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8일 화요일

2014년 NFL 시즌 11째 주 "빅 태클" + "베스트 터치다운"

90년대 NFL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쿼터백 크리스 챈들러(Chris Chandler)를 기억할 것이다. 챈들러가 여러 NFL 팀에서 주전과 백업 쿼터백으로 뛰었지만 그 중에서 90년대 중-후반 애틀란타 팰컨스(Atlanta Falcons) 주전 쿼터백 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998년 시즌 애틀란타 팰컨스는 쿼터백 크리스 챈들러와 러닝백 자말 앤더슨(Jamal Anderson) 등과 함께 NFC 챔피언에 올라 수퍼보울까지 올라갔었다. 비록 수퍼보울에서 존 엘웨이(John Elway)의 덴버 브롱코스(Denver Broncos)에 패했지만 챈들러는 현재 애틀란타 팰컨스를 수퍼보울까지 이끈 첫 번째 쿼터백이다. 팰컨스가 NFC 챔피언에 올라 수퍼보울에 진출한 건 지금까지 팀 역사상 챈들러가 주전 쿼터백이던 1998년 시즌이 유일하다.

갑자기 은퇴한 쿼터백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크리스 챈들러'라고 하면 생각나는 재밌는 기사 제목이 하나 있어서다.

정확하게 어느 게임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챈들러가 팰컨스 주전 쿼터백이었을 때로 기억한다. 한 경기에서 챈들러가 경기 도중 강한 태클을 받고 뇌진탕 증세를 보이자 팰컨스는 챈들러를 빼고 백업 쿼터백을 투입했다.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한 기자가 챈들러에게 부상당할 당시의 상황을 묻자 챈들러는 "빛을 봤다"고 답변했다.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는 순간 번쩍했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재밌는 건 그 다음날 신문 기사 제목이었다. 신문은 챈들러 부상 소식을 전하면서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CHANDLER SEES THE LIGHT..."

기사 제목이 챈들러가 설명한 부상 순간 상황을 정확하게 전한 건 맞는데, 왠지 "할렐루야!" 해야 하는 분위기처럼 느껴져서 기사를 읽다 피식 웃었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챈들러는 이 곡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듯 하다.


2014년 NFL 시즌 11째 주에도 여러 선수들이 '빛'을 봤다.

자 그렇다면 시즌 11주에 나온 인상적인 빅 태클 씬을 몇 개 훓어보자.

첫 번째 빅 태클은 세인트 루이스 램스(St. Lois Rams)와 덴버 브롱코스(Denver Broncos)의 경기에서 나왔다.

AFC 최강 팀으로 꼽히는 덴버 브롱코스가 NFC의약체로 꼽히는 세인트 루이스 램스에게 맥없이 패한 이 경기는 11째 주에 발생한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SHIT HAPPENS...

빅 태클로 '빛'을 본 첫 번째 선수는 덴버 브롱코스의 와이드리씨버 이매뉴엘 샌더스(Emanuel Sanders)다.

7대13으로 뒤지던 3쿼터에 이매뉴얼 샌더스는 달려들던 세인트 루이스 램스 수비수와 강하게 충돌했다. 과거엔 파울이 아니었으나 요즘엔 위험한 플레이를 금지시키고 있어서 세인트 루이스 램스는 이 태클로 퍼스널 파울을 받았다. 태클의 '피해자'인 브롱코스 리씨버 이매뉴얼 샌더스는 뇌진탕 증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째로 '빛'을 본 선수는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 쿼터백 마크 산체스(Mark Sanchez)다.

마크 산체스는 그린 베이에서 벌어진 그린 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와의 경기에서 파울성의 강한 쌕을 당했다. 산체스는 달려드는 패커스 수비수와 서로 머리를 부딪치면서 뒤로 넘어졌다.



과거엔 이 정도는 파울이 아니었으나 요즘엔 NFL이 위험한 플레이를 단속하는 바람에 수비수가 쿼터백의 머리 부분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재수 없으면 파울 선언을 받곤 한다. 따라서 산체스가 당한 것처럼 쿼터백과 수비수가 서로 헬멧이 부딪치는 박치기를 했다면 당연히 퍼스널 파울감이다. 그러나 주심은 퍼스널 파울을 선언하지 않았다. 페이스 매스크에 수비수의 손이 살짝 닿은 게 전부인 상황에도 가차없이 파울을 선언하는 주심들도 있는데, 이번 케이스는 의외였다.


이글스 쿼터백 산체스는 이처럼 상대 수비수와 머리를 충돌하는 쌕을 이후에 한차례 더 당했으나 그 때에도 주심은 파울을 선언하지 않았다.

요새 90년대 풍의 음악이 유행하다 보니 주심이 90년대인 줄 착각한 듯...

그러나 주심의 판정에 불만은 없다. 이글스 팬이라면 물론 생각이 다를 수도 있지만, 어이없다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쿼터백을 과잉보호하는 NFL의 새로운 규칙에 불만이 쌓여왔기 때문이다. 쿼터백을 위험한 부상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도껏 해야 하는데 현재의 NFL 룰은 너무 지나칠 정도로 쿼터백을 과잉보호하고 있다. 오죽하면 NFL 쿼터백이 나와서 "우리 쿼터백들도 풋볼선수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렇다 보니 너무 지나칠 정도로 깐깐하게 파울을 잡아내지 않고 풋볼선수들이 편안하게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놔둔 주심의 판단이 맘에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파울은 파울...^^

세 번째로 빛을 본 선수는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의 와이드리씨버 대니 아멘돌라(Danny Amendola).

얼핏 보기엔 별 것 아닌 태클 같지만, 서로 충돌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을 정도로 강한 태클이었다. 전직 NFL 와이드리씨버 출신 해설가 크리스 콜린스워스(Cris Collinsworth)는 과거 선수시절 맛봤던 태클의 고통이 기억나는 듯 "아주 아픈 태클"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선수들이 빛을 보기만 한 건 아니다. 빛이 나는 플레이를 선보인 선수도 있다.

그 주인공은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 타잇엔드 롭 그론카우스키(Rob Gronkowski). 그는 인디아나폴리스 콜츠와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경기서 이번 주 최고의 하이라이트라 불릴 만한 멋진 터치다운을 만들었다.


그론카우스키가 받은 패스는 퍼스트 다운이 목적인 짧은 패스였다. 그러나 그론카우스키는 퍼스트 다운에 만족하지 않고 달려드는 콜츠 수비수들을 밀쳐내며 엔드존까지 돌진했다.

그론카우스키의 터치다운은 11째 주 베스트 플레이로 불릴 만하다.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는 AFC 강호 중 하나로 꼽히는 인디애나폴리스 콜츠를 인디애나 홈에서 42대20으로 꺾었다.

시즌  초반엔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예전 만 못하다는 평을 들었는데, 지금은 그런 소리 하는 사람 없다. 

댓글 4개 :

  1. 오우.. 샌더스 보는 사람이 다 아픕니다..
    그론카우스키는 뭐.. 대단합니다 ㅎㅎ 누가 막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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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샌더스 태클은 거진 교통사고 수준이죠...
      그론크 TD는 콜츠가 4다운 컨버젼 실패 직후 내준 터치다운인 걸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정말 멋진 플레이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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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산체스는 다치믄 안돼요ㅠㅠㅠ
    헬멧 투 헬멧 나왔을때, 목이 안 좋아보여서 되게 걱정했는데..
    대패는 했더라도 얘까지 다치면 남은 경기가 심히 암울해집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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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닉 폴스가 2-3주내로 돌아올테니 그동안 산체스가 잘 버텨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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