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4일 목요일

드디어 크리스토퍼 놀란이 007 시리즈 맡게 되는 걸까?

워너 브러더스의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트릴로지로 유명한 영국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이 본드팬이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놀란은 여러 차례 자신이 본드팬임을 밝혔으며, '다크 나이트' 시리즈와 '인셉션(Inception)' 등 그가 연출한 영화에 007 시리즈 오마쥬 씬을 넣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놀란에게 007 시리즈를 연출할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007 시리즈 배급권이 워너 브러더스로 넘어간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지난 10년간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를 비롯한 워너 브러더스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맡아오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만약 007 시리즈 배급권이 워너 브러더스로 넘어간다면 놀란이 007 연출을 맡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일각에선 007 시리즈 배급권이 워너 브러더스로 넘어가면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함께 007 시리즈가 새로 리부트되는 게 아니냐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작년말 발생한 소니 픽쳐스 해킹 사건으로 유출된 영화 스크립트와 제작진간에 주고 받은 이메일 내용 등을 훑어보면 올 11월 개봉 예정인 '스펙터'가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 시대를 마감하는 성격을 띤 것으로 보인다. '스펙터'의 줄거리가 지금까지 크레이그가 출연했던 세 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의 줄거리를 완결하는 성격을 띤 것으로 알려진 데다 마지막에 본드가 핸드건을 강물에 던져버리며 떠나는 것도 '은퇴'를 암시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스펙터'가 소니 픽쳐스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일 뿐만 아니라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영화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로써는 '스펙터'가 완결편의 성격을 띠더라도 분명하게 마침표를 찍지 않으면서 어물쩍 넘어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MGM과 소니 픽쳐스의 007 시리즈 배급계약이 '스펙터'로 만료되면서 배급권이 워너 브러더스로 넘어간다면 007 시리즈가 새로 리부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직은 어디까지나 만약일 뿐이지만, '스펙터'로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가 막을 내리고 007 시리즈 배급권이 워너 브러더스로 넘어가면서 새로운 제임스 본드와 함께 007 시리즈가 새출발을 하는 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


현재로썬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

그렇다면 워너 브러더스가 007 시리즈 배급권을 넘겨받아 새로 리부팅을 한다고 가정하고 생각해 보자.

일각에선 만약 그렇게 되더라도 크리스토퍼 놀란이 007 시리즈를 맡을 적임자냐는 데 의문을 보이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훌륭한 영화감독이라는 데는 이견을 보이지 않지만, 놀란이 유머가 부족한 어둡고 무거운 톤의 팬보이용 SF-수퍼히어로 드라마로 유명하기 때문에 007 시리즈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 놀란의 스타일이 낭만과 유머가 풍부한 전통적인 007 시리즈와 매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의 007 시리즈가 이미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처럼 되었는데 이제와서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007 시리즈를 맡겨봤자 크게 나아지거나 달라질 게 있냐고 묻는다.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가 어두운 톤에 낭만과 유머가 사라진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가 이미 되었으므로 놀란이 더이상 할 게 없다는 것이다.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점은 비밀이 아니다. 크레이그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였던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은 비공식 부제가 '제임스 본드 비긴스'였으며, 크레이그의 세 번째 영화 '스카이폴(Skyfall)'은 더욱 노골적으로 '다크 나이트' 시리즈를 모방하면서 제임스 본드 영화가 아니라 미국산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처럼 보였다. 작년 12월 007 제작진이 '스펙터'의 첫 번째 티저 포스터를 공개했을 때에도 몇몇 언론들은 '다크 나이트' 포스터와의 유사점을 지적하면서 007 제작진이 계속해서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스타일을 모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007 시리즈가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와서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007 시리즈를 맡긴다고 해서 크게 나아지거나 달라질 게 없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지난 '스카이폴'에서 샘 멘데스(Sam Mendes)와 존 로갠(John Logan)이 '다크 나이트' 시리즈를 노골적으로 모방했으며 이번 '스펙터'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뒤를 이어 크리스토퍼 놀란이 007 시리즈를 맡으면 신선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짝퉁'을 밀어내고 '오리지날'이 맡는다는 점엔 의미를 둘 수 있겠지만, 이미 007 시리즈가 크리스토퍼 놀란 스타일을 오랫동안 모방해왔기 때문에 놀란이 직접 연출을 맡아도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또 한가지 짚어볼 점은, 크리스토퍼 놀란이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를 넘겨받을 의사가 있는가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크레이그는 '본드25'까지 계약이 돼있다. 현재 47세인 크레이그에겐 '본드25'가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놀란이 제임스 본드로써 수명을 다한 크레이그의 본드를 넘겨받아 마지막을 장식하길 원하겠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놀란이 007 시리즈를 맡게 된다면 그 만의 새로운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창조하면서 처음부터 새로 다시 시작하는 쪽을 원하지 않겠나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펙터'를 마지막으로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젊은 영화배우로 제임스 본드를 교체하면서 새출발을 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영화배우를 교체하면서 새출발을 해도 크리스토퍼 놀란이 연출을 맡으면 스타일에 큰 변화가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놀란이 연출을 맡으면 어둡고 무거운 톤에 유머가 매마른 제임스 본드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가 또다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영화배우와 함께 리부트한 007 시리즈를 과거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 차별화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007 제작진이 지금의 '다크 스타일'을 주요 흥행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면 영화배우가 교체되더라도 톤을 그대로 유지하려 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크리스토퍼 놀란이 적임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007 시리즈는 원래 '다크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계속해서 '다크 스타일'이 인기를 끌 수 있겠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영화배우가 바뀌었는데도 똑같은 스타일을 계속 고수하면 관객들이 식상할 수도 있다. 007 시리즈가 지금까지 장수할 수 있었던 주요 비결 중 하나가  영화배우가 교체될 때마다 시기적절하게 분위기를 전환시켜줬다는 점인데, 똑같은 분위기로 계속 밀어붙이는 것이 올바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크리스토퍼 놀란이 전통적인 007 시리즈 스타일을 완벽하게 꿰뚫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걱정할 게 없다. 007 시리즈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전통적인 007 시리즈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그 위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는 방법을 쉽게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샘 멘데스와 존 로갠이 한 것처럼 007 시리즈를 완전히 다른 영화처럼 보이도록 망쳐놓지 않고 007 시리즈의 메인 룰을 따르면서 자신의 개성을 살린 제임스 본드 영화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놀란이 007 시리즈를 꿰뚫고 있는가는 현재로썬 알 수 없다. 하지만 놀란이 자신을 본드팬이라고 밝혔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본드팬이라면 전통적인 007 시리즈 스타일을 크게 훼손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본드팬이 제임스 본드 영화를 만든다면 십중팔구는 전통적인 007 시리즈 스타일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입히는 쪽을 선택할 것이므로 놀란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솔직히 아직까진 크리스토퍼 놀란이 007 시리즈의 적임자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타이밍도 약간 애매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007 시리즈를 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므로 기회가 오면 놀란에게 맡겨봤으면 하는 생각이다. 한편으론 크리스토퍼 놀란과 조나단 놀란(Jonathan Nolan)이 함께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제임스 본드 영화를 선보일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든다.

어찌됐든 간에 아직까진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이 없으므로 어떻게 되나 지켜보기로 하자.

아울러 다니엘 크레이그의 뒤를 이을 차기 제임스 본드 후보감을 보다 진지하게 찾아볼 때도 된 듯 하다. 

댓글 2개 :

  1. 인셉션에서 설원 액션이라던가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초반부 비행기 납치 액션을 생각해보면 퀀텀 오브 솔라스와 스카이폴의 제작진보다는 훨씬 잘할 것 같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그 두 작품에서 007스러운 인상 깊은 장면이 전혀 생각안나는걸 보면 본드팬인 놀란이 오히려 007 시리즈를 더 잘 이해하고 꿰는 것 같습니다.
    만약 놀란이 007 시리즈를 맡게 된다면 누가 본드가 될지 궁금하네요. 지금까지 놀란과 같이 작품을 한 영국/영연방 출신 배우들을 고려하면...베일은 배트맨으로 너무 유명해졌으니 탈락이고...아무래도 톰 하디가 유력하지 않을까요? 이번 매드맥스4에서 맥스를 맡은 점이 애매하긴 한데 그래도 아직은 적당히 인지도 있으면서도 세계적인 톱스타급은 아닌 수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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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앞으로 차기 제임스 본드 후보감을 하나씩 짚어볼 생각입니다.
      톰 하디의 문제는 제임스 본드 역을 맡기에 키가 작고 벌어진 체격이라는 점 같습니다.
      007 시리즈가 보다 더 격렬한 액션영화 쪽으로 간다면 톰 하디가 괜찮은 초이스일 수 있지만,
      키가 5피트9인치라면 제임스 본드로는 좀 곤란하지 않나 싶습니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배우들이 제임스 본드에 보다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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