼에 갈만한 거 같네요. 하지만 상대는 철옹성 포티나이너스. 수비vs수비의 싸움이 아닐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패트리어츠와 레이븐스는 무난히 브래디의 승리로 갈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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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totorostyle:
    현재로썬 충분히 가능한 씨나리오인 것 같습니다.
    자이언츠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제법 오래 버티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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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CJ:
    49ers는 80년대에 날아다니다가 90년대까지만 해도 제법 했는데,
    2000년대엔 세대교체를 하면서 형편없었죠.
    2000년대에 와서 헤드코치가 도대체 몇 번이 갈렸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더니 짐 하바우가 헤드코치를 맡은 첫 해에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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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박군:
    빅게임 경험이 많은 일라이와 자이언츠 쪽이 아무래도 유리한 것 같습니다.
    라스베가스 라인에선 자이언츠가 언더독인데, 좀 애매합니다.
    AFC 쪽에선 아무래도 브래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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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49ers가 이번 시즌 정말 매섭기도 하고, 이전 경기의 멋진 승리로 사기가 충만하리라 생각되네요! 흥미진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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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저도 49ers가 여기까지 올라올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컨퍼런스 챔피언쉽에 오른 네 팀 중 가장 뜻밖의 팀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주의 이모셔널 빅토리가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되레 맥이 풀렸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좀 무리를 했죠...^^
    암튼 저도 이번 컨퍼런스 챔피언쉽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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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설날에 집에 안내려가고 새벽부터 경기봐야 할까봐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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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그러고 보니 한국에선 먼데이 새벽 풋볼이 되겠군요.
    사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 동부에선 첫 경기가 오후 1시에 시작하는데, 하와이는 그 때 이른 아침이거든요.
    이 바람에 하와이에 살 땐 일요일은 늦잠 못자는 날이었죠...^^
    그러다가 동부로 오니까 이거 뭐 거저먹기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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