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양팀이 수퍼보울에서 팽팽한 경기를 펼칠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
누가 이기든 간에 일방적인 승리로 싱겁게 끝나지 않을 것도 예상되었다.
경기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점 또한 예상되었다.
위의 세 가지 예상은 모두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이렇게 쇼킹한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14대14로 전반을 마친 패트리어츠와 시혹스의 점수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건 후반에 들어서 였다. 시혹스가 패트리어츠를 14점에 묶어놓고 10점을 득점하면서 24대14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베테랑 쿼터백 톰 브래디(Tom Brady)가 이끄는 패트리어츠 오펜스는 어린 쿼터백 러셀 윌슨(Russel Wilson)이 이끄는 시혹스 오펜스보다 비교적 수월하게 공격을 진행했으나 브래디가 범한 2개의 인터셉션이 치명적이었다. 러셀 윌슨은 지난 NFC 챔피언쉽의 부진이 계속 이어지는 듯 수퍼보울에서도 공격을 순조롭게 풀어가지 못했으나, 톰 브래디의 잇다른 턴오버 실수로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시키면서 점수차를 벌이며 도망갔다.
그러나 패트리어츠는 포기하지 않았다.
패트리어츠는 경기 종료 2분 가량을 남겨두고 2개의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면서 28대24로 재역전을 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한방의 빅 플레이'를 앞세운 시애틀 시혹스 오펜스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남겨줬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공격권을 넘겨받은 시혹스 오펜스는 러닝백 마샨 린치(Marshawn Lynch)에게 장거리 패스를 성공시키면서 순식간에 해프라인을 넘어섰다.
이제 남은 경기 시간은 2분 미만. 시혹스는 무조건 터치다운을 해야만 재역전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때 믿기지 않는 플레이가 나왔다. 시혹스의 와이드리씨버 저메인 커스(Jermaine Kearse)가 믿기지 않는 서커츠 캐치를 선보였다. 패트리어츠 디펜시브 백 말콤 버틀러(Malcolm Butler)가 패스를 손으로 쳐낸 것으로 보였으나 저메인 커스는 뒤로 넘어지면서 팔과 다리를 총동원해 공을 받았다.
저메인 커스의 서커스 캐치는 수퍼보울 역대 베스트 캐치 중 하나로 기억될 만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분여. 저메인 커스의 기적같은 캐치 덕분에 엔드존 바로 앞까지 전진한 시혹스가 재역전 터치다운을 하는 건 시간 문제로 보였다.
그.러.나...
경기 종료 20여초를 남겨두고 또다시 믿기지 않는 플레이가 발생했다.
엔드존 코앞까지 전진한 시혹스가 러닝백 마샨 린치로 밀고 들어가지 않고 패스를 시도했다 인터셉트를 당한 것! 인터셉트를 한 패트리어츠 선수는 조금 전 저메인 커스의 기적적인 캐치를 바라봐야했던 바로 그 말콤 버틀러였다.
경기 종료까지 2~30초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엔드존 코앞에까지 와있었던 데다 타임아웃까지 1개 남아있었으므로 스타 러닝맥 먀산 린치에게 밀고 들어갈 기회를 주는 게 옳았다. 수퍼보울 경기를 지켜보던 모두가 아마도 마샨 린치의 런 플레이를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혹스는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그 순간 런이 아닌 패스 공격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비참했다.
역전패를 당하는 줄 알고 있었던 패트리어츠 쿼터백 톰 브래디는 디펜시브 백 말콤 버틀러가 믿어지지 않는 인터셉트를 성공하자 사이드라인에서 양손을 치켜들고 어린아이처럼 펄쩍거렸다.
한편 역전승을 하는 줄 알고 있었던 시혹스 코너백 리처드 셔맨(Richard Sherman)은 쿼터백 러셀 윌슨이 믿어지지 않는 인터셉트를 당하자 사이드라인에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혹스가 시도한 뜻밖의 패스 시도가 인터셉션으로 끝나면서 패트리어츠는 아슬아슬하게 28대24 승리를 굳힐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톰 브래디가 이끄는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는 네 번째 수퍼보울 우승을 달성했다. 지금까지 네 차례 수퍼보울 챔피언에 오른 NFL 쿼터백은 70년대 피츠버그 스틸러스(Pittsburgh Steelers)의 테리 브래드샤(Terry Bradshaw), 80년대 샌 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San Francisco 49ers)의 조 몬태나(Joe Montana), 그리고 2000년대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톰 브래디 등 3명이 전부다.
또한, 톰 브래디는 수퍼보울 최다 터치다운 패스 성공 기록(13개)도 세웠다.
지난 2주간 다소 어처구니 없게 들리는 공기압 조작설로 구설에 올랐던 톰 브래디와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는 수퍼보울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모든 스트레스를 털어낼 수 있게 됐다.
한마디로 명승부였습니다.
답글삭제캐롤의 마지막 콜이 잘못된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 결과론인거죠 ^^ 성공했으면 멋진 전략이라고 칭찬 받았을건데...
또 이렇게 한 시즌이 끝나고 한살 나이를 더 먹는군요 ㅎㅎ
오공님 한시즌 동안 리뷰 감사히 잘봤습니다~
전 무모한 플레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성공했더라도 좋은 평 못 들었을 것 같습니다.
삭제왜냐면, 터치다운을 했더라도 톰 브래디에게 반격할 시간을 남겨줬기 때문입니다.
그 때 패츠는 터치다운을 내주고 재역전을 하는 씨나리오를 구상중이었을 겁니다.
따라서 시혹스가 빨리 터치다운을 할수록 패츠에 도움이 되는 상황이었죠.
전 패츠가 왜 타임아웃을 하지 않나 의아했습니다. 타임아웃 안 한걸 후회할 거라 생각했죠.
우선 시계를 먼저 멈춰서 시간을 아낀 다음 터치다운을 내주고 반격에 들어갈 걸로 봤거든요.
그런데 그 상황에 시혹스가 패스를 했다 인터셉션이 나왔으니...^^
되레 타임아웃을 안 부르고 시혹스의 패스 공격에 대비한 패츠 디펜스의 승리가 돼버렸죠.
암튼 희한한 엔딩이었습니다. 저메인 커스의 서커스 캐치에 인터셉션에...
가혹한 결과론이랄까요..
답글삭제타임아웃이 하나 남아있었고, 볼의 위치는 0.5야드라인, 스냅 순간에 25초 남았습니다.
2nd & GOAL 상황이기 때문에 한 번 정도는 패싱 공격 시도도 괜찮았다고 보이네요..
그 이유는 여기서 패스실패가 되더라도 0.5야드라인에서 2번(3rd, 4th)의 다운을 계속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러싱공격은 1st 다운에서 시도가 되었고, 혹시 다시 러싱을 시도했을 때 loss of yardage라도 되면 3rd다운에서 부담이 컸을 겁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2nd 다운 정도에서의 패싱시도 자체는 나쁘지는 않았다고 보이네요. 다만, 결과가 너무나 치명적이었습니다. 더구나 그 상황과 분위기에서 인터셉션이 나오리라고는 정말 예상하기 어려웠으니까요.
패스 실패였다면 시계가 멈추면서 패츠에 타임아웃을 내준 셈이 됐을 겁니다.
삭제그 상황에서 시계가 멈추는 건 시혹스보다 패츠에 더 유리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시혹스는 이미 골라인 코앞까지 갔으므로 시간을 소비하는 게 1차 미션이었다고 봅니다.
브래디가 마지막 공격 기회를 또 잡는 걸 원치 않으니까요.
저라면 브래디에 공격기회를 남겨주지 않고 시간 소비하며 런으로 밀어부쳤을 것 같습니다.
시혹스가 내리 런을 시도했어도 시혹스에 유리한 상황이었다고 봅니다.
그 상황에 여러 리스크가 많은 패스 공격은... 저라면 하지 않았을 겁니다...^^
또한, 패츠 감독 빌리칙이 타임아웃을 쓰지 않은 것은, 시애틀이 필요한 터치다운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고, 일단은 터치다운 후의 재역전 시나리오를 먼저 상정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랬다면 타임아웃을 소진하면서도 시간을 세이브했겠지요. 터치다운을 반드시 막아내자, 그 이후의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자. 이런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아무튼 오공본드스토리님의 글 그 동안 굉장히 잘 읽었습니다. 다음 시즌에도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시고, 팬으로서 오공본드스토리님께서 늘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몇 해 전 수퍼보울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삭제패츠가 뉴욕 자이언츠와의 수퍼보울에서 비슷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죠.
그 땐 터치다운을 빨리 내주고 공격권을 찾아와서 역전하자는 게 패츠의 작전이었습니다.
자이언츠 러닝백이 이걸 눈치채고 터치다운을 안 하고 멈춰서려다 터치다운을 했었죠.
그 땐 패츠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패츠가 공격 기회는 잡았지만 역전에 실패했죠.
그런데 이번에도 거의 똑같은 상황이 재현됐기 때문에 그 때와 마찬가지로 하지 않겠나 했었죠.
그러나 이번엔 그 때와 달리 디펜스로 막아내자를 택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번에도 지난 번처럼 터치다운을 내주고 반격하자를 택할줄 알았습니다.
코앞까지 다온 시혹스를 막는 것보다 터치다운 빨리 내주고 반격하는 게 현명하다고 봤거든요.
그래서 타임아웃을 안 한 걸 후회할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패츠는 이번엔 디펜스로 승부했고, 그게 믿기지 않는 인터셉션으로 연결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커스의 플레이 직후 패츠는 터치다운 내주고 반격하자를 분명히 생각해봤을 듯 합니다.
아무튼 익사이팅한 엔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