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31일 일요일

'샌 안드레아스', 뻔한 내용이지만 시간낭비 했다는 생각 들지 않았다

샌 안드레아스(San Andreas) 단층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게 아마도 1985년 로저 무어(Roger Moore)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 '뷰투어킬(A View to A Kill)'에서였던 것 같다. 물론 '뷰투어킬'이라고 하면 영화는 잘 모르겠고 듀란 듀란(Duran Duran)이 부른 주제곡밖에 기억하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기억을 잘 더듬어 보면 샌 안드레아스 단층 인근 지역에서 강력한 폭탄을 사용해 인공 지진을 발생시켜 실리콘 밸리를 파괴하려던 맥스 조린(크리스토퍼 워큰)의 음모가 생각날 것이다.

그런데 '뷰투어킬'이 개봉한지 30년이 지난 2015년 '샌 안드레아스'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했다.

헐리우드 액션 스타 드웨인 존슨(Dwayne Johnson)이 주연을 맡은 워너 브러더스의 여름철 영화 '샌 안드레아스'는 샌 안드레아스 단층에서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로스 앤젤레스와 샌 프란시스코 등 캘리포니아 주의 대도시들이 쑥대밭이 되는 대재앙 사태를 그린 영화다. 드웨인 존슨은 L.A 구조대 헬리콥터를 조종하는 구조대장 역을 맡았다.

'캐츠 앤 도그스(Cats & Dogs)', '저니 2(Journey 2: The Mysterious Island)' 등을 연출한 영화감독 브래드 페이튼(Brad Peyton)이 연출을 맡은 '샌 안드레아스'엔 드웨인 존슨과 함께 FOX TV의 새로운 시리즈 '웨이워드 파인스(Wayward Pines)'에 출연 중인 여배우 칼라 구지노(Karla Gugino), 알렉산드라 다다리오(Alexandra Dadario), 휴고 존스톤-버트(Hugo Johnstone-Burt), 아트 파킨슨(Art Parkinson), 이언 그루퍼드(Ioan Gruffudd), 폴 지아마티(Paul Giamatti) 등이 출연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레이몬드(드웨인 존슨)가 네바다 주 후버 댐에서 발생한 지진 구조작업을 위해 헬리콥터를 몰고 L.A에서 네바다로 향하던 도중 L.A와 샌 프란시스코에 대지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고 L.A의 붕괴되는 고층건물에서 위기에 처한 별거 중인 아내(칼라 구지노)와 샌 프란시스코에서 마찬가지로 위기에 처한 딸(알렉산드리아 다다리오)을 구조하기 위해 나선다는 이야기다.



'샌 안드레아스'는 안 봐도 비디오 수준의 뻔할 뻔자 영화였다. 대재앙을 다룬 영화들이 대부분 비슷비슷하기 때문인지 예고편과 시놉시스만 봐도 대충 그림이 그려지는 영화였다.

고층건물들이 무너지고 쓰나미가 들이닥쳐 물에 잠기는 등 난장판이 된 L.A와 샌 프란시스코의 모습 등 볼거리는 풍성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던 씬이었기에 크게 인상적이진 않았다. 재앙영화에 기대했던 씬이 대부분이었지 특별히 인상적인 씬은 없었다. 또한, 재앙영화가 아닌 SF-수퍼히어로 영화에서도 대도시를 때려부수는 씬이 자주 나왔기 때문인지 '또 박살나는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도 비쥬얼 효과는 볼 만했으며, 탈출과 구출 씬 등도 익사이팅했다. 하지만 피해 규모가 워낙 컸기 때문인지 대도시가 저 정도까지 박살나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겠나 하는 의심이 자꾸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곧 이혼할 사이인 별거 중인 아내와 딸, 그리고 영국에서 온 형제 등이 등장하면서 단순한 재앙영화가 아닌 패밀리 어드벤쳐 영화의 성격도 띠도록 만든 것은 나쁘지 않았다. 이미 골백번은 본 듯한 진부한 플롯에 그치긴 했지만 재앙영화와 패밀리 영화를 하나로 합친 여름철 영화를 만들기로 한 아이디어는 맘에 들었다.

영화 '샌 안드레아스'는 L.A서 만나 함께 샌 프란시스코로 향하게 되는 레이몬드(드웨인 존슨)와 에마(칼라 구지노) 부부의 이야기와 샌 프란시스코에서 딸 블레이크(알렉산드라 다다리오)가 영국인 형제(휴고 존스턴-보트, 아트 파킨슨)와 함께 대피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레이몬드와 에마 부부의 파트는 전형적인 재앙영화 스타일이었으며 블레이크와 영국인 형제 파트는 청소년용 어드벤쳐 영화 스타일에 가까웠다. 이 두  이야기가 합쳐지면서 '샌 안드레아스'는 재앙영화임과 동시에 청소년용 어드벤쳐 영화의 느낌까지 살릴 수 있었다. '캐츠 앤 도그스(Cats & Dogs)', '저니 2(Journey 2: The Mysterious Island)' 등 어린이용 패밀리 영화를 연출했던 영화감독 브래드 페이튼이 재앙영화와 푸근한 패밀리용 어드벤쳐 영화를 깔끔하게 접목시켰다.

재앙영화인 만큼 '샌 안드레아스'는 유머가 풍부한 영화는 아니었다. 아동틱한 유머가 더러 나온 게 전부였다.

그런데 뜻하지 않았던 씬에서 크게 웃었다.

대형 지진이 또 발생할 것이란 사실을 안 뉴스 리포터(아치 판자비)가 지질학 교수(폴 지아마티)에게 "Who should we call?"이라고 다급하게 묻는 씬이 있었다.

그러자 객석에서 누군가가 느닷없이 이렇게 외쳤다:

"Ghostbusters!"

관객들은 영화를 보던 도중에 이런 농담까지 하면서 '샌 안드레아스'를 재밌게 즐기는 듯 했다.

'샌 안드레아스'는 그럭저럭 볼 만한 영화였다. 영화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지루하지 않았다. 완벽하진 않았어도 시간 낭비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영화였다. 드웨인 존슨이 출연한 영화 중 맘에 드는 영화가 거의 없었는데, 요근래 나온 드웨인 존슨 영화 중에서 '샌 안드레아스'가 가장 맘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엔드 크레딧에 흐르는 Sia가 부른 'California Dreamin'을 듣고 나오는 것을 잊지 말 것. 이 곡은 오리지날이 아닌 리메이크라서 영화 시상식 주제곡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일은 없겠지만, Sia가 부른 리메이크 곡이 괜찮길래 자리에서 일어나다 다시 앉았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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