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일 월요일

'서바이버', 훨씬 나은 스릴러 영화가 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

제임스 본드 스타,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이 액션 스릴러 쟝르로 다시 돌아왔다. 작년엔 미국 작가 빌 그랜저(Bill Granger)의 소설을 기초로 한 스파이 스릴러 '노벰버 맨(November Man)'에 출연했던 브로스난이 2015년엔 '서바이버(Survivor)'라는 제목의 액션 스릴러 영화에 출연했다.

그러나 이번엔 브로스난이 주인공이 아니다. 브로스난은 '서바이버'에서 악역을 맡았다.

'V 포 벤데타(V for Vendetta)'를 연출했던 호주 영화감독 제임스 맥티그(James McTeigue)가 연출을 맡은 액션 스릴러 '서바이버'엔 피어스 브로스난 뿐만 아니라 주인공을 맡은 밀라 요보비치(Milla Jovovich), 딜런 맥더머트(Dylan McDermott), 앤젤라 배셋(Angela Bassett), 제임스 다시(James D'Arcy) 등 낯익은 배우들이 여럿 출연한다. 따라서 출연진은 훌륭한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럼 스토리를 살짝 훑어보기로 하자.

영국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케이트(밀라 요보비치)가 어느날 미심적은 과학자(로저 리스)가 미국 방문 비자를 신청하자 그의 배경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일명 '워치메이커'라 불리는 악명 높은 프로페셔널 킬러 내쉬(피어스 브로스난)가 케이트를 살해하라는 임무를 맡고 폭발물로 케이트를 살해하려 한다. 하지만 케이트가 폭탄공격을 면하고 살아남자 내쉬는 임무를 마무리하기 위해 케이트를 계속 뒤쫓는다. 살인과 폭탄테러 누명까지 뒤집어쓴 케이트는 영국 정보부 요원 앤더슨(제임스 다시) 뿐만 아니라 미국 대사관 동료 샘(딜런 맥더머트)에게도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 사이 테러리스트들이 꾸미던 미국 테러 음모는 계획대로 진행된다...


그런데 문제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출연진은 훌륭했고 스토리도 얼핏 보기엔 그럴 듯해 보였으나 '서바이버'는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아이디어는 과히 나쁘지 않았다. 여자판 제이슨 본 영화를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스크립트가 아이디어를 제대로 받쳐주지 못했다. 진부한 설정과 억지스러운 플롯이 영화를 진지하게 즐기기 어렵게 만들었다. 어떤 세팅과 줄거리의 스릴러 영화를 원했는지는 알 수 있었으나 퀄리티가 기대 이하였다. 얼핏 보기엔 샤프한 테러리즘 관련 스릴러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3류 액션 영화 수준에 그쳤다.

미국 스릴러 소설가 필립 셸비(Philip Shelby)에게 스크립트를 맡긴 건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였다. 셸비는 제이슨 본 시리즈로 유명한 미국 소설가 로버트 러들럼(Robert Ludlum)이 세상을 떠난 후 출간된 '코버트 원(Covert-One)' 시리즈 중 한편을 썼던 작가이기도 하다. 스파이 스릴러 소설가가 스크립트를 쓴 만큼 스파이-테러리즘 스릴러 영화 분위기가 제법 제대로 묻어나는 영화이길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겉모양새는 그럴 듯 했지만 지극히도 평범하고 억지스러운 줄거리의 영화가 나왔다.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해 스크립트를 다듬었더라면 이보다 훨씬 나은 스파이 스릴러 영화가 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스파이 스릴러 소설가가 스토리를 쓴 만큼 방향은 비슷하게 맞았는데 영화로 제대로 옮겨지지 못했다.

쫓고 쫓기는 체이스 씬은 그럭저럭 볼 만했다. 그러나 제이슨 본 시리즈의 여러 장면들과 '스카이폴(Skyfall)'의 런던 지하철 씬, 영국에서 촬영한 미국 TV 시리즈 '24: 리브 어나더 데이(Live Another Day)' 등 액션-스파이-스릴러 쟝르 영화에서 많이 보아온 씬을 어설프게 짜깁기해놓은 게 전부였을 뿐 특별히 인상적인 씬은 없었다. TV 시리즈 수준이었지 빅 스크린 스릴러 영화 레벨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볼 만했던 파트가 체이스 씬이었던 건 사실이다. 그나마 체이스 씬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서바이버'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볼 수 있었다. 만약 이것마저 없었더라면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해질 뻔 했다.

출연진들도 이름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주연을 맡은 밀라 요보비치는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 시리즈 등 액션 영화에 많이 출연한 여배우이긴 하지만 '서바이버'에선 영화에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악역을 맡은 피어스 브로스난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브로스난이 어느 정도 시선을 끌었던 건 사실이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낯익은 제임스 본드 분위기에 제이슨 본 시리즈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킬러 캐릭터를 대충 합쳐놓은 클리셰 투성이의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처음엔 빈틈 없이 완벽한 킬러처럼 묘사되면서 제법 그럴듯해 보였으나 갈수록 별 볼 일 없는 실수 투성이의 노인네가 돼갔다. 처음엔 차갑고 완벽한 캐릭터처럼 보였으나 알고봤더니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은 캐릭터였다. 브로스난은 미스터리한 프로페셔널 킬러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스크립트부터 시작해서 모든 게 제대로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악명높은 킬러는 커녕 '톰과 제리(Tom and Jerry)'의 톰과 같은 캐릭터가 돼갔다.

이렇다 보니 만약 '서바이버'를 코미디로 만들었다면 오히려 대박이 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서바이버'는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에 그친 영화였다. 많은 걸 기대했던 영화는 아니었지만 혹시나 의외로 괜찮은 스릴러일 수도 있다는 작은 기대를 했었는데 결과는 역시나였다. 조금만 더 신경을 쓰고 스크립트를 다듬었더라면 의외로 볼 만한 스릴러 영화가 나왔을 것 같지만, 아쉽게도 정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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