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3일 월요일

NFL 컨퍼런스 챔피언쉽, 제 발등 찍은 팀들은 집으로...

지난 일요일은 한마디로 '풋볼 선데이'였다. 유럽식 풋볼부터 아메리칸 풋볼까지 하루 종일 풋볼 경기가 이어졌으니 말이다.

첫 번째 풋볼 경기는 유럽식이었다. FOX가 미국의 공중파 방송사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라이브로 중계방송한 것. FOX는 이전에도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중계한 바 있으나, 녹화가 아닌 실황으로 중계방송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침 10시30분(미국 동부시간)부터 시작한 FOX의 프리미어 리그 프리게임 쇼엔 진행자 롭 스톤(Rob Stone)과 전 미국 축구대표였던 에릭 와이날다(Eric Wynalda), 그리고 26년간 아스널(Arsenal) 시즌티켓 홀더라는 CNN의 피어스 모갠(Piers Morgan)이 애널리스트로 출연했다.



 아스널 열성팬 피어스 모갠이 게스트 애널리스트로 출연했으나 아스널은 방문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에 2대1로 패했다. 전반 종료 직전에 맨체스터에 선제 골을 내준 아스널은 후반에 동점 골을 넣으며 따라붙었으나 맨체스터에 추가 골을 내주며 2대1로 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선제 골 순간
미국에선 보기 쉽지 않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 이어 벌어진 것은 NFL 플레이오프.

그렇다. 이젠 아메리칸 풋볼의 차례다.

오후 3시부터는(미국 동부시간) 발티모어 레이븐스(Baltimore Ravens)와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의 AFC 챔피언쉽 경기가 벌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23대20으로 이겼다.

문제는 '어떻게 이겼느냐'이다.

23대20으로 뒤지고 있던 레이븐스는 경기 종료 15초를 남겨놓고 동점 필드골을 찰 기회를 얻었다. 레이븐스는 역전 터치다운을 할 기회를 잡기도 했으나 패트리어츠의 수비에 막히면서 동점을 만들 32야드 필드골을 시도할 수밖에 없게 됐다.

32야드 필드골이면 단거리 필드골인 만큼 레이븐스의 베테랑 킥커 빌리 컨티프(Billy Cundiff)가 간단하게 성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빌리 컨티프가 찬 공은 골 포스트의 왼쪽으로 빗나갔다.



만약 컨디프가 필드골을 성공시키면서 오버타임으로 가게 됐다면 이어 벌어지는 NFC 챔피언쉽 중계방송에 차질을 줄 수 있었다. NFC 챔피언쉽 경기가 시작하기 전까지 AFC 챔피언쉽 경기가 끝나줘야 중복을 피할 수 있는데, 컨디프의 필드골이 성공하면 오버타임으로 이어지면서 제 시간에 맞춰 경기를 끝내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였는지, 왠지 컨디프의 필드골이 패트리어츠의 수비에 블락될 것 같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비록 방법은 달랐으나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나왔다.

경기가 끝난 뒤 카메라를 손으로 가리는 빌리 컨디프
 레이븐스 킥커 빌리 컨디프의 어이없는 32야드 필드골 실축으로 얼떨결에 승리한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는 AFC 챔피언 자격으로 수퍼보울에 오르게 됐다.


어이없는 엔딩은 NFC 챔피언쉽에서도 계속됐다. AFC 챔피언쉽 경기에 이어서 벌어진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와 샌 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San Francisco 49ers)의 NFC 챔피언쉽 경기 역시 어이없는 실수로 막을 내렸다.

또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이번에도 스페셜팀의 실수가 패인이 됐다는 점이다. 레이븐스는 스페셜팀 킥커 빌리 컨디프가 32야드 필드골을 실축하더니, 포티나이너즈는 펀트 리터너 카일 윌리암스(Kyle Williams)가 두 차례 펌블을 한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 됐다.

그렇다. 부상으로 빠진 테드 긴 주니어(Ted Ginn Jr.) 대신 킥/펀트 리턴을 맡은 포티나이너즈의 와이드리씨버 카일 윌리암스가 범한 두 차례의 실수가 실점 10점으로 이어졌다. 자이언츠가 포티나이너즈의 수비를 상대로 득점한 20점 중에서 10점이 카일 윌리암스의 실수 덕이었던 것이다.

윌리암스의 첫 번째 실수는 펀트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놔둘 것인지를 빠르게 판단하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공을 집을 것이면 빨리 가서 집고 그냥 놔둘 것이면 공에서 멀리 떨어져야 했으나 윌리암스는 공이 그의 무릎을 스치고 지나갈 때까지 머뭇거렸고, 이를 본 자이언츠 선수가 공을 집어들면서 턴오버로 이어졌다.


어이없을 정도로 미숙한 플레이로 자이언츠에 터치다운을 내준 윌리암스는 오버타임에서 또다시 큰 실수를 범했다. 이미 양팀이 한차례씩 공격권을 주고받은 이후라서 필드골로 승부가 결정될 수 있는 오버타임 상황에 공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고 펀트 리턴을 하다가 자이언츠 수비수의 태클에 공을 흘린 것이다.



윌리암스의 펀트 리턴 펌블로 결승 필드골 챈스를 잡은 자이언츠는 필드골을 성공시켜 20대17로 승리했다.

펌블을 한 뒤 머리를 잡으며 아쉬워 하는 카일 윌리암스
 카일 윌리암스의 펌블 덕분에 얼떨결에 승리한 뉴욕 자이언츠는 NFC 챔피언 자격으로 수퍼보울에 오르게 됐다.

그렇다. 이상하게도 AFC와 NFC 챔피언쉽 모두 승리한 팀이 잘해서가 아니라 패한 팀이 제 발등을 찍은 덕분이었다. 물론 운도 경기의 일부라지만, 이번 AFC와 NFC 챔피언쉽 경기 모두 실력보다 운에 의해 승패가 좌우된 묘한 경기였다. 적어도 자이언츠는 스페셜팀이 턴오버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빌리 컨디프의 필드골 실축 덕에 이긴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보다는 조금 떳떳한 승리였다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이렇게 해서 예상했던 대로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뉴욕 자이언츠가 수퍼보울에서 다시 한 번 맞붙게 됐다. 패트리어츠와 자이언츠의 수퍼보울 리매치라는 또 하나의 프라임타임 히트 프로그램이 준비된 셈이다. 이들 두 팀이 수퍼보울에서 맞붙는 것이 가장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던 만큼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였다. 수퍼보울을 중계방송할 NBC는 기분이 뿌듯할 듯 하며, 앞으로 미국의 스포츠 미디어들은 보스턴 레드삭스(Boston Red Sox)와 뉴욕 양키스(New York Yankees)의 라이벌 관계까지 들먹이면서 패트리어츠와 자이언츠의 수퍼보울 리매치 관련 기사들을 쏟아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엔 누가 이길까?

지난 2007년 시즌 수퍼보울에선 뉴욕 자이언츠가 이겼다. 또한 2011년 정규시즌 경기에서도 뉴욕 자이언츠가 패트리어츠를 상대로 또 이겼다. 일라이 매닝(Eli Manning)이 이끄는 뉴욕 자이언츠가 톰 브래디(Tom Brady), 애런 로저스(Aaron Rodgers) 등 NFL 엘리트 쿼터백 킬러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자이언츠가 또 패트리어츠를 잡을까?

수퍼보울이 열리는 경기장은 뉴욕 자이이언츠 쿼터백 일라이 매닝의 형 페이튼 매닝(Payton Manning)이 소속된 인디아나폴리스 콜츠(Indianapolis Colts)의 홈구장이다. 게다가 인디아나폴리스 콜츠와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치열한 경쟁 관계다. 콜츠와 패트리어츠는 얼마 전까지 같은 AFC 동부에 함께 속했던 '디비젼 라이벌' 사이였으며, 콜츠가 AFC 남부로 빠져나간 이후에도 양팀은 '페이튼 매닝 vs 톰 브래디'의 대결로 라이벌 관계를 계속 이어나갔다. 그런데 하필이면 인디아나폴리스 홈구장에서 열리는 수퍼보울 경기에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올라간 것.

아무래도 '홈 필드 어드밴티지'는 일라이 매닝의 뉴욕 자이언츠에 돌아갈 듯 하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일라이 매닝의 뉴욕 자이언츠가 여러 이점들을 살려 톰 브래디의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다시 한 번 잡고 수퍼보울 트로피를 들어올릴까?

아니면 이번엔 톰 브래디의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2007년 시즌 수퍼보울 패배를 설욕할 차례일까?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뉴욕 자이언츠의 2011년 시즌 수퍼보울 매치는 오는 2월5일 오후 6시30분(미국 동부시간) 인디아나폴리스에서 열린다.

댓글 4개 :

  1. 분명 두 경기 모두, 팽팽한 긴장감 속에 경기가 이루어졌는데 막판에 와서 '어...' 하면서

    끝나버린 감이 없지 않아 있었네요. 마지막 수퍼볼을 기다리며, 아쉬웠던 경기를

    모두 날려줄 명경기를 기대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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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뉴욕 자이언츠는 턴오버 없는 세인츠 같았습니다.
    세인츠가 두개의 턴오버로 점수 먹은걸 빼면 SF가 이기기 힘들었겠죠? ㅡㅡ;; 아... 아직도 아쉬움이...
    일라이 매닝은 드루 브리즈처럼 SF 디라인에게 아주 호되게 당했지만 끝까지 근성을 보여줬던 것 같습니다.
    이제 창과 창의 대결만이 남았군요.
    수비가 좀더 좋아보이는 뉴욕의 승리를 예상해봅니다. ^^
    오공본드님의 시즌 마지막 리뷰도 기대하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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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레이븐스 필드골은 왠지 그렇게 될 것 같았습니다.
    뭐 스케쥴상의 문제도 있고 해서...^^
    아무래도 오버타임은 곤란하겠다 싶었죠.
    그 대신 바로 이어진 NFC 챔피언쉽이 오버타임까지 가지 않았습니까...^^
    49ers는 세인츠전에서도 같은 선수가 두 차례 실수를 하면서 질 뻔 하더니,
    챔피언쉽에서도 한 선수가 두 차례 실수를 하면서 결국은 지더군요.

    이번 수퍼보울은....
    리매치라는 점이 가장 흥미로운 점인 듯 합니다.
    뭐 이것 또한 예상했던 씨나리오죠...^^
    컨퍼런스 챔피언쉽 직전부터 톰 브래디에게 뉴욕 자이언츠와 리매치를 원하지 않냐고 바람을 잡았으니...
    이번 수퍼보울은 톰 브래디가 설욕을 하느냐,
    아니면 형(페이튼)은 브래디 앞에서 약했어도 동생(일라이)은 항상 강하다는 씨나리오를 만드느냐...
    뭐 이런 게 볼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인들이 리얼리티 TV를 좋아하더니 풋볼도 그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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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otorostyle:
    49ers의 패인은 경험없는 백업 킥/펀트 리터너의 2차례 실수였다고 봅니다.
    턴오버도 퀄리티가 있는데,
    49ers의 턴오버는 자이언츠가 만들었다기 보다 49ers가 준 쪽에 가깝죠.
    저도 WHAT IF 놀이를 해보자면...
    만약 49ers의 테드 긴 주니어가 부상중이지 않았더라면,
    49ers가 오버타임까지도 안 가고 이길 수 있었다고 봅니다.
    첫 번째 펀트리턴 실수만 없었더라도 완전히 얘기가 달라졌겠죠.
    그 실수만 없었더라도 오버타임까지 안 가고 끝났을 테니까요.
    그러므로 49ers의 오펜스와 디펜스는 할 일을 모두 충실히 했다고 봅니다.
    문제는 스페셜팀의 경험없는 백업 펀트 리터너가 2차례 실수를 한 거죠...^^
    AFC, NFC 챔피언쉽 모두 스페셜팀의 어이없는 에러로 승패가 갈렸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레이븐스의 경우도, 만약 컨디프의 필드골이 들어갔더라면 어찌되었을 지 모른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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