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5일 화요일

기억에 남는 소치 동계 올림픽 순간들 (1)

러시아 소치에서 열렸던 동계 올림픽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종목을 하나만 꼽아보라고 한다면 "슬롭스타일(Slopestyle)"이 될 듯 하다. 동계 올림픽 종목으로 이번에 처음 채택된 슬롭스타일은 대회 첫 날부터 예선전이 열리면서 시선을 사로잡았다. 물론 전통적인 동계 올림픽 스포츠와 겨울철 익스트림 스포츠가 섞이는 것을 탐탁치 않아 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전적으로 심판의 채점에 의해 메달 색깔이 결정되는 방식의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동계 올림픽에서 가장 재밌고 익사이팅한 종목들이 해프파이프, 스노우보드 크로스 등 주로 익스트림 스타일 종목인데 이번에 또 하나의 익사이팅한 슬롭스타일이 추가되었다며 반기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하지만 굉장히 위험해 보이는 순간들도 여러 차례 있었다. 소치 동계 올림픽의 기억에 남는 순간들에도 슬롭스타일 경기에서 발생한 크래쉬(Crash)가 낀다.

그 중 하나는 대회 첫 날 벌어졌던 여자 스노우보드 슬롭스타일 예선전에서 노르웨이 선수가 낭패를 당하던 순간이다. 불운한 노르웨이 여자 선수는 점프를 하며 공중에 떴다가 스노우보드가 아닌 상체로 떨어졌다. 다이빙을 한 것처럼 상체가 먼저 떨어진 것이다.

경기를 중계하던 미국 NBC 아나운서는 이렇게 말했다:

"She just takes a full impact up close and personal with Mother Russia..."





이미지만으로는 노르웨이 선수가 얼마나 세게 떨어졌는지 실감이 잘 안 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노르웨이 선수의 추락 순간을 비디오로 보자. 보기만 해도 뼈가 시리다.


다행히도 노르웨이 선수는 별다른 큰 부상이 없는 듯 스스로 일어나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슬롭스타일 크래쉬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며칠 뒤엔 체코 여자 선수가 눈 위에 쭉 뻗었다.

체코 선수가 쭉 뻗은 이유는 넘어지면서 머리를 세게 부딪쳤기 때문이다. 착지하다 미끄러지면서 머리를 세게 부딪친 체코 선수는 순간 의식을 잃은 듯 누운 자세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의료진이 급히 달려갔으나 눈 위에 누워있던 체코 선수는 곧 일어나 앉더니 깨진 헬멧을 쓴 채 생글생글 웃으며 스노우보드를 타고 엔드존까지 내려갔다.








그렇다면 체코 선수의 크래쉬 랜딩 장면을 비디오로 보자.


다행히도 체코 선수는 별다른 큰 부상을 입지 않은 듯 했으며, 다음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깨진 헬멧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Sarka Pancochova라는 이름을 가진 이 체코 선수는 스노우보드 슬롭스타일에 이어 해프파이프에도 출전했다.



여러 스노우보드 종목에 출전한 선수는 판코초바 하나가 전부가 아니다.

지난 밴쿠버 동계 올림픽 여자 스노우보드 해프파이프 금메달리스트인 호주 선수 토라 브라이트(Torah Bright)는 소치 올림픽에서 그녀의 주종목 스노우보드 해프파이프 뿐만 아니라 스노우보드 슬롭스타일, 스노우보드 크로스에도 출전했다.



피곤하다면서도 즐거워 어쩔 줄 모르는 토라 브라이트는 지치고 피곤해도 놀이공원의 탈 것을 모두 타려 하는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이쯤 돼면 응원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다.

동계 올림픽 선수들 중 가장 쿨한 친구들이 스노우보더들인데 토라 브라이트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토라 브라이트는 슬롭스타일과 스노우보드 크로스에선 메달을 따지 못했다.

그 대신 그녀의 주종목인 스노우보드 해프파이프에선 은메달을 땄다. 지난 밴쿠버에 이어 2연패 달성을 하진 못했지만 소치에서도 메달을 따냈다.


▲왼쪽부터: 여자 스노우보드 해프파이프 금, 동, 은메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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