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9일 월요일

팀은 피츠버그 스틸러스, 스코어는 피츠버그 파이리츠

AFC의 전통적인 강호 중 하나로 꼽히는 피츠버그 스틸러스(Pittsburgh Steelers)가 홈에서 벌어진 2013년  NFL 시즌 오프너에서 확실하게 죽을 쒔다. 스틸러스가 홈에서 테네시 타이탄스(Tennessee Titans)와 시즌 오프너를 갖는다면 스틸러스의 승리를 점친 사람들이 많았을 테지만, 정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라스 베가스 라인에서 6점 언더독이던 타이탄스가 피츠버그 홈에서 스틸러스를 16대9로 가볍게 누르고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아, 물론 16대9로 이겼다니까 그리 가볍게 이긴 것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점수 차가 얼마 나지 않았으니 막상막하의 아슬아슬한 접전을 벌인 게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틸러스가 경기 종료 직전에 터치다운을 하기 전까지 달랑 2점을 득점하는 데 그쳤다고 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 스틸러스 오펜스는 경기 종료 직전 마지막 순간에 터치다운을 하나 할 때까지 경기 내내 득점을 하지 못했다. 경기 종료 2분 30초를 남겨놓았을 때까지 스틸러스 오펜스는 득점을 하는 데 실패했다.

그래도 경기의 첫 득점은 스틸러스가 했다. 스틸러스는 경기가 시작하기 무섭게 3초만에 득점에 성공했다. 왜냐, 오프닝 킥오프를 받은 타이탄스 킥 리터너가 엔드존 라인을 밟은 상태에서 공을 받았으면서도 엔드존에서 터치백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엔드존 안에서 공을 받고 닐 다운을 하면 터치백이지만 엔드존 밖에서 공을 받았으면 싫든 좋든 앞으로 뛰어나가야 한다. 그러나 타이탄스 킥 리터너는 자신이 엔드존 밖으로 나갔던 사실을 몰랐는지 공을 받고 엔드존 안에서 닐 다운을 했다.

결과는 세이프티.

시즌 오프너 경기였던 만큼 여러모로 준비가 덜 되고 몸이 안 풀린 선수들이 크고 작은 실수를 한 건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킥오프가 세이프티로 연결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처음 본 듯 하다.




테네시 타이탄스가 경기 시작하기 무섭게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실점을 하는 것을 보니 피츠버그 스틸러스가 홈에서 가볍게 시즌 첫 승을 올리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했듯이 스틸러스는 경기 종료 2분 30초를 남겨놓았을 때까지 2점이 전부였다.

1쿼터엔 스틸러스 공격이 비교적 순조롭게 풀리는 듯 했다. 그러나 스틸러스의 주전 센터 마키스 파운시(Maurkice Pouncey)를 무릎 부상으로 잃으면서 분위기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파운시는 이 부상으로 2013년 시즌을 접게 됐다. 그래도 스틸러스 오펜스는 별 이상이 없이 레드존 깊숙히까지 전진해 들어갔다. 터치다운 가능성이 높아 보였으며, 못해도 필드골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그러나 스틸러스 러닝백 아이잭 레드맨(Issac Redman)의 펌블을 하면서 득점에 실패했다. 엔드존 코앞까지 갔다가 펌블로 득점에 실패한 것이다.

▲카트에 실려 나가는 마키스 파운시

▲아이잭 레드맨 펌블 순간

▲레드맨이 흘린 공을 엔드존에서 리커버한 타이탄스 수비

펌블로 득점 기회를 날린 이후부터 스틸러스 오펜스가 본격적으로 풀리지 않기 시작했다. 러닝 공격은 꽉 막혔고 패싱 공격도 풀리지 않았다. 테네시 타이탄스의 호수비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피츠버그 스틸러스 오펜스가 이토록 무기력해 보일 것으로는 예측하지 못했다.

해프타임 스코어는 타이탄스 7, 스틸러스 2. 풋볼 스코어로는 상당히 낯설게 보인다. 7대2는 야구 스코어지 풋볼 스코어로 보이지 않는다.

피츠버그 스틸러스는 타이탄스의 실수로 득점한 2점 이후 연거푸 득점에 실패했으며, 점수 차는 16대2로 벌어졌다. 스틸러스 오펜스는 홈관중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경기 종료 2분 30초를 남겨두고 터치다운을 할 때까지 득점을 하지 못했다. 경기가 다 끝나갈 때가 되어 뒤늦게 터치다운을 하나 하는 것엔 성공했으나, 의미있는 터치다운은 아니었다. 스틸러스는 더이상 추격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시즌 오프너 경기를 맥없이 끝내야 했다.

파이널 스코어는 타이탄스 16, 스틸러스 9. 파이널 스코어조차 풋볼 스코어보다 야구 스코어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스틸러스의 문제는 시즌 오프너 경기에서 한심한 졸전을 펼친 데서 그치지 않는다. 스틸러스가 쉽게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타이탄스에게 홈에서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은 것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마키스 파운시를 비롯한 주요 선수 여러 명이 시즌엔딩 부상을 당했다는 점이다. 파운시 이외로 주전 라인배커 래리 풋(Larry Foote)은 바이쎕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으며, 러닝백 라로드 스티븐스-하울링(LaRod Stephens-Houling)도 시즌엔딩 무릎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틸러스 루키 러닝백 레이비언 벨(Le'Veon Bell)이 발 부상으로 시즌 오프너에 결장한 데다 아이잭 레드맨도 타이탄스 전에서 미덥지 않은 모습을 보였는데 백업 러닝백 스티븐스-하울링마저 시즌엔딩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도 걱정되는 건 시즌 오프너 경기에서 오펜스와 디펜스에서 베테랑 선수가 각각 한 명씩 시즌엔딩 부상을 당했다는 점이다. 전력 누수 없이 주전 센터  마키스 파운시와 주전 라인배커 래리 풋의 공백을 메꾸기 어려워 보여서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테네시 타이탄스가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범하며 세이프티를 내줬을 때만 해도 타이탄스가 최악의 시즌 오프너 경기를 갖는 것으로 보였다. '이보다 더 최악일 순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최악의 시즌 오프너 경기를 가진 팀은 타이탄스가 아닌 스틸러스였다. 아무리 시즌 오프너라 해도 스틸러스는 굉장히 무기력해 보였고 정규시즌 준비가 된 팀처럼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주요 선수들의 시즌엔딩 부상까지 겹쳤으니 2013년 시즌 전망이 과히 밝아 보이지 않는다.

피츠버그 스틸러스는 다음 주 월요일 오하이오 주로 이동해 디비젼 라이벌 씬시내티 뱅갈스(Cincinnati Bengals)와 경기를 갖는다. 과연 스틸러스가 시즌 오프너 졸전을 뒤로 하고 되살아나는지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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