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X TV의 '앨커트래즈', 출발은 좋았는데...

FOX의 새로운 월요일 프라임타임 TV 시리즈가 시작했다. 월요일 저녁 8시(미국 동부시간) 방영되었던 FOX의 TV 시리즈 '테라 노바(Terra Nova)' 시즌 1이 막을 내리면서 새로 시작한 '앨커트래즈(Alcatraz)'가 바로 그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가 제작한 '테라 노바'가 떠난 빈 자리를 ABC TV의 '로스트(Lost)' 시리즈로 유명한 J.J. 에이브람스(J.J. Abrams)의 새로운 SF/수퍼내츄럴 미스테리 시리즈가 메꿨다.

그렇다면 J.J. 에이브람스의 새로운 TV 시리즈 '앨커트래즈'는 어떤 시리즈일까?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앨커트래즈'는 샌 프란시스코 앞에 있는 앨커트래즈 섬의 유명한 교도소에 관한 이야기다. 앨커트래즈는 한 때는 미국에서 가장 경비가 삼엄한 교도소였으나 1963년 폐쇄되면서 현재는 샌 프란시스코의 대표적인 관광명소 중 하나로 탈바꿈한 곳으로, 이미 여러 차례 헐리우드 영화에 등장한 바 있는 유명한 장소다.

그럼 스토리를 살짝 훑어보고 넘어가기로 하자.

앨커트래즈 교도소가 폐쇄되기 직전인 1963년에 그곳에 수감중이던 범죄자들이 21세기에 다시 나타나 범죄를 저지른다. 공식적으로는 교도소가 폐쇄되면서 다른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돼있는 수감자들이 실제로는 교도소 직원들과 함께 모조리 '증발'했다가 21세기에 다시 나타나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21세기에 다시 나타난 문제의 1960년대 범죄자들이 80대의 노인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앨커트래즈에서 다른 교도소로 이감됐다가 사망한 것으로 돼있는 과거 시대의 범죄자들이 느닷없이 다시 나타났다는 점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들이 60년대 당시 모습 그대로를 유지한 채 나타났다는 점이다. 앨커트래즈 교도소가 폐쇄된지 거의 50년이 지났는데 당시 수감자들이 전혀 나이를 먹지 않은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 것이다.

샌 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여형사 리베카(사라 존스)는 사건이 과거 앨커트래즈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앨커트래즈 전문가인 디에고(호르헤 가르시아)에 도움을 청한다. 디에고로부터 앨커트래즈 교도소에 비밀문서들이 보관돼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리베카는 그와 함께 앨커트래즈의 지하 방을 찾아간다.

리베카(왼쪽)와 디에고(오른쪽)

그러나 그곳에서 리베카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전직 앨커트래즈 경비이자 현직 FBI 수사관 하우저(샘 닐)와 그의 미스테리한 어시스턴트 루씨(파민더 나그라).

루씨(왼쪽)와 하우저(오른쪽)

앨커트래즈 지하에 비밀 기지를 차려 놓은 하우저는 1963년 당시 앨커트래즈에 수감중이던 256명의 죄수들과 근무하던 46명의 교도소 간수들이 모두 실종되었으며, 50여년 전에 사라졌던 범죄자들이 21세기에 다시 나타나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우저는 당시 앨커트래즈에 있던 사람들이 누구에 의해 어디로 이동했으며 어떠한 이유에 의해 과거의 범죄자들이 21세기로 다시 돌아온 것인지에 대한 미스테리를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1963년 앨커트래즈에서 깜쪽같이 사라진 수감자들과 간수들

도대체 1963년 앨커트래즈 교도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당시 수감중이던 죄수들과 교도소 간수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해서 60년대 초에 사라진 죄수들이 50여년이 지났는데도 하나도 늙지 않은 상태로 돌아온 것일까?

리베카, 디에고, 하우저, 루씨는 위의 미스테리를 풀어야 함과 동시에 전혀 늙지 않은 채 21세기의 샌 프란시스코를 활보하는 60년대 범죄자들을 다시 체포해야만 한다.

'앨커트래즈' 시리즈 프리미어 에피소드를 보면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ABC의 인기 시리즈 '로스트'와의 비슷한 점이었다. 프로듀서가 J.J. 에이브람스이고 '로스트'에서 헐리 역을 맡았던 호르헤 가르시아(Jorge Garcia)가 출연한다는 점 뿐만 아니라 알다가도 모를 듯한 미스테리, 시간여행, 늙지 않는 사람들, 플래시백, 그리고 빌어먹을(?) 섬이 또 나온다는 점 등 '로스트'과 비슷한 부분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시리즈의 출발은 좋은 편이었다.  대단히 만족스럽진 않았으나 다음 주 에피소드가 궁금해질 정도는 됐다. 메인 미스테리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고, 등장 캐릭터와 전반적인 분위기 등도 오케이였다. 아주 참신하고 스페셜한 수준은 아니었으나 시청자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끌 만한 정도는 돼 보였다. 제법 인기를 끌 만한 히트 시리즈가 될 포텐셜도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범죄자들을 검거하는 파트였다. "1963년 앨커트래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라는 메인 미스테리를 푸는 SF/수퍼내츄럴 미스테리물로써는 제법 흥미를 끌 만했지만 범죄 수사 파트는 형식적으로 준비한 게 전부인 것처럼 보일 뿐 무척 시시했다.  '앨커트래즈' 시리즈는 매주마다 등장하는 새로운 60년대 범죄자들을 체포하는 식의 범죄 수사물 형태를 띌 것으로 보이는데,  범죄 수사 파트가 이렇게 시원찮아서야 시청자들의 흥미를 꾸준히 끌 수 있겠는지 모르겠다. 제작진은 256명의 사라진 범죄자들을 하나씩 검거하는 식으로 시간을 끌면서 메인 미스테리를 조금씩 풀어간다는 계획인 듯 한데, 매주마다 시시한 범죄자 추적 에피소드가 반복되면 시청자들이 금세 식상할 수도 있다.

아쉽게도 FOX TV의 '앨커트래즈'는 성공 가능성이 보이면서도 금세 흥미를 잃기에 딱 알맞아 보였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앨커트래즈'가 매주마다 꼬박꼬박 찾아서 보게 될 시리즈가 될 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SF/수퍼내츄럴 스타일 미스테리와 범죄 수사 미스테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 하는 것 같은데, 제작진의 의도대로 앞으로 잘 풀릴 지 현재로썬 약간 의심스럽다. 이제 막 시작한 새로운 시리즈인 만큼 아직까지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한 게 사실이지만, '앨커트래즈'가 또 하나의 J.J. 에이브람스의 히트 시리즈가 될 것인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FOX의 새로운 TV 시리즈 '앨커트래즈'는 매주 월요일 저녁 8시(미국 동부시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