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8일 수요일

'007 스펙터' - 실망스러운 007 시리즈 배경음악 발전시킬 방법은?

최근 개봉한 007 시리즈 24탄 '스펙터(SPECTRE)'에서 가장 맘에 들지 않았던 것 중 하나는 배경음악이다. 지난 '스카이폴(Skyfall)'의 스코어를 맡았던 미국 작곡가 토마스 뉴맨(Thomas Newman)이 '스펙터'의 음악을 다시 맡았으나 이번에도 맘에 들지 않았다. 멕시코 시티에서 촬영한 프리-타이틀 씬에선 지난 번보다 나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도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투모로 네버 다이스(Tomorrow Never Dies)'부터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까지 다섯 편의 007 시리즈 음악을 담당했던 데이빗 아놀드(David Arnold)에서 업그레이드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토마스 뉴맨이 유명한 영화음악가인 건 사실이다. 토마스 뉴맨의 아버지, 알프레드 뉴맨(Alfred Newman)부터 아카데미 음악상을 9회 수상한 유명한 영화음악가였다. 토마스 뉴맨도 지금까지 11회에 걸쳐 아카데미 음악 부문 후보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토마스 뉴맨도 007 시리즈 음악을 발전시키지 못했다. 007 시리즈 베테랑 작곡가, 존 배리(John Barry)가 1987년 영화 '리빙 데이라이트(The Living Daylights)'를 마지막으로 007 시리즈를 떠난 이후부터 007 제작진은 그의 뒤를 이을 작곡가를 물색해왔으나 토마스 뉴맨도 '임자'가 아니었다. 토마스 뉴맨의 음악 스타일부터 액션 어드벤쳐 쟝르와 어울리지 않았으며, 평범한 액션 스릴러 배경음악과 판타지 영화 음악을 섞어놓은 것 같았을 뿐 귀에 바로 들어오거나 강한 인상을 준 곡이 없었다.

특히 이번 '007 스펙터'처럼 영화가 다소 길고 익사이팅한 씬이 부족한 영화에선 배경음악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토마스 뉴맨의 스코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씬과 배경음악이 서로 매치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던 바람에 은근히 신경에 거슬렸다.

그렇다면 실망스러운 007 시리즈 배경음악을 발전시킬 방법으론 무엇이 있을까?

◆ 마이클 지아키노

토마스 뉴맨은 샘 멘데스(Sam Mendes), 존 로갠(John Logan)과 함께 미래의 007 시리즈로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스탭 중 하나다. 이들은 모두 드라마 쟝르로 돌아가는 게 좋을 듯 하다.

토마스 뉴맨을 대신할 뮤지션으론 마이클 지아키노(Michael Giacchino)가 있다. 요즘 활발한 활동을 하는 헐리우드 영화음악가 중 007 시리즈 음악을 가장 잘 소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뮤지션 중 하나가 바로 마이클 지아키노다. 마이클 지아키노는 지난 존 배리 스타일을 연상시킴과 동시에 지아키노의 스타일도 살린 007 시리즈 배경음악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데이빗 아놀드도 이것을 시도했었으나 결과가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았다. 그러므로 다음 번엔 마이클 지아키노에게 007 시리즈 스코어를 맡겨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물론 007 시리즈 베테랑, 데이빗 아놀드를 다시 불러오는 방법도 있다. 아놀드도 썩 맘에 들진 않지만 토마스 뉴맨에 비하면 상당한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잘 알고 있는 아놀드로 되돌아가는 것보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주는 마이클 지아키노에게 한 번 맡겨보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 클래식 007 음악 리메이크

얼마 전 공개되었던 '007 스펙터' 예고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다름아닌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e)'의 메인 타이틀이 흐르는 씬이었다.

아래 트레일러의 1분12초 쯤 부터 '여왕폐하의 007' 메인 타이틀이 흐른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것이다. 그 때 '여왕폐하의 007' 메인 타이틀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놓친 본드팬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왕폐하의 007' 메인 타이틀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본드팬들은 그 순간 느낌이 달랐을 것이다.

'여왕폐하의 007' 메인 타이틀이 흐르는 순간부터 '007 스펙터' 트레일러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실망스러웠던 지난 '스카이폴'에서 이어지는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 주연의 흔해빠진 헐리우드 액션영화일 것으로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귀에 익은 '여왕폐하의 007' 메인 타이틀이 흐르자 모든 게 바뀌었다. 2015년 제임스 본드 영화 트레일러에서 1969년작 제임스 본드 영화의 메인 타이틀을 들을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귀가 번쩍하더니 '아, 제임스 본드 영화가 맞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치고 올라왔다.

이것은 베테랑 본드팬들을 겨냥한 마케팅으로 보였다.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에 들어서 007 시리즈가 본궤도에서 너무 많이 벗어났다는 불만이 매우 높게 쌓여있었는데, '007 스펙터'의 예고편에 배경음악으로 등장한 '여왕폐하의 007' 메인 타이틀이 쌓였던 불만을 상당량 날려버렸다. '007 스펙터' 트레일러를 다시 볼 때마다 '여왕폐하의 007' 메인 타이틀이 시작하는 부분부터 보는 버릇까지 생겼다. 귀에 익은 '여왕폐하의 007' 메인 타이틀과 함께 보니 그때서야 007 시리즈 예고편을 본다는 느낌이 제대로 느껴지지 시작했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아직도 존 배리 음악이 나와야 제임스 본드 영화 분위기가 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존 배리 클래식 중 영화에 사용할 수 있는 곡이 더 없을까? 예고편 뿐만 아니라 영화에도 사용할 수 있을 만한 곡 말이다.

있다. 바로 '007'이다.

존 배리가 작곡한 '007'은 몬티 노맨(Monty Norman)이 작곡한 '제임스 본드 테마(James Bond Theme)' 다음으로 유명한 곡이다. 이 곡은 때로 '007 테마'라고도 불리는데, 이렇게 부르면 '제임스 본드 테마'와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007' 테마는 "당다다당당~" 하는 몬티 노맨 작곡의 '제임스 본드 테마'와 다른 곡이다.

일단 한 번 들어보자.


이 곡은 1963년작 '위기일발/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From Russia with Love)'의 배경음악으로 처음 사용했으며, 그 이후 '썬더볼(Thunderball)', '두 번 산다(You Only Live Twice)',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 '문레이커(Moonraker)' 등 존 배리가 스코어를 맡았던 여러 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배틀 테마'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007 시리즈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몬티 노맨이 작곡한 '제임스 본드 테마'는 지금도 변함없이 영화에 사용되고 있으나 존 배리의 '007'은 '문레이커' 이후 007 영화에 사용되지 않고 있다. 1983년작 '옥토퍼시(Octopussy)'에 '007'을 연상케 하는 비슷한 곡이 나오긴 했으나 '007'이 영화 배경음악으로 분명하게 등장한 것은 '문레이커'가 마지막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007'을 영화에 사용해보는 게 어떨까? '007'은 '007 테마'이므로 '제임스 본드 테마'와 마찬가지로 007 시리즈에 계속 사용해도 무방할 것 같다.

만약 이 곡이 배경음악으로 흐른다면 어지간한 본드팬들은 바로 알아차릴 것이므로 클래식 007 시리즈와의 벌어진 간격을 좁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007 스코어를 맡은 새로운 뮤지션에게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듯 하다. 007 시리즈 음악다운 음악을 작곡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존 배리의 유명한 007 음악을 재사용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 오리지날 제임스 본드 테마

되도록이면 영화에 존 배리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오리지날 버전 '제임스 본드 테마'가 나왔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여러 명의 뮤지션에 의해 다양한 버전의 '제임스 본드 테마'가 영화에 사용되었으나 가장 귀에 익고 반가운 버전은 여전히 오리지날 버전이다.


'스카이폴'과 '스펙터'에서도 '제임스 본드 테마'와 함께 007 시리즈의 분위기를 살려보려는 씬이 있었으나 효과가 미미했다. 그 이유는 '제임스 본드 테마'가 오리지날 버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곡은 물론 같았지만 느낌이 크게 달랐다. 기왕 기분을 내는 김에 오리지날 버전 제임스 본드 테마를 사용했더라면 더 멋지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앞으로 제작되는 영화에서 적어도 한 번 정도는(건배럴씬은 제외) 오리지날 버전 '제임스 본드 테마'가 나온다면 분위기를 크게 살리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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