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7일 목요일

돌아온 '하와이 파이브-오' 시즌 3 - 007 시리즈 하미지와 함께 시즌 스타트!

CBS의 인기 TV 시리즈 '하와이 파이브-오(Hawaii Five-0)'의 새로운 시즌이 시작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시즌이다.

제목만 다를 뿐 사실상 'CSI: 호놀룰루'나 다름 없는 '하와이 파이브-오'는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60년대 클래식 시리즈를 새로 리부팅한 형사 드라마다. 여러 방송사들이 클래식 TV 시리즈 리부팅을 시도했으나 거의 모두 실패로 돌아간 반면 '하와이 파이브-오'는 CBS의 인기 TV 시리즈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러더니 어느덧 시즌 3까지 이어졌다. 언제 봐도 아름다운 하와이 경치와 귀에 매우 친숙한 너무나도 유명한 주제곡, 제임스 본드 후보 리스트에 올랐던 호주 출신 배우 알렉스 올러플린(Alex O'Loughlin), 유명 영화배우 제임스 칸(James Caan)의 아들 스콧 칸(Scott Caan), 한국계 배우 대니얼 킴(Daniel Dae Kim)과 그레이스 박(Grace Park) 등 여러모로 매력이 있어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어딘가 약간 부족한 듯한 아쉬움이 남는 시리즈였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시즌 3까지 왔다.


그렇다면 시즌 3 첫 회에선 무엇이 눈에 띄었을까?

다른 시리얼 TV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하와이 파이브-오' 시즌 프리미어 에피소드도 클리프행어 엔딩으로 막을 내렸던 지난 시즌 2 파이널 에피소드의 스토리를 이어 받아 대충 마무리 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하나 눈에 띄었다.

아니 웬 007 시리즈 하미지(Homage)?

'하와이 파이브-오' 시즌 프리미어 에피소드에 흥미로운 씬이 하나 나온다. 범죄자 호송 차량이 도로를 달리던 도중 커다란 집게가 달린 헬리콥터에 의해 납치되는 것. 헬리콥터가 범죄자 호송 차량을 집게로 집어 올려서 낚아채듯 들고 날아가 버린 것이다.



범죄자 호송 차량을 들고 날아간 헬리콥터는 바다 위에서 자동차를 떨어뜨린다. 바다에 빠진 범죄자 호송 차량은 가라앉기 시작하고, 주위에서 대기 중이던 스쿠바 다이버들이 차량에서 범죄자를 탈출시킨다.


이 씬이 007 시리즈의 어떤 장면과 비슷하냐고?

우선 숀 코네리(Sean Connery) 주연의 1967년작 '두 번 산다(You Only Live Twice)'부터 살펴보자.

토요타의 흰색 스포츠카 2000GT를 탄 제임스 본드와 아키(아키코 와카바야시)가 토요타의 검정색 크라운 세단을 탄 적들에게 쫓기자 아키가 일본 정보부에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자 거대한 자석을 매단 헬리콥터가 날아와 본드와 아키를 뒤쫓던 검정색 토요타 크라운을 자석에 붙여서 매달고 날아가다 물에 빠뜨려 버린다.

'집게'와 '자석'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헬리콥터가 달리던 자동차를 낚아채 물 위에서 떨어뜨린다'는 설정은 '하와이 파이브-오' 시즌 프리미어 에피소드의 씬과 일치한다.



자 그럼 이번엔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 주연의 1989년작 '라이센스 투 킬(Licence to Kill)'을 살펴보자.

다리 위를 달리던 범죄자 호송 차량이 바다로 떨어진다. 바다에 빠진 범죄자 호송 차량이 가라앉기 시작하자 주위에 대기 중이던 스쿠바 다이버들이 범죄자를 구출한다.

물론 범죄자 호송 차량이 물에 빠진 원인이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러 물에 빠뜨린 범죄자 호송 차량에서 스쿠바 다이버들이 범죄자를 구출한다'는 설정은 '하와이 파이브-오' 시즌 프리미어 에피소드의 씬과 일치한다.




그러므로, '두 번 산다'의 헬리콥터 씬과 '라이센스 투 킬'의 스쿠바 구출 씬을 하나로 짜맞추면 '하와이 파이브-오' 시즌 프리미어 에피소드의 범죄자 탈출 씬이 완성되는 셈이다.

설마 이게 우연이라고 할 사람은 없겠지?

2012년이 007 시리즈가 5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하와이 파이브-오' 제작진이 이런 식으로 007 시리즈 50주년을 축하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아니 '하와이 파이브-오'가 갑자기 왜 007 시리즈 50주년을 기념하냐고?

오니지날 60년대 '하와이 파이브-오' 시리즈는 금년으로 50주년을 맞은 007 시리즈 1탄 '닥터 노(Dr. No)'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였던 1962년작 '닥터 노'에서 제임스 본드(숀 코네리)를 돕기 위해 자메이카에 파견된 CIA 에이전트 필릭스 라이터 역을 맡았던 미국 영화배우 잭 로드(Jack Lord)가 이후에 TV 시리즈 '하와이 파이브-오'의 주인공 스티브 맥개렛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007 시리즈 1탄 '닥터 노'의 잭 로드(왼쪽)

007 시리즈 1탄 '닥터 노'의 잭 로드

60년대 오리지날 '하와이 파이브-오'의 잭 로드

자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하와이 파이브-오' 시즌 프리미어 에피소드의 범죄자 탈출 씬을 촬영한 장소는 어디일까?

물론 하와이다...^^

좀 더 정확하겐 오아후(Oahu) 섬이다.

좀 더 줌인하면 오아후 섬 서쪽 끝의 와이아나에(Waianae), 마카하(Makaha) 지역이다. 오아후 섬의 남쪽 해안가를 동서로 가르는 H1 프리웨이를 타고 호놀룰루에서 서쪽으로 달리면 아이에아(Aiea), 펄시티(Pearl City), 에바 비치(Eva Beach) 등을 지나게 된다. 카폴레이(Kaplei)를 지나면 H1 프리웨이가 끝나고 페링턴 하이웨이(Farrington Highway)로 바뀐다. 고속도로가 끝나고 신호등이 있는 국도로 변하는 것. 페링턴 하이웨이를 따라 계속 달리면 와이아나에라는 시가 나온다. 와이아나에를 지나 계속 서쪽으로 달리면 마카하가 나오고, 마카하를 지나고 나면 페링턴 하이웨이가 왕복 1차선으로 좁아진다. 좁아진 페링턴 하이웨이를 따라 계속 서쪽으로 달리면 길이 끝나면서 카에나 포인트(Kaena Point) 비치 파크 주차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보이즈 투 맨(Boyz II Men)의 노래 제목처럼 문자 그대로 'End of the Road'다.

아래 스크린샷은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범죄자 호송 차량이 출발하는 씬이다. 이들은 페링턴 하이웨이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달렸다. 아래 이미지에서 왼쪽이 서쪽이고, 오른쪽이 동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카에나 파크는 내가 바람을 쐴 겸, 드라이브를 할 겸 해서 아주 자주 찾아갔던 곳이다. 하지만 이 지역은 동네가 약간 거칠고 범죄률이 높은 편인 데다 일부 지역 주민들이 외부인들을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코스는 아니다. 와이아나에엔 닭, 돼지 등을 키우는 농장들이 많아서 때로는 별로 좋지 않은 냄새가 나기도 하며, 농장 주변 골목길로 들어가면 잘린 돼지 머리가 굴러다니기도 한다. 관광객들이 기억하는 화려하고 깔끔한 와이키키 해변과는 상당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참고로, 카에나 파크에서 트레일를 따라 계속 서쪽으로 들어가 코너를 돌면 ABC의 인기 TV 시리즈 '로스트(Lost)'에서 문제의 815기가 추락한 바닷가가 나온다. 일반 자동차로는 카에나 파크 쪽에서 모쿨레아(Mokuleia) 쪽으로 가는 게 거의 불가능한 만큼 자동차로 가려면 다른 길로 빙 돌아가야 하지만 위치로는 바로 옆이다.

캬, 정말 눈에 선한 동네들이다.

이런 맛에 '하와이 파이브-오'를 보는 것 아니겠수?

'하와이 파이브-오'는 미국에서 매주 월요일 밤 10시(미국 동부시간)에 방영된다. 내가 즐겨 보는 ABC의 '캐슬(Castle)'과 방송 시간이 겹치는 바람에 조금 불편한 게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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