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9일 월요일

달라스 카우보이스, 뉴욕 자이언츠의 끝없는 실수에도 힘겨운 승리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가 홈구장에서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와 경기를 가지면 '홈필드 어드밴티지'가 아니라 '홈필드 디스어드밴티지'라는 우스겟 소리가 생겼을 정도로 카우보이스는 2009년 문을 연 새로운 홈구장에서 자이언츠만 만나면 4전4패였다. 한 두 번 정도는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넘어갔으나 4년 연속으로 홈에서 자이언츠에게 패하다 보니 '저주'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카우보이스 구단주 제리 존스(Jerry Jones)가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저주를 풀기 위해 싸이킥이라도 찾아간 것일까?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2013년 시즌부터 카우보이스 홈구장의 이름을 바꿨다. 카우보이스 홈구장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이름이 카우보이스 스테디움이었으나 2013년 시즌부터는 AT&T 스테디움으로 변경되었다. AT&T가 스폰서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뉴욕 자이언츠가 4년 연속으로 승리했던 카우보이스 스테디움은 과거의 이름이 되었고 2013년부턴 AT&T 스테디움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스테디움의 이름을 바꾼 게 효과가 있을까?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2013년 시즌 오프너에서 뉴욕 자이언츠를 홈구장에서 꺾었다. 이름이 카우보이스 스테디움이었을 땐 4전4패였다가 AT&T 스테디움으로 이름을 바꾸자마자 뉴욕 자이언츠를 홈에서 처음으로 꺾었다.

그냥 이긴 정도가 아니었다. 자이언츠 주전 쿼터백 일라이 매닝(Eli Manning)은 카우보이스 스테디움만 오면 펄펄 날았으나  AT&T 스테디움에선 완전히 달랐다.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매닝이 AT&T 스테디움에서 던진 첫 패스가 인터셉트를 당한 것이다. 경기가 시작하고 6초만에 던진 매닝의 첫 패스가 카우보이스 디펜시브 라인맨 디마커스 웨어(DeMarcus Ware)의 품에 안겼다.

스테디움은 그대로이고 경기장 이름만 바뀐 게 전부였는데,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효과가 눈에 띄더라니까...

▲매닝의 경기 첫 패스를 인터셉트한 디마커스 웨어
아마도 싸이킥이 제리 존스에게 "스테디움 이름에 문제가 있으니 바꾸라"고 조언했나 보다.

카우보이스 스테디움의 왕자였던 일라이 매닝은 새로 이름을 바꾼 AT&T 스테디움에선 인터셉션을 세 차례나 당하면서 카우보이스의 새 홈구장이 문을 연 이래 처음으로 1패를 기록했다.

이 바람에 휴대폰을 AT&T에서 다른 업체로 옮기려던 계획도 일단 보류...ㅡㅡ;

그 이유는 바로 ↓↓↓


그러나 깔끔한 승리는 아니었다. 일라이 매닝이 인터셉트를 세 차례나 당하는 등 자이언츠가 모두 여섯 차례나 턴오버를 범했는데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경기였다. 오락성만 놓고 본다면 후한 점수를 줄 수 있겠지만, 경기 내용면에선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일라이 매닝이 이끄는 자이언츠 오펜스는 경기가 시작하기 무섭게 인터셉션을 하나 기록하더니 세 차례 내리 턴오버를 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우보이스 오펜스는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필드골을 2개 차는 데 그쳤으며, 인터셉션 귀신(?)이 일라이 매닝에서 카우보이스 쿼터백 토니 로모(Tony Romo)에게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는지 로모까지 인터셉트를 당하면서 자이언츠에 필드골을 내주기까지 했다. 자이언츠의 3연속 턴오버를 터치다운으로 연결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카우보이스까지 턴오버 파티에 조인하면서 되레 실점까지 한 것이다.

그렇다. 실수를 연발한 뉴욕 자이언츠 뿐만 아니라 달라스 카우보이스 역시 샤프해 보이지 않았다.

카우보이스 디펜스와 스페셜 팀은 인터셉션 3개와 펌블 3개 등 합계 6개의 턴오버를 만들면서 맹활약했다. 작년 시즌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턴오버 만들기와는 인연이 없어 보였으나, 2013년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경기 시작부터 턴오버로 시작해서 마지막까지 턴오버로 장식할 정도로 턴오버 전문가로 다시 태어난 듯 했다.

▲4쿼터에 일라이 매닝의 패스를 인터셉트해 터치다운하는 브랜든 카

▲세 번째 인터셉션이자 여섯 번째 턴오버를 범하고 고개 숙인 일라이 매닝

그러나 일라이 매닝은 카우보이스 디펜스를 상대로 여전히 400야드 이상을 던지고 터치다운 패스 4개를 성공시켰으며 3명의 자이언츠 와이드리씨버들이 100야드 이상의 리씨빙 야드를 기록했다. 턴오버만 놓고 보면 카우보이스 디펜스가 잘한 것 같아도 실점, 야드 등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썩 만족스럽지 않다. 일라이 매닝이 우수한 쿼터백이고 자이언츠 와이드리씨버 중에 훌륭한 플레이메이커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도 턴오버를 무려 여섯 차례나 범한 팀에게 패싱야드를 400야드 이상 내주고 터치다운까지 4회나 내줬다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 자이언츠가 내준 턴오버 기회를 터치다운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다소 답답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카우보이스 오펜스에 더 큰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카우보이스 디펜스도 비록 턴오버를 여러 차례 만들긴 했어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만큼 인상적이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차했으면 카우보이스는 턴오버 배틀에선 이기고 경기에선 패할 뻔 했다. 턴오버를 여섯 차례나 범한 자이언츠가 경기 종료를 몇 초 앞두고 온사이드 킥을 시도할 정도로 마지막 순간까지 역전 기회가 살아있었다는 건 달라스 카우보이스 공-수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자이언츠가 경기를 3연속 턴오버로 시작했으면 카우보이스는 점수 차를 크게 벌리며 일방적인 압승을 거뒀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카우보이스 오펜스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디펜스는 자이언츠에 야드와 점수를 너무 많이 내줬다. 턴오버를 여섯 번이나 범한 팀과 이렇게 아슬아슬한 경기를 하면 앞으로 힘든 경기를 어떻게 이길 것인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물론 시즌 오프너라서 몸이 덜 풀렸을 수도 있는 만큼 아직은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닌 듯 하지만 빨리 나사를 조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달라스 카우보이스 역시 뉴욕 자이언츠 못지 않게 정규시즌 준비가 덜 된 나사가 풀린 팀처럼 보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선수 없이 시즌 오프너를 마쳤다는 점이다. 카우보이스 주전 쿼터백 토니 로모, 주전 코너백 모리스 클레이본(Morris Claiborne), 주전 와이드리씨버 데즈 브라이언(Dez Bryant) 등 공수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드러눕는 아찔한 순간이 있었으나 모두 경기에 복귀했으므로 메이저 부상은 면한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시즌 오프너에서 얻은 건 메이저 부상 없이 시즌 첫 경기를 마쳤다는 점과 새로운 홈구장에서 5년만에 처음으로 자이언츠를 꺾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또한, 공격적으로 턴오버를 만든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작년 시즌보다 강해진 것 같았다. 중요한 순간 자이언츠의 전진을 차단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썩 만족스럽진 않았어도 익사이팅해진 카우보이스 디펜스에 기대가 간다. 불안한 모습이 더러 보였지만 앞으로 안정되리라 기대해 본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다음 주 미저리 주로 이동해 캔사스 시티 칩스(Kansas City Chiefs)와 경기를 갖는다. 캔사스 시티 칩스 헤드코치가 달라스 카우보이스를 잘 알고 있는 전직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lges) 헤드코치 앤디 리드(Andy Reid)이므로 쉽지 않은 재미있는 경기가 될 듯 하다.

뉴욕 자이언츠는 다음 주 뉴욕 홈에서 덴버 브롱코스(Denver Broncos)와 경기를 갖는다. 형님 매닝과 동생 매닝이 맞붙는 '매닝 보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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