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2일 일요일

'위대한 개츠비', 별로 위대하지 않았다

1920년대 광란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가 미국서 개봉했다. 미국 소설가 프랜시스 스캇 피츠제럴드(Francis Scott Fitzgerald)의 유명한 동명소설을 영화로 옮긴 로맨틱 드라마가 일반 버전과 3D 버전으로 개봉했다.

이전에도 로맨틱 드라마가 3D 버전으로 개봉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2013년작 '위대한 개츠비'는 일반 버전과 3D 버전으로 개봉했다.

로맨틱한 러브 스토리로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로맨틱 드라마가 3D 버전으로도 개봉했다면 비쥬얼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 게 분명해 보였다. 또한, 레오나도 드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캐리 멀리갠(Carrie Mulligan), 토비 매과이어(Tobey Maguire), 조엘 에저튼(Joel Edgerton), 엘리자베스 데비키(Elizabeth Debicki) 등 출연진도 화려했다. 뿐만 아니라 사운드트랙에도 Jay-Z, 라나 델 레이(Lana Del Ray), 잭 화이트(Jack White), 플로렌스 앤 더 머신(Florence + the Machine) 등 친숙한 뮤지션들의 곡이 다수 포함됐다.

그렇다면 '위대한 개츠비'는 아주 스타일리쉬한 로맨틱 드라마였을까?


의상, 음악, 스테이지 디자인 등등 영화의 스타일리쉬한 면만 놓고 따지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파티를 즐기는 1920년대 사람들과 현대 음악이 교차하고,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 입은 화려한 여성들이 화려한 무대에서 춤을 추는 등 비쥬얼과 스타일 면엔 후한 점수를 줄 만하다.

그러나 '스타일리쉬한 로맨틱 드라마'로써는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왜냐, 화려한 비쥬얼과 스타일리쉬한 파티 씬 등을 제외하면 남는 게 없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로미오와 줄리엣(Romeo + Juliet)', '물랑 루즈(Moulin Rouge!)' 연출을 맡았던 호주 영화감독 배즈 루어맨(Baz Luhrmann)의 2013년작 '위대한 개츠비'는 제목을 '위대한 비쥬얼'로 바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쥬얼과 스타일만 눈에 띄는 영화였다.

물론 스타일리쉬해서 나쁠 건 없다. 문제는 스타일리쉬한 것 하나가 전부인 영화가 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배즈 루어맨의 '위대한 개츠비'는 영화 초반에 나오는 화려한 파티 씬과 음악이 나올 땐 그런대로 볼 만하다가 제이 개츠비(레오나도 디카프리오)와 데이지(캐리 멀리갠)의 러브 스토리로 영화 줄거리가 이동하면서부터 바로 지루해졌다. 화려한 파티보다 개츠비와 데이지의 러브 스토리가 주가 되어야 정상이었겠지만, 이상하게도 배즈 루어맨의 '위대한 개츠비'는 '쇼'가 전부인 영화처럼 보였다.

너무나도 유명하고 어지간 한 사람들이 다들 한 번쯤 책으로 읽은 적이 있는 친숙한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영화로 옮긴 만큼 이미 다 아는 이야기를 다시 봐도 재미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위대한 개츠비'는 비쥬얼과 스타일에만 공을 들였을 뿐 스토리텔링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스토리더라도 약간 색다르면서도 흥미롭게 즐길 수 있도록 영화로 옮겼으면 좋았겠지만, 배즈 루어맨의 '위대한 개츠비'는 똑같은 스토리가 밋밋하게 반복되는 것이 전부였을 뿐 재미가 없었다. 비쥬얼과 스타일만으로 승부하려 했지 스토리는 뒤로 밀어놓은 듯 했다.

이렇다 보니 영화가 중반을 지나자 지루함이 슬슬 밀려오기 시작했다. 영화 초반의 화려한 파티 씬 이후부터 지극히도 평범한 드라마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유명한 영화배우들도 여럿 출연했고 영화의 분위기도 화려하고 스타일리쉬했지만 느껴지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감동이나 여운 같은 것도 없었다. 로맨틱 드라마라면 로맨틱한 데가 있어야 하겠지만, '위대한 개츠비'에선 로맨틱한 씬을 찾아 보기 어려웠다. 억지로 꾸민 듯한 로맨스 씬이 더러 있었으나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드라마틱한 파트도 찾아 보기 어려웠다. 배경음악이 흐르는 나름 스타일리쉬해 보이는 씬들도 더러 있었지만 평범한 뮤직 비디오의 한 장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가 등장하는 영화인 데도 개츠비와 데이지의 안타까운 사연 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차라리 지난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현대판으로 재해석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배즈 루어맨과 레오나도 디카프리오가 지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함께 한 적이 있으므로 한편으론 오히려 반복되는 느낌을 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다른 한 편으론 '위대한 개츠비'를 영화화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므로 약간이나마 색다른 분위기를 풍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이전에 먼저 만들어진 '위대한 개츠비' 영화 이야기를 하자니 로버드 레드포드(Robert Redford)가 개츠비 역을 맡았던 1974년 영화가 생각난다. 레드포드의 개츠비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어서 인지 '만약 디카프리오 대신 브래드 핏(Brad Pitt)을 개츠비로 캐스팅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나이가 너무 많은가?

그래도 디카프리오는 여전히 핸썸했고 캐리 멀리갠도 여전히 귀여웠다. 조단 역을 맡은 엘리자베스 데비키에게서도 시선을 떼기 어려웠다. 또한, 파티 씬은 화려했으며 음악은 흥겨웠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배즈 루어맨의 '위대한 개츠비'는 미남미녀 주인공과 화려하고 스타일리쉬한 분위기 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텅 빈 영화였다. 힙합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예고편을 보면서 '스타일리쉬한 영화라는 것은 알겠는데 혹시 그게 전부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었는데, 역시나 '위대한 개츠비'는 그런 간지러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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