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9일 월요일

2014년 NFL 시즌 4째 주 가장 극적인 경기는 버케니어스 vs 스틸러스

2014년 NFL 정규시즌 4째 주 경기 중에서 가장 드라마틱했던 경기를 하나 꼽아보라고 한다면 탬파 베이 버캐니어스(Tampa Bay Buccaneers)와 피츠버그 스틸러스(Pittsburgh Steelers)의 경기라고 하겠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 종료 7초를 남겨두고 버캐니어스가 역전에 성공하며 승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2014년 시즌 들어 아직 첫 승을 올리지 못했던 약체로 평가받는 탬파 베이 버캐니어스가 만만치 않은 강팀 피츠버그 스틸러스를 상대로, 그것도 피츠버그의 홈에서, 경기 종료 7초를 남겨두고 역전 터치다운을 성공시킬 것을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버캐니어스와 스틸러스 경기의 극적인 마지막 순간으로 되돌아가 보자.

경기 종료 2분여를 남겨두고 버캐니어스가 공격을 진행하고 있었다.

당시 스코어는 버캐니어스 20, 스틸러스 24.

4점 차라서 필드골(3점)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무조건 터치다운(7점)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경기 종료까지 2분여 남아있는 데다 타임아웃까지 2개 남아있었으므로 시간 여유는 넉넉한 편이었다. 하지만 버캐니어스가 진행 중인 이번 공격 드라이브에 터치다운을 하지 못하면 경기 종료 이전에 또다른 공격 기회를 갖기 어려워 보였다. 다시 말해, 역전할 공격 기회는 한 번만 남았을 뿐 두 번 기회를 가질 시간적 여유는 없어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버캐니어스의 공격은 엔드존 14야드 전방까지 전진하는 데서 그쳤다. 마지막 공격 기회였던 네 번째 다운 시도를 패스 실패로 끝낸 버캐니어스는 그자리에서 공격권을 스틸러스에 넘겨줬다.



이쯤 됐으면 다들 스틸러스가 승리를 굳힌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공격권을 넘겨받은 스틸러스 오펜스가 남은 1분45초만 소비하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이다.

패스 시도를 했다 실패하면 경기시계가 자동으로 정지되므로 이런 경우 오펜스는 대부분 패스 대신 런 공격으로 시간을 소비하려 한다. 런 공격은 러닝백이 사이드라인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 한 게임시계가 계속 돌아가므로 시간을 소비할 땐 패스 실패로 경기시계가 자동 정지될 위험이 있는 패스 공격보다 런 공격이 효과적이다.

오펜스가 런 공격을 반복하며 시간을 소비할 것을 알고 있는 디펜스는 런 디펜스 위주로 수비를 짜면서 플레이가 끝날 때마다 바로 타임아웃을 신청한다. 수비수가 상대 팀 러닝백을 태클하자마자 바로 타임아웃을 신청해 경기시계를 멈추는 것이다.

탬파 베이 버캐니어스의 경우, 타임아웃이 2개 남아있었으므로 디펜스가 두 번 타임아웃을 신청해 경기시계를 멈출 수 있었다.

피츠버그 스틸러스 오펜스는 버캐니어스 디펜스가 타임아웃을 모두 소비하도록 만들면서 퍼스트 다운을 한 번만 성공시키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남아있던 타임아웃 2개를 모두 사용하고 난 이후엔 버캐니어스 디펜스가 경기시계를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스틸러스 오펜스가 퍼스트 다운을 한 번 성공시켜 계속 공격권을 유지하게 된다면 스틸러스는 계속 공격을 시도할 필요없이 닐 다운(Kneel Down)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스틸러스 오펜스가 퍼스트 다운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퍼스트 다운을 반드시 해야만 스틸러스가 공격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고, 그래야만 승리를 확정짓고 닐 다운으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는데, 퍼스트 다운을 하지 못했다.

결국 스틸러스는 경기 종료까지 50초를 남겨두고 펀트를 통해 공격권을 버캐니어스에 넘겨줄 수밖에 없게 됐다.


그렇다. 버캐니어스의 역전 기회가 한 번이 전부였는 줄 알았는데 한 번 더 기회를 잡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스틸러스의 펀트 비거리가 짧았던 덕분에 버캐니어스 오펜스는 해프라인을 넘어 스틸러스 진영에서 공격을 시작하게 됐다.

왠지 징후가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경력이 부족한 버캐니어스 쿼터백 마이크 글레논(Mike Glennon)이 남은 50여초 안에 역전 터치다운을 성공시킬 수 있겠는지 의심스러웠다. 톰 브래디(Tom Brady)나 페이튼 매닝(Peyton Manning) 등 노련한 베테랑 쿼터백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겠지만 NFL 경력 1년이 전부인 마이크 글레논이 과연 할 수 있겠나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나 글레논은 40야드 장거리 패스를 성공시키며 순식간에 엔드존 5야드 전방까지 전진했다.

앞으로 5야드만 가면 역전이었다.

글레논은 경기 종료 7초를 남겨두고 와이드리씨버 빈센트 잭슨(Vincent Jackson)에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켰다.



이렇게 해서 스코어는 경기 종료 7초를 남겨놓고 버캐니어스 27, 스틸러스 24가 됐다.

그러나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몇 초밖에 남지 않았지만 터치다운을 한 버캐니어스가 스틸러스에 다시 공격권을 넘겨줘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스틸러스의 기적적인 플레이를 기대해 볼 최후의 마지막 기회는 남아있었다. 경기 종료까지 몇 초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그야말로 믿기지 않는 기적적인 플레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기적은 없었다.

파이널 스코어는 버캐니어스 27, 스틸러스 24.

이렇게 해서 버캐니어스는 극적으로 시즌 첫 승(1승3패)을 신고했다. 반면 스틸러스는 마무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하고 녹아내리며 시즌 2패째(2승2패)를 기록했다.

다 잡았던 경기를 마지막에 놓치며 역전패를 당한 스틸러스의 팬들은 충격에 빠진 듯 했다. 카메라에 잡힌 스틸러스 선수들의 표정도 다들 얼떨떨해 보였다.

이런 재미에 스포츠를 보는 것이다.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