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7일 화요일

차기 제임스 본드 후보로 누가 있을까? - 알렉스 올러플린

본드팬들의 공통된 습관 중 하나는 틈이 나는 대로 차기 제임스 본드 후보감을 찾는 일이다. 때가 되면 새로운 영화배우로 제임스 본드가 교체되기 때문에 다음 번 제임스 본드 후보로 어떤 배우들이 있는지 미리 미리 점검해보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숀 코네리(Sean Connery)부터 지금의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에 이르기까지 제임스 본드 역은 스코틀랜드, 호주, 잉글랜드, 웨일즈, 아일랜드, 잉글랜드 출신의 배우들이 맡았다. 따라서 브리튼 제도(British Isles)와 호주 출신 배우들이 새로운 제임스 본드 후보감으로 항상 오르내리곤 한다.

영화배우의 출생지역 다음으로 중요하게 보는 것은 키, 체격, 머리색 등이다. 제임스 본드를 창조한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이 제임스 본드의 키, 체격, 머리색, 눈동자색 등을 소설에서 자세하게 묘사했기 때문에 본드팬들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을 영화배우를 물색할 때 이언 플레밍이 소설에서 묘사한 제임스 본드 캐릭터와 얼마나 일치하는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언 플레밍이 1957년 출간된 제임스 본드 소설 '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From Russia with Love)'에서 밝힌 제임스 본드 관련 주요 사항은 다음과 같다:

Height: 183 cm
Weight: 76 kg; Slim build
Eyes: Blue
Hair: Black
Scar down right cheek & on left shoulder

플레밍은 제임스 본드가 미국 뮤지션 호기 카마이클(Hoagy Carmichael)을 연상케 하는 미남이라고 소개했다.

◀호기 카마이클

따라서 제임스 본드는 키 183 cm에 몸무게 76 kg의 마른 체형이며, 눈은 파란색이고 머리는 검정색인 깔끔한 미남형 사나이다. 오른쪽 뺨에 흉터가 있는 것으로 돼있지만 이건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원작소설에서 제임스 본드가 저렇게 묘사되었기 때문에 갈색이나 검정색 머리에 키가 6피트 이상인 마른 체형의 깔끔한 미남형 얼굴의 영화배우들이 007 영화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아왔다. 숀 코네리부터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까지가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 2000년대 중반 007 제작진이 다니엘 크레이그를 제 6대 제임스 본드로 발표하자 일부 본드팬들이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언론과 인터넷 등지에서 소동이 벌어졌었는데, 그 이유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머리색이 갈색이나 검정색이 아닌 금발/블론드였으며 키도 6피트가 채 되지 않는 5피트 10인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블론드 머리에 키가 6피트가 채 되지 않는 영화배우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건 다니엘 크레이그가 처음이었다.


외모 조건 다음으로 중요하게 보는 건 나이다.

이언 플레밍의 소설을 참고하면, 제임스 본드의 나이는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 정도가 알맞다.

문제는 007 시리즈가 매년마다 새로운 영화가 나오는 시리즈가 아니라는 데 있다. 60년대 초창기엔 매년마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개봉했지만 그 이후부터 2년마다로 바뀌었으며, 요새는 3년 간격도 흔해졌다. 특히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에 와서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공개되는 주기가 더욱 불규칙해졌다. 007 시리즈 23탄 '스카이폴(Skyfall)'은 007 시리즈 22탄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가 개봉한지 4년 뒤에 개봉했으며, 007 시리즈 24탄 '스펙터(SPECTRE)'는 '스카이폴'이 개봉한지 3년이 지난 2015년 11월 개봉한다. 2006년 제임스 본드가 된 다니엘 크레이그가 2015년 현재 4개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출연하는 데 그친 이유는 새로운 영화가 공개되는 주기가 길어지고 불규칙해졌기 때문이다. 만약 새로운 007 시리즈가 2년마다 꼬박꼬박 공개되었다면 다니엘 크레이그가 2006년부터 지금까지 출연한 제임스 본드 영화 수는 모두 5개가 됐을 것이다.

일부 본드팬들은 "양보다 질"을 강조한다. 일리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새로운 영화가 공개되는 주기가 길어지거나 불규칙해지면 제임스 본드 역을 맡게 될 영화배우의 나이에 더욱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자칫하면 50대를 쑥 넘긴 제임스 본드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본드팬들은 '50대 제임스 본드'의 탄생을 반기지 않는다. 50대 후반까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로저 무어(Roger Moore) 시대의 학습효과 덕분이다. 50대를 넘긴 영화배우는 제임스 본드를 맡기에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게 중론이다. 50대 초까지는 크게 문제될 게 없지만, 로저 무어의 80년대 제임스 본드 영화를 기억하는 본드팬들 중엔 '50'이라는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본드팬들도 많다.

현재는 50대를 넘겨서까지 제임스 본드로 출연한 배우는 로저 무어 하나가 유일하다. 피어스 브로스난은 40대 후반에 007 시리즈를 떠났고, 다니엘 크레이그는 현재 47세이다.

(참고: 숀 코네리가 출연한 1983년 제임스 본드 영화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Never Say Never Again)'은 EON 프로덕션이 제작하는 '오피셜' 007 시리즈에 포함되지 않는 영화이므로 50대 제임스 본드 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본드25'까지 계약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007 시리즈 프로듀서는 2015년 초 가진 인터뷰에서 'OPEN-ENDED CONTRACT'라고 밝혔다.

만약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오고 '본드25'가 앞으로 3년 뒤인 2018년 개봉한다고 가정하면, 크레이그가 만으로 50세가 되는 해에 '본드25'가 개봉하는 게 된다. 이렇게 되면 로저 무어에 이어 두 번째로 50대 제임스 본드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만약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2018년 개봉 예정(추정)인 '본드25'에 출연하기 적당한 나이의 새로운 영화배우를 찾아나서야 한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3년마다 개봉한다는 점까지 계산해서 50대를 쑥 넘기기 전에 최소한 3~4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나이의 배우를 골라야 한다. '본드28'이 개봉할 2027년에 나이가 50대를 넘기지 않을 배우를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할 필요는 물론 없다. 또한, '본드25'가 2018년이 아닌 2017년에 개봉하고 그 이후부터는 2년마다 꼬박꼬박 새로운 영화를 공개하던 시절로 되돌아갈 수도 있는 등 여러 가지 변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따져봐야 가장 이상적인 후보를 고를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차기 제임스 본드 후보의 조건에 대한 설명은 여기서 대충 마무리 짓기로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다니엘 크레이그의 뒤를 이를 제임스 본드 후보로 누가 있을까?

호주 배우 알렉스 올러플린(Alex O'Loughlin)이 있다.


미국 CBS의 TV 시리즈 '하와이 파이브-오(Hawaii Five-0)'에 스티브 맥개릿 역으로 출연 중인 알렉스 올러플린은 본드팬들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지난 2000년대 중반 제임스 본드 스크린 테스트를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 출생지: 캔버라, 호주
  • 생년월일: 1976년 8월24일
  • 키: 6피트 2인치
  • 머리: 짙은 갈색
  • 눈동자: 갈색

짙은 갈색 머리에 6피트 2인치의 키라면 일단 외모, 체격 상으론 흠잡을 데가 많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호주 출신이라는 점이 눈에 띄지만, 제 2대 제임스 본드 조지 레이전비가 호주 출신이었으므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또한, 올러플린은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혈통인 것으로 알려졌다.

1976년생이라서 이상적인 나이는 아무래도 아니라고 해야겠지만 2017년 또는 2018년에 40대 초반이므로 너무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다. 티모시 달튼과 피어스 브로스난도 40대 초반에 제임스 본드로 데뷔한 바 있다. 따라서 '본드25'에서 제임스 본드가 교체된다는 전제 하에선 1976년생 배우에게도 기회가 살아있다. 그러나 만약 제임스 본드 영화가 앞으로 3년 주기로 나온다면 4편의 제임스 본드 계약을 맺기엔 부담되는 나이인 것은 사실이다. 3년 주기를 염두에 둔다면 좀 더 젊은 영화배우를 선택하는 게 보다 이상적이다. 하지만 '본드25'에서 제임스 본드가 교체된다면 1976년생 배우는 아직까진 제외 대상은 아니다.

▲2014~2015년 방영된 '하와이 파이브-오' 시즌 5

▲2014~2015년 방영된 '하와이 파이브-오' 시즌 5

올러플린이 제임스 본드 스크린 테스트를 받았던 2000년대 중반엔 너무 어리고 곱상해 보여서 제임스 본드 역으로는 부적합해 보였다. 하지만 만약 올러플린이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에서 제임스 본드가 되었더라면 상당히 흥미로웠을 듯 하다. 2006년작 '카지노 로얄'이 여러 면에서 조지 레이전비의 유일한 제임스 본드 영화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과 비슷한 점이 많은 영화였기 때문이다. '카지노 로얄은 '여왕폐하의 007'과 마찬가지로 주연배우가 새로 교체되면서 판타지 스타일을 접고 이언 플레밍의 원작소설로 다시 돌아갔다는 공통점이 있었으므로 '카지노 로얄'에서 호주 출신의 젊은 배우가 또 제임스 본드를 맡았더라면 흥미로울 뻔 했다. 1939년생 조지 레이전비가 1969년작 '여왕폐하의 007'에 제임스 본드로 데뷔했었으므로 1976년생 올러플린이 2006년작 '카지노 로얄'에 출연했더라면 제임스 본드 데뷔 당시 나이까지 레이전비가 똑같아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제 6대 제임스 본드는 다니엘 크레이그에게 돌아갔다.

올러플린은 2010년 미국 CBS의 범죄 수사 시리즈 '하와이 파이브-오'에 출연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시리즈가 갓 시작했을 무렵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올러플린은 여전히 여성용 로맨틱 코미디에나 어울리는 곱상한 'PRETTY BOY'처럼 보였으며 핸드건을 다루는 폼도 영 어색해 보였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 뿐만 아니라 '하와이 파이브-오' 시리즈도 핸드건 사용이 잦은 시리즈기 때문에 핸드건을 얼마나 익숙하게 다루는가, 사격 자세가 어떠한가 등을 눈여겨보게 되는데, 시즌 1에선 올러플린에게 후한 점수를 주기가 여러모로 힘들었다. 올러플린을 미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스 출신 하와이 형사로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2010년 방영된 '하와이 파이브-오' 시즌 1

▲2010년 방영된 '하와이 파이브-오' 시즌 1
하지만 시즌이 지나면서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나이가 들어 앳된 이미지가 사라지면서 스티브 맥개릿 역에 제법 어울려 보이기 시작했다. 총기를 다루는 솜씨도 이전보다 많이 익숙해진 것 같았다. 남성용 액션물보다 여성용 로맨틱 코미디에 보다 잘 어울릴 것 같은 건 과거와 마찬가지지만 나이가 들면서 제법 폼이 나고 있다.

60년대 클래식 '하와이 파이브-오' 시리즈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 인연이 있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올러플린이 제임스 본드 스크린 테스트를 받은 경험 때문인지 '하와이 파이브-오'에 제임스 본드를 연상케 하는 씬들이 가끔 나왔다. 올러플린이 턱시도 차림으로 출연한 적이 더러 있었으며, 올러플린의 스티브 맥개릿을 제임스 본드와 비교하는 대사가 나오기도 했다.



만약 올러플린이 제임스 본드가 된다면 삶을 즐길 줄 아는 느긋한 여유가 있는 제임스 본드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항상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다니엘 크레이그와 상반되는 캐릭터를 선보일 수 있을 듯 하다. 제임스 본드가 새로운 배우로 교체될 때마다 분위기도 바꿔주곤 했으므로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을 따른다면 올러플린이 나쁘지 않은 초이스일 수 있다.

액션물에 썩 잘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여전히 남아있긴 하지만, 여러 해 동안 '하와이 파이브-오' 시리즈에 출연하면서 얻은 경험이 도움이 될 듯 하다.

그러나 올러플린이 세련된 도시형 상류층 젠틀맨을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와이 파이브'오'는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시리즈라서 점잖고 세련된 스타일보다 'BEACH BOY' 스타일이 강하다. 이 덕분에 올러플린은 'BEACH BODY'까지 갖추면서 건강해 보인다. 하지만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선 상류층 엘리트 스타일의 세련된 모습도 중요하다. 제 1대 제임스 본드 숀 코네리는 상류층 라이프스타일을 익히기 위해 수트를 입은 채로 잠을 자는 등 혹독한 훈련을 받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언 플레밍이 창조한 제임스 본드 캐릭터는 상류층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러한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나도 비중있게 따져야 한다. 올러플린도 상류층 라이프스타일을 익히는 훈련이 필요할 듯 하다. '준비된 제임스 본드'가 돼서 손해볼 것은 없다.

많은 본드팬들은 올러플린을 보면 조지 레이전비가 떠오른다고 한다. 올러플린의 제임스 본드 버전에 크게 거부감을 갖는 본드팬들은 현재로썬 많지 않은 듯 하다. 또한, 호주 지역 본드팬들은 언제쯤 호주 배우가 새로운 제임스 본드가 될지 관심이 높다. 게다가 007 시리즈가 지금까지 호주에서 촬영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쌓여있다. 따라서 오랜만에(!) 호주 배우에게 제임스 본드를 맡기고 호주에서 한 번 촬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로저 무어는 '세인트(Saint)'와 '전격대작전(The Persuaders)', 피어스 브로스난은 '레밍턴 스틸(Remington Steele)'을 거쳐 제임스 본드가 되었던 것처럼 올러플린도 '하와이 파이브-오'를 거쳐 제 7대 제임스 본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1976년생인 올러플린은 '본드25'가 아니면 제임스 본드에 도전할 기회를 잃게 된다. 만약 다니엘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온다면 알렉스 올러플린은 연령 초과로 제임스 본드 후보 리스트에서 바로 제외될 것이다. 1976년생은 '본드26'로 제임스 본드 데뷔를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