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1일 수요일

2014년 NFL 시즌 PO: 시애틀 시혹스 "미식축구도 9회말 2사부터!"

2014년 NFL 시즌 수퍼보울은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와 시애틀 시혹스(Seattle Seahawks)의 대결로 결정났다.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시애틀 시혹스가 각각 AFC, NFC 챔피언에 오르면서 NFL 챔피언을 결정짓는 수퍼보울에 진출했다.

베테랑 쿼터백 톰 브래디(Tom Brady)가 버티고 있는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는 AFC 챔피언쉽 경기에서 마주친 인디애나폴리스 콜츠(Indianapolis Colts)를 45대7로 가볍게 꺾었고, 지난 시즌 수퍼보울 챔피언 시애틀 시혹스(Seattle Seahawks)는 NFC 챔피언쉽 경기에서 마주친 그린 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를 오버타임에서 28대22로 간신히 꺾고 2년 연속으로 수퍼보울에 진출했다.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의 AFC 챔피언쉽 경기는 패트리어츠의 일방적인 승리로 싱겁게 끝났으나 그린베이 패커스와 시애틀 시혹스의 NFC 챔피언쉽 경기는 아주 드라마틱했다. 지난 주 발티모어 레이븐스(Baltimore Ravens)와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디비져널 플레이오프 경기를 다시 보는 듯 했을 정도로 시혹스가 드라마틱한 역적승을 거뒀다.

경기 내용만을 놓고 따지면 지난 주 레이븐스 vs 패트리어츠가 더 재밌는 경기였지만, 믿기지 않는 경기 결과만을 놓고 따지면 패커스 vs 시혹스가 더 쇼킹했다.

패커스가 전반에 16대0으로 앞서다 역전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시혹스는 마지막 4쿼터가 될 때까지 공격이 전혀 풀리지 않는 등 패색이 짙었다. 시혹스 쿼터백 러셀 윌슨(Russell Wilson)은 인터셉션을 네 차례나 당하며 경기를 순조롭게 진행하지 못했다. 시혹스는 러셀 윌슨의 네 차레 인터셉션을 포함 모두 다섯 차례의 턴오버를 기록했다.

이렇게 턴오버를 많이 당하면 이기기 어렵다. 특히 플레이오프, 더군다나 컨퍼런스 챔피언쉽 경기에선 더욱 그렇다.

경기 종료 4분여를 남겨놓았을 당시 스코어가 패커스 19, 시혹스 7.

가뜩이나 공격이 안 풀리는 시혹스가 남은 4분여 안에 경기를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잠깐...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미식축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때가 있다. 그린 베이 패커스와 시애틀 시혹스의 NFC 챔피언쉽 경기가 좋은 예다. 경기 종료를 얼마 남겨놓지 않고 시혹스가 믿기지 않는 역전극을 펼쳤기 때문이다.

경기 종료 2분여를 남겨두고 시혹스가 터치다운을 하면서 5점차로 따라붙었다. 스코어는 패커스 19, 시혹스 14.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넉넉하게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터치다운을 하나 더 해야만 역전이 가능했는데, 남은 경기 시간이 2분여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시혹스가 공격 기회를 한 번 더 잡을 가능성이 희박했다.

하는 수없이 시혹스가 선택한 건 온사이드 킥. 온사이드킥은 실패 확률이 높지만 그 상황에선 온사이드킥밖에 달리 선택할 옵션이 없었다. 시혹스는 더이상 밑질 것도 없었다.

결과는 시혹스의 온사이드킥 성공! 그 상황에 시혹스가 실패 확률이 높은 온사이드킥을 성공시켰다. 시혹스가 찬 온사이드킥은 그린 베이 패커스의 타잇엔드 브랜든 보스틱(Brandon Bostick)의 정면으로 튕겼으나 보스틱이 이 공을 잡지 못했다. 만약 보스틱이 그의 정면으로 온 공을 잡았다면 사실상 그것으로 경기가 끝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보스틱은 공을 잡지 못했고, 보스틱에 맞고 튕겨오른 공은 시애틀 시혹스의 와이드리씨버 크리스 매튜스(Chris Matthews)의 품에 안겼다.




온사이드킥 성공으로 다시 공격권을 가져온 시혹스는 바로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며 역전에 성공했다. 경기 내내 패커스에 끌려가던 시혹스가 처음으로 리드를 잡는 순간이었다.

터치다운을 한 시혹스는 2 포인트 컨버젼까지 성공시키며 3점차로 앞섰다.

이렇게 해서 스코어는 시혹스 22, 패커스 19.

4쿼터 막판의 멜트다운으로 역전당한 패커스는 부랴부랴 동점 필드골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오버타임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이 경기가 오버타임까지 갔다는 건 패커스 입장에선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경기 초반엔 16대0으로 앞섰을 뿐만 아니라 경기 종료 4분 전까지만 해도 19대7로 앞서있었는데, 4쿼터 막판에 무너져내리면서 시혹스에게 역전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패커스 선수 바로 앞으로 온 온사이드킥을 제대로 받지 못해 시혹스에게 온사이드킥 성공까지 내줬으니 패커스 선수들은 기분이 상당히 아니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서 패커스와 시혹스는 22대22 동점으로 오버타임에 들어갔다.

오버타임 코인토스로 선제 공격권을 얻어낸 시혹스는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밀고 들어가 결승 터치다운을 성공시켰다. 경기 내내 공격이 풀리지 않고 턴오버만 밥먹듯 하던 팀이 4쿼터 막판부터 조금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하더니, 오버타임이 시작하자마자 바로 결승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면서 경기를 끝내버렸다.





이렇게 해서 파이널 스코어는 시혹스 28, 패커스 22.

가망이 없어 보이던 경기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붙어 마침내 역전승을 거두고야 만 시혹스의 투지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턴오버를 다섯 차례나 당하며 공격을 좀처럼 풀어가지 못하던 시혹스가 마지막에 그렇게 역전승을 하는 수도 있었다.

2년 연속으로 NFC 챔피언에 오른 시애틀 시혹스는 오는 2월1일 AFC 챔피언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수퍼보울 경기를 갖는다.

댓글 6개 :

  1. 리뷰 기다렸습니다~ ^^
    전반의 멘붕 상황을 이겨낸 윌슨의 멘탈은 정말 훌륭하군요. 마지막엔 울음으로 터뜨리긴 했지만요..
    온사이드킥 놓친 패커스 선수가 더 안스럽습니다. 꼭 극복하길 바라네요.

    저의 예상은 역시 반타작이었네요. ㅎㅎ
    콜츠 게임은 정말.. 할 말이 없네요. 패츠가 잘했습니다. no mercy.

    그럼 수퍼보울 예상을 해볼까요? ^^
    제 예상은 늘 빗나갑니다. 이것도 어찌보면 능력인거 같은데 ㅎㅎ 씨애틀의 2연패로 찍어봅니다.

    풋볼시즌도 이렇게 끝나가네요.
    오공님 블로그 때문에 풋볼이 더 즐겁습니다. 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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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새 shake it off, shake it off 하는 노래가 유행이잖습니까?...^^
      윌슨이 막판에 확실하게 shake it off 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번 플레이오프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던 두 팀이 수퍼보울에 올랐군요.
      만약 시애틀이 작년의 페이튼 매닝에 이어 금년엔 톰 브래디까지 꺾는다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난 번처럼 쉬울 것 같진 않습니다. 패츠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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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공기압 조작이라니... 치팅의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네요.
      시애틀이 꼭 이겨서 논란을 종식시켰으면 좋겠네요. 그래도 일련의 조치들은 꼭 필요할거라 봅니다.
      탐 브래디.. 과거행적이나 기자회견을 보니 생각보다 스마트하진 않은 것 같네요.
      벨리칙의 꼼수였는지 오너의 지시였는지 알 수 없지만 참으로 거시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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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공기압 스캔들은 대단히 중대한 반칙으로 보진 않지만 패츠의 과거 전력이 한몫 한듯 합니다.
      패츠가 상대 팀 훈련과 경기 중 사이드라인 코치 시그널 등을 몰래 촬영했다 중징계당했었죠.
      '스파이게이트'라고 요란했었습니다. 그 때도 브래디-벨리칙-크래프트(오너)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과거 전력이 있는데 이번에 또 이러니까 '뉴 잉글랜드 사기꾼들'로 몰리는 듯 합니다.
      공기압 스캔들도 문제가 있으므로 잘못이 드러나면 패츠에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열된 것 같단 생각입니다. 경기결과를 좌우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수퍼보울이 끼었기 때문인 듯 하지만 공기압 스캔들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암튼 이번 수퍼보울은 구 패츠 헤드코치 vs 현 패츠 헤드코치의 대결이죠.
      현 시혹스 헤드코치 피트 캐롤이 90년대 말에 패츠 헤드코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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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언론도 수퍼보울 흥행때문인지 깊게 파고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피트 캐롤도 좀 여우같은 얄미운 이미지인데 패츠가 그런 감독들을 선호하나봐요 ^^.

      또하나 언급하자면 NFL이 광고로 돈 좀 더 벌어볼려구 전 쿼터 2 minutes warning 만든 것도 좀 밉상이네요.. 하지만 재미있는 광고들을 보는 것도 수퍼보울의 흥미요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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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피트 캐롤 이전엔 빌 파셀스였으니 꼭 그런 타잎만 좋아하는 건 아닌 듯 합니다...^^
      전 쿼터 2 minute warning은 프로보울 룰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프로보울 룰은 좀 다릅니다.
      수퍼보울 광고도 옛날 얘기지 요샌 재미가 없더라구요...^^
      매해마다 비슷비슷한 수법으로 억지로 웃기려는 광고가 대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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