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위크 위드 매릴린(My Week with Marilyn)',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 등에 출연한 주목받는 젊은 영국 영화배우 에디 레드메인(Eddie Redmayne)의 새 영화가 개봉했다. 레드메인의 2014년 새 영화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Theory of Everything)'은 영국의 유명한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의 생애를 그린 바이오픽이다. 레드메인은 이 영화에서 스티븐 호킹 역을 맡았다.
스티븐 호킹 바이오픽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은 복잡한 과학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얼마 전에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의 SF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에서 충분할 만큼 봤던 블랙홀이 또 나오긴 하지만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은 20대에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이라는 불치 병에 걸려 마비가 된 스티븐 호킹(에디 레드메인)과 그의 아내 제인(펠리시티 존스)의 러브 스토리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다.
영화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의 줄거리는 스티븐 호킹이 건강했던 대학생 시절 제인과의 만남과 발병, 호킹이 불치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와 결혼한 제인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ALS 병에 걸려 지팡이를 사용하던 호킹이 휠체어에 의지하게 될 때까지의 과정, 그리고 흔들리는 제인과 스티븐의 결혼 생활 이야기 등 호킹의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영화의 주인공이 유명한 과학자인 만큼 영화 중간 중간에 과학 관련 이야기가 더러 나오지만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은 스티븐 호킹의 연구 내용이 아닌 그의 사적인 삶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을 보면서 가장 먼저 느껴졌던 것은 영화가 매우 잔잔하고 부드럽게 진행한다는 점이었다.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마일드했고 극적인 재미가 부족했다. 심각한 갈등이나 대립이 없었고 악역도 없었다. 불륜도 어물쩡 넘어갔고 등장 캐릭터 모두가 선한 사람들이었을 뿐 악당이 없었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들이 모두 살아있기 때문인지 조심스럽게 좋은 이야기만 골라놓은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영국 신문 인디펜던트가 스티븐 호킹의 자서전 '마이 브리프 스토리(My Brief Story)'를 소개한 2013년 기사 'Stephen Hawking on life, the universe and marriage'에 의하면 호킹은 제인과 뮤지션 조나단 존스(Jonathan Jones)의 가까운 관계를 못마땅해 했고, 결국 이로 인해 호킹이 간호사 일레인 메이슨(Elaine Mason)과 따로 살게 되었다고 자서전에서 회고했다고 한다.
"Professor Hawking, meanwhile, became increasingly unhappy with her close relationship with Jonathan. “In the end I could stand the situation no longer, and in 1990 I moved out to a flat with one of my nurses, Elaine Mason,” he says." - The Independent
그러나 영화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에선 이러한 깊은 갈등과 긴장감 등을 찾아볼 수 없었다.
스티븐 호킹의 개인사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고 관심도 없지만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을 보면서 물을 좀 많이 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제인 호킹(Jane Wilde Hawking)이 쓴 회고록을 기반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은 스티븐 호킹의 생애를 그린 바이오픽임과 동시에 러브 스토리 영화였다. 제인과 스티븐의 러브 스토리 파트가 큰 비중을 차지한 영화였으며, 어떻게 보면 바이오픽이라기보다 여성용 러브 스토리 영화에 가까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러브 스토리 파트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불치의 병에 걸린 스티븐 호킹과 그를 헌신적으로 간호하며 도운 제인의 애절한 러브 스토리는 크게 특별할 것은 없었어도 처음엔 괜찮아 보였으나 스토리가 진행하면서 불륜과 삼각관계 테마의 아줌마용 애정-멜로 TV 드라마 쪽에 가까워졌다.
제작진이 '바이오픽'과 '러브 스토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 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러브 스토리' 파트가 약간 불필요하게 길게 들어갔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인과 스티븐의 러브 스토리에 초점을 맞춘 바이오픽을 만들 계획이었다면 60년대 초~70년대 초까지의 이야기만 담았더라면 감동과 만족감이 훨씬 높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렇게 했더라면 시간이 흐르면서 스티븐 호킹의 상태가 악화되는 과정을 모두 담을 수 없었겠지만, 불치의 병에 걸린 스티브 호킹이 헌신적인 제인의 도움을 받으며 과학자로 성공하는 데까지만 영화로 옮겼더라면 더 깔끔하고 감동적이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에서 가장 흥미진진했던 파트가 바로 그 부분이었다. 그 이후 조나단 존스(찰리 콕스) 등이 등장하면서 불륜, 삼각관계 등 복잡한 결혼 생활 이야기가 전개되는 파트부터는 하이라이트가 지난 것 같았고 내용도 진부하게 느껴졌다. 스티븐 호킹의 이야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불치의 병에 걸린 그가 어떻게 과학자로 성공할 수 있었냐는 것이지 누가 누구와 눈이 맞아 바람이 났냐는 파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영화 줄거리가 70년대 초에서 끝났다면 제작진이 원했던 것처럼 '바이오픽'와 '러브 스토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보다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한편, 연기는 수준급이었다. 도서관 책벌레 타잎의 에디 레드메인(Eddie Redmayne)은 스티븐 호킹 역으로 아주 잘 어울렸다. 레드메인의 ALS 환자 연기는 1989년 영화 '나의 왼발(My Left Foot)'에서 뇌성마비 환자 연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다니엘 데이-루이스(Daniel Day-Lewis)와 비견될 만했다. 레드메인도 앞으로 있을 헐리우드 영화 시상식에서 남우주연 후보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심지어 호킹도 그의 페이스북을 통해 레드메인의 연기를 극찬했다. 호킹은 레드메인이 실제 ALS 환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덕분에 실제 환자처럼 보일 수 있었다고 적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은 볼 만한 영화였다. 출발은 좋았는데 마무리가 흐지부지했다는 점 등 맘에 들지 않는 점들이 여럿 있었으므로 아주 맘에 드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지루함을 모른 채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스티븐 호킹에 큰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 데도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은 즐길 만했다. 영화가 끝난 뒤 제법 잘 만든 영화를 봤다는 느낌이 들었지 시간 낭비를 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정도 선에서 만족해야 하는 영화였다.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은 대단히 감동적이거나 강한 인상을 남기는 영화는 아니었다. 그저 귀여운 여성용 러브 스토리 정도였지 파워풀한 영화는 아니었다. 제인과 스티븐의 슬프고 힘든 러브 스토리를 그렸지만 그런 느낌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멜로-러브 스토리에 넋놓고 푹 빠질 수 있는 사람들은 사정이 다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영화가 볼 만은 해도 큰 감동이 밀려오는 영화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앞으로 열릴 헐리우드 영화 시상식에서 여러 부문에 노미네이트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무시할 만한 수준의 영화는 결코 아니다.
스티븐 호킹 바이오픽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은 복잡한 과학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얼마 전에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의 SF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에서 충분할 만큼 봤던 블랙홀이 또 나오긴 하지만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은 20대에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이라는 불치 병에 걸려 마비가 된 스티븐 호킹(에디 레드메인)과 그의 아내 제인(펠리시티 존스)의 러브 스토리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다.
영화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의 줄거리는 스티븐 호킹이 건강했던 대학생 시절 제인과의 만남과 발병, 호킹이 불치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와 결혼한 제인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ALS 병에 걸려 지팡이를 사용하던 호킹이 휠체어에 의지하게 될 때까지의 과정, 그리고 흔들리는 제인과 스티븐의 결혼 생활 이야기 등 호킹의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영화의 주인공이 유명한 과학자인 만큼 영화 중간 중간에 과학 관련 이야기가 더러 나오지만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은 스티븐 호킹의 연구 내용이 아닌 그의 사적인 삶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을 보면서 가장 먼저 느껴졌던 것은 영화가 매우 잔잔하고 부드럽게 진행한다는 점이었다.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마일드했고 극적인 재미가 부족했다. 심각한 갈등이나 대립이 없었고 악역도 없었다. 불륜도 어물쩡 넘어갔고 등장 캐릭터 모두가 선한 사람들이었을 뿐 악당이 없었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들이 모두 살아있기 때문인지 조심스럽게 좋은 이야기만 골라놓은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영국 신문 인디펜던트가 스티븐 호킹의 자서전 '마이 브리프 스토리(My Brief Story)'를 소개한 2013년 기사 'Stephen Hawking on life, the universe and marriage'에 의하면 호킹은 제인과 뮤지션 조나단 존스(Jonathan Jones)의 가까운 관계를 못마땅해 했고, 결국 이로 인해 호킹이 간호사 일레인 메이슨(Elaine Mason)과 따로 살게 되었다고 자서전에서 회고했다고 한다.
"Professor Hawking, meanwhile, became increasingly unhappy with her close relationship with Jonathan. “In the end I could stand the situation no longer, and in 1990 I moved out to a flat with one of my nurses, Elaine Mason,” he says." - The Independent
그러나 영화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에선 이러한 깊은 갈등과 긴장감 등을 찾아볼 수 없었다.
스티븐 호킹의 개인사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고 관심도 없지만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을 보면서 물을 좀 많이 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제인 호킹(Jane Wilde Hawking)이 쓴 회고록을 기반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은 스티븐 호킹의 생애를 그린 바이오픽임과 동시에 러브 스토리 영화였다. 제인과 스티븐의 러브 스토리 파트가 큰 비중을 차지한 영화였으며, 어떻게 보면 바이오픽이라기보다 여성용 러브 스토리 영화에 가까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러브 스토리 파트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불치의 병에 걸린 스티븐 호킹과 그를 헌신적으로 간호하며 도운 제인의 애절한 러브 스토리는 크게 특별할 것은 없었어도 처음엔 괜찮아 보였으나 스토리가 진행하면서 불륜과 삼각관계 테마의 아줌마용 애정-멜로 TV 드라마 쪽에 가까워졌다.
제작진이 '바이오픽'과 '러브 스토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 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러브 스토리' 파트가 약간 불필요하게 길게 들어갔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인과 스티븐의 러브 스토리에 초점을 맞춘 바이오픽을 만들 계획이었다면 60년대 초~70년대 초까지의 이야기만 담았더라면 감동과 만족감이 훨씬 높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렇게 했더라면 시간이 흐르면서 스티븐 호킹의 상태가 악화되는 과정을 모두 담을 수 없었겠지만, 불치의 병에 걸린 스티브 호킹이 헌신적인 제인의 도움을 받으며 과학자로 성공하는 데까지만 영화로 옮겼더라면 더 깔끔하고 감동적이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에서 가장 흥미진진했던 파트가 바로 그 부분이었다. 그 이후 조나단 존스(찰리 콕스) 등이 등장하면서 불륜, 삼각관계 등 복잡한 결혼 생활 이야기가 전개되는 파트부터는 하이라이트가 지난 것 같았고 내용도 진부하게 느껴졌다. 스티븐 호킹의 이야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불치의 병에 걸린 그가 어떻게 과학자로 성공할 수 있었냐는 것이지 누가 누구와 눈이 맞아 바람이 났냐는 파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영화 줄거리가 70년대 초에서 끝났다면 제작진이 원했던 것처럼 '바이오픽'와 '러브 스토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보다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한편, 연기는 수준급이었다. 도서관 책벌레 타잎의 에디 레드메인(Eddie Redmayne)은 스티븐 호킹 역으로 아주 잘 어울렸다. 레드메인의 ALS 환자 연기는 1989년 영화 '나의 왼발(My Left Foot)'에서 뇌성마비 환자 연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다니엘 데이-루이스(Daniel Day-Lewis)와 비견될 만했다. 레드메인도 앞으로 있을 헐리우드 영화 시상식에서 남우주연 후보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심지어 호킹도 그의 페이스북을 통해 레드메인의 연기를 극찬했다. 호킹은 레드메인이 실제 ALS 환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덕분에 실제 환자처럼 보일 수 있었다고 적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은 볼 만한 영화였다. 출발은 좋았는데 마무리가 흐지부지했다는 점 등 맘에 들지 않는 점들이 여럿 있었으므로 아주 맘에 드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지루함을 모른 채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스티븐 호킹에 큰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 데도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은 즐길 만했다. 영화가 끝난 뒤 제법 잘 만든 영화를 봤다는 느낌이 들었지 시간 낭비를 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정도 선에서 만족해야 하는 영화였다. '시어리 오브 에브리씽'은 대단히 감동적이거나 강한 인상을 남기는 영화는 아니었다. 그저 귀여운 여성용 러브 스토리 정도였지 파워풀한 영화는 아니었다. 제인과 스티븐의 슬프고 힘든 러브 스토리를 그렸지만 그런 느낌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멜로-러브 스토리에 넋놓고 푹 빠질 수 있는 사람들은 사정이 다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영화가 볼 만은 해도 큰 감동이 밀려오는 영화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앞으로 열릴 헐리우드 영화 시상식에서 여러 부문에 노미네이트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무시할 만한 수준의 영화는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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