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캅(Robocop)', '카라테 키드(The Karate Kid)', '후라이트 나이트(Fright Night)', '아더(Arthur)', '어제 밤에 생긴 일(About Last Night)', 'A 특공대(A-Team)', '페임(Fame)', '풋루스(Footloose)'의 공통점은?
80년대 영화 또는 TV 시리즈가 21세기에 영화로 리메이크된 타이틀이라는 점이다.
80년대 영화 속편, 리부트, 리메이크는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 파라마운트의 '터미네이터(The Terminator)' 리부트, 워너 브러더스의 '매드 맥스: 퓨리 로드(Mad Max: Fury Road)' 등등 헐리우드의 80년대 울궈먹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80년대 영화를 리부트,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에 들뜨는 사람들이 있는지 궁금하지만 저런 영화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리메이크 소식이 들릴 때마다 이젠 기대되긴 커녕 쓴웃음밖에 안 나오며, 개봉하더라도 영화관에서 보고픈 맘이 들지 않는다. 실제로, 소니 픽쳐스의 '로보캅' 등 요근래 개봉한 80년대 영화 리메이크를 영화관에서 거의 대부분 보지 않았다. 최신 비쥬얼 효과만 보고 헤벌레 하는 타잎이 아니라서 대부분의 리메이크작에 흥미가 끌리지 않는다. 욕을 하기 위해 리메이크 영화를 일부러 본 적은 있어도 흥미가 끌려서 본 적은 없다.
매년마다 속편, 리부트, 리메이크 영화가 쏟아지는 요즘엔 속편, 리부트, 리메이크로 존중받기 어렵다. 최근에 와선 80년대 영화 속편, 리부트, 리메이크가 줄을 잇고 있지만 대개의 경우 싸구려틱한 수준의 속편, 리부트, 리메이크에 그쳤다. 개중엔 도대체 왜 리메이크를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쓰레기 수준의 영화들도 많았다. 이렇다 보니 "괜히 리메이크해서 멀쩡한 80년대 오리지날 영화의 이미지까지 먹칠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두라"고 요구하는 영화팬들이 늘고 있다.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리메이크 영화들이 대부분 실패하면서 리부트, 리메이크작의 기대치가 크게 떨어진 결과다. 80년대 클래식 영화들을 리메이크해서 80년대를 기억하지 못하는 요즘 청소년들과 리커넥트시키려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80년대 영화의 널리 알려진 제목만 다시 울궈먹으려는 게 전부인 얄팍한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리부트, 리메이크작은 반갑지 않은 영화가 됐다.
느닷없이 80년대 영화 리메이크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에 미국서 개봉한 '이퀄라이저(The Equalizer)' 때문이다. '이퀄라이저'도 80년대 중반에 방영되었던 미국 CBS의 범죄 TV 시리즈를 기초로 한 영화이다.
그렇다면 '이퀄라이저'도 또 하나의 실망스러운 80년대 리메이크작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NO"다.
댄젤 워싱턴(Denzel Washington) 주연의 '이퀄라이저'는 볼 만한 80년대 올드스쿨 액션 영화였다. '이퀄라이저'는 80년대물을 21세기 버전으로 억지로 업데이트를 시도한 영화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80년대 리부트, 리메이크작의 문제점이 억지로 업데이트를 하려는 데서부터 시작하곤 했는데, '이퀄라이저'는 현재를 시대 배경으로 삼았으면서도 80년대 액션 영화의 향수가 느껴지는 영화였다. 21세기의 범죄와 80년대의 액션 영화가 만난 듯 했다.
그렇다. '이퀄라이저'는 실베스터 스탤론(Sylvester Stallone)과 아놀드 슈왈츠네거(Arnold Schwarzenegger)가 최근들어 리바이벌하려 노력해도 번번히 실패했던 바로 그 포뮬라의 80년대 올드스쿨 R 레이팅 액션 영화였다. 80년대 액션 스타인 스탤론과 슈왈츠네거가 실패를 거듭했던 올드스쿨 액션 영화를 영화배우 댄젤 워싱턴과 영화감독 앤트완 후쿠아(Antoine Fuqua)가 80년대 액션 영화의 느낌을 성공적으로 되살려놓았다.
'이퀄라이저'의 액션 씬은 폭력 수위가 높은 편이었다. 요새 쏟아지는 PG-13 레이팅의 청소년용 액션 영화들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므로 R 레이팅다운 액션 영화를 기다렸던 액션 영화 팬들은 '이퀄라이저'에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맹렬한 총격전 씬을 기대해선 안 된다. '이퀄라이저'는 폭력 수위가 올라간 대신 총격전 씬이 줄어든 영화였다. 메인 캐릭터 로버트 매컬은 비무장 상태로 자주 등장했으며, 액션 씬에서도 총기 사용을 거의 하지 않고 주위에 있는 물건들을 무기로 사용하는 씬이 많았다. 때로는 또다른 80년대 TV 시리즈 '맥가이버(MacGyver)'를 패로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다소 어처구니없어 보일 때도 있었다.
스토리는 볼거리가 없었다. 전직 특수요원이던 매컬(댄젤 워싱턴)이 홈 디포(Home Depot)에서 일하며 평범한 삶을 살고자 노력하지만 저녁마나 식당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던 테리(클로이 그레이스 모리츠)라는 어린 창녀가 러시안 갱멤버들에게 학대받는 것을 목격하고 러시안 갱단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는 줄거리였다. 줄거리가 별 볼 일 없다는 건 크게 신경쓰이진 않았다. 문제는 영화가 약간 길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는 도중에 산만해질 정도로 늘어지는 건 아니었으나 다소 지루한 파트가 더러 있었다. 그런 불필요한 파트를 걷어냈더라면 보다 스피디하고 익사이팅한 액션 스릴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어린 소녀 때문에 싸움에 휘말린다'는 설정이 워싱턴 주연의 2004년 액션 스릴러 '맨 온 파이어(Man on Fire)'를 바로 연상시키므로 신선한 플롯이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오리지날 TV 시리즈에선 백인 영화배우 에드워드 우드워드(Edward Woodward)가 로버크 매컬 역으로 출연했기 때문에 관객들이 댄젤 워싱턴을 로버트 매컬로 받아들이기 어려워 할 수도 있었으므로 우드워드 대신 '맨 온 파이어'에서 워싱턴이 연기했던 존 크리시를 먼저 떠올리면서 워싱턴을 로버트 매컬로 쉽게 받아들이도록 일부러 의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흑인 로버트 매컬의 생소함을 덜고 친숙한 댄젤 워싱턴의 캐릭터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 듯 했다.
댄젤 워싱턴은 역시 멋있었다. 평범한 생활을 하다 러시안 갱단과의 싸움에 홀로 뛰어드는 전직 특수요원 역에 아주 잘 어울렸다. 점잖고 과묵한 리더의 권위적인 포스가 느껴지는 워싱턴에게 잘 어울리는 영화였다. 워싱턴에게선 입만 살아있는 쪼다, 루저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워싱턴이 연기한 로버트 매컬은 어두운 면이 있으면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은 매력 있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이퀄라이저' 영화로 받아들이긴 여전히 어려웠다. 80년대 TV 시리즈에서 매컬 역을 맡았던 에드워드 우드워드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있어서다.
원작에서 백인이던 캐릭터를 리메이크에서 흑인으로 바꾸는 유행을 좋게 보지 않는다. 원작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알려진 영화나 TV 시리즈를 리메이크 하는 경우엔 신선하게 보이기 위해 여러 변화를 시도하곤 하지만, 메인 캐릭터의 인종을 바꾸는 건 상당히 바보스러운 방법이다. 되레 고정 팬마저 놓칠 수 있다. 그들이 모두 인종편견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아끼는 영화 또는 TV 시리즈가 지나치게 달라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만약 오리지날 작품에서 흑인이던 캐릭터를 리메이크에서 백인으로 바꿨다면 좌파-리버럴 미디어들은 "백인이 지배하는 헐리우드가 흑인 배우의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며 난리를 피웠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원작소설에서부터 영화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수십년 동안 백인이던 제임스 본드를 흑인으로 바꿀 때가 됐다는 궤변을 태연하게 늘어놓는다. 스코틀랜드인 아버지와 스위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검은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영국인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이제 와서 흑인으로 바꾼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아 보이지만 백인-리버럴들의 가식적인 가면 놀이 주제로 자주 등장하곤 한다.
물론 흑인 배우들에게 보다 많은 주연 기회를 줘야 한다는 데까지는 동의한다. 하지만 원작에서 백인이던 캐릭터를 흑인으로 바꾸는 건 좋은 아이디어로 보지 않는다. 흑인 메인 캐릭터가 많지 않다면 새로 만들 생각을 해야지 유명한 백인 캐릭터를 흑인으로 바꾸는 쪽으로 때워선 인정받기 어렵다. 그러므로 '흑인 제임스 본드', 아시안 제임스 본드' 등과 같은 정신 나간 소리를 집어치우고 흑인과 아시안이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버금가는 새로운 메이저 프랜챠이스를 개발하는 방법을 함께 연구하는 게 보다 생산적이다.
댄젤 워싱턴 주연의 '이퀄라이저'도 마찬가지다. 댄젤 워싱턴이 로버트 매컬 역에 잘 어울렸던 것은 사실이지만 워싱턴의 또다른 훌륭한 캐릭터로 받아들일 수는 있었어도 80년대 TV 시리즈 '이퀄라이저'의 바로 그 로버트 매컬로 받아들이는 건 어려웠다. '이퀄라이저' 리메이크라는 사실을 빼고 댄젤 워싱턴 주연의 액션 영화로써만 따진다면 O.K였지만 80년대 TV 시리즈를 기초로 한 영화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굳이 이런 식으로 주인공의 인종을 바꿔가며 리메이크를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불만의 벽에 부딪치게 됐다. 물론 이런 부분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주인공의 인종 바꿔 리메이크하기' 유행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이퀄라이저' 영화를 보면서 만약 리앰 니슨(Liam Neeson)이나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이 로버트 매컬 역을 맡았더라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적어도 한 번쯤은 하게 될 것이다.
원작 캐릭터와의 근접도만 놓고 본다면 현재 CBS의 TV 시리즈에서 '이퀄라이저'의 로버트 매컬과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짐 카비젤(Jim Caviezel)도 나쁘지 않았을 듯.
그렇다. 영화 '이퀄라이저'는 댄젤 워싱턴이 로버트 매컬 역에 아주 잘 어울린 비교적 만족스러운 80년대 스타일 액션 스릴러 영화였으나, 80년대 오리지날 TV 시리즈를 떠올리면 아쉬움이 생기는 영화였다.
하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영화였는데 의외로 볼 만했다. 80년대 클래식을 망쳐놓은 또 하나의 리메이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 물론 댄젤 워싱턴 효과가 가장 컸다고 해야겠지만 - 영화 '이퀄라이저'는 그럭저럭 즐길 만했다. 아주 쏙 맘에 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전에 본 80년대 리메이크 영화들처럼 시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아주 만족스럽진 않았어도 이 정도면 봐줄 만했다.
이제 리부트/리메이크에 성공했으니 그 다음 단계는 속편이다.
그렇다. '이퀄라이저'도 시리즈화를 염두에 둔 영화였다. 프리퀄 성격을 띤 영화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지만, 프리퀄이라기 보다 이어질 속편의 제작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으로 보였다. 헐리우드 영화사가 가장 갖고 싶어하는 것이 제임스 본드 시리즈처럼 수십년간 울궈먹을 수 있는 인기 프랜챠이스이므로 소니 픽쳐스도 댄젤 워싱턴을 리딩맨으로 세운 '이퀄라이저' 시리즈를 구상 중인 듯 하다. 게다가 첫 번째 영화가 과히 나쁘지 않았으므로 시리즈화가 될 가능성이 그만큼 더 높아졌다. 아직 속편 공식 발표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왠지 조만간 나올 것 같은 기분이...
80년대 영화 또는 TV 시리즈가 21세기에 영화로 리메이크된 타이틀이라는 점이다.
80년대 영화 속편, 리부트, 리메이크는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 파라마운트의 '터미네이터(The Terminator)' 리부트, 워너 브러더스의 '매드 맥스: 퓨리 로드(Mad Max: Fury Road)' 등등 헐리우드의 80년대 울궈먹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80년대 영화를 리부트,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에 들뜨는 사람들이 있는지 궁금하지만 저런 영화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리메이크 소식이 들릴 때마다 이젠 기대되긴 커녕 쓴웃음밖에 안 나오며, 개봉하더라도 영화관에서 보고픈 맘이 들지 않는다. 실제로, 소니 픽쳐스의 '로보캅' 등 요근래 개봉한 80년대 영화 리메이크를 영화관에서 거의 대부분 보지 않았다. 최신 비쥬얼 효과만 보고 헤벌레 하는 타잎이 아니라서 대부분의 리메이크작에 흥미가 끌리지 않는다. 욕을 하기 위해 리메이크 영화를 일부러 본 적은 있어도 흥미가 끌려서 본 적은 없다.
매년마다 속편, 리부트, 리메이크 영화가 쏟아지는 요즘엔 속편, 리부트, 리메이크로 존중받기 어렵다. 최근에 와선 80년대 영화 속편, 리부트, 리메이크가 줄을 잇고 있지만 대개의 경우 싸구려틱한 수준의 속편, 리부트, 리메이크에 그쳤다. 개중엔 도대체 왜 리메이크를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쓰레기 수준의 영화들도 많았다. 이렇다 보니 "괜히 리메이크해서 멀쩡한 80년대 오리지날 영화의 이미지까지 먹칠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두라"고 요구하는 영화팬들이 늘고 있다.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리메이크 영화들이 대부분 실패하면서 리부트, 리메이크작의 기대치가 크게 떨어진 결과다. 80년대 클래식 영화들을 리메이크해서 80년대를 기억하지 못하는 요즘 청소년들과 리커넥트시키려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80년대 영화의 널리 알려진 제목만 다시 울궈먹으려는 게 전부인 얄팍한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리부트, 리메이크작은 반갑지 않은 영화가 됐다.
느닷없이 80년대 영화 리메이크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에 미국서 개봉한 '이퀄라이저(The Equalizer)' 때문이다. '이퀄라이저'도 80년대 중반에 방영되었던 미국 CBS의 범죄 TV 시리즈를 기초로 한 영화이다.
그렇다면 '이퀄라이저'도 또 하나의 실망스러운 80년대 리메이크작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NO"다.
댄젤 워싱턴(Denzel Washington) 주연의 '이퀄라이저'는 볼 만한 80년대 올드스쿨 액션 영화였다. '이퀄라이저'는 80년대물을 21세기 버전으로 억지로 업데이트를 시도한 영화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80년대 리부트, 리메이크작의 문제점이 억지로 업데이트를 하려는 데서부터 시작하곤 했는데, '이퀄라이저'는 현재를 시대 배경으로 삼았으면서도 80년대 액션 영화의 향수가 느껴지는 영화였다. 21세기의 범죄와 80년대의 액션 영화가 만난 듯 했다.
그렇다. '이퀄라이저'는 실베스터 스탤론(Sylvester Stallone)과 아놀드 슈왈츠네거(Arnold Schwarzenegger)가 최근들어 리바이벌하려 노력해도 번번히 실패했던 바로 그 포뮬라의 80년대 올드스쿨 R 레이팅 액션 영화였다. 80년대 액션 스타인 스탤론과 슈왈츠네거가 실패를 거듭했던 올드스쿨 액션 영화를 영화배우 댄젤 워싱턴과 영화감독 앤트완 후쿠아(Antoine Fuqua)가 80년대 액션 영화의 느낌을 성공적으로 되살려놓았다.
'이퀄라이저'의 액션 씬은 폭력 수위가 높은 편이었다. 요새 쏟아지는 PG-13 레이팅의 청소년용 액션 영화들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므로 R 레이팅다운 액션 영화를 기다렸던 액션 영화 팬들은 '이퀄라이저'에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맹렬한 총격전 씬을 기대해선 안 된다. '이퀄라이저'는 폭력 수위가 올라간 대신 총격전 씬이 줄어든 영화였다. 메인 캐릭터 로버트 매컬은 비무장 상태로 자주 등장했으며, 액션 씬에서도 총기 사용을 거의 하지 않고 주위에 있는 물건들을 무기로 사용하는 씬이 많았다. 때로는 또다른 80년대 TV 시리즈 '맥가이버(MacGyver)'를 패로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다소 어처구니없어 보일 때도 있었다.
스토리는 볼거리가 없었다. 전직 특수요원이던 매컬(댄젤 워싱턴)이 홈 디포(Home Depot)에서 일하며 평범한 삶을 살고자 노력하지만 저녁마나 식당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던 테리(클로이 그레이스 모리츠)라는 어린 창녀가 러시안 갱멤버들에게 학대받는 것을 목격하고 러시안 갱단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는 줄거리였다. 줄거리가 별 볼 일 없다는 건 크게 신경쓰이진 않았다. 문제는 영화가 약간 길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는 도중에 산만해질 정도로 늘어지는 건 아니었으나 다소 지루한 파트가 더러 있었다. 그런 불필요한 파트를 걷어냈더라면 보다 스피디하고 익사이팅한 액션 스릴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어린 소녀 때문에 싸움에 휘말린다'는 설정이 워싱턴 주연의 2004년 액션 스릴러 '맨 온 파이어(Man on Fire)'를 바로 연상시키므로 신선한 플롯이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오리지날 TV 시리즈에선 백인 영화배우 에드워드 우드워드(Edward Woodward)가 로버크 매컬 역으로 출연했기 때문에 관객들이 댄젤 워싱턴을 로버트 매컬로 받아들이기 어려워 할 수도 있었으므로 우드워드 대신 '맨 온 파이어'에서 워싱턴이 연기했던 존 크리시를 먼저 떠올리면서 워싱턴을 로버트 매컬로 쉽게 받아들이도록 일부러 의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흑인 로버트 매컬의 생소함을 덜고 친숙한 댄젤 워싱턴의 캐릭터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 듯 했다.
댄젤 워싱턴은 역시 멋있었다. 평범한 생활을 하다 러시안 갱단과의 싸움에 홀로 뛰어드는 전직 특수요원 역에 아주 잘 어울렸다. 점잖고 과묵한 리더의 권위적인 포스가 느껴지는 워싱턴에게 잘 어울리는 영화였다. 워싱턴에게선 입만 살아있는 쪼다, 루저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워싱턴이 연기한 로버트 매컬은 어두운 면이 있으면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은 매력 있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이퀄라이저' 영화로 받아들이긴 여전히 어려웠다. 80년대 TV 시리즈에서 매컬 역을 맡았던 에드워드 우드워드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있어서다.
원작에서 백인이던 캐릭터를 리메이크에서 흑인으로 바꾸는 유행을 좋게 보지 않는다. 원작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알려진 영화나 TV 시리즈를 리메이크 하는 경우엔 신선하게 보이기 위해 여러 변화를 시도하곤 하지만, 메인 캐릭터의 인종을 바꾸는 건 상당히 바보스러운 방법이다. 되레 고정 팬마저 놓칠 수 있다. 그들이 모두 인종편견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아끼는 영화 또는 TV 시리즈가 지나치게 달라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만약 오리지날 작품에서 흑인이던 캐릭터를 리메이크에서 백인으로 바꿨다면 좌파-리버럴 미디어들은 "백인이 지배하는 헐리우드가 흑인 배우의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며 난리를 피웠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원작소설에서부터 영화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수십년 동안 백인이던 제임스 본드를 흑인으로 바꿀 때가 됐다는 궤변을 태연하게 늘어놓는다. 스코틀랜드인 아버지와 스위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검은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영국인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이제 와서 흑인으로 바꾼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아 보이지만 백인-리버럴들의 가식적인 가면 놀이 주제로 자주 등장하곤 한다.
물론 흑인 배우들에게 보다 많은 주연 기회를 줘야 한다는 데까지는 동의한다. 하지만 원작에서 백인이던 캐릭터를 흑인으로 바꾸는 건 좋은 아이디어로 보지 않는다. 흑인 메인 캐릭터가 많지 않다면 새로 만들 생각을 해야지 유명한 백인 캐릭터를 흑인으로 바꾸는 쪽으로 때워선 인정받기 어렵다. 그러므로 '흑인 제임스 본드', 아시안 제임스 본드' 등과 같은 정신 나간 소리를 집어치우고 흑인과 아시안이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버금가는 새로운 메이저 프랜챠이스를 개발하는 방법을 함께 연구하는 게 보다 생산적이다.
댄젤 워싱턴 주연의 '이퀄라이저'도 마찬가지다. 댄젤 워싱턴이 로버트 매컬 역에 잘 어울렸던 것은 사실이지만 워싱턴의 또다른 훌륭한 캐릭터로 받아들일 수는 있었어도 80년대 TV 시리즈 '이퀄라이저'의 바로 그 로버트 매컬로 받아들이는 건 어려웠다. '이퀄라이저' 리메이크라는 사실을 빼고 댄젤 워싱턴 주연의 액션 영화로써만 따진다면 O.K였지만 80년대 TV 시리즈를 기초로 한 영화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굳이 이런 식으로 주인공의 인종을 바꿔가며 리메이크를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불만의 벽에 부딪치게 됐다. 물론 이런 부분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주인공의 인종 바꿔 리메이크하기' 유행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이퀄라이저' 영화를 보면서 만약 리앰 니슨(Liam Neeson)이나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이 로버트 매컬 역을 맡았더라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적어도 한 번쯤은 하게 될 것이다.
원작 캐릭터와의 근접도만 놓고 본다면 현재 CBS의 TV 시리즈에서 '이퀄라이저'의 로버트 매컬과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짐 카비젤(Jim Caviezel)도 나쁘지 않았을 듯.
그렇다. 영화 '이퀄라이저'는 댄젤 워싱턴이 로버트 매컬 역에 아주 잘 어울린 비교적 만족스러운 80년대 스타일 액션 스릴러 영화였으나, 80년대 오리지날 TV 시리즈를 떠올리면 아쉬움이 생기는 영화였다.
하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영화였는데 의외로 볼 만했다. 80년대 클래식을 망쳐놓은 또 하나의 리메이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 물론 댄젤 워싱턴 효과가 가장 컸다고 해야겠지만 - 영화 '이퀄라이저'는 그럭저럭 즐길 만했다. 아주 쏙 맘에 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전에 본 80년대 리메이크 영화들처럼 시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아주 만족스럽진 않았어도 이 정도면 봐줄 만했다.
이제 리부트/리메이크에 성공했으니 그 다음 단계는 속편이다.
그렇다. '이퀄라이저'도 시리즈화를 염두에 둔 영화였다. 프리퀄 성격을 띤 영화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지만, 프리퀄이라기 보다 이어질 속편의 제작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으로 보였다. 헐리우드 영화사가 가장 갖고 싶어하는 것이 제임스 본드 시리즈처럼 수십년간 울궈먹을 수 있는 인기 프랜챠이스이므로 소니 픽쳐스도 댄젤 워싱턴을 리딩맨으로 세운 '이퀄라이저' 시리즈를 구상 중인 듯 하다. 게다가 첫 번째 영화가 과히 나쁘지 않았으므로 시리즈화가 될 가능성이 그만큼 더 높아졌다. 아직 속편 공식 발표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왠지 조만간 나올 것 같은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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