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패로디한 코미디 영화는 지금까지 상당히 많이 나왔다. 마이크 마이어스(Mike Myers) 주연의 '어스틴 파워스(Austin Powers)' 시리즈도 있고, 007 시리즈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제임스 코번(James Coburn) 주연의 데릭 플린트 시리즈, 딘 마틴(Dean Martin) 주연의 맷 헴 시리즈 등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패로디한 스파이-액션-코미디 영화가 여러 편 눈에 띈다.
2015년에도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패로디한 스파이-코미디 영화가 개봉했다.
제목은 '스파이(Spy)'.
20세기 폭스의 '스파이'는 '브라이즈메이즈(Bridesmaids)', '히트(The Heat)'에서 함께 했던 영화감독 폴 피그(Paul Feig)와 영화배우 멜리사 매커시(Melissa McCarthy)가 다시 뭉친 스파이-액션-코미디 영화다. 멜리사 매커시는 주인공 수잔 역을 맡았으며, 주드 로(Jude Law)와 제이슨 스테이덤(Jason Statham)은 CIA의 탑 클래스 에이전트 역으로 출연했다. 미란다 하트(Miranda Hart)와 앨리슨 재니(Allison Janney)는 007 시리즈 캐릭터에 비유하자면 머니페니와 M에 해당하는 역을 맡았으며, 로즈 번(Rose Byrne)과 바비 캐나발레(Bobby Cannavale)가 핵무기 거래를 시도하는 악역으로 출연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CIA가 핵무기 거래를 추적하던 중 탑 클래스 CIA 에이전트들의 정체가 드러나자 사무직이라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수잔(멜리사 매커시)이 '필드 에이전트'가 되어 레이나(로즈 번)의 조직에 침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007 시리즈의 흔적이었다. '스파이'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패로디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숨기지 않았다. 프리 타이틀 씬(Pre-Title Scene)으로 영화가 시작해서 주제곡이 흐르는 메인 타이틀 씬(Main Title Scene)으로 이어지는 007 시리즈의 전통적인 패턴까지 그대로 따라했다. 음악도 매우 007 스타일이었다. 스코어는 데이빗 아놀드(David Arnold)의 007 시리즈 스코어를 연상케 했으며, 미국 여가수 아이비 레반(Ivy Levan)이 부른 메인 타이틀 곡 'Who Can You Trust'는 007 시리즈 주제곡을 패로디했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주드 로도 제임스 본드 패로디에 한몫했다. 턱시도 차림으로 제임스 본드 스타일을 살린 주드 로는 "Forgot to knock", "Pleasure is all mine" 등 1995년 제임스 본드 영화 '골든아이(GoldenEye)'에서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난)가 했던 대사를 비슷하게 따라했다. 주드 로는 한 때 제임스 본드 후보감 중 하나로 거론되었던 영국 배우이다. 당시엔 주드 로를 제임스 본드 후보감으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스파이'를 보고 나니 나름 괜찮은 초이스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1972년생 주드 로는 차기 제임스 본드를 노리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게 흠.
이처럼 '스파이'도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패로디한 코미디 영화라는 점이 바로 눈에 띄는 영화였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패로디한 비슷비슷한 코미디 영화가 지금까지 여러 편이 제작되었으므로 크게 새로울 것도 없었다.
한 때 코미디 영화를 즐겨봤으나 언제부터인가 멀리하게 됐기 때문에 '스파이'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멜리사 매커시의 '헤비급' 유머와 제임스 본드 시리즈 패로디가 결합된 뻔할 뻔자 코미디 영화가 아닌가 싶었다. 나중에 홈 비디오로 나오면 그 때 보면 되지 일부러 영화관에까지 가서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건지도 뚜렷하게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스파이'는 007 시리즈를 패로디한 코미디 영화라고 얕잡아 봐선 안 되는 영화였다.
'스파이'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패로디한 코미디 영화라고 하면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영화였다. '007 시리즈를 패로디한 코미디 영화'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코미디 영화와 분명한 차이가 있는 영화였다.
'스파이'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패로디한 건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007 시리즈 패로디만 바보스럽게 반복하다 끝나는 코미디 영화는 절대 아니었다. 상당수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 패로디 코미디 영화는 세계를 정복 또는 멸망시킬 음모를 꾸미는 터무니 없어 보이는 악당이 등장하는 SF 쟝르까지 넘나드는 영화이지만, '스파이'는 그런 엉뚱한 패로디 영화가 절대 아니었다. 007 시리즈 패로디 하나만을 주재료로 사용한 영화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스파이'는 눈에 띄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 패로디만으로 웃기려는 싱거운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 잘 만든 액션-코미디 영화였다. 낯익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 패로디는 양념으로 들어간 것이 전부였을 뿐 주재료가 아니었다. '스파이'의 주재료는 액션과 코미디였고, 제임스 본드 시리즈 패로디는 양념 역할이었다. 대부분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 패로디 영화들은 007 시리즈 패로디를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게 없지만 '스파이'는 이와 반대로 제임스 본드 패로디를 걷어내도 여전히 볼 만한 액션-코미디 영화였다. 바로 이 점이 다른 제임스 본드 시리즈 패로디 코미디 영화와 '스파이'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스토리는 특별할 게 없었다. 하지만 액션과 스릴 등 구색을 갖춘 스파이 스릴러 영화에 가깝게 보였다. 스파이 스릴러 영화의 분위기가 기대 이상으로 제법 그럴 듯 하게 풍겼다. '스파이'는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비교적 사실적인 스파이 스릴러 영화와 폴 피그 + 멜리사 매커시 표 코미디를 결합시킨 스파이-액션-코미디 영화였다. 코미디 영화에서 코미디 파트를 걷어내면 남는 게 많지 않지만, '스파이'는 코미디 파트를 걷어내도 제법 그럴싸한 스파이 스릴러 영화가 될 것 같았다.
멜리사 매커시의 멋진 코믹 액션 연기 못지 않게 눈길을 끈 건 제이슨 스테이덤이었다. '헐리우드 액션 스타'로 불리는 스테이덤이 '스파이'에선 허풍이 심한 괴짜 CIA 에이전트 역으로 출연하면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항상 비슷비슷한 액션 영화에 비슷비슷한 터프가이 역할로 출연하는 스테이덤에 식상한 상태였으나 '스파이'에서 보여준 코믹 연기는 신선했다. 비슷비슷한 액션 영화에만 줄기차게 출연할 게 아니라 앞으로는 쟝르를 코미디로 바꿔보는 것도 좋지 않겠나 싶다.
'스파이'는 오랜만에 재밌게 본 코미디 영화였다. 대부분의 코미디 영화가 하나도 웃기지 않은 유치하고 실망스러운 영화 뿐이었으나 '스파이는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웃음에 약간 인색한 편이라서 인지 크게 웃었던 씬은 특별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영화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유쾌하게 즐겼으면 그것으로 '미션 컴플릿'이다.
2015년에도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패로디한 스파이-코미디 영화가 개봉했다.
제목은 '스파이(Spy)'.
20세기 폭스의 '스파이'는 '브라이즈메이즈(Bridesmaids)', '히트(The Heat)'에서 함께 했던 영화감독 폴 피그(Paul Feig)와 영화배우 멜리사 매커시(Melissa McCarthy)가 다시 뭉친 스파이-액션-코미디 영화다. 멜리사 매커시는 주인공 수잔 역을 맡았으며, 주드 로(Jude Law)와 제이슨 스테이덤(Jason Statham)은 CIA의 탑 클래스 에이전트 역으로 출연했다. 미란다 하트(Miranda Hart)와 앨리슨 재니(Allison Janney)는 007 시리즈 캐릭터에 비유하자면 머니페니와 M에 해당하는 역을 맡았으며, 로즈 번(Rose Byrne)과 바비 캐나발레(Bobby Cannavale)가 핵무기 거래를 시도하는 악역으로 출연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CIA가 핵무기 거래를 추적하던 중 탑 클래스 CIA 에이전트들의 정체가 드러나자 사무직이라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수잔(멜리사 매커시)이 '필드 에이전트'가 되어 레이나(로즈 번)의 조직에 침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007 시리즈의 흔적이었다. '스파이'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패로디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숨기지 않았다. 프리 타이틀 씬(Pre-Title Scene)으로 영화가 시작해서 주제곡이 흐르는 메인 타이틀 씬(Main Title Scene)으로 이어지는 007 시리즈의 전통적인 패턴까지 그대로 따라했다. 음악도 매우 007 스타일이었다. 스코어는 데이빗 아놀드(David Arnold)의 007 시리즈 스코어를 연상케 했으며, 미국 여가수 아이비 레반(Ivy Levan)이 부른 메인 타이틀 곡 'Who Can You Trust'는 007 시리즈 주제곡을 패로디했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주드 로도 제임스 본드 패로디에 한몫했다. 턱시도 차림으로 제임스 본드 스타일을 살린 주드 로는 "Forgot to knock", "Pleasure is all mine" 등 1995년 제임스 본드 영화 '골든아이(GoldenEye)'에서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난)가 했던 대사를 비슷하게 따라했다. 주드 로는 한 때 제임스 본드 후보감 중 하나로 거론되었던 영국 배우이다. 당시엔 주드 로를 제임스 본드 후보감으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스파이'를 보고 나니 나름 괜찮은 초이스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1972년생 주드 로는 차기 제임스 본드를 노리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게 흠.
이처럼 '스파이'도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패로디한 코미디 영화라는 점이 바로 눈에 띄는 영화였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패로디한 비슷비슷한 코미디 영화가 지금까지 여러 편이 제작되었으므로 크게 새로울 것도 없었다.
한 때 코미디 영화를 즐겨봤으나 언제부터인가 멀리하게 됐기 때문에 '스파이'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멜리사 매커시의 '헤비급' 유머와 제임스 본드 시리즈 패로디가 결합된 뻔할 뻔자 코미디 영화가 아닌가 싶었다. 나중에 홈 비디오로 나오면 그 때 보면 되지 일부러 영화관에까지 가서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건지도 뚜렷하게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스파이'는 007 시리즈를 패로디한 코미디 영화라고 얕잡아 봐선 안 되는 영화였다.
'스파이'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패로디한 코미디 영화라고 하면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영화였다. '007 시리즈를 패로디한 코미디 영화'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코미디 영화와 분명한 차이가 있는 영화였다.
'스파이'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패로디한 건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007 시리즈 패로디만 바보스럽게 반복하다 끝나는 코미디 영화는 절대 아니었다. 상당수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 패로디 코미디 영화는 세계를 정복 또는 멸망시킬 음모를 꾸미는 터무니 없어 보이는 악당이 등장하는 SF 쟝르까지 넘나드는 영화이지만, '스파이'는 그런 엉뚱한 패로디 영화가 절대 아니었다. 007 시리즈 패로디 하나만을 주재료로 사용한 영화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스파이'는 눈에 띄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 패로디만으로 웃기려는 싱거운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 잘 만든 액션-코미디 영화였다. 낯익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 패로디는 양념으로 들어간 것이 전부였을 뿐 주재료가 아니었다. '스파이'의 주재료는 액션과 코미디였고, 제임스 본드 시리즈 패로디는 양념 역할이었다. 대부분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 패로디 영화들은 007 시리즈 패로디를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게 없지만 '스파이'는 이와 반대로 제임스 본드 패로디를 걷어내도 여전히 볼 만한 액션-코미디 영화였다. 바로 이 점이 다른 제임스 본드 시리즈 패로디 코미디 영화와 '스파이'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스토리는 특별할 게 없었다. 하지만 액션과 스릴 등 구색을 갖춘 스파이 스릴러 영화에 가깝게 보였다. 스파이 스릴러 영화의 분위기가 기대 이상으로 제법 그럴 듯 하게 풍겼다. '스파이'는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비교적 사실적인 스파이 스릴러 영화와 폴 피그 + 멜리사 매커시 표 코미디를 결합시킨 스파이-액션-코미디 영화였다. 코미디 영화에서 코미디 파트를 걷어내면 남는 게 많지 않지만, '스파이'는 코미디 파트를 걷어내도 제법 그럴싸한 스파이 스릴러 영화가 될 것 같았다.
멜리사 매커시의 멋진 코믹 액션 연기 못지 않게 눈길을 끈 건 제이슨 스테이덤이었다. '헐리우드 액션 스타'로 불리는 스테이덤이 '스파이'에선 허풍이 심한 괴짜 CIA 에이전트 역으로 출연하면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항상 비슷비슷한 액션 영화에 비슷비슷한 터프가이 역할로 출연하는 스테이덤에 식상한 상태였으나 '스파이'에서 보여준 코믹 연기는 신선했다. 비슷비슷한 액션 영화에만 줄기차게 출연할 게 아니라 앞으로는 쟝르를 코미디로 바꿔보는 것도 좋지 않겠나 싶다.
'스파이'는 오랜만에 재밌게 본 코미디 영화였다. 대부분의 코미디 영화가 하나도 웃기지 않은 유치하고 실망스러운 영화 뿐이었으나 '스파이는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웃음에 약간 인색한 편이라서 인지 크게 웃었던 씬은 특별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영화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유쾌하게 즐겼으면 그것으로 '미션 컴플릿'이다.
킹스맨과 스파이...그리고 8월에는 맨 프롬 엉클(한국에서는 나폴레옹 솔로로 개봉하는듯)이 개봉하는데...이거이거 이러다 스파이 영화의 원조이며 알파이자 오메가인 007 신작이 밀리는거 아닙니까? ㅋㅋㅋ 관객들이 이미 스파이 영화들을 3편이나 봐서 원조를 외면하는 참상이 벌어질지도?? ㄷㄷㄷ
답글삭제한국에서 킹스맨이 600만 이상의 관객이, 스파이는 200만 이상의 흥행 성적을 거뒀는데 나폴레옹 솔로는 어느 정도의 흥행 성적을 거둘지 궁금하네요.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도 있죠.
삭제제 생각엔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이 스펙터와 비슷한 데가 많은 영화일 것 같습니다.
로그 네이션 예고편을 보면서 스펙터의 줄거리와 비슷한 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스펙터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 출연했던 레아 세두까지 출연하죠.
나폴레옹 솔로는 글쎄 좀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예고편을 보니 아직은 좀 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