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3일 금요일

최신 팝을 듣고있으니 8090년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사실 나는 팝뮤직을 거의 듣지 않는다. 80년대엔 제법 들었던 것 같지만 90년대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고, 2000년대에 와선 팝뮤직을 거의 듣지 않았다. 80년대 유행했던 신드팝, 뉴 웨이브, 유로 디스코를 즐겨 듣다가 90년대엔 유로 댄스, 유로 하우스, 트랜스로 옮겨갔고 2000년대에 와선 트랜스와 하우스만 듣다시피 했다. 너무 클럽뮤직만 반복해 듣다 느끼해지면 락/얼터네이티브 곡들이 '김치' 역할을 했다. 내 음악 취향이 이런 쪽이다 보니 팝뮤직이 설 틈이 없었다.

그러다가 요근래 와서 최신 팝뮤직을 듣고 있다. 다시 팝이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요새 나오는 팝뮤직 거의 대부분이 일렉트로 클럽 뮤직 스타일이다보니 예전보다 조금 더 귀를 기울이게 된 듯 하다. 엉거주춤한 크로스오버 댄스뮤직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아주 맘에 드는 곡은 없지만, 싫지 않은 곡들도 더러 있다.

제법 맘에 드는 최신 팝 중 첫 번째 곡으로는 셀레나 고메즈(Selena Gomez)가 부른 'Love You Like a Love Song'을 꼽아야 할 것 같다.

일단 한 번 들어보자.



꼬맹이들이 부른 노래는 전혀 안 듣는 편인데, 이상하게 이 곡이 귀에 들어온 이유는 아무래도 상당히 친숙하게 들리는 곡이라서인 듯 하다. 디스코 비트에 팝 발라드 보컬을 곁들인 80년대 유로 디스코 곡과 매우 흡사한 분위기의 곡이기 때문이다.

셀레나 고메즈의 'Love You Like a Love Song'을 들으면서 바로 생각난 곡이 있다. 바로 이 곡이다.



80년대 유로 디스코와 함께 2000년대 유행했던 이탈로 댄스 스타일 중 하나인 렌토 비올렌토(Lento Violento)의 흔적도 느껴진다. "I, I Love You Like a Love Song Baby.."라고 하는 후렴 파트에서 베이스 사운드가 뚜렷하게 강해지는데, 아무래도 단순한 우연이라기 보다 렌토 비올렌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렌토 비올렌토는 일반 클럽뮤직보다 템포가 느리고 사운드가 매우 강렬한 게 특징인 클럽뮤직 스타일이다. 45 RPM 레코드를 33 RPM으로 잘못 재생한 것이 아니냐는 착각이 들 정도로 템포가 상당히 느린 곡들도 있다.

그럼 렌토 비올렌토 스타일의 대표적인 뮤지션인 이탈리아의 Gigi d'Agostino의 곡 'Gigi D'Agostino - Vorrei Fare una Canzone'를 한 번 들어보자.



사실 나는 렌토 비올렌토 스타일을 아주 좋아하지 않지만 이탈리안 스타일 댄스뮤직을 좋아하기 때문에 몇 년전에 이 스타일의 곡들을 조금 들어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말이 나온 김에 렌토 비올렌토 스타일의 곡을 하나 더 들어보자.



이쯤 설명했으면 셀레나 고메즈의 'Love You Like a Love Song'이 매우 친숙하게 들린 이유가 충분히 설명이 되었으리라 본다.

재미있는 건,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의 신곡 'I Wanna Go'에서도 이탈로 댄스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일단 한 번 들어보자.



이 곡의 "I-I-I Wanna Go-o-o All the Wa-a-ay" 하는 후렴 파트를 들으면서 바로 생각난 곡이 있다. 바로 이 곡이다.



Zorotl이라는 친구들이 누구나면 90년대에 이 곡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이탈로 댄스 그룹이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나를 팝뮤직 쪽에서 완전히 떠나도록 만든 장본인 중 하나다. 지금도 그런 스타일의 팝은 거저 줘도 안 듣는다. 그럼에도 브리트니의 'I Wanna Go'는 아주 맘에 들진 않아도 그럭저럭 나쁘진 않다. 아마도 90년대~2000년대에 유행했던 친숙한 유로피언 댄스뮤직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인 듯 싶다.

Pitbull의 'International Love'도 완전히 90년대 유로 하우스 곡이다.

일단 한 번 들어보자.



90년대엔 랩이 나오는 클럽뮤직이 무척 많았다. 유로 댄스, 유로 하우스, NRG 스타일의 곡 뿐만 아니라 트랜스 냄새를 풍기는 곡에도 랩이 들어가곤 했다. 랩이 있는 클럽뮤직은 90년대 초~중반에 유행을 끌다 사라졌는데, 이상하게도 요새 와서 90년대 스타일이 리바이벌됐다.

그렇다면 Pitbull의 'International Love'를 들으면서 바로 떠오른 90년대 유로 하우스는 어느 곡일까?

바로 이것이다. 90년대 유로 하우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 중 하나다.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The Edge of Glory'도 80년대 음악 냄새를 풍기는 곡이다.

우선 한 번 들어보자.



레이디 가가의 'Born This Way'가 마돈나(Madonna)의 스타일을 빌렸다면, 락댄스 풍의 'The Edge of Glory'는 보니 타일러(Bonnie Tyler)의 스타일을 참고한 듯 하다.

레이디 가가의 'The Edge of Glory'를 들으면서 바로 떠오른 곡은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이 곡은 댄스뮤직이 아니지 않냐고?

보니 타일러가 부른 80년대 오리지날은 댄스곡이 아니지만 90년대 니키 프렌치(Nicki French)에 의해 리메이크된 버전은 댄스곡이다.



그러므로 레이디 가가의 'The Edge of Glory' 또한 80년대와 90년대의 흔적이 모두 남아있는 곡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보니 타일러의 락 보컬 스타일을 슬쩍 따라한 하우스 풍의 댄스곡이라는 것이 단순한 우연은 아닌 듯 해서다.

최근 들어 이런 레트로 스타일의 노래가 인기를 끌어서 인지 요즘엔 라디오를 틀면 금년이 2012년인지 1992년인지 살짝 헷갈리기도 한다. 팝뮤직이 느닷없이 8090년대로 되돌아간 덕분에 최신 팝뮤직에 친근감이 이전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랩이 나오는 클럽뮤직엔 재적응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야겠지만 그런 댄스뮤직들이 인기를 끌던 그 때 그 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싫지 않다. 요새 내가 최신 팝뮤직을 종종 듣는 이유는 아무래도 이 재미 때문인 듯...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