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4일 화요일

새로워진 아이튠스 11 - 달라지지 않은 소팅 문제

애플의 디지털 스토어, 아이튠스(iTunes)가 달라졌다. '아이튠스 11으로 업데이트하라'는 메시지가 뜨길래 통상적인 특별할 것 없는 업데이트로 생각했는데, 이번엔 제법 많이 달라졌다.

인스톨이 끝나자마자 '웰컴' 스크린이 뜨고 비디오 튜토리얼이 나와서 쫄았던(?) 걸까? 처음엔 이전 버전과 많이 달라 보였다. 찬찬히 뜯어보면 위치가 조금 바뀐 정도가 전부인 듯한 것이 별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처음에 봤을 땐 제법 달라 보였다.

하지만 아이튠스를 오래 이용해온 유저들이라면 새로운 버전을 사용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처음 봤을 땐 뭐가 좀 많이 허전해 보이지만 - 특히 왼쪽에 항상 있었던 라이브러리 메뉴와 플레이리스트 등이 안 보이는 점 등 - 약간의 디자인과 위치 변경이 생긴 게 전부이므로 몇 가지 기본적인 차이점들만 파악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과거엔 아이튠스 스크린의 왼쪽에 항상 세로로 배치되었던 라이브러리, 플레이리스트, 아이튠스 스토어 등의 메뉴가 아이튠스 상단에 있는 메뉴바에 가로로 배치된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라이브러리 메뉴는 왼쪽 상단에 풀다운 메뉴 형태로 바뀌었고, 중앙엔 플레이리스트, 오른쪽 상단엔 아이튠스 스토어 버튼이 있다.



메뉴바 왼쪽에 있는 라이브러리 메뉴에서 '뮤직'을 선택하고 중앙에 있는 옵션에서 '플레이리스트'를 고르면 과거 버전 아이튠스에서처럼 스크린 왼쪽에 플레이리스트가 나타난다.


이러한 차이점으로 인해 사용이 더 편리해졌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새로운 사용 환경을 이해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몇 가지 섭섭한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가장 아쉬운 점은 라이브러리 폴더와 플레이리스트에서 소팅(Sorting)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튠스을 사용하면서 소팅 문제를 몇 번 겪은 바 있어서 새로운 아이튠스가 나올 때마다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 중 하나가 이것인데, 이번에도 역시 실망스러웠다.

첫 번째 예를 보기로 하자.

폴더 뷰 앨범 소팅

아래 이미지는 007 시리즈의 '오리지날 사운드트랙' 폴더에 들어있는 뮤직 리스트다. 이렇게 폴더에 있는 곡들을 리스트 형태로 보면 출시년도(Year) 순으로 소팅이 가능하다. (이미지 오른쪽 상단을 보면 'Year'가 하이라이트되어있다)


그러나 '오리지날 사운드트랙' 폴더는 리스트 형태로 보는 것보다 앨범 별로 보는 게 더 편리하다. '오리지날 사운드트랙' 폴더 안에 23개의 007 시리즈 사운드트랙 앨범이 들어있으므로, 폴더를 선택했을 때 23개의 사운드트랙 앨범들이 화면에 나타나는 게 원하는 앨범에 수록된 곡을 찾아서 듣기에 더 편리하다.

그렇다면 해결책이 있다. 폴더 뷰를 '리스트'에서 '그리드(Grid)'로 바꾸면 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폴더 뷰를 그리드로 바꾸면 리스트 뷰에서 선택했던 출시년도 순 소팅 설정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폴더 뷰를 리스트에서 그리드로 바꿔도 소팅 설정이 그대로 적용되었다면 1962년에 나온 '닥터 노(Dr. No)'부터 출시년도 순으로 정렬해야 하지만, 아래 이미지를 보면 알 수 있듯 그리드 뷰에선 출시년도 순으로 소팅이 되지 않았다.


소팅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있을 것 같아서 이것저것 뒤져봤지만, 내가 컴퓨터 전문가가 아니라서 인지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아이튠스의 앨범 소팅 옵션도 확인해 봤지만 년도별 소팅은 찾을 수 없었다.


이전 아이튠스 버전에서도 앨범 소팅이 맘대로 되지 않았는데, 이제라도 폴더 뷰를 리스트에서 그리드로 바꿔도 소팅 설정은 그대로 유지되거나 그리드 뷰에서도 별도로 소팅 설정을 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영화 플레이리스트 뷰 소팅

짜증나는 건, 이러한 소팅 문제가 라이브러리 폴더 뿐만 아니라 플레이리스트에서도 발생한다는 점이다. 영화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을 경우 소팅이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아이튠스 유저들은 이미 잘 알겠지만, 아이튠스에서 원하는 순서대로 영화를 정렬하려면 커스톰으로 소팅을 해야만 할 때가 있다. 007 시리즈의 경우가 아주 좋은 예다. 007 시리즈를 다른 영화들과 뒤죽박죽되지 않도록 따로 한데 모아 제작년도 순으로 정렬시키려면 소팅 옵션에 가서 약간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아래 이미지처럼 007 시리즈를 영화 라이브러리 맨 처음에 모아놓고 제작년도 순으로 정렬시켜보자.


이렇게 하려면 소팅 옵션에 가서 'Sort Name'을 정해줘야 한다.

아래 이미지는 '골드핑거(Goldfinger)' 소팅 옵션인데, 'Sort Name'이 'aa003'으로 되어있다.

'aa003'으로 이름을 정한 이유는 아이튠스가 알파벳(A~Z) 먼저, 숫자(0~9) 나중 순으로 정렬하기 때문에 소팅 이름이 'a'로 시작해야 제일 앞에 배치시킬 수 있어서다. 'aa' 다음에 있는 '003'은 007 시리즈 3탄이라는 의미다. 이렇게 해서 'aa003'이라고 'Sort Name'을 해줘야 '골드핑거'가 아이튠스 무비 라이브러리에서 제 위치를 찾아갈 수 있다.

물론 '골드핑거' 하나만 수정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다. 1탄부터 22탄까지 전체를 모두 'aa0xx'으로 'Sort Name'을 바꿔줘야 한다. 그래야만 1탄부터 22탄까지를 맨 위에 순서대로 정렬시킬 수 있다.

(참고: 'aa'를 빼고 그냥 번호만 '001', '002'로 해도 007 시리즈를 따로 모아 순서대로 정렬시킬 수 있지만, 알파벳 'a'가 아닌 넘버를 'Sort Name'으로 사용하면 007 시리즈는 영화 리스트의 제일 마지막 아래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아이튠스가 알파벳(A~Z) → 넘버(0~9) 순으로 소팅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진 조금 번거롭긴 해도 원하던 결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문제는 플레이리스트다.

'007 시리즈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보니 리스트 뷰에선 제작년도(Year) 순으로 정상적으로 소팅이 되었다. (아래 이미지 참고)


그러나 플레이리스트 뷰를 리스트에서 그리드로 바꾸자 소팅 설정이 또 무효화됐다. 리스트 뷰에선 제작년도 순, 즉 007 시리즈 순으로 정렬되었던 것이 그리드 뷰에선 아티스트 이름(이 경우엔 영화감독 이름) 순으로 소팅이 됐다.

물론 영화감독 이름을 숫자 등으로 바꾸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C'mon man...


플레이리스트 소팅 룰이 그리드 뷰에 적용되지 않은 것까지는 이해하고 넘어간다고 해도, 이해가 안 되는 게 한가지 있었다 - 위에서 영화별로 설정했던 'aa0xx' 'Sort Name'은 어디로 간 걸까?

이상하게도 영화별 'Sort Name'은 무비 라이브러리에서만 효력이 있을 뿐 플레이리스트에선 효과가 없는 듯 하다. 이전 아이튠스 버전에선 플레이리스트에서 영화의 'Sort Name'이 통했다. 바로 이전 버전에서 되던 것이 아이튠스 11에 와서 갑자기 안 되는 것이다.

이전 아이튠스 버전에선 플레이리스트가 음악 전용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듯이 영화 플레이리스트도 똑같이 만들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튠스 11을 보니 무비 라이브러리에선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옵션이 없고 음악에서만 만들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이렇게 된 바람에 이전 아이튠스에서 만들었던 007 시리즈 영화 플레이리스트도 영화가 아닌 음악 라이브러리에 속해 있었다.

이것 때문에 라이브러리에서 영화의 'Sort Name'이 안 먹히는 걸까?

그렇다면 아이튠스 11부턴 플레이리스트는 음악 전용?

물론 영화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 하지만 플레이리스트를 만들려면 무비 라이브러리에선 불가능하므로 뮤직 라이브러리로 이동해서 영화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

굳이 영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필요가 있냐고?

있다. 아이튠스 무비 라이브러리엔 모든 디지털 영화가 한데 모여있으므로 원하는 시리즈나 영화배우의 작품들만을 모은 콜렉션 형태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싶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위에서 예로 든 건 007 시리즈이지만, 만약 실베스터 스탤론(Sylvester Stallone)의 영화를 '록키(Rocky)', '람보(Rambo)' 시리즈 등 클래식부터 최근의 '익스펜더블 2(Expendables 2)'까지 제작년도 순으로 따로 모아놓고 싶다면 플레이리스트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플레이리스트는 음악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애플은 영화용 플레이리스트도 만들 수 있도록 아이튠스를 개선하는 게 어떨까 싶다. 뮤직 라이브러리로 이동할 필요 없이 무비 라이브러리에서 바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수 있도록 말이다. 이렇게 되면 영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을 경우 발생하는 소팅 문제도 해결될 듯 하다.

물론 내가 제대로 소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원하는 대로 소팅을 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다른 건 모르겠어도 소팅 문제는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면 간단하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듯 해서 아쉽다.

요새 나는 아이튠스 없으면 못사는데 편하게 좀 쓰자!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