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0일 월요일

'디스 민즈 워', 유치해도 그럭저럭 볼 만한 칙 플릭

2명의 핸썸 CIA 에이전트들이 한 여자를 두고 사투를 벌인다. 그것도 서로 치고 받는 정도가 아니라 정부기관 직원들과 장비들을 동원할 뿐만 아니라 고가의 정찰용 무인 항공기까지 파괴한다.

만약 이들이 실제로 공무원들이라면 사형감이다.

살짝 비호감형의 매력없는 싱글녀 로렌(리스 위더스푼)이 2명의 섹시남을 한 번에 낚는 횡재를 한 것은 인터넷 데이팅 사이트를 통해 CIA 에이전트 턱(톰 하디)을 만난 직후 바로 뒤돌아서서 그의 절친 파트너 포스터(크리스 파인)까지 만난 덕분이다.

남자가 하나도 없던 데서 갑자기 2명의 섹시남이 달려드는 상황에 놓인 로렌은 행복에 겨워 정신을 못 차린다. 그러나 같은 여자에 둘이 같이 빠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이후부터 철친하던 턱과 포스터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결국엔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상대방의 연애를 방해해가면서 로렌의 마음을 먼저 사로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 시작한다...


그렇다. '디스 민즈 워'는 한마디로 뻔할 뻔자 줄거리의 로맨틱 코메디 영화다. 여자 문제 때문에 두 명의 스파이가 온갖 장비들까지 동원하며 치열한 대결을 벌인다는 설정이 재미있긴 했으나, 결국엔 삼각관계 스토리에 클래식 코믹 '스파이 vs 스파이(Spy vs Spy)'처럼 스파이끼리 서로 대결하는 설정을 붙인 것이 전부다. 사적인 일로 정보부 직원과 장비를 사용한다는 설정도 아놀드 슈왈츠네거(Arnold Schwarzenegger) 주연의 90년대 액션 코메디 '트루 라이스(True Lies)'에 나온 바 있으므로, 전체적으로 봤을 때 참신하다고 할 만한 부분은 거의 없다고 해야 할 듯 하다.

일단 이 영화에서 액션을 기대하면 대실망한다. 액션 씬이 더러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양념, 보너스 정도가 전부일 뿐 이 영화를 액션-코메디로 보이도록 만들 정도가 못 된다. '디스 민즈 워'는 2명의 미남 CIA 에이전트들이 옥신각신하는 스파이-액션-코메디처럼 위장한 여성용 영화, 즉 칙 플릭(Chick Flick)이다. 다시 말하자면, '디스 민즈 워'는 별볼일 없어 보이던 여성이 갑자기 2명의 멋진 남자와 동시에 데이트를 하게 된다는 여성용-판타지-로맨틱-코메디인 것이다.

그런데도 아주 나쁘진 않았다. 로맨틱 코메디나 칙 플릭을 즐겨 보지 않는 편인 데도 '디스 민즈 워'는 그럭저럭 볼 만했다. 스토리는 뻔했고 어떤 방법으로 웃음을 쥐어짜려할 것인지도 뻔히 보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웃음이 나오게 하는 코믹한 씬과 대사들이 더러 있었다.  워낙 싱거운 영화인 만큼 자칫하면 영화 도중에 흥미를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영화를 보는 동안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단히 코믹하고 재미있는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도 2시간을 아무 생각없이 보내는 덴 별 지장이 없었다.

그래도 유치하지 않냐고?

물론이다. 코메디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 '디스 민즈 워'도 대단히 유치하다. 그러나 이것보다 훨씬 더 유치한 로맨틱-코메디-칙 플릭도 많다. 그런 영화들에 비하면 '디스 민즈 워'는 양반이다. 적어도 견딜 만했으니까. 이런 스타일의 영화에선 이 정도만 해줘도 훌륭한 것이다.

아무래도 남성들이 자의에 의해 이 영화를 보러 가는 경우는 많지 않을 듯 하지만, 여자친구 등에 의해 할 수 없이 끌려가더라도 '디스 민즈 워'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CIA 설정 때문인지 아니면 간간이 나오는 액션 씬 덕분인지는 모르겠어도, 남성 관객들도 끝까지 그럭저럭 버틸 만한 칙 플릭이다.  재미없는 칙 플릭을 각오하고 억지로 끌려간 남성 관객들도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로맨틱 코메디라는 쟝르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남녀 관객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정도는 못 된다. 다른 비슷한 영화들에 비해 견디기 쉽다는 것이 전부일 뿐 '디스 민즈 워'도 결국엔 로맨틱 코메디고 칙 플릭이기 때문이다...

댓글 2개 :

  1. 리스 위더스푼이 연기력도 있고, 비록 외모가 아름답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귀염성 있는 얼굴이니 나름 팬입니다.
    에이전트들이 출연하는 로맨틱 코미디 나름 괜찮겠는데요.
    제가 가서 보지는 않고, 와이프가 보자면 같이 봐야겠네요.ㅋ

    만일 리스 위더스푼이 본드걸로 나온다면(이미 늙어서 좀 그렇긴 하지만요.) 망하겠지요?^^
    그래도 필드 에이전트 타입이 아니라 귀염성 있는 오피스 근무하는 요원 정도로 나와준다면 잘 어울릴것 같기도...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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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나름 흥미로운 본드걸 캐릭터를 맡길 수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007 제작진의 손에 걸리면 저 친구도 쌍권총 들고 설쳐야 할걸요?^^
    원작을 기초로 하지 않은 본드걸 캐릭터 중에서 성공한 케이스가 없다보니...
    어이구... 그러고 보니 오스카 여우주연...ㅡㅡ;
    미스터 본드와는 궁합이 안 맞는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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