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시리즈 23탄 '스카이폴(Skyfall)'의 연출을 맡았던 영국 영화감독 샘 멘데스(Sam Mendes)가 '본드24(임시제목)'로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멘데스는 007 제작진의 연출 제의를 거절하고 다른 프로젝트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본드24'는 누가 연출을 맡아야 할까?
'누가 맡을 것이냐'을 논하기 이전에 '누가 맡지 말아야 할 것이냐'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스카이폴'이 비록 흥행엔 성공했지만 워너 브러더스의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를 티가 날 정도로 모방한 영화였다. 아무리 요즘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가 인기를 끈다고 하더라도 제임스 본드 영화를 그렇게 만든 것은 문제가 있었다.
지난 7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로저 무어(Roger Moore) 주연의 1977년작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 이후 007 제작진은 차기작으로 원작소설 쪽으로 분위기를 바꾼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007 제작진은 조지 루카스(George Lucas) 감독의 SF 영화 '스타 워즈(Star Wars)'를 본 뒤 마음을 바꿔 제임스 본드를 우주로 내보낸 '문레이커(Moonraker)'를 제작했다. 물론 '문레이커'도 당시 흥행기록을 세우며 박스오피스에선 반응이 좋았지만, 007 시리즈가 '스타 워즈'의 영향을 받아 우주에까지 나가 광선총을 쏜 것을 어이없어 한 본드팬들도 상당히 많았다. 소년이었을 때 '문레이커'를 극장에서 처음 본 사람들은 아직도 이 영화를 가장 재미있는 제임스 본드 영화로 추억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본드팬들로부터 가장 제임스 본드영화답지 않은 영화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본드팬 중엔 이번 '스카이폴'을 보면서 '문레이커'를 떠올린 사람들이 많다. '문레이커'에서 제임스 본드가 우주에 나가 광선총을 쏜 것 만큼 어이없어 보이진 않았을지 몰라도, 배트맨 등 미국산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를 어설프게 흉내낸 '스카이폴'도 우스꽝스럽게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일부는 '시대의 흐름과 유행'을 강조하지만, '스타 워즈'가 인기를 끈다고 우주로 나가고 배트맨이 인기를 끈다고 코믹북 수퍼히어로 시늉을 내는 게 '시대의 흐름과 유행'을 올바르게 따르는 것인지 궁금하다.
게다가 '스카이폴'이 다른 인기 영화를 모방한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인 것도 아니다. 2008년작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는 유니버설의 제이슨 본(Jason Bourne) 시리즈를 어설프게 모방한 영화였기 때문이다.
사실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이 개봉했을 때부터 "007 시리즈가 제이슨 본 시리즈를 따라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80년대 말 제임스 본드였던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을 기억하는 본드팬들은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와 영화 '카지노 로얄'이 무작정 제이슨 본 시리즈를 모방한 것이 아니라고 '카지노 로얄' 편을 들어줬다. 스타일을 바꾸며 약간의 변화를 준 것일 뿐이며, 007 시리즈가 제임스 본드 캐릭터에 이런 변화를 준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므로 가젯이 나오지 않고 액션이 거칠어졌다는 등의 몇 가지만 놓고 무조건 제이슨 본 시리즈를 모방했다고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반론을 펼친 바 있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에 대한 격론은 지난 2006년과 2007년에 이미 충분히 다 했으므로 새삼스럽게 이제 와서 '새로운(?) 제임스 본드'에 대한 얘기를 다시 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그러나 '콴텀 오브 솔래스'에선 더이상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 편을 들어주기 어렵게 됐다. '콴텀 오브 솔래스'를 또 두둔하고 싶어도 문제점이 눈에 빤히 보였기 때문이다. 제이슨 본 시리즈의 액션을 맡았던 댄 브래들리(Dan Bradley)가 '콴텀 오브 솔래스'의 액션을 담당하면서 영화의 톤 뿐만 아니라 액션까지 제이슨 본 시리즈를 모방한 티가 너무 심하게 났다.
자, 그렇다면 누구에게 '본드24' 연출을 맡기지 말아야 할 지 대충 답이 나왔으리라 본다.
영국의 영화 매거진 엠파이어(Empire)는 '본드24' 감독 후보로 배트맨 트릴로지의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본 트릴로지의 폴 그린그래스(Paul Greengrass)와 토니 길로이(Tony Gilroy) 등을 거론했다.
이들 셋은 '아웃'시켜야 한다.
물론 그들에게 '본드24'를 맡기면 잘 할 것 같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젠 더이상 007 시리즈를 배트맨, 제이슨 본 시리즈와 뒤죽박죽으로 섞는 짓을 그만 할 때가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007 시리즈의 키워드는 '본드 아이덴티티'다.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가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본 트릴로지와 같은 케이오틱한 액션 씬의 스릴러 영화가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007 시리즈는 007 시리즈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제 갈길을 가야 한다. 댄스뮤직이 유행한다고 록밴드까지 댄스뮤직을 해야 하는 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007 시리즈도 자신만의 쟝르의 특징을 지킬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007 제작진은 한 번은 제이슨 본, 한 번은 배트맨 시리즈를 번갈아가며 모방했다. 이것을 근사하게 포장하면 '최신유행을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까놓고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다른 인기 영화들을 따라하지 않으면 혼자선 흥행 성공할 자신이 없다는 것밖에 안 된다. 이것은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 없다. 수많은 아류작들을 탄생시키며 스파이 영화 트렌드를 이끌었던 007 시리즈가 이제 와선 미국산 액션영화를 돌아가면서 베끼고 앉아있으니 말이다.
그러므로 영국이 탄생시킨 유명한 스파이 캐릭터, 제임스 본드를 다시 제임스 본드답게 만들기 위해선 되도록이면 배트맨, 제이슨 본 시리즈에 관여했던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는 게 좋을 듯 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아직 젊고 매우 유능한 감독이지만 '스카이폴' 덕분에 이젠 'TOO PREDICTABLE'이 되었으며, 본 트릴로지의 폴 그린그래스와 토니 길로이는 스파이 스릴러 쟝르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인 건 분명하지만 제이슨 본과 제임스 본드의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역시 곤란하다. 조금 지난 나중엔 모르더라도 지금 당장은 곤란하다.
또다른 골칫거리는 스토리다. 현재 007 제작진은 현시대에 어울리는 참신한 스파이 스릴러 스토리를 만드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지난 80년대까지만 해도 원작소설을 기초로 삼을 수 있다는 백업플랜이 있었지만, 90년대 이후부턴 원작이 모두 다 떨어지고 냉전까지 막을 내렸을 뿐만 아니라 007 시리즈 베테랑 스크린라이터마저 007 시리즈를 떠나면서 그럴 듯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데 애를 먹었다. 90년대 이후 스토리가 과거의 007 시리즈를 비슷하게 흉내낸 수준에 그쳤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크레이그로 본드가 교체된 이후엔 원작소설 '카지노 로얄'을 영화로 옮기면서 다시 과거의 전성기 명성을 되찾는 듯 했으나, '콴텀 오브 솔래스'와 '스카이폴'의 스토리는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콴텀 오브 솔래스'는 스크린라이터 파업 여파였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미적지근했고, '스카이폴'은 엉뚱하거나 설득력이 떨어지는 허점이 많은 플롯이 쓴웃음을 짓게 했다. 얼마 전에 '스카이폴'의 허점 많은 플롯 문제를 꼬집은 동영상이 유투브에 올라오기도 했다. 진짜로 묵직하고 진지한 느낌을 주는 제임스 본드 영화를 만들겠다면 '스카이폴' 수준의 스크립트론 어림도 없다. '스카이폴' 제작진은 어둡고 무거운 전반적인 톤과 스타일리쉬함을 섞어보려 했으나 결과가 영 신통치 않았다.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는 알 수 있었으나, 방법과 방향 등 여러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
'본드24'에선 이 문제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사실 이것이 지난 90년대부터 007 시리즈를 괴롭혀온 만성적인 문제다. 과거의 007 시리즈를 비슷하게 흉내내기가 아니면 남의 영화를 모방하거나 007 시리즈에 어울리지 않는 스토리가 자꾸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작소설의 도움 없이 007 시리즈에 어울리는 제임스 본드 어드벤쳐다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007 제작진의 골칫거리를 살짝 짚어보자. 원작소설을 기초로 한 영화를 다시 만들려면 리메이크를 하는 셈이 되므로 곤란하고, 과거의 007 시리즈에서 즐겨 사용했던 범죄조직 스펙터(SPECTRE)를 다시 사용하고 싶어도 골치아픈 법률 문제 때문에 사용하기 힘들고, 냉전을 소재로 삼고 싶어도 냉전이 끝나버렸으며, 현재 진행형인 테러와의 전쟁을 소재로 삼자니 비슷비슷한 미국산 CIA 영화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은근 슬쩍 중국을 적으로 삼고 싶어도 거대한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으므로 이것도 곤란하며, 그 바로 옆에 있는 북한을 건드리면 한국에서 피켓을 들 테니 이것도 골치아프다. 실제로,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원작소설에선 중국인과 한국인이 고약한 악당으로 묘사된 적이 있지만, 요샌 그 동네에서도 장사를 해야 하므로 과거처럼 제임스 본드를 타인종과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심한 쇼비니스트로 묘사하던 시절도 지났다. 제이슨 본 시리즈는 적을 외부에서 찾지 않고 내부에서 찾았지만 007 시리즈는 원작소설부터 영화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작품에서 외부의 적을 상대해 왔으므로 갑자기 많은 변화를 주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콴텀 오브 솔래스'에서 본드가 CIA에 쫓기고 '스카이폴'에서 악당 실바(하비에르 바뎀)를 전직 MI6 에이전트로 설정하는 등 007 제작진도 비슷한 시도를 해봤으나, 새로운 적을 만드는 데 여전히 애를 먹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007 제작진에겐 이런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스크린라이터가 필요하다. 그저 평범한 '드라마 스토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현시대와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모두 어울리는 스파이 스토리가 필요하다. 아무에게나 비슷비슷한 007 스크립트를 쓰라고 맡길 것이 아니라 스파이 스릴러 영화와 소설을 많이 보고 읽었거나 직접 그러한 영화 또는 TV 시리즈 제작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는 스파이 쟝르 베테랑에 스크립트를 맡기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일 것이다. 스파이 픽션 작가를 고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요샌 쌔고 쌘 게 스파이 소설이며, CIA나 MI6에 근무했던 경력을 가진 작가들도 여럿 눈에 띈다. 007 시리즈도 2차대전 당시 영국 해군정보부에서 근무했던 이언 플레밍이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제임스 본드 소설 시리즈를 영화로 옮긴 것이며, 파라마운트의 '잭 라이언(Jack Ryan)', 유니버설의 제이슨 본 시리즈 등도 스파이 스릴러 베테랑 작가들에 의해 탄생한 시리즈다. 현재 미국 케이블 채널 FX에서 방영 중인 '아메리칸(The Americans)'도 전직 CIA 출신 작가가 제작과 스크립트 등을 맡았으며, FOX의 인기 TV 시리즈였던 '24'에도 베스트셀러 스파이 스릴러 작가의 손길이 닿았다. 존 르 카레(John le Carre)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Tinker Tailor Soldier Spy)'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 중 하나다. 존 르 카레 역시 60년대에 MI6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있는 작가다.
물론 007 시리즈가 역사와 전통이 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원작소설이 다 떨어진 지금 그쪽 바닥 또는 그쪽 쟝르 전문가의 도움 없이 설득력 있는 현시대 스파이 스토리를 기대할 수 있겠는지 궁금하다. 1995년작 '골든아이(GoldenEye)'부터 2012년작 '스카이폴'까지 일곱 편의 90~2000년대 007 시리즈 중에서 '골든아이'와 '카지노 로얄'을 제외한 나머지 영화의 스토리가 실망스러웠는데, '카지노 로얄'은 1953년 소설을 현대판으로 재해석한 것이므로 007 제작진이 만들어낸 오리지날 스토리 중 맘에 드는 건 '골든아이' 하나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스파이 픽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썬 스크린라이터 존 로갠(John Logan)이 '본드24'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존 로갠이 '본드24'와 '본드25'의 줄거리를 또 이어지도록 만들려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으며, 이것을 다니엘 크레이그가 잘못된 정보라고 바로 잡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기대보다 불안이 앞선다. 이미 '본드24' 스토리 초안을 제작진이 훑어봤다는 보도도 나왔는데, 스파이 픽션 경험이 없는 존 로갠에게 '스카이폴'보다 나은 퀄리티의 스크립트를 기대할 수 있겠는지 의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영화감독 샘 멘데스보다 더욱 의심스러운 게 스크린라이터 존 로갠인데, 멘데스는 떠났어도 로갠은 잔류하는 듯 하므로 두고 보는 수밖에 없을 듯 하다.
상황이 이렇다면 스파이 픽션 쟝르 베테랑 영화감독을 모셔오는 게 좋을 수도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친숙한 이름은 마틴 캠벨(Martin Campbell). 마틴 캠벨은 영국의 70년대 TV 시리즈 '프로페셔널(The Professional)', 역시 영국의 80년대 TV 시리즈 '에지 오브 다크니스(Edge of Darkness)' 등 오래 전부터 스파이 픽션 또는 그와 비슷한 쟝르물의 연출을 맡아온 감독이다. 007 시리즈도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의 베스트로 꼽히는 '골든아이'와 다니엘 크레이그의 베스트로 꼽히는 '카지노 로얄'의 연출을 맡았다. 물론 샘 멘데스, 크리스토퍼 놀란 등 빅네임 영화감독에 비하면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마틴 캠벨 감독은 007 시리즈를 잘 만드는 요령을 아는 몇 안 되는 영화감독 중 하나로 보인다. 최근엔 007 제작진이 거물급 영화감독과 스크린라이터에게 일을 맡기는 습관이 새로 생긴 듯 하지만, 007 시리즈는 무조건 거물급에 맡긴다고 훌륭한 작품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요령을 아는 사람들에게 맡겨야 한다. 거물급의 손을 거치면 다소 완성도가 올라갈 수는 있어도 007 시리즈를 제대로 만드는 노우하우를 모르면 우왕좌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007 베테랑들이 거의 대부분 은퇴하거나 세상을 떠난 현시점에선 007 베테랑 영화감독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90년대 이후 지금까지 007 시리즈 영화감독이 매번 교체되고 있다. 왜 요새는 과거처럼 한 명의 영화감독이 여러 편의 007 시리즈를 연달아 맡으면서 007 베테랑이 될 기회를 잡지 못하는지 아쉬울 뿐이다. 테렌스 영(Terence Young), 가이 해밀튼(Guy Hamilton), 존 글렌(John Glen)이라고 하면 아주 대단한 영화감독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도 007 시리즈 연출을 여러 차례 맡으면서 007 시리즈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은 007 베테랑이라는 생각이 바로 들지만, 90년대 이후부턴 영화감독이 매번 바뀌다 보니 이러한 믿음이 가는 영화감독이 나오지 않고 있다. 90년대 이후 007 시리즈 연출을 두 번 맡은 유일한 영화감독이 마틴 캠벨이다. 다른 영화감독들은 한 번을 끝으로 사라졌으며, 007 시리즈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와봤자 반갑다는 소리 들을 만한 영화감독도 없는 듯 하지만...
아무튼 샘 멘데스가 '본드24'로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공식 확인되었으니, 누가 새로 메가폰을 잡는 지 지켜보기로 하자. 이번엔 좀 똑바로 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본드24'는 누가 연출을 맡아야 할까?
'누가 맡을 것이냐'을 논하기 이전에 '누가 맡지 말아야 할 것이냐'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스카이폴'이 비록 흥행엔 성공했지만 워너 브러더스의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를 티가 날 정도로 모방한 영화였다. 아무리 요즘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가 인기를 끈다고 하더라도 제임스 본드 영화를 그렇게 만든 것은 문제가 있었다.
지난 7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로저 무어(Roger Moore) 주연의 1977년작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 이후 007 제작진은 차기작으로 원작소설 쪽으로 분위기를 바꾼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007 제작진은 조지 루카스(George Lucas) 감독의 SF 영화 '스타 워즈(Star Wars)'를 본 뒤 마음을 바꿔 제임스 본드를 우주로 내보낸 '문레이커(Moonraker)'를 제작했다. 물론 '문레이커'도 당시 흥행기록을 세우며 박스오피스에선 반응이 좋았지만, 007 시리즈가 '스타 워즈'의 영향을 받아 우주에까지 나가 광선총을 쏜 것을 어이없어 한 본드팬들도 상당히 많았다. 소년이었을 때 '문레이커'를 극장에서 처음 본 사람들은 아직도 이 영화를 가장 재미있는 제임스 본드 영화로 추억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본드팬들로부터 가장 제임스 본드영화답지 않은 영화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본드팬 중엔 이번 '스카이폴'을 보면서 '문레이커'를 떠올린 사람들이 많다. '문레이커'에서 제임스 본드가 우주에 나가 광선총을 쏜 것 만큼 어이없어 보이진 않았을지 몰라도, 배트맨 등 미국산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를 어설프게 흉내낸 '스카이폴'도 우스꽝스럽게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일부는 '시대의 흐름과 유행'을 강조하지만, '스타 워즈'가 인기를 끈다고 우주로 나가고 배트맨이 인기를 끈다고 코믹북 수퍼히어로 시늉을 내는 게 '시대의 흐름과 유행'을 올바르게 따르는 것인지 궁금하다.
게다가 '스카이폴'이 다른 인기 영화를 모방한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인 것도 아니다. 2008년작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는 유니버설의 제이슨 본(Jason Bourne) 시리즈를 어설프게 모방한 영화였기 때문이다.
사실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이 개봉했을 때부터 "007 시리즈가 제이슨 본 시리즈를 따라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80년대 말 제임스 본드였던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을 기억하는 본드팬들은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와 영화 '카지노 로얄'이 무작정 제이슨 본 시리즈를 모방한 것이 아니라고 '카지노 로얄' 편을 들어줬다. 스타일을 바꾸며 약간의 변화를 준 것일 뿐이며, 007 시리즈가 제임스 본드 캐릭터에 이런 변화를 준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므로 가젯이 나오지 않고 액션이 거칠어졌다는 등의 몇 가지만 놓고 무조건 제이슨 본 시리즈를 모방했다고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반론을 펼친 바 있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에 대한 격론은 지난 2006년과 2007년에 이미 충분히 다 했으므로 새삼스럽게 이제 와서 '새로운(?) 제임스 본드'에 대한 얘기를 다시 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그러나 '콴텀 오브 솔래스'에선 더이상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 편을 들어주기 어렵게 됐다. '콴텀 오브 솔래스'를 또 두둔하고 싶어도 문제점이 눈에 빤히 보였기 때문이다. 제이슨 본 시리즈의 액션을 맡았던 댄 브래들리(Dan Bradley)가 '콴텀 오브 솔래스'의 액션을 담당하면서 영화의 톤 뿐만 아니라 액션까지 제이슨 본 시리즈를 모방한 티가 너무 심하게 났다.
자, 그렇다면 누구에게 '본드24' 연출을 맡기지 말아야 할 지 대충 답이 나왔으리라 본다.
영국의 영화 매거진 엠파이어(Empire)는 '본드24' 감독 후보로 배트맨 트릴로지의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본 트릴로지의 폴 그린그래스(Paul Greengrass)와 토니 길로이(Tony Gilroy) 등을 거론했다.
이들 셋은 '아웃'시켜야 한다.
물론 그들에게 '본드24'를 맡기면 잘 할 것 같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젠 더이상 007 시리즈를 배트맨, 제이슨 본 시리즈와 뒤죽박죽으로 섞는 짓을 그만 할 때가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007 시리즈의 키워드는 '본드 아이덴티티'다.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가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본 트릴로지와 같은 케이오틱한 액션 씬의 스릴러 영화가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007 시리즈는 007 시리즈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제 갈길을 가야 한다. 댄스뮤직이 유행한다고 록밴드까지 댄스뮤직을 해야 하는 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007 시리즈도 자신만의 쟝르의 특징을 지킬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007 제작진은 한 번은 제이슨 본, 한 번은 배트맨 시리즈를 번갈아가며 모방했다. 이것을 근사하게 포장하면 '최신유행을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까놓고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다른 인기 영화들을 따라하지 않으면 혼자선 흥행 성공할 자신이 없다는 것밖에 안 된다. 이것은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 없다. 수많은 아류작들을 탄생시키며 스파이 영화 트렌드를 이끌었던 007 시리즈가 이제 와선 미국산 액션영화를 돌아가면서 베끼고 앉아있으니 말이다.
그러므로 영국이 탄생시킨 유명한 스파이 캐릭터, 제임스 본드를 다시 제임스 본드답게 만들기 위해선 되도록이면 배트맨, 제이슨 본 시리즈에 관여했던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는 게 좋을 듯 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아직 젊고 매우 유능한 감독이지만 '스카이폴' 덕분에 이젠 'TOO PREDICTABLE'이 되었으며, 본 트릴로지의 폴 그린그래스와 토니 길로이는 스파이 스릴러 쟝르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인 건 분명하지만 제이슨 본과 제임스 본드의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역시 곤란하다. 조금 지난 나중엔 모르더라도 지금 당장은 곤란하다.
또다른 골칫거리는 스토리다. 현재 007 제작진은 현시대에 어울리는 참신한 스파이 스릴러 스토리를 만드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지난 80년대까지만 해도 원작소설을 기초로 삼을 수 있다는 백업플랜이 있었지만, 90년대 이후부턴 원작이 모두 다 떨어지고 냉전까지 막을 내렸을 뿐만 아니라 007 시리즈 베테랑 스크린라이터마저 007 시리즈를 떠나면서 그럴 듯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데 애를 먹었다. 90년대 이후 스토리가 과거의 007 시리즈를 비슷하게 흉내낸 수준에 그쳤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크레이그로 본드가 교체된 이후엔 원작소설 '카지노 로얄'을 영화로 옮기면서 다시 과거의 전성기 명성을 되찾는 듯 했으나, '콴텀 오브 솔래스'와 '스카이폴'의 스토리는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콴텀 오브 솔래스'는 스크린라이터 파업 여파였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미적지근했고, '스카이폴'은 엉뚱하거나 설득력이 떨어지는 허점이 많은 플롯이 쓴웃음을 짓게 했다. 얼마 전에 '스카이폴'의 허점 많은 플롯 문제를 꼬집은 동영상이 유투브에 올라오기도 했다. 진짜로 묵직하고 진지한 느낌을 주는 제임스 본드 영화를 만들겠다면 '스카이폴' 수준의 스크립트론 어림도 없다. '스카이폴' 제작진은 어둡고 무거운 전반적인 톤과 스타일리쉬함을 섞어보려 했으나 결과가 영 신통치 않았다.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는 알 수 있었으나, 방법과 방향 등 여러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
'본드24'에선 이 문제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사실 이것이 지난 90년대부터 007 시리즈를 괴롭혀온 만성적인 문제다. 과거의 007 시리즈를 비슷하게 흉내내기가 아니면 남의 영화를 모방하거나 007 시리즈에 어울리지 않는 스토리가 자꾸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작소설의 도움 없이 007 시리즈에 어울리는 제임스 본드 어드벤쳐다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007 제작진의 골칫거리를 살짝 짚어보자. 원작소설을 기초로 한 영화를 다시 만들려면 리메이크를 하는 셈이 되므로 곤란하고, 과거의 007 시리즈에서 즐겨 사용했던 범죄조직 스펙터(SPECTRE)를 다시 사용하고 싶어도 골치아픈 법률 문제 때문에 사용하기 힘들고, 냉전을 소재로 삼고 싶어도 냉전이 끝나버렸으며, 현재 진행형인 테러와의 전쟁을 소재로 삼자니 비슷비슷한 미국산 CIA 영화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은근 슬쩍 중국을 적으로 삼고 싶어도 거대한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으므로 이것도 곤란하며, 그 바로 옆에 있는 북한을 건드리면 한국에서 피켓을 들 테니 이것도 골치아프다. 실제로,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원작소설에선 중국인과 한국인이 고약한 악당으로 묘사된 적이 있지만, 요샌 그 동네에서도 장사를 해야 하므로 과거처럼 제임스 본드를 타인종과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심한 쇼비니스트로 묘사하던 시절도 지났다. 제이슨 본 시리즈는 적을 외부에서 찾지 않고 내부에서 찾았지만 007 시리즈는 원작소설부터 영화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작품에서 외부의 적을 상대해 왔으므로 갑자기 많은 변화를 주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콴텀 오브 솔래스'에서 본드가 CIA에 쫓기고 '스카이폴'에서 악당 실바(하비에르 바뎀)를 전직 MI6 에이전트로 설정하는 등 007 제작진도 비슷한 시도를 해봤으나, 새로운 적을 만드는 데 여전히 애를 먹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007 제작진에겐 이런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스크린라이터가 필요하다. 그저 평범한 '드라마 스토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현시대와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모두 어울리는 스파이 스토리가 필요하다. 아무에게나 비슷비슷한 007 스크립트를 쓰라고 맡길 것이 아니라 스파이 스릴러 영화와 소설을 많이 보고 읽었거나 직접 그러한 영화 또는 TV 시리즈 제작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는 스파이 쟝르 베테랑에 스크립트를 맡기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일 것이다. 스파이 픽션 작가를 고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요샌 쌔고 쌘 게 스파이 소설이며, CIA나 MI6에 근무했던 경력을 가진 작가들도 여럿 눈에 띈다. 007 시리즈도 2차대전 당시 영국 해군정보부에서 근무했던 이언 플레밍이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제임스 본드 소설 시리즈를 영화로 옮긴 것이며, 파라마운트의 '잭 라이언(Jack Ryan)', 유니버설의 제이슨 본 시리즈 등도 스파이 스릴러 베테랑 작가들에 의해 탄생한 시리즈다. 현재 미국 케이블 채널 FX에서 방영 중인 '아메리칸(The Americans)'도 전직 CIA 출신 작가가 제작과 스크립트 등을 맡았으며, FOX의 인기 TV 시리즈였던 '24'에도 베스트셀러 스파이 스릴러 작가의 손길이 닿았다. 존 르 카레(John le Carre)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Tinker Tailor Soldier Spy)'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 중 하나다. 존 르 카레 역시 60년대에 MI6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있는 작가다.
물론 007 시리즈가 역사와 전통이 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원작소설이 다 떨어진 지금 그쪽 바닥 또는 그쪽 쟝르 전문가의 도움 없이 설득력 있는 현시대 스파이 스토리를 기대할 수 있겠는지 궁금하다. 1995년작 '골든아이(GoldenEye)'부터 2012년작 '스카이폴'까지 일곱 편의 90~2000년대 007 시리즈 중에서 '골든아이'와 '카지노 로얄'을 제외한 나머지 영화의 스토리가 실망스러웠는데, '카지노 로얄'은 1953년 소설을 현대판으로 재해석한 것이므로 007 제작진이 만들어낸 오리지날 스토리 중 맘에 드는 건 '골든아이' 하나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스파이 픽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썬 스크린라이터 존 로갠(John Logan)이 '본드24'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존 로갠이 '본드24'와 '본드25'의 줄거리를 또 이어지도록 만들려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으며, 이것을 다니엘 크레이그가 잘못된 정보라고 바로 잡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기대보다 불안이 앞선다. 이미 '본드24' 스토리 초안을 제작진이 훑어봤다는 보도도 나왔는데, 스파이 픽션 경험이 없는 존 로갠에게 '스카이폴'보다 나은 퀄리티의 스크립트를 기대할 수 있겠는지 의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영화감독 샘 멘데스보다 더욱 의심스러운 게 스크린라이터 존 로갠인데, 멘데스는 떠났어도 로갠은 잔류하는 듯 하므로 두고 보는 수밖에 없을 듯 하다.
상황이 이렇다면 스파이 픽션 쟝르 베테랑 영화감독을 모셔오는 게 좋을 수도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친숙한 이름은 마틴 캠벨(Martin Campbell). 마틴 캠벨은 영국의 70년대 TV 시리즈 '프로페셔널(The Professional)', 역시 영국의 80년대 TV 시리즈 '에지 오브 다크니스(Edge of Darkness)' 등 오래 전부터 스파이 픽션 또는 그와 비슷한 쟝르물의 연출을 맡아온 감독이다. 007 시리즈도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의 베스트로 꼽히는 '골든아이'와 다니엘 크레이그의 베스트로 꼽히는 '카지노 로얄'의 연출을 맡았다. 물론 샘 멘데스, 크리스토퍼 놀란 등 빅네임 영화감독에 비하면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마틴 캠벨 감독은 007 시리즈를 잘 만드는 요령을 아는 몇 안 되는 영화감독 중 하나로 보인다. 최근엔 007 제작진이 거물급 영화감독과 스크린라이터에게 일을 맡기는 습관이 새로 생긴 듯 하지만, 007 시리즈는 무조건 거물급에 맡긴다고 훌륭한 작품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요령을 아는 사람들에게 맡겨야 한다. 거물급의 손을 거치면 다소 완성도가 올라갈 수는 있어도 007 시리즈를 제대로 만드는 노우하우를 모르면 우왕좌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007 베테랑들이 거의 대부분 은퇴하거나 세상을 떠난 현시점에선 007 베테랑 영화감독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90년대 이후 지금까지 007 시리즈 영화감독이 매번 교체되고 있다. 왜 요새는 과거처럼 한 명의 영화감독이 여러 편의 007 시리즈를 연달아 맡으면서 007 베테랑이 될 기회를 잡지 못하는지 아쉬울 뿐이다. 테렌스 영(Terence Young), 가이 해밀튼(Guy Hamilton), 존 글렌(John Glen)이라고 하면 아주 대단한 영화감독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도 007 시리즈 연출을 여러 차례 맡으면서 007 시리즈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은 007 베테랑이라는 생각이 바로 들지만, 90년대 이후부턴 영화감독이 매번 바뀌다 보니 이러한 믿음이 가는 영화감독이 나오지 않고 있다. 90년대 이후 007 시리즈 연출을 두 번 맡은 유일한 영화감독이 마틴 캠벨이다. 다른 영화감독들은 한 번을 끝으로 사라졌으며, 007 시리즈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와봤자 반갑다는 소리 들을 만한 영화감독도 없는 듯 하지만...
아무튼 샘 멘데스가 '본드24'로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공식 확인되었으니, 누가 새로 메가폰을 잡는 지 지켜보기로 하자. 이번엔 좀 똑바로 했으면 좋겠다.
결국 현재로서는 마틴 캠벨이 최선일듯 합니다만... 마틴 캠벨도 좋은 스크립트가 없으면 결국 한계에 부딪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답글삭제吳공본드님 말씀대로 결국 문제는 예전의 잘 된 작품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이 세상에 없기에, 결국 마이클 윌슨이 최고 베레랑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 사람 생각이 변하지 않는한 루이스 길버트 감독 시절이나 피어스 브로스난 시절의 암흑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다이넬 크레이그와의 결별도 심각하게 고려해야할듯 하지만, 당장 흥행성적이 좋기에 흥행이 죽쑤기 전까지는 계속 갈듯 합니다.
지금 현재 필요한 진정한 영웅은 제임스 본드가 아니라, 007 프랜차이즈 자체를 수렁에서 건져줄 걸출한 새로운 감독이나 작가입니다.
만약 제가 마틴 캠벨이라면 본드24를 맡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물론 $$$이 짭짤하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겠지만, 말씀하신대로 B24 스크립트 퀄리티가 의심스러워서...
싱거운 스파이 픽션 영화가 아니라 좀 더 묵직하고 얕잡아 보기 어려운 영화를 만들겠다는 건 좋은데,
제가 볼 땐 이걸 007 제작진이 똑바로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물론 빅네임 영화인들이 제작진에 합류한 효과는 있었겠지만 이런 건 좀 웃기죠.
폴 해기스, 피터 모갠, 존 로갠, 샘 멘데스 등등... 이름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브로스난 시절 암흑기로 돌아가는 건 사실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근본적인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건 변함없으므로...
크레이그의 본드는 어딘가 어색해 보입니다. 그에게 딱 어울리는 본드 캐릭터를 아직 못 찾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뒤죽박죽된 퍼즐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야 할 것 같습니다만 누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존 로건이 이번 본드 24 접근 방식을 밝혔는데 제임스 본드의 인간적인 면을 더욱 탐구하게 될거라고 하더군요.
답글삭제존 로건은 이안 플레밍이 담대하게 묘사한 본드가 가진 공포와 취약점 그리고 스트레스 증세등은 현대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통하며 또 흥미로운 설정이라고 말했다고
[출처] 제임스 본드 24편은 [스카이폴]에 이어 제임스 본드 심리 탐구에 주력할 것이라고 합니다(사자왕 블로그)
차기 연출자는 왠지 대니 보일 감독이 맡으면 잘할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吳공본드 생각은 어떠신가요?
사실 저도 엊그제 그 FT 기사를 읽고 본드24 스크립트에 대한 추가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답글삭제간단하게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007 시리즈에서 본드의 내면이 차지하는 비중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존 로갠의 얘기는 본드 캐릭터를 보다 더 인간적인 캐릭터로 묘사하겠다는 얘기가 됨과 동시에,
반대로 뒤집으면 스파이 픽션에 적합한 스토리가 아니라 다른 걸로 승부하겠단 얘기로도 들립니다.
일단 스파이 픽션에 어울림직한 메인 스토리부터 먼저 마련해 놓고 나서,
본드의 내면묘사, 심리묘사 등은 나중에 논하는 게 올바른 순서라고 봅니다.
내면 심리묘사 같은 건 일단 메인 스토리가 제대로 마련되면 얼마든지 어렵지 않게 보탤 수 있는 것들이죠.
일단 스토리가 제대로 준비된 이후에 본드가 고뇌하고 갈등하는 드라마틱한 부분을 보태는 건 그리 어렵지 않죠.
그러므로 존 로갠의 FT 인터뷰 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메인 스토리는 진부하거나 보잘 것 없어도 본드의 내면심리 묘사만 제대로 하면 되는 건 아니죠.
가장 중요한 건 스파이 픽션에 어울리는 스토리를 쓰는 거지 드라마틱하게 꾸미는 건 부차적인 문제죠.
대니 보일 얘기가 몇 년전에도 나온 적이 있습니다만, 저는 그다지...
최근엔 가이 리치 얘기도 나오던데 이 양반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좀 말이 고와지셨네
답글삭제키드립 나이드립 외모드립 어깨 쳐진드립
배우 무시하는 스킬이 작렬하시더만
말이 고와졌다고? 글쎄, 그대로인 것 같은데...?
삭제별 것 아닌 것 가지고 발끈거리다가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이제 좀 바로 보이는 게 아닐까?
아, 이 포스팅에선 다니엘 크레이그 얘기가 없으니까 고와진 것처럼 보이나 보지?ㅋㅋㅋㅋ
배우 무시? 그게 배우 무시하는 걸로 보이면 뭐 아직도 잘 안 보이는 듯...ㅋ
캐릭터 논하는데 영화배우 무시했다고 날뛸 정도로 배우밖에 안 보이는...
논리적인 반박이 안 되면 몇달며칠이고 욕지거리 하며 똑같은 소리 칭얼칭얼대는...
공본드리님은 어떤 감독이 했으면 좋겠어요?ㅋ
답글삭제이미 정해져서 별 관심 없지만 지켜보는 감독들이 있긴 있죠...ㅋ
삭제굳이 몇몇 소개해 보자면... 며칠 뒤 개봉할 잭 라이언을 연출한 케네스 브레너,
스파이 영화 시크릿 서비스 연출을 맡은 매튜 본,
비영국인 감독 중에선 덴마크의 니콜라스 윈딩(빈딩?) 레픈이 왠지 잘 할 것 같고...
뭐니뭐니해도 가장 무난해 보이는 이름은 마틴 캠벨... 제 2의 테렌스 영으로 불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