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9일 월요일

'언브로큰', 그럭저럭 볼 만했지만 아쉬운 점이 많았다

2014년에도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 주연의 '모뉴먼트 맨(The Monuments Men)', 브래드 핏(Brad Pitt) 주연의 '퓨리(Fury)',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 주연의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 등 2차대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여러 편 공개되었다.

그런데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또다른 영화가 미국서 크리스마스에 개봉했다. 미국의 유명한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언브로큰(Unbroken)'이 바로 그것이다.

2차대전 소재의 영화 중엔 유럽을 배경으로 독일군과 벌이는 전투를 그린 전쟁영화들이 상당히 많다. 2014년에 개봉한 2차대전 영화들도 모두 2차대전 당시의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다. 하지만 '언브로큰'은 2차대전 당시 태평양 전쟁에 참전했던 올림픽 육상선수 출신 미군 루이스 잼페리니(Louis Zamperini)의 실화를 다룬 바이오픽이다.

그렇다면 '언브로큰'의 줄거리를 살짝 훑어보기로 하자.

루이스 잼페리니(잭 오코널)는 말썽꾼 꼬마에서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한 육상선수로 성장한다. 올림픽 이후 잼페리니는 2차대전에 참전하는데, 그가 탔던 군용기가 태평양에 추락하면서 오랫동안 바다에 표류하게 된다. 오랫동안 표류하던 잼페리니가 극적으로 구조되긴 하지만, 그를 구조한 게 다름아닌 일본군이라는 게 문제다. 일본군의 포로가 된 잼페리니는 괴팍한 성격의 무쓰히로 와타나베(미야비)가 수용소장으로 있는 포로 수용소에서 고난의 나날을 보내게 된다...


'언브로큰'은 그럭저럭 볼 만한 영화였다.

올림픽에 출전했던 육상선수가 군에 입대하여 태평양 전쟁에 참전했다 포로가 되어 지독한 일본군 수용소장한테 걸리면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2년이 넘도록 가혹한 환경에서 포로 생활을 하게 된다는 스토리는 흥미진진했다. 픽션이 아닌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기초로 한 만큼 더욱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특별히 새로운 게 없는 영화였다. 다른 영화에서 봤던 장면들을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뿐 새로운 영화를 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어렸을 적 잼페리니가 육상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은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의 한장면을 보는 듯 했고, 바다에서 표류하는 씬은 최근에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올 이스 로스트(All is Lost)' 등 조난을 당해 바다에서 표류하는 영화가 자주 개봉했기 때문인지 매우 낯익어 보였다. 또한, 일본군에 포로로 잡혀 강제 노동과 가혹한 학대에 시달리는 씬은  '콰이강의 다리(Bridge on the  River Kwai)'를 연상시켰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예상했던 장면들의 연속이었지 특별히 인상적인 씬이 없었다.

'언브로큰'은 혹독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생환한 루이스 잼페리니의 서바이벌 스토리를 그린 영화다. 하지만 중량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틀에 박힌 스토리텔링과 어디서 본 듯한 씬들이 전부였을 뿐 느껴지는 게 많지 않았다. '언브로큰'은 진한 감동이 전달돼야 하는 영화였는데 청소년용 틴-무비를 봤을 때와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면 어딘가 문제가 있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 중 하나는 출연진에 있었다.

루이스 잼페리니 역을 맡은 영국 영화배우 잭 오코널(Jack O'Connell)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대단히 인상적일 정도는 아니었어도 방해가 되진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출연진이 '언브로큰'과 같은 전쟁영화와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언브로큰'은 혹독한 포로수용소에서의 서바이벌에 대한 영화였는데 대부분의 출연진은 '브레이크퍼스트 클럽(The Breakfast Club)'과 같은 틴-무비에 어울림직한 배우들이었다. 출연진을 젊은 배우들 중에서 골라야 했다는 점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 중에서 올바른 배우들을 선택했는가에 물음표가 붙었다.

무쓰히로 와타나베 역을 맡은 일본 뮤지션 미야비(Miyavi)도 마찬가지였다. 곱상한 외모의 미야비는 새디스틱한 일본군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마치 애니메 캐릭터를 보는 듯 했다. 이 바람에 와타나베가 잼페리니를 구타하고 괴롭히는 씬도 애들 장난하는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성격이 삐뚤어진 미치광이 같은 일본군이 연합군 포로들을 학대, 고문한다는 실감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고, 마치 불량 학생이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정도로 보였다. 미야비 버전의 와타나베는 그다지 위협적이지도 않았고 괴팍해 보이지도 않았다. '언브로큰'에서 주인공 루이스 잼페리니 못지 않게 비중이 큰 캐릭터가 와타나베였는데, 제작진이 와타나베 역에 잘 어울리는 배우를 선택했는지 의심스러웠다.

이렇듯 '언브로큰'은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은 영화였다. 구색을 갖추긴 했으나 어딘가 허전함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루이스 잼페리니의 흔치 않은 서바이벌 스토리는 좋은 영화 소잿감이었으나 '언브로큰'은 맹탕같고 밋밋한 영화였다. 스토리는 멋졌으나 영화는 스토리 만큼 멋지지 않았다.

그래도 영화를 보는 도중에 지루하고 싫증이 날 정도는 아니었다. 마지막까지 영화를 보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영화는 그럭저럭 볼 만한 편이었다. 하지만 대단한 영화를 봤다거나 매우 감동적인 영화를 봤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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