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출신 영화배우 크리스토프 발츠(Christoph Waltz)가 007 시리즈 24탄에 악역으로 출연한다는 영국 데일리 메일의 보도가 있었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었으나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발츠가 '본드24'에서 적인지 동지인지 불확실한 교활한 캐릭터를 맡는다고 한다. 발츠가 메인 악당 역으로 캐스팅되었는지 또한 현재로썬 불확실하지만 그러할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태다.
공식 확인된 것은 아니므로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흥미로운 이야기인 것만은 사실이다. 만약 크리스토프 발츠가 007 시리즈에 출연한다면 어떤 캐릭터에 어울릴지 생각해본 적이 있어서다.
교활한 악당은 007 시리즈에서 보기 드물다. 007 시리즈엔 블로펠드와 같은 마피아 보스 타잎의 악당이 대부분이지 교활한 악당은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다 사실적인 톤의 스파이 영화에 어울리는 악당 타잎은 블로펠드 스타일이 아닌 교활한 캐릭터다. 다소 비현실적으로 들리는 세계정복 야욕에 사로잡힌 악당보다 여러 술수에 능한 교활한 잔머리꾼 타잎 악당이 서로 속고 속이는 게임을 벌이는 첩보 세계를 묘사하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교활한 스타일의 007 시리즈 악당 중 하나로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 주연의 1987년작 '리빙 데이라이트(The Living Daylights)'에서 네덜란드 배우 예룬 크라베(Jeroen Krabbé)가 맡았던 KGB 장군 코스코프를 꼽을 수 있다. 코스코프는 소련에서 서방으로 위장 망명한 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소련 정보부와 영국 정보부를 이간시킨 KGB 장군이다. 영국 정보부는 코스코프를 서방으로 망명한 '동지'로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적'이었던 것이다.
만약 크리스토프 발츠가 코스코프 타잎의 캐릭터를 맡는다면 아주 흥미로울 듯 하다.
물론 지금은 냉전이 끝났으므로 KGB 장군의 망명 플롯은 사용할 수 없겠지만 그와 비슷한 플롯은 지금도 여전히 가능하다. 현시대에 맞게 더블 또는 트리플 에이전트 이야기를 만드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더블 에이전트를 소재로 한 플롯을 만들라고 하면 굉장히 복잡하게 꼬인 플롯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007 시리즈는 생각하면서 보는 영화 시리즈가 아니므로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악당 A가 위험한 음모를 꾸민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본드가 조사에 나서자 악당 A의 라이벌 악당 B가 나타나 본드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며 큰 도움을 주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실제로 음모를 꾸미던 건 악당 B였고 악당 A는 누명을 쓴 것이었다는 전말이 드러나는 정도면 충분하다. 이와 비슷한 더블 크로싱 플롯은 '리빙 데이라이트' 뿐만 아니라 로저 무어(Roger Moore) 주연의 1981년 영화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숏스토리 '리시코(Risico)'에도 등장한 바 있으므로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한동안 007 시리즈에 등장하지 않은 데다 본드와 영국 정보부를 깜쪽같이 속이는 교활한 악당 캐릭터 역시 한동안 볼 수 없었으므로 살을 잘 붙인 스토리만 준비된다면 '본드24'에서 다시 사용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가장 걱정되는 건 007 제작진이 발츠를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이냐다.
크리스토프 발츠가 007 시리즈의 악역을 맡는다고 하면 '인글리어스 배스터즈'의 란다 대령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007 제작진은 이런 점을 이용해서 란다 대령인 척 하는 발츠의 '원맨쇼'로 '본드24' 악당 캐릭터를 때울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007 제작진이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에 와서 영화배우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설정해주는 센스가 매우 모자라다는 문제를 드러냈으므로 크리스토퍼 발츠에게 잘 어울리는 개성있는 악당 캐릭터를 새로 마련하지 않고 란다 대령을 다시 한 번 연기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미 제임스 본드가 지난 '스카이폴(Skyfall)'에서 'Batman Impersonator'가 되었는데 크리스토프 발츠라고 해서 못할 게 없다. 게다가 발츠는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에서 했던 란다 대령 역할을 비슷하게 흉내내면 되므로 'Impersonator'로 더욱 완벽한 조건을 갖췄다. 아직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은 현재로썬 100% 전부 추측일 뿐이지만, 크리스토프 발츠가 '본드24'에서 또 군인 역할을 맡지 말란 법도 없다.
그런데 자꾸 이렇게 흘러가면 크리스토프 발츠가 자칫 제 2의 하비에르 바뎀(Javier Bardem)이 될 수 있다.
하비에르 바뎀이 '스카이폴'에 악역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영화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그가 굉장히 미스테리한 악당 역을 맡았다는 소식까지 들리며 기대를 더욱 부풀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바뎀이 연기한 '스카이폴'의 실바는 여러 번 본 듯한 신선하지 않은 짝퉁에 불과했다. 하비에르 바뎀이 '스카이폴'에서 맡았던 실바는 2007년 영화 '노 컨트리 포 올드맨(No Country for Old Men)'에서 바뎀이 연기했던 앤튼 쉬거의 이미지를 빼면 남는 게 많지 않은 캐릭터였다. '스카이폴'의 실바는 하비에르 바뎀이 그의 가장 유명한 캐릭터인 '노 컨트리 포 올드맨'의 앤튼 쉬거 모드로 다시 한 번 돌아가면서 그 위에 코믹북 '배트맨(Batman)' 시리즈에 나오는 유명한 악당 조커의 이미지를 덧입힌 캐릭터였다. 바뎀의 대표적인 악당 캐릭터 앤튼 쉬거와 코믹북의 유명한 악당 캐릭터 조커를 뒤섞어 만든 게 전부인 특징 없는 'GENERIC'이었던 것이다.
007 제작진은 '본드24'에서도 크리스토프 발츠와 함께 비슷한 수법을 또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스카이폴'에서 하비에르 바뎀이 앤튼 쉬거 모드로 되돌아갔던 것 처럼 '본드24'에선 크리스토프 발츠가 란다 대령 모드로 되돌아가도록 하면 되기 때문이다. 007 제작진이 바로 이것을 노리고 크리스토프 발츠를 캐스팅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 들어 007 제작진이 새로운 악당을 창조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만큼 악역 연기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영화배우를 연달아 캐스팅해 실제로는 별 것 없는 캐릭터임에도 겉으로나마 친숙하게 느껴지고 제법 그럴듯 해 보이는 악당 캐릭터를 만들려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지난 '스카이폴'에서도 이와 같은 수법을 썼던 만큼 '본드24'에서 또 시도할 수 있다. 크리스토프 발츠 캐스팅 루머를 처음 접했을 때 뜻밖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으며 '또 지난 '스카이폴'의 실바처럼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스쳐지나갔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크리스토프 발츠도 지난 '스카이폴'의 하비에르 바뎀과 마찬가지로 가능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다른 영화의 캐릭터를 흉내내는 데 그칠 수 있다. 발츠가 '본드24'에 악당으로 출연하는 것이 공식 확인되면 지난 하비에르 바뎀 캐스팅 때와 마찬가지로 큰 주목을 끌 게 분명하지만 이번에도 거기까지가 전부일 수 있다.
또 한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자칫하단 '투모로 네버 다이스(Tomorrow Never Dies)'의 엘리옷 카버처럼 주책없는 악당 캐릭터가 될 수 있겠다는 점이다.
발츠가 '본드24'에서 맡게 될 캐릭터가 근엄한 빅 보스형 캐릭터는 아무래도 아닐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교활하고 능글맞은 캐릭터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로 유명해진 발츠의 효과를 노리고 그를 캐스팅한 듯 한데 발츠에게 그와 어울리지 않는 매우 어둡고 심각한 캐릭터를 맡기진 않을 듯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발츠가 '본드24'에 출연한다면 매우 영리하고 사기성이 농후한 캐릭터를 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발츠의 이미지가 그런 캐릭터 쪽으로 굳은 것은 사실이므로 '본드24'에서도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발츠의 트레이드마크 이미지에만 너무 의존하면 너무 가볍고 우스꽝스러운 캐릭터가 나올 수도 있다. 만약 007 제작진이 스토리에 별 신경을 쓰지 않고 타잎캐스팅한 발츠의 이미지만을 살린 교활한 사기꾼 타잎의 악당을 선보이는 데만 신경을 쏟으면 조나단 프라이스(Jonathan Pryce)가 연기했던 '투모로 네버 다이스'의 엘리옷 카버처럼 싱겁고 엉뚱한 악당이 탄생하기 딱 알맞아 보인다. 007 제작진이 지난 90년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메인 악당은 크리스토프 발츠에 헨치맨 역은 데이브 바티스타(Dave Batista)라는 '본드24' 캐스팅 루머를 볼 때마다 '투로모 네버 다이스'에서 메인 악당과 헨치맨 역을 각각 맡았던 조나단 프라이스와 괴츠 오토(Götz Otto) 콤비를 닮아가는 듯 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이렇듯 크리스토프 발츠의 '본드24' 캐스팅 루머를 접한 뒤 기대와 걱정이 엇갈린다. 제대로만 한다면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잘 어울리는 멋진 악당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들면서도 한편으론 출연진만 훌륭할 뿐 흐지부지한 결과가 또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대한 기대치를 높게 잡았다가 '스카이폴' 이후 지금은 바닥권으로 떨어지면서 다음 번 제임스 본드 영화에 실망할 준비가 미리 벌써 돼있다는 게 지난 브로스난 시절과 비슷해지는 느낌이다. 브로스난의 두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투모로 네버 다이스'에 크게 실망하고 그의 세 번째 영화 '월드 이스 낫 이너프(The World is not Enough)'가 개봉했을 땐 이미 브로스난의 제임스 본드에 싫증이 나있었는데, 지금도 그 때와 비슷한 기분이다.
솔직히 별로 기대가 되진 않지만 007 제작진이 '본드24'에선 잘 하는지 지켜보기로 하자.
공식 확인된 것은 아니므로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흥미로운 이야기인 것만은 사실이다. 만약 크리스토프 발츠가 007 시리즈에 출연한다면 어떤 캐릭터에 어울릴지 생각해본 적이 있어서다.
교활한 악당은 007 시리즈에서 보기 드물다. 007 시리즈엔 블로펠드와 같은 마피아 보스 타잎의 악당이 대부분이지 교활한 악당은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다 사실적인 톤의 스파이 영화에 어울리는 악당 타잎은 블로펠드 스타일이 아닌 교활한 캐릭터다. 다소 비현실적으로 들리는 세계정복 야욕에 사로잡힌 악당보다 여러 술수에 능한 교활한 잔머리꾼 타잎 악당이 서로 속고 속이는 게임을 벌이는 첩보 세계를 묘사하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교활한 스타일의 007 시리즈 악당 중 하나로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 주연의 1987년작 '리빙 데이라이트(The Living Daylights)'에서 네덜란드 배우 예룬 크라베(Jeroen Krabbé)가 맡았던 KGB 장군 코스코프를 꼽을 수 있다. 코스코프는 소련에서 서방으로 위장 망명한 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소련 정보부와 영국 정보부를 이간시킨 KGB 장군이다. 영국 정보부는 코스코프를 서방으로 망명한 '동지'로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적'이었던 것이다.
만약 크리스토프 발츠가 코스코프 타잎의 캐릭터를 맡는다면 아주 흥미로울 듯 하다.
물론 지금은 냉전이 끝났으므로 KGB 장군의 망명 플롯은 사용할 수 없겠지만 그와 비슷한 플롯은 지금도 여전히 가능하다. 현시대에 맞게 더블 또는 트리플 에이전트 이야기를 만드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더블 에이전트를 소재로 한 플롯을 만들라고 하면 굉장히 복잡하게 꼬인 플롯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007 시리즈는 생각하면서 보는 영화 시리즈가 아니므로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악당 A가 위험한 음모를 꾸민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본드가 조사에 나서자 악당 A의 라이벌 악당 B가 나타나 본드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며 큰 도움을 주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실제로 음모를 꾸미던 건 악당 B였고 악당 A는 누명을 쓴 것이었다는 전말이 드러나는 정도면 충분하다. 이와 비슷한 더블 크로싱 플롯은 '리빙 데이라이트' 뿐만 아니라 로저 무어(Roger Moore) 주연의 1981년 영화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숏스토리 '리시코(Risico)'에도 등장한 바 있으므로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한동안 007 시리즈에 등장하지 않은 데다 본드와 영국 정보부를 깜쪽같이 속이는 교활한 악당 캐릭터 역시 한동안 볼 수 없었으므로 살을 잘 붙인 스토리만 준비된다면 '본드24'에서 다시 사용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가장 걱정되는 건 007 제작진이 발츠를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이냐다.
크리스토프 발츠가 007 시리즈의 악역을 맡는다고 하면 '인글리어스 배스터즈'의 란다 대령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007 제작진은 이런 점을 이용해서 란다 대령인 척 하는 발츠의 '원맨쇼'로 '본드24' 악당 캐릭터를 때울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007 제작진이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에 와서 영화배우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설정해주는 센스가 매우 모자라다는 문제를 드러냈으므로 크리스토퍼 발츠에게 잘 어울리는 개성있는 악당 캐릭터를 새로 마련하지 않고 란다 대령을 다시 한 번 연기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미 제임스 본드가 지난 '스카이폴(Skyfall)'에서 'Batman Impersonator'가 되었는데 크리스토프 발츠라고 해서 못할 게 없다. 게다가 발츠는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에서 했던 란다 대령 역할을 비슷하게 흉내내면 되므로 'Impersonator'로 더욱 완벽한 조건을 갖췄다. 아직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은 현재로썬 100% 전부 추측일 뿐이지만, 크리스토프 발츠가 '본드24'에서 또 군인 역할을 맡지 말란 법도 없다.
그런데 자꾸 이렇게 흘러가면 크리스토프 발츠가 자칫 제 2의 하비에르 바뎀(Javier Bardem)이 될 수 있다.
하비에르 바뎀이 '스카이폴'에 악역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영화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그가 굉장히 미스테리한 악당 역을 맡았다는 소식까지 들리며 기대를 더욱 부풀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바뎀이 연기한 '스카이폴'의 실바는 여러 번 본 듯한 신선하지 않은 짝퉁에 불과했다. 하비에르 바뎀이 '스카이폴'에서 맡았던 실바는 2007년 영화 '노 컨트리 포 올드맨(No Country for Old Men)'에서 바뎀이 연기했던 앤튼 쉬거의 이미지를 빼면 남는 게 많지 않은 캐릭터였다. '스카이폴'의 실바는 하비에르 바뎀이 그의 가장 유명한 캐릭터인 '노 컨트리 포 올드맨'의 앤튼 쉬거 모드로 다시 한 번 돌아가면서 그 위에 코믹북 '배트맨(Batman)' 시리즈에 나오는 유명한 악당 조커의 이미지를 덧입힌 캐릭터였다. 바뎀의 대표적인 악당 캐릭터 앤튼 쉬거와 코믹북의 유명한 악당 캐릭터 조커를 뒤섞어 만든 게 전부인 특징 없는 'GENERIC'이었던 것이다.
007 제작진은 '본드24'에서도 크리스토프 발츠와 함께 비슷한 수법을 또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스카이폴'에서 하비에르 바뎀이 앤튼 쉬거 모드로 되돌아갔던 것 처럼 '본드24'에선 크리스토프 발츠가 란다 대령 모드로 되돌아가도록 하면 되기 때문이다. 007 제작진이 바로 이것을 노리고 크리스토프 발츠를 캐스팅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 들어 007 제작진이 새로운 악당을 창조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만큼 악역 연기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영화배우를 연달아 캐스팅해 실제로는 별 것 없는 캐릭터임에도 겉으로나마 친숙하게 느껴지고 제법 그럴듯 해 보이는 악당 캐릭터를 만들려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지난 '스카이폴'에서도 이와 같은 수법을 썼던 만큼 '본드24'에서 또 시도할 수 있다. 크리스토프 발츠 캐스팅 루머를 처음 접했을 때 뜻밖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으며 '또 지난 '스카이폴'의 실바처럼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스쳐지나갔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크리스토프 발츠도 지난 '스카이폴'의 하비에르 바뎀과 마찬가지로 가능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다른 영화의 캐릭터를 흉내내는 데 그칠 수 있다. 발츠가 '본드24'에 악당으로 출연하는 것이 공식 확인되면 지난 하비에르 바뎀 캐스팅 때와 마찬가지로 큰 주목을 끌 게 분명하지만 이번에도 거기까지가 전부일 수 있다.
또 한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자칫하단 '투모로 네버 다이스(Tomorrow Never Dies)'의 엘리옷 카버처럼 주책없는 악당 캐릭터가 될 수 있겠다는 점이다.
발츠가 '본드24'에서 맡게 될 캐릭터가 근엄한 빅 보스형 캐릭터는 아무래도 아닐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교활하고 능글맞은 캐릭터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로 유명해진 발츠의 효과를 노리고 그를 캐스팅한 듯 한데 발츠에게 그와 어울리지 않는 매우 어둡고 심각한 캐릭터를 맡기진 않을 듯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발츠가 '본드24'에 출연한다면 매우 영리하고 사기성이 농후한 캐릭터를 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발츠의 이미지가 그런 캐릭터 쪽으로 굳은 것은 사실이므로 '본드24'에서도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발츠의 트레이드마크 이미지에만 너무 의존하면 너무 가볍고 우스꽝스러운 캐릭터가 나올 수도 있다. 만약 007 제작진이 스토리에 별 신경을 쓰지 않고 타잎캐스팅한 발츠의 이미지만을 살린 교활한 사기꾼 타잎의 악당을 선보이는 데만 신경을 쏟으면 조나단 프라이스(Jonathan Pryce)가 연기했던 '투모로 네버 다이스'의 엘리옷 카버처럼 싱겁고 엉뚱한 악당이 탄생하기 딱 알맞아 보인다. 007 제작진이 지난 90년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메인 악당은 크리스토프 발츠에 헨치맨 역은 데이브 바티스타(Dave Batista)라는 '본드24' 캐스팅 루머를 볼 때마다 '투로모 네버 다이스'에서 메인 악당과 헨치맨 역을 각각 맡았던 조나단 프라이스와 괴츠 오토(Götz Otto) 콤비를 닮아가는 듯 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이렇듯 크리스토프 발츠의 '본드24' 캐스팅 루머를 접한 뒤 기대와 걱정이 엇갈린다. 제대로만 한다면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잘 어울리는 멋진 악당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들면서도 한편으론 출연진만 훌륭할 뿐 흐지부지한 결과가 또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대한 기대치를 높게 잡았다가 '스카이폴' 이후 지금은 바닥권으로 떨어지면서 다음 번 제임스 본드 영화에 실망할 준비가 미리 벌써 돼있다는 게 지난 브로스난 시절과 비슷해지는 느낌이다. 브로스난의 두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투모로 네버 다이스'에 크게 실망하고 그의 세 번째 영화 '월드 이스 낫 이너프(The World is not Enough)'가 개봉했을 땐 이미 브로스난의 제임스 본드에 싫증이 나있었는데, 지금도 그 때와 비슷한 기분이다.
솔직히 별로 기대가 되진 않지만 007 제작진이 '본드24'에선 잘 하는지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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