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3일 금요일

디트로이트 라이온스 울린 어이없는 NFL 룰 이번 시즌내 바뀐다?

미국에서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은 스페셜 NFL 풋볼 경기를 하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매년마다 디트로이트와 달라스에서 추수감사절 스페셜 경기를 갖고 있으며, 최근엔 야간경기가 하나 더 추가되어 모두 세 경기로 불어났다.

그러나 금년 추수감사절 경기는 어이없는 NFL 경기규칙 때문에 빛이 바랬다.

'사건'이 발생한 건 휴스턴 텍산스(Houston Texans)와 디트로이트 라이온스(Detroit Lions)의 경기 3쿼터에서다.

24대14로 뒤지고 있던 휴스턴 텍산스가 81야드 러싱 터치다운을 성공시켰다.

문제는 터치다운이 아니었다는 것.

텍산스 러닝백 저스틴 포셋(Justin Forsett)은 7야드 정도 전진한 뒤 라이온스 수비수의 태클에 넘어졌으나(Down by Contact) 심판이 이를 보지 못하고 휘슬을 불지 않았다. 이는 미식축구의 가장 기초적인 룰 중 하나로, 볼 캐리어가 상대 수비의 태클에 넘어지며 팔꿈치나 무릎 등이 땅에 닿으면 그 순간 플레이가 끝난다. 그러나 심판은 이를 보지 못하고 휘슬을 불지 않았다. 플레이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휘슬을 듣지 못한 텍산스 러닝백 포셋은 주저하지 않고 계속해서 엔드존까지 달렸고, 결국 터치다운을 했다.

이 플레이는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한 다운 바이 콘택트였다. 러닝백 포셋의 팔꿈치와 무릎 모두가 그라운드에 닿은 모습을 리플레이를 통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명백한 다운 바이 콘택트였는 데도 불구하고 터치다운이 선언되자 흥분한 디트로이트 라이온스 헤드코치 짐 슈와츠(Jim Schwartz)가 레드 플래그를 집어던지며 리플레이 챌린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주심은 짐 슈와츠에게 스포츠맨 답지 않은 행위(Unsportsmanlike Conduct) 파울을 선언했다.

헤드코치 짐 슈와츠가 파울을 당한 이유는 득점과 연결된 모든 플레이는 자동으로 리플레이 리뷰를 거친다는 사실을 잊고 리플레이 챌린지를 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도 자동으로 알아서 리플레이 리뷰를 하도록 NFL 규칙이 되어있는데, 헤드코치 슈와츠가 이를 잊고 리플레이 챌린지를 요청한 것이 파울이었던 것이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해가 가지 않는 판정은 그 다음이었다.

주심 월트 콜맨(Walt Coleman)은 문제의 터치다운 플레이를 리뷰할 수 없다면서, 터치다운을 선언했다.


헤드코치가 챌린지를 하지 않아도 득점과 연결된 모든 플레이를 자동으로 리뷰하도록 되어있는데도 주심 월트 콜맨은 "리뷰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심이 문제의 플레이를 리뷰할 수 없었던 이유는 짐 슈와츠의 파울 때문이었다. 리뷰 챌린지를 요청할 수 없는 상황에 슈와츠가 실수를 했기 때문에 파울을 당함과 동시에 리뷰 자체가 불가능해졌던 것이다. "리뷰 챌린지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챌린지를 요청했다"며 헤드코치에 파울을 선언하고 뒤돌아서서 "모든 득점 플레이는 자동으로 리뷰한다"는 규정에 따라 리플레이 리뷰를 하면 결국 헤드코치의 잘못된 요청을 받아들인 셈이 되므로 파울과 동시에 리뷰 자체가 불가능해졌던 것이다.

결국 짐 슈와츠가 레드 플래그를 던진 바람에 15야드 패널티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심판의 실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리플레이 리뷰 기회까지 날린 것이다.

이 순간 모두가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중계방송 진행자들도 주심이 리플레이 리뷰를 하지 않은 정확한 이유를 알아내는 데 시간이 걸렸다. 모든 득점 플레이를 자동으로 리뷰하기 시작한 것이 최근 일이라서 '이런 순간 실수로 레드 플래그를 던지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모르던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 라이온스 헤드코치 짐 슈와츠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실수를 시인했다. 슈와츠는 경기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너무 흥분했던 나머지 실수를 저지른 바람에 실점으로 이어지게 됐다"며 자신의 실수를 다시 한 번 인정했다.


반면 어이없는 터치다운을 내준 라이온스 디펜시브 코디네이터 건터 커닝햄(Gunther Cunningham)은 플레이북을 발로 걷어차며 갑자기 펀터로 돌변했다.


결국 디트로이트 라이온스는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34대31로 패했다.

그렇다면 심판은 그 순간 왜 휘슬을 불지 않았을까? 만약 심판이 휘슬을 불어 플레이를 정지시켰다면 이와 같은 해프닝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워낙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심판들이 못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운 바이 콘택트가 아닌 데도 심판들이 성급하게 휘슬을 분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불확실한 경우엔 휘슬을 불지 않고 내버려둔 다음 이후에 리플레이 리뷰를 통해 바로잡으려 했던 것일 수도 있다.

만약 슈와츠가 리플레이 리뷰 챌린지 플래그를 던지지만 않았더라도 심판들이 원했던대로 됐을 것이다. 슈와츠가 챌린지를 요청하지 않았다면 주심은 일단 터치다운을 선언한 뒤 자동으로 하게 되어있는 득점 플레이 리뷰를 통해 오심을 찾아낸 다음 터치다운을 무효화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슈와츠가 챌린지 플래그를 던지는 바람에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됐던 것이다.

하지만 이건 말이 안 되는 룰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헤드코치들이 리뷰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자꾸 리플레이 챌린지를 요구하며 시간을 끄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은 알겠는데, 헤드코치 시간끌기를 막는다면서 가장 중요한 오심 바로잡기를 하지 않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챌린지를 요청할 수 없는 상황에 헤드코치가 플래그를 던졌으면 파울을 선언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파울은 파울이고 리뷰는 리뷰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 적어도 다음 시즌부턴 이 규정이 바뀔 것으로 보였다.

NFL.COM에 따르면, 빠르면 당장 금년 시즌부터 리플레이 리뷰 룰이 수정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미 피해를 본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에겐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이와 같은 어이없는 상황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NFL 측이 움직이기 시작한 듯 하다.


그.러.나...

반드시 이겨야만 했던 경기에서 어이없는 해프닝과 함께 패한 디트로이트 라이온스는 시즌 전적 4승7패로 떨어지면서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졌다.

댓글 3개 :

  1.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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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랜만에 풋볼 리뷰 잘 봤습니다. 저도 이 게임 보면서 좀 의아했던 부분이었는데 그런 상황이었군요.. 번외로.. 디트로이트 코디네이터 한명이 제가 좋아하는 Person of Interest 주인공 Jim Caviezel의 처남이고 직접 관전을 왔던게 흥미롭더라구요 ^^. POI 보세요 재밌어요. 차기 007로도 괜찮을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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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텍산스 터치다운은 보기 드문 케이스였던 것 같습니다.
    자동으로 리플레이 리뷰를 하도록 룰을 바꿨는데도 저렇게 되는 수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저도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근데 POI라고 하면 전 하와이 음식 생각이...^^
    짐 카비젤은 참 멋진데 나이가 이미 좀 많고 미국인이라서 본드로는 좀 문제가...^^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와 바로 이어지는 엘리멘트리도 뭐 볼만한 것 같더라구요.
    전 BBC의 셜록이 더 좋지만(아이튠스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CBS의 엘리멘트리도 뭐 그럭저럭 볼만한 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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