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13일 화요일

2014년 NFL 시즌 PO 최고의 경기는 "레이븐스 vs 패트리어츠"

전반엔 발티모어 레이븐스(Baltimore Ravens)가 절대로 질 수 없는 경기로 보였다.

전반엔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가 발티모어 레이븐스에게 홈에서 또 플레이오프 패배를 당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후반이 되자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도저히 질 수 없는 경기로 보였다.

경기 종료 시간이 다가오자 발티모어 레이븐스도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기라는 사실을 느끼기 시작한 듯 했다.

지난 토요일 벌어진 발티모어 레이븐스와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2014년 NFL 시즌 플레이오프 2 라운드 경기는 현재까지 벌어진 금년 시즌 최고의 플레이오프 경기였다. 중계방송을 맡은 'NFL의 목소리' 알 마이클스(Al Michaels)도 인정했듯, 레이븐스와 패트리어츠의 플레이오브 경기는 간만에 본 최고의 경기였다.

"This one is shaping up as a classic!" - Al Michaels 

발티모어 레이븐스가 수퍼보울 챔피언에 올랐던 지난 2012년 시즌, 레이븐스는 AFC 챔피언쉽에서 만난 패트리어츠를 뉴 잉글랜드 홈에서 격파한 전력이 있는 팀이다. 강팀 패트리어츠를 뉴 잉글랜드 홈에서 꺾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아마도 페이튼 매닝(Peyton Manning)이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플레이오프엔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쿼터백 조 플래코(Joe Flacco)가 이끄는 레이븐스가 2012년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패트리어츠를 뉴 잉글랜드 홈에서 격파했었으므로 2014년 시즌 플레이오프 경기에서도 레이븐스가 패트리어츠를 뉴 잉글랜드 홈에서 또 격파하지 못한다는 법이 없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더라도 뉴 잉글랜드 홈에서 패트리어츠를 격파할 임자가 레이븐스밖에 없어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아니나 다를까, 레이븐스는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가뿐하게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며 7대0으로 앞서나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14대0으로 리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곧 반격에 나섰다.

좀처럼 풀리지 않던 경기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더니 톰 브래디(Tom Brady)가 이끄는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오펜스가 터치다운을 하면서 14대14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자 발티모어 레이븐스가 도망가기 시작했다.

레이븐스는 패트리어츠를 14점에 묶어놓은 상태에서 터치다운 2개를 추가하면서 또다시 스코어를 14점차로 벌려놓았다.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전반에 14점차를 극복했다지만 후반에 다시 한 번 14점차를 극복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한 경기에서 14점차를 두 번 극복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며, 실제로 보기도 드물다.

그러나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는 해냈다. 28대14로 뒤지던 패트리어츠가 3쿼터에 14점을 득점하며 28대28 동점을 다시 만든 것이다.


뿐만 아니라 28대28 동점을 만든 터치다운도 걸작이었다.

동점 터치다운 패스는 쿼터백 톰 브래디가 아닌 와이드리씨버 줄리언 에들맨(Julian Edelman)의 팔에서 나왔다. 칼리지 시절 쿼터백이었던 에들맨이 왕년의 패스 실력을 뽐낼 기회를 잡은 것이다.

브래디는 그의 왼쪽 후방에 있던 와이드리씨버 에들맨에게 뒤로 패스를 했고, 이를 받은 에들맨은 와이드리씨버 대니 아멘돌라(Danny Amendola)에게 장거리 패스를 했다.

결과는 51야드 터치다운.




▲The Man with the Golden Arm!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전반에 이어 후반에도 14점차를 극복하고 또다시 동점을 만들자, 왠지 패트리어츠가 질 수 없는 경기처럼 보였다. 한 경기에서 14점차를 두 번씩이나 극복하고 경기에 진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베테랑 쿼터백 톰 브래디가 쿼터백으로 버티고 있는 팀이 14점차를 두 번씩이나 극복하고 패한다는 건 불가능한 씨나리오처럼 보였다. 물론 경기 내용 자체가 영화 씨나리오 같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톰 브래디의 패트리어츠가 14점차를 두 번씩이나 극복했으나 결국은 패한다"는 엔딩은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레이븐스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14점차 리드를 두 번씩이나 날린 만큼 김이 많이 빠진 건 사실이었지만, 28대28 동점이 되자 레이븐스는 또 달아나려 했다.

그러나 레이븐스는 터치다운을 하지 못하고 필드골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동점을 깨고 다시 3점차로 앞서게 됐으므로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었다.

그.러.나...

14점차를 두 번 극복한 톰 브래디의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격파하기 위해선 절반의 성공으론 부족했다.

공격권을 넘겨받은 톰 브래디의 패트리어츠 오펜스는 역전 터치다운을 하면서 35대31로 경기를 뒤집었다. 패트리어츠는 경기가 다 끝나갈 무렵이 돼서야 처음으로 리드를 잡은 것이다.

중요한 건, 패트리어츠가 경기 막판에 간신히 잡은 리드를 마지막까지 지켰다는 점이다.

레이븐스도 경기 마지막 순간까지 재역전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14점차 리드를 두 번씩이나 날린 데다 경기 막판에 역전까지 허용한 정신적인 충격이 컸는지 가장 중요한 마지막에 비실거리다 주저앉았다.

이렇게 해서 파이널 스코어는 패트리어츠 35, 레이븐스 31.


레이븐스와 패트리어츠가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만큼 재밌는 경기를 기대했던 건 사실이지만 이번 경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요즘이 헐리우드 무비 어워즈 시즌인 만큼 영화에 비유하자면 '작품상'을 받을 만한 수준의 걸작이었다.

레이븐스를 극적으로 이긴 패트리어츠는 오는 일요일 덴버 브롱코스(Denver Broncos)를 잡은 인디애나폴리스 콜츠(Indianapolis Colts)와 AFC 챔피언쉽에서 맞붙는다. AFC 챔피언쉽은 '매닝 vs 브래디'가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매닝의 브롱코스가 플레이오프 2 라운드에서 콜츠에 패하며 성사되지 않았다.

한편, NFC 챔피언쉽은 캐롤라니아 팬터스(Carolina Panthers)를 격파한 시애틀 시혹스(Seattle Seahawks)와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를 잡은 그린 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의 대결로 좁혀졌다. 시즌이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점차 제 기량을 회복하기 시작한 시혹스는 캐롤라이나 팬터스를 비교적 쉽게 해결했으며, 그린 베이 패커스는 마지막까지 팽팽한 경기를 펼치다 마지막 4쿼터에 성공시킨 애런 로저스(Aaron Rodgers)의 터치다운으로 역전에 성공하면서 승리를 굳혔다. 

댓글 4개 :

  1. 오공님 리뷰 기다렸습니다. ^^

    레이븐스는 패츠의 작전에 완전 당한거죠. 아마 연습 때 많이 해봤던 플레이 같습니다.
    그래도 그걸 진짜 막판에 실행하는 배짱은 참.. 현 NFL에 벨리칙만큼 창의적인 감독도 없는 것 같네요.

    달라스.. 참 아쉬운 경기였죠. 마지막 브라이언트의 터치다운으로 승리하는가 했는데.. call reversed ㅜㅜ

    매닝은 나이로 인한 체력 저하가 눈에 보이더군요... 매닝의 공격이 짧게 끝나고 수비시간이 길어지면서 수비수들의 체력도 떨어져 콜츠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네요. 반면 콜츠는 다양한 공격 옵션으로 준비를 많이 하고 나온 것 같았고 또 잘 맞아떨어진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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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패트리어츠의 오펜시브 코디네이터 죠쉬 맥대니얼이 물건입니다.
      헤드코치로는 덴버 브롱코스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OC로는 물건이죠.
      아직 30대 중반이라 나이가 어려서 앞으로 NFL 코치로 미래가 밝은 친구입니다.

      데즈 브라이언트의 플레이는 현 NFL 룰을 따르면 노-캐치가 맞습니다.
      Process of Catch라는 게 상당히 애매하기 때문에 논란이 많았는데 또 도마에 오른 듯 합니다.
      어디까지가 'process of catch'고 어디서부터가 'run after catch'냐를 판단하는게 애매하죠.
      이는 단지 리씨버가 패스를 받으면서 넘어질 경우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리씨버가 캐치하는 순간 태클에 의해 공을 놓쳤을 경우 펌블이냐 노-캐치냐 논란도 해당되죠.
      NFL이 보다 완벽한 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골칫거리인 듯 합니다.

      페이튼 매닝의 경우는 그가 지난 12월 허벅지 부상을 입은 게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듯 합니다.
      매닝은 대수롭지 않은 듯 넘어갔지만 경기력에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가 지독히 안 풀릴 때도 있지만 콜츠전에선 정말 안 풀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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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공님 얘길 들으니 확 이해가 됩니다. 룰 설명과 상황 설명을 해주시니 게임이 다시 보이네요 ^^. 벨리칙에 물건인 OC, 게다가 아직 짱짱해 보이는 브래디까지.. 패츠의 우승 기회인것 같네요.
    다시 찍기 들어갑니다.
    수퍼보울은 콜츠와 씨애틀 두 영 큐비 대결로 찍어봅니다.
    뭐.. 브래디 라져스는 아쉬움에 3.4위전이라도 해야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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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친 김에 데즈 브라이언트 이슈로 포스팅을 하나 준비 해보겠습니다...^^
      근데 그런 플레이는 리플레이 리뷰가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자꾸 보면 볼수록 이게 그거같다 또 다시 보면 아닌 것 같고...
      가끔 보면 주심이 리플레이 비디오 부스에 들어가 한참 안 나오곤 하는데,
      그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눈알이 빙글빙글...

      흐음... 지난 번에 반타작 하셨으니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ㅋㅋ
      제 생각엔 패츠와 시혹스가 만나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시혹스가 2년 연속으로 NFL 최고 QB들을 꺾고 수퍼보울 우승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하구요.
      시혹스가 강팀이긴 하지만 경기가 별로 재미가 없는 것 같아서 과히 끌리는 팀은 아니지만,
      수퍼보울에서 매닝, 브래디 순으로 꺾고 2회 연속 우승한다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패츠와 패커스가 만나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90년대에 수퍼보울에서 붙은 적이 있거든요.
      그 땐 브렛 파브의 패커스가 드류 블레소의 패츠를 이겼었죠.
      패츠와 패커스가 붙어야 좀 더 군침 도는 수퍼보울 매치가 될 것 같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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