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8일 일요일

디지털 영화 판매 시작한 오프라인 스토어 증가 - 디지털이 대세?

디즈니의 여름철 블록버스터 '아이언 맨 3(Iron Man 3)'가 미국에서 디지털 HD로 선행 발매됐다. 미국에서 디지털 포맷이 디스크 포맷보다 먼저 출시되는 건 이제 더이상 뉴스 거리도 아니지만, '아이언 맨 3'도 디지털 포맷이 디스크 포맷보다 3주 먼저 출시되었다.

헐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디지털 포맷을 디스크 포맷보다 먼저 출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디지털 포맷을 미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에선 디지털 포맷 선행 발매 뿐만 아니라 영화 티겟 값에 디지털 포맷까지 포함시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나중에 디지털 포맷으로 출시되면 자동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이벤트를 벌인 적도 있다. 워너 브러더스는 캐나다에서 25 캐나다 달러에 '퍼시픽 림(Pacific Rim)' 영화 티켓과 디지털 포맷을 동시에 판매했으며, 파라마운트도 미국에서 '월드 워 Z' 영화 티켓 + 디지털 포맷 + 3D 안경 + 포스터를 50달러에 묶은 패키지를 선보인 바 있다. 유니버설도 애니메이션 '디스피커블 미 2(Despicable Me 2)' 완구를 구입하면서 '디스피커블 미 2' 디지털 포맷까지 동시에 예약 구입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이렇듯 아직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디지털 포맷 영화가 오프라인 영화관과 대형마트 등에서 패키지 상품으로 판매 중이다. 온라인에서야 디지털 포맷을 끼워 파는 게 이상할 게 없겠지만, 이젠 오프라인에서도 디스크 포맷이 아닌 디지털 포맷을 포함시킨 패키지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와 함께 디지털 영화를 판매하는 온라인 무비 스토어도 늘고 있다.

미국에서 디지털 포맷 영화 + TV 시리즈 판매 점유율이 거진 70%에 달하는 애플의 아이튠스, 아마존닷컴, 구글 플레이 등 이미 널리 알려진 디지털 무비 스토어 뿐만 아니라 월마트(Wal-Mart), 베스트 바이(Best Buy) 등 오프라인 스토어들도 디지털 무비 스토어를 새로 개설했다.

아래 이미지는 최근에 디지털 포맷으로 출시된 '아이언 맨 3'를 판매 중인 아이튠스, 아마존닷컴, 구글 플레이.




아래 이미지는 대형 전자제품 스토어 베스트 바이의 디지털 무비 스토어 '씨네마 나우(Cinema Now)'.


아래 이미지는 월마트의 디지털 무비 스토어 '부두(Vudu)'.


또다른 오프라인 스토어 중 하나인 타겟(Target)도 디지털 다운로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타겟 티켓(Target Ticket)'으로 명명된 타겟의 새로운 디지털 스토어는 여러 다른 디지털 무비 스토어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버전 영화와 TV 시리즈를 판매 또는 대여하는 서비스를 할 예정이며, 현재 베타 테스트 중이다.


월마트, 베스트 바이, 타겟은 물론 온라인 스토어도 있지만 미국 전역에 체인점을 둔 대형 오프라인 스토어로 유명하다. 이들은 DVD, 블루레이 등을 파는 곳이지 디지털 포맷 영화를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 모두 현재 미국에서 디지털 포맷 영화와 TV 시리즈를 판매 중이거나 할 예정에 있다.

DVD와 블루레이를 팔던 오프라인 스토어들이 디지털 무비 스토어를 개설하자 매장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왔다. 영화 디스크를 판매하는 섹션이 갈수록 작아지는 것이다. 영화 디스크를 판매하는 오프라인 스토어에 가보면 영화 섹션이 과거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되고 DVD와 블루레이를 구별해 진열하지도 않은 곳이 수두룩하다. 최신 출시작들만 눈에 잘 띄는 곳에 따로 배치되어 있고 나머지 타이틀은 비좁아진 영화 섹션에 DVD와 블루레이가 한데 뒤섞여 있다. FYE 스토어처럼 매장 크기가 과거의 1/4 수준으로 작아진 것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요즘엔 오프라인 대형 스토어에서 디스크 포맷 영화를 구입하는 게 과거처럼 순조롭지 않다.

물론 오프라인에서 구입하기 어려우면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다른 볼 일로 오프라인 스토어에 갔다가 우연히 영화 디스크를 구입하게 되는 경우를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다른 일로 갔다가 영화까지 함께 구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제품 스토어나 대형 마트 등에 가면 버릇처럼 한 번쯤 영화 섹션을 훑어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젠 그런 재미가 줄었다. 스토어 입구에 주로 배치된 최신 출시작 코너를 제외한 나머지 영화 섹션은 재고 정리하는 인상만 들 뿐 볼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영화 섹션은 항상 한산하다.

요즘 디지털 유저들은 DVD나 블루레이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을 "Old-School Method"라 부르고 있다. 한마디로 구식이라는 것이다. 음반시장에서 MP3가 CD를 대체했듯이 홈비디오 시장에서도 디지털 포맷이 디스크 포맷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증거다.

디지털 포맷의 최대 매력은 사용이 편리하다는 점이다. 앉은 자리에서 원클릭으로 영화를 구입해 바로 감상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샌 스마트폰, 태블릿, 게임 시스템 등 디지털 포맷 영화를 볼 수 있는 기기들이 다양할 뿐 아니라 TV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해주는 로쿠(Roku), 구글 크롬캐스트(Chromecast), 애플 TV 등 스트리밍 플레이어도 크게 부담 안 되는 가격에 구입 가능하다. 또한 일반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Tivo DVR로도 넷플릭스(Netflix), 아마존 인스턴트 비디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또다른 매력 포인트는 비용 절감이다. 로이터는 'How to cut the cable cord and watch TV now'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인터넷을 포함한 TV 케이블 사용료로 한달에 150달러씩 꼬박꼬박 내던 버지니아 주 가족이 케이블을 끊고 스트리밍 플레이어 로쿠를 구입한 뒤 가입형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훌루 플러스(Hulu Plus)로 한달 사용료 15달러에 모든 영화와 TV 시리즈를 볼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인터넷 + TV 케이블을 패키지로 신청할 경우 한달 사용료가 100달러를 초과하므로 보다 저렴하게 홈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물론 케이블을 끊고 스트리밍으로 대신하는 방법으론 로컬 TV와 라이브 케이블 프로그램을 볼 수 없지만, 지출을 줄이는 게 목적이라면 로컬 TV는 안테나, 뉴스는 인터넷 등으로 아쉬운대로 대신할 수 있다. 그대신 넷플릭스와 훌루 플러스 등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방대한 양의 영화와 TV 시리즈를 즐길 수 있으므로 다른 건 몰라도 '홈 엔터테인먼트' 부분에선 원하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관련 포스팅: 드디어 케이블 TV를 끊었다!)


이런 판국에 디지털 포맷은 음질, 화질 등이 떨어진다는 퀄리티 비교가 소비자들에게 효과가 있을 리 없다. 편리하고 저렴한 방법으로 영화를 보고 즐길 수 있으면 그것으로 그만이지 홈 엔터테인먼트에 그 이상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디지털로 보든 디스크로 보든, 스마트폰으로 보든 HDTV로 보든 영화를 볼 수만 있으면 되지 이것저것 따질 필요가 없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홈 엔터테인먼트는 홈 엔터테인먼트일 뿐 엄청나게 고상하게 영화감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편리'와 '저렴' 앞에 '퀄리티'가 설 자리가 없어졌다. 따라서 MP3가 CD보다 음질이 떨어지는 걸 잘 알면서도 대다수가 지금 모두 군소리 않고 MP3를 즐겨 듣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도 머지않아 결국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미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디지털 포맷이 버티고 있는 한 디스크 포맷이 과거처럼 홈 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매체가 되긴 불가능할 듯 하다. 블루레이 이후 더 높은 퀄리티의 새로운 디스크 포맷이 또 나온다 해도 편리한 디지털 다운로드에 맛들인 소비자들을 다시 구식의 디스크 구입 쪽으로 되돌려놓기 어려울 것 같아서다. 여전히 CD 음반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어도 디스크로 음악을 구입하던 시대가 지난 것처럼 느껴지듯이 영화도 같은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디스크 포맷 영화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대세는 디지털 쪽으로 기울었다. 헐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도 디지털 포맷을 디스크 포맷보다 몇 주 앞서 출시하고 있으니 모든 홈 엔터테인먼트를 디지털 포맷으로 구입하게 되는 날도 머지 않은 듯 하다.

헐리우드 스튜디오들은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디지털 포맷으로 일원화되다시피 하면 상당히 아쉽고 쓰릴 것이다. 왜냐, 과거처럼 똑같은 영화를 콜렉터 에디션, 스페셜 에디션, 디렉터 에디션, 애니버서리 에디션, 닝기미 에디션 등등 이름을 붙여가며 디스크 포맷으로 재발매하던 더블, 트리플 디핑 상술을 부리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젠 그렇게 돈 벌던 시절은 지났다. 하지만 크게 염려할 건 없다. 헐리우드 스튜디오의 상술을 잘 알면서도 새로운 에디션이 나올 때마다 꼬박꼬박 디스크 포맷으로 구입하는 특정 영화 팬들은 어디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전체의 모든 홈 엔터테인먼트 소비자들을 상대하지 못하고 일부 특정 소비자들만 상대하게 되면서 스케일이 작아진 건 사실이겠지만, 특정 영화 팬들과 무비 콜렉터들은 계속해서 디스크 포맷을 구입할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저렴한 가격대에 수집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는 근사한 구성과 패키징의 디스크 상품을 내놓으면 된다. 지난 2000년대처럼 디스크 포맷이 홈 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시대가 다시 오진 않겠지만 수집, 소장 목적으로 디스크 포맷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적지 않을 것이므로 디지털 포맷에 점유율을 내주기만 할 게 아니라 디스크 포맷은 영화 팬과 무비 콜렉터를 공격적으로 겨냥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게 어떨까 싶다. 지나치게 푸짐하고 가격이 비싼 박스세트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신경을 더 쓰고 정성을 쏟으면 저렴한 가격대에서도 구입욕을 일으킬 만한 디스크 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텅빈 케이스에 디스크 달랑 하나 들어간 무성의한 패키징으론 곤란하다. 디스크에 수록된 보너스 콘텐츠만으론 더이상 시선을 끌기 어렵다. 그러한 보너스 콘텐츠들은 디지털 포맷 구입시에도 보너스로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디스크 포맷은 디지털 포맷으로는 불가능한 화보, 책자, 완구 등을 패키지에 넣으면서 특정 영화 팬과 무비 콜렉터들의 시선을 잡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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