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키퍼 서덜랜드(Kiefer Sutherland) 주연의 액션 스릴러 시리즈 '24'가 지난 2010년 시즌 8로 끝난 줄 알았을 것이다. TV 시리즈를 접고 빅 스크린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24' 영화제작설이 종종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제작은 구체화되지 못했으며, 제작진은 그 대신 12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리미티드 시리즈 '24: 리브 어나더 데이(Live Another Day)'를 2014년 여름 선보이면서 극장가를 서성이던 잭 바우어를 다시 TV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어느덧 FOX의 '돌아온' TV 시리즈 '24: 리브 어나더 데이'도 막을 내렸다.
4년만에 TV로 다시 돌아온 '24' 시리즈가 일단 반가웠던 것은 사실이다. '홈랜드(Homeland)', '아메리칸(The Americans)' 등 '24'보다 리얼하고 흥미로운 스파이 시리즈들도 있었지만 '테러리스트 헌터' 잭 바우어의 리턴은 여전히 익사이팅한 소식이었다.
또한, 단 12개의 에피소드로 굵고 짧게 끝내겠다는 아이디어도 맘에 들었다. 쓸데 없는 이야기로 에피소드 횟수만 늘리며 시간 질질 끄는 TV 시리즈를 아주 싫어하는 만큼 잡소리 지껄이지 않고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는 'Find'em, Fuck'em and Fuck Out' 스타일에 가까워진 점이 맘에 들었다. 엄청나게 복잡한 줄거리를 기대할 만한 시리즈가 아닌 만큼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본다.
도망자가 된 잭 바우어(키퍼 서덜랜드)와 해커들과 어울리던 클로이 오브라이언(매리 라이스커브)이 영국 런던에서 재회한다는 설정은 조금 억지스러워 보였지만 무대를 영국으로 옮긴 것은 나쁘지 않았다.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변화를 주면서 이전 시리즈와 차이가 나도록 설정하더라도 여전히 '24' 시리즈임엔 변화가 없을 게 분명했으므로 배경을 미국이 아닌 영국으로 옮겨 이국적인 분위기를 보태면서 좀 더 색다르게 보이도록 한 것으로 보였다.
'24: 리브 어나더 데이'의 무대가 미국에서 영국으로 바뀜과 동시에 잭 바우어를 지원하는 조직도 FBI에서 CIA로 바뀌었다. 잭 바우어가 CTU 소속으로 미국에서 테러리스트를 추적할 때엔 FBI와 공조했던 반면 영국으로 무대를 옮긴 '24: 리브 어나더 데이'에선 CIA 런던 지국 오피서 케이트 모갠(이본 스트라호브스키)과 에릭 리터(그벵가 아키나그베) 등과 함께 했다.
여기까지는 다 좋았다. 그러나 문제는 스토리였다. '24: 리브 어나더 데이'의 스토리는 그다지 새롭지도 흥미진진하지도 않았다. 007 시리즈를 꼬박꼬박 챙겨본 사람들에겐 더더욱 볼거리가 없었을 것이다. '24: 리브 어나더 데이'는 부제 뿐만 아니라 줄거리까지 007 시리즈와 매우 흡사했다.
'24: 리브 어나더 데이'는 미군의 드론을 해킹한 테러리스트들이 영국을 방문 중인 미국 대통령의 목숨과 훔친 미군 드론을 교환할 것을 요구하는 사태를 그렸다. 최근에 드론 문제가 시끄러웠던 건 사실이지만 '드론을 하이재킹한다'는 설정은 007 시리즈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 없이 당장 ABC의 인기 TV 시리즈 '캐슬(Castle)'에서도 얼마 전에 나온 바 있는 등 그다지 신선한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24: 리브 어나더 데이'의 줄거리는 드론 하이재킹에서 그치지 않고 더욱 007 시리즈를 닮아갔다. 차라리 드론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었더라면 조금 싱겁긴 해도 깔끔할 뻔 했으나 제작진은 거기에 또 다른 테러 플롯을 보태면서 미국과 중국을 이간시켜 전쟁을 일으키려는 조직을 등장시켰다. 해킹으로 드론을 하이재킹해 런던을 공격한다는 설정이 1995년 제임스 본드 영화 '골든아이(GoldeneEye)'와 비슷해 보였다면 미국과 중국간의 전쟁을 유도하려는 조직의 이야기는 1997년 제임스 본드 영화 '투모로 네버 다이스(Tomorrow Never Dies)'와 비슷했다. 또한, 드론 해킹에 사용됐던 기기에 알려지지 않았던 기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더 큰 참사가 발생하기 전에 이를 회수하기 위한 작전을 벌인다는 설정은 1981년 제임스 본드 영화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의 ATAC 회수 작전을 연상케 했다.
이렇다 보니 잭 바우어가 런던에 가더니 느닷없이 007 바람이 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24' 시리즈에 007 시리즈 스케일의 테러 플롯이 등장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작진은 조금 지나치다 싶은 테러 플롯의 문제를 미국 대통령까지 총출동시키면서 폴리티컬 드라마의 냄새를 풍기는 방법으로 덮으며 넘어가곤 했다. 007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비현실적인 테러 플롯 위에 매우 진지한 톤의 폴리티컬 드라마를 입히면서 전체적으로 그럴 듯하게 보이도록 만들곤 해왔던 것이다. 이렇게 한 게 이미 한 두 번이 아니지만 이런 수법이 '24: 리브 어나더 데이'에서도 어느 정도 먹혀들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를 쫓는 액션 스릴러 시리즈에 무게를 실어주기 위해 미국 대통령까지 나와야 할 필요가 있는지 궁금했다. 액션 스릴러와 폴리티컬 드라마를 한데 뒤섞은 시리즈가 '24'이긴 하지만, 그 아이디어 자체가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 아마도 '24' 시리즈에서 가장 맘에 들지 않는 부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시즌 8까지는 계속 이어지는 시리즈였으므로 할 수 없었다고 해도 '24: 리브 어나더 데이'에선 이전 시리즈와 약간 거리를 벌려놓으면서 폴리티컬 드라마 파트를 축소하거나 완전히 없애고 테러리스트 플롯 쪽에 많은 공을 들이는 변화를 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제작진은 이번에도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았다. 테러 공격으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은 백악관까지 올라갈 필요 없이 정보부 선에서도 충분히 리얼하게 묘사할 수 있지만 '24' 제작진은 미국 대통령까지 돌아다닐 정도로 스케일을 거대하게 키워야만 효과가 있다고 보는 듯 했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공의 미국 정부와 가공의 미국 대통령이 오히려 리얼리즘을 훼손할 수도 있다. '만약 저런 테러 사태가 실제로 발생한다면?'이라는 가정 하에서 즐기는 맛도 있지만, 가공의 미국 정부와 가공의 미국 대통령 등이 등장하면 사실적인 스파이 스릴러보다 공상과학물에 가까워 보인다는 게 문제다. 물론 미국에서 출간된 상당수의 스파이 스릴러 소설 중에 '24'처럼 'Alternate Universe'를 배경으로 삼은 소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스파이 스릴러 소설을 쓰면서 가공의 정부와 대통령의 'Alternate Universe'까지 굳이 창조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렇게 한다면 아무래도 스토리 창작에 조금 더 융통성이 생기겠지만, 썩 맘에 드는 방법이 아닌 것만은 사실이다. 톰 클랜시(Tom Clancy)의 잭 라이언 시리즈를 좋은 예로 삼을 수 있다. CIA 애널리스트로 출발했던 잭 라이언 캐릭터가 나중에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을 보면서 잭 라이언 시리즈에 흥미를 완전히 잃었던 기억이 있다. 어찌됐든 여전히 픽션일 뿐이므로 이런 부분에 별 신경을 안 쓰고 즐기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가공의 미국 정부와 대통령 등이 등장하는 스릴러 소설은 취향상 맞지 않아 피하곤 한다.
이렇다 보니 가공의 미국 대통령과 영국 총리 등이 등장하는 '24: 리브 어나더 데이'를 진지하게 보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의 전체적인 톤은 굉장히 리얼하고 진지했지만 방해가 되는 게 있었기 때문에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것은 단지 '24: 리브 어나더 데이'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이번에도 똑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계속 방해가 됐다.
'24' 시리즈에서 또 한가지 방해가 된 것은 '리얼 타임'으로 진행되는 방식이다. 리얼 타임으로 진행되는 것은 시계 틱탁 사운드와 함께 '24' 시리즈를 대표하는 특징 중 하나다. 물론 아이디어는 맘에 든다. 잭 바우어의 24시간을 24개의 1시간짜리 에피소드로 나눠 방송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지 않다. 이번 '24: 리브 어나더 데이'는 첫 12시간까지만 리얼 타임이고 남은 12시간은 바로 건너뛰면서 24시간을 채웠지만, 이전 시리즈와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문제는 에피소드 수가 24개에서 12개로 줄었는데도 12개 에피소드가 12시간으로 느껴지지 않고 12일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극중에선 12시간이 흐른 것이지만 시청자들은 12주에 걸쳐서 봐야 하기 때문에 지난 5월5일 방송됐던 첫 번째 에피소드가 극중 설정처럼 불과 몇 시간 전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FOX는 5월5일 에피소드 1과 2를 연달아 방송한 뒤 7월14일 마지막 12번째 에피소드가 방송될 때까지 11주 동안 한 주도 빼놓지 않고 매주 연속으로 방송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에피소드 1은 먼 옛날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극중에선 몇 시간 전 이야기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며칠이 지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시즌을 절반으로 축소하고 한 주도 빼놓지 않고 매주 연속으로 방송했는데도 '시간차'가 느껴지는 건 변함없었다. 이렇다 보니 아이디어는 참 맘에 들어도 차라리 24일로 바꾸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예 리얼 타임을 없애버리고 극중 시간을 알릴 때마다 시계 틱탁 사운드가 나오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지만, '24'라는 숫자를 잭 바우어 시리즈에서 떼어놓기 너무 늦었다면 24시간이 아닌 24일로 바꾸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만약 영화로 만든다면 '24'를 제목에서 빼고 '잭 바우어'를 제목으로 하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그러나 '24' 시리즈가 앞으로 계속될 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에서 '24: 리브 어나더 데이'의 시청률이 아주 좋게 나왔던 것은 아니지만, 부담이 덜 되는 12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리미티드 시리즈로 적어도 한 번 정도 더 해볼 만해 보이므로 지켜볼 일이다.
만약 '24' 시리즈가 다음 시즌으로 이어지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전체적으로 조금씩 분발할 생각을 하는 게 좋을 것이다. "24: 리브 어나더 데이'는 이런 쟝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럭저럭 재밌게 볼 수 있었겠지만 썩 잘 만들어진 TV 시리즈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무 생각없이 즐기기엔 여전히 괜찮았어도 정해진 틀에 착착 맞춰서 한 번 더 울궈먹은 것처럼 보였을 뿐 기대 이상은 아니었다. 에피소드 10으로 끝났어야 했던 시리즈가 에피소드 12까지 갔다는 느낌이 들었으니 이전보다 짧아서 아쉽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24: 리브 어나더 데이'는 아주 형편없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대단하지도 않은, 그저 고만고만한 수준의 미니 시리즈였다.
그리고 어느덧 FOX의 '돌아온' TV 시리즈 '24: 리브 어나더 데이'도 막을 내렸다.
4년만에 TV로 다시 돌아온 '24' 시리즈가 일단 반가웠던 것은 사실이다. '홈랜드(Homeland)', '아메리칸(The Americans)' 등 '24'보다 리얼하고 흥미로운 스파이 시리즈들도 있었지만 '테러리스트 헌터' 잭 바우어의 리턴은 여전히 익사이팅한 소식이었다.
또한, 단 12개의 에피소드로 굵고 짧게 끝내겠다는 아이디어도 맘에 들었다. 쓸데 없는 이야기로 에피소드 횟수만 늘리며 시간 질질 끄는 TV 시리즈를 아주 싫어하는 만큼 잡소리 지껄이지 않고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는 'Find'em, Fuck'em and Fuck Out' 스타일에 가까워진 점이 맘에 들었다. 엄청나게 복잡한 줄거리를 기대할 만한 시리즈가 아닌 만큼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본다.
도망자가 된 잭 바우어(키퍼 서덜랜드)와 해커들과 어울리던 클로이 오브라이언(매리 라이스커브)이 영국 런던에서 재회한다는 설정은 조금 억지스러워 보였지만 무대를 영국으로 옮긴 것은 나쁘지 않았다.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변화를 주면서 이전 시리즈와 차이가 나도록 설정하더라도 여전히 '24' 시리즈임엔 변화가 없을 게 분명했으므로 배경을 미국이 아닌 영국으로 옮겨 이국적인 분위기를 보태면서 좀 더 색다르게 보이도록 한 것으로 보였다.
'24: 리브 어나더 데이'의 무대가 미국에서 영국으로 바뀜과 동시에 잭 바우어를 지원하는 조직도 FBI에서 CIA로 바뀌었다. 잭 바우어가 CTU 소속으로 미국에서 테러리스트를 추적할 때엔 FBI와 공조했던 반면 영국으로 무대를 옮긴 '24: 리브 어나더 데이'에선 CIA 런던 지국 오피서 케이트 모갠(이본 스트라호브스키)과 에릭 리터(그벵가 아키나그베) 등과 함께 했다.
여기까지는 다 좋았다. 그러나 문제는 스토리였다. '24: 리브 어나더 데이'의 스토리는 그다지 새롭지도 흥미진진하지도 않았다. 007 시리즈를 꼬박꼬박 챙겨본 사람들에겐 더더욱 볼거리가 없었을 것이다. '24: 리브 어나더 데이'는 부제 뿐만 아니라 줄거리까지 007 시리즈와 매우 흡사했다.
'24: 리브 어나더 데이'는 미군의 드론을 해킹한 테러리스트들이 영국을 방문 중인 미국 대통령의 목숨과 훔친 미군 드론을 교환할 것을 요구하는 사태를 그렸다. 최근에 드론 문제가 시끄러웠던 건 사실이지만 '드론을 하이재킹한다'는 설정은 007 시리즈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 없이 당장 ABC의 인기 TV 시리즈 '캐슬(Castle)'에서도 얼마 전에 나온 바 있는 등 그다지 신선한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24: 리브 어나더 데이'의 줄거리는 드론 하이재킹에서 그치지 않고 더욱 007 시리즈를 닮아갔다. 차라리 드론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었더라면 조금 싱겁긴 해도 깔끔할 뻔 했으나 제작진은 거기에 또 다른 테러 플롯을 보태면서 미국과 중국을 이간시켜 전쟁을 일으키려는 조직을 등장시켰다. 해킹으로 드론을 하이재킹해 런던을 공격한다는 설정이 1995년 제임스 본드 영화 '골든아이(GoldeneEye)'와 비슷해 보였다면 미국과 중국간의 전쟁을 유도하려는 조직의 이야기는 1997년 제임스 본드 영화 '투모로 네버 다이스(Tomorrow Never Dies)'와 비슷했다. 또한, 드론 해킹에 사용됐던 기기에 알려지지 않았던 기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더 큰 참사가 발생하기 전에 이를 회수하기 위한 작전을 벌인다는 설정은 1981년 제임스 본드 영화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의 ATAC 회수 작전을 연상케 했다.
이렇다 보니 잭 바우어가 런던에 가더니 느닷없이 007 바람이 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24' 시리즈에 007 시리즈 스케일의 테러 플롯이 등장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작진은 조금 지나치다 싶은 테러 플롯의 문제를 미국 대통령까지 총출동시키면서 폴리티컬 드라마의 냄새를 풍기는 방법으로 덮으며 넘어가곤 했다. 007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비현실적인 테러 플롯 위에 매우 진지한 톤의 폴리티컬 드라마를 입히면서 전체적으로 그럴 듯하게 보이도록 만들곤 해왔던 것이다. 이렇게 한 게 이미 한 두 번이 아니지만 이런 수법이 '24: 리브 어나더 데이'에서도 어느 정도 먹혀들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를 쫓는 액션 스릴러 시리즈에 무게를 실어주기 위해 미국 대통령까지 나와야 할 필요가 있는지 궁금했다. 액션 스릴러와 폴리티컬 드라마를 한데 뒤섞은 시리즈가 '24'이긴 하지만, 그 아이디어 자체가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 아마도 '24' 시리즈에서 가장 맘에 들지 않는 부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시즌 8까지는 계속 이어지는 시리즈였으므로 할 수 없었다고 해도 '24: 리브 어나더 데이'에선 이전 시리즈와 약간 거리를 벌려놓으면서 폴리티컬 드라마 파트를 축소하거나 완전히 없애고 테러리스트 플롯 쪽에 많은 공을 들이는 변화를 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제작진은 이번에도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았다. 테러 공격으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은 백악관까지 올라갈 필요 없이 정보부 선에서도 충분히 리얼하게 묘사할 수 있지만 '24' 제작진은 미국 대통령까지 돌아다닐 정도로 스케일을 거대하게 키워야만 효과가 있다고 보는 듯 했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공의 미국 정부와 가공의 미국 대통령이 오히려 리얼리즘을 훼손할 수도 있다. '만약 저런 테러 사태가 실제로 발생한다면?'이라는 가정 하에서 즐기는 맛도 있지만, 가공의 미국 정부와 가공의 미국 대통령 등이 등장하면 사실적인 스파이 스릴러보다 공상과학물에 가까워 보인다는 게 문제다. 물론 미국에서 출간된 상당수의 스파이 스릴러 소설 중에 '24'처럼 'Alternate Universe'를 배경으로 삼은 소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스파이 스릴러 소설을 쓰면서 가공의 정부와 대통령의 'Alternate Universe'까지 굳이 창조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렇게 한다면 아무래도 스토리 창작에 조금 더 융통성이 생기겠지만, 썩 맘에 드는 방법이 아닌 것만은 사실이다. 톰 클랜시(Tom Clancy)의 잭 라이언 시리즈를 좋은 예로 삼을 수 있다. CIA 애널리스트로 출발했던 잭 라이언 캐릭터가 나중에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을 보면서 잭 라이언 시리즈에 흥미를 완전히 잃었던 기억이 있다. 어찌됐든 여전히 픽션일 뿐이므로 이런 부분에 별 신경을 안 쓰고 즐기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가공의 미국 정부와 대통령 등이 등장하는 스릴러 소설은 취향상 맞지 않아 피하곤 한다.
이렇다 보니 가공의 미국 대통령과 영국 총리 등이 등장하는 '24: 리브 어나더 데이'를 진지하게 보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의 전체적인 톤은 굉장히 리얼하고 진지했지만 방해가 되는 게 있었기 때문에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것은 단지 '24: 리브 어나더 데이'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이번에도 똑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계속 방해가 됐다.
'24' 시리즈에서 또 한가지 방해가 된 것은 '리얼 타임'으로 진행되는 방식이다. 리얼 타임으로 진행되는 것은 시계 틱탁 사운드와 함께 '24' 시리즈를 대표하는 특징 중 하나다. 물론 아이디어는 맘에 든다. 잭 바우어의 24시간을 24개의 1시간짜리 에피소드로 나눠 방송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지 않다. 이번 '24: 리브 어나더 데이'는 첫 12시간까지만 리얼 타임이고 남은 12시간은 바로 건너뛰면서 24시간을 채웠지만, 이전 시리즈와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문제는 에피소드 수가 24개에서 12개로 줄었는데도 12개 에피소드가 12시간으로 느껴지지 않고 12일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극중에선 12시간이 흐른 것이지만 시청자들은 12주에 걸쳐서 봐야 하기 때문에 지난 5월5일 방송됐던 첫 번째 에피소드가 극중 설정처럼 불과 몇 시간 전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FOX는 5월5일 에피소드 1과 2를 연달아 방송한 뒤 7월14일 마지막 12번째 에피소드가 방송될 때까지 11주 동안 한 주도 빼놓지 않고 매주 연속으로 방송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에피소드 1은 먼 옛날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극중에선 몇 시간 전 이야기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며칠이 지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시즌을 절반으로 축소하고 한 주도 빼놓지 않고 매주 연속으로 방송했는데도 '시간차'가 느껴지는 건 변함없었다. 이렇다 보니 아이디어는 참 맘에 들어도 차라리 24일로 바꾸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예 리얼 타임을 없애버리고 극중 시간을 알릴 때마다 시계 틱탁 사운드가 나오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지만, '24'라는 숫자를 잭 바우어 시리즈에서 떼어놓기 너무 늦었다면 24시간이 아닌 24일로 바꾸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만약 영화로 만든다면 '24'를 제목에서 빼고 '잭 바우어'를 제목으로 하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그러나 '24' 시리즈가 앞으로 계속될 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에서 '24: 리브 어나더 데이'의 시청률이 아주 좋게 나왔던 것은 아니지만, 부담이 덜 되는 12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리미티드 시리즈로 적어도 한 번 정도 더 해볼 만해 보이므로 지켜볼 일이다.
만약 '24' 시리즈가 다음 시즌으로 이어지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전체적으로 조금씩 분발할 생각을 하는 게 좋을 것이다. "24: 리브 어나더 데이'는 이런 쟝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럭저럭 재밌게 볼 수 있었겠지만 썩 잘 만들어진 TV 시리즈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무 생각없이 즐기기엔 여전히 괜찮았어도 정해진 틀에 착착 맞춰서 한 번 더 울궈먹은 것처럼 보였을 뿐 기대 이상은 아니었다. 에피소드 10으로 끝났어야 했던 시리즈가 에피소드 12까지 갔다는 느낌이 들었으니 이전보다 짧아서 아쉽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24: 리브 어나더 데이'는 아주 형편없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대단하지도 않은, 그저 고만고만한 수준의 미니 시리즈였다.
한번 진짜로 24시간말고 24일로 가봤으면 어땠을까하는 궁금증이 드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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