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사전 정보 수집을 했던 본드팬들은 최근에 개봉한 007 시리즈 24탄 '007 스펙터(SPECTRE)'를 영화관에서 보면서 완성 영화가 이전에 알려졌던 사실들과 얼마나 일치하는가를 눈여겨봤을 것이다. 물론 일치하는 것도 있었고 달라진 것도 있었다.
그런데 달라진 것 중 한가지 뜻밖이던 게 있다.
그것은 바로 어마 번트(Irma Bunt)의 실종이다.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제임스 본드 소설을 읽었거나 1969년 영화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를 본 본드팬들은 블로펠드의 오른팔 격인 여성 헨치맨, 어마 번트를 기억할 것이다. 흥미로운 건, 바로 이 캐릭터가 2015년 영화 '007 스펙터'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완성버전엔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참고: 스포일러 경고! 굵직한 스포일러가 나오므로 스포일러가 걱정되면 여기까지만 읽을 것!
그런데 달라진 것 중 한가지 뜻밖이던 게 있다.
그것은 바로 어마 번트(Irma Bunt)의 실종이다.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제임스 본드 소설을 읽었거나 1969년 영화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를 본 본드팬들은 블로펠드의 오른팔 격인 여성 헨치맨, 어마 번트를 기억할 것이다. 흥미로운 건, 바로 이 캐릭터가 2015년 영화 '007 스펙터'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완성버전엔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참고: 스포일러 경고! 굵직한 스포일러가 나오므로 스포일러가 걱정되면 여기까지만 읽을 것!
작년 소니 픽쳐스 해킹으로 유출된 스크립트엔 어마 번트가 모로코의 스펙터 기지 씬에 등장하는 것으로 돼있었다. 작년 CNN이 '007 스펙터'에 등장한다고 전했던 "레즈비언 악당"이 바로 어마 번트였다. 어마 번트는 모로코의 스펙터 기지에서 매들린(레아 세두)에게 드레스를 건네주면서 관심을 나타내자 매들린이 다소 불쾌해 하는 반응을 보이는 씬에 등장하는 것으로 돼있어서 "레즈비언 악당"으로 불렸던 것이다.
어마 번트는 여배우 브리짓 밀라(Brigitte Millar)가 맡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브리짓 밀라는 '007 스펙터'에 출연은 했으나 어마 번트가 아닌 다른 캐릭터(보겔/Vogel)로 출연했으며, 어마 번트는 영화에 등장하지 않았다. 블로펠드와 흰 고양이까진 돌아왔으나 어마 번트는 돌아오지 않았다.
007 제작진이 무슨 생각에서 어마 번트를 '007 스펙터'에서 빼기로 결정했는지는 알 수 없다.
혹시 어마 번트를 '본드25'에서 메인 악당으로 사용하기 위해 아껴둔 것일까?
007 시리즈 프로듀서와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의 최근 인터뷰 내용을 훑어보면 아직은 '본드25' 프로젝트 준비를 시작하지 않은 듯 하다. 적어도 아직은 '본드25'에 대한 코멘트를 하고싶지 않은 듯 하다. 이제 막 '본드24'가 개봉했으므로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올 것인가도 아직은 불확실하다. '007 스펙터'가 그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가 될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본드25'까지 계약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007 제작진과 다니엘 크레이그 모두 계약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현재로썬 계약서 존재 여부는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로저 무어(Roger Moore)도 '문레이커(Moonraker)'부터는 매 영화마다 계약을 맺곤 했기 때문이다. 여러 정황상 '007 스펙터'가 크레이그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지금 현재는 계약서 존재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썬 크레이그가 돌아올 경우와 돌아오지 않을 경우 모두를 열어놓고 생각을 해봐야 할 듯 하다.
따라서 현재로썬 크레이그가 돌아올 경우와 돌아오지 않을 경우 모두를 열어놓고 생각을 해봐야 할 듯 하다.
만약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온다면?
어디까지나 만약이지만,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온다면 007 제작진이 줄거리를 '007 스펙터'와 또 연결시킬 생각을 할지 모른다. 007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줄거리가 연결되는 시리즈가 아니므로 '본드25'의 줄거리가 '007 스펙터'와 또 연결되는 걸 바라진 않는다. 하지만 만약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온다면 '007 스펙터'와 줄거리를 다시 한 번 연결시키면서 '본드25'를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완결편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잠깐! '007 스펙터'가 완결편의 성격을 띤 영화가 아니었냐고?
이전 인터뷰에서 크레이그가 밝힌 바 대로, 이번 '007 스펙터'는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대단원 격인 영화인 것은 맞다.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 '스카이폴(Skyfall)'의 배후에서 본드를 괴롭혔던 주범의 정체가 이번 '007 스펙터'에서 드러나면서 지난 2006년 시작했던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스토리가 이번 영화에서 완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크레이그가 '007 스펙터'를 끝으로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떠날 것으로 보이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007 제작진은 더이상 줄거리를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하게 완결짓진 않았다. 원한다면 줄거리를 다시 이어붙일 수 있는 선에서 완결시켰지 분명하게 마무리를 짓지 않았다. 유출된 스크립트 초안에서처럼 블로펠드와 어마 번트가 영화 마지막에 모두 죽었다면 또다른 얘기가 되었겠지만, 007 제작진이 나중에 이 부분을 수정하면서 연결되는 줄거리를 한 번 더 울궈먹을 수 있는 기회를 열어놨다.
그래서 얼마 전에 이런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만약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오고 줄거리가 '007 스펙터'와 이어진다면 '본드25' 스토리를 어떻께 짤 수 있을까 한 번 생각해보자.
1) '본드25' 프리-타이틀 씬에서 매들린 스완(레아 세두)이 스펙터 잔당에 의해 살해당한다.
2) 정보부를 떠나 매들린과 함께 생활하던 본드는 매들린을 잃은 뒤 다시 정보부로 복귀한다.
3) M은 본드에게 스펙터 관련 임무를 맡기지 않고 일부러 전혀 무관한 미션을 맡긴다.
4) 본드는 매들린의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임무에만 전념하려 노력한다.
5) 그런데 알고봤더니 스펙터와 전혀 무관한 줄 알았던 임무가 스펙터로 연결된다.
6) 스펙터 잔당의 새로운 보스는 어마 번트. 매들린 살해 지령을 내린 것도 어마 번트였다.
7) 사적인 복수심을 억누르고 임무에만 전념하려던 본드는 스펙터 잔당을 싹쓸어버린다.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 시리즈를 읽은 본드팬이라면 '블로펠드 트릴로지'에 속하는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과 '두 번 산다(You Only Live Twice)'의 내용을 참고했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것이다. 소설 '여왕폐하의 007'에서 본드의 아내 트레이시가 스펙터에 살해당하고, 이어진 소설 '두 번 산다'에서 본드가 블로펠드와 어마 번트를 끝장낸다는 파트를 참고한 것이다.
007 영화 시리즈는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가 열리기 이전까진 서로 줄거리가 연결되지 않는 독립된 플롯의 영화 시리즈였다. 이 바람에 한가지 손해본 것이 있다면, 1969년 007 시리즈 6탄 '여왕폐하의 007'에서 트레이시가 살해당하면서 끝났으나 줄거리가 7탄으로 이어지지 않는 바람에 본드가 트레이시의 죽음을 복수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007 시리즈 7탄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 프리-타이틀 씬에서 본드가 블로펠드의 행방을 쫓는 설정을 트레이시의 죽음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해석하기 나름일 뿐 분명하지 않았다.
영화의 줄거리가 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이지만, 007 제작진이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계속해서 007 시리즈에 등장시키길 원했기 때문에 본드가 블로펠드를 죽인다는 아이디어를 좋아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007 제작진이 '블로펠드 트릴로지'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트레이시의 죽음과 복수'를 영화에서 제대로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엔 싫든 좋든 줄거리가 계속 이어지는 시리즈로 바뀌었으므로 '트레이시의 죽음과 복수'를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 다만 여기서 문제는 트레이시 본드를 다니엘 크레이그의 영화에 재등장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역사를 완전히 새로 쓴 블로펠드를 '007스펙터'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트레이시 본드도 이후에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 물론 열려있다. 하지만 '여왕폐하의 007'의 플롯까지 그대로 돌아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 왜냐면, 007 제작진이 리메이크를 원치 않아서다. 트레이시가 본드와 결혼한 직후 스펙터에 의해 살해당한다는 플롯이 나오면 '여왕폐하의 007'을 사실상 리메이크한 게 되기 때문에 007 제작진이 원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트레이시 본드를 매들린 스완으로 바꿔치기 하는 방법이 있다. 위에 쓴 내 아이디어가 바로 이것이다. "범죄자의 외동딸", "범죄자가 본드에게 딸을 부탁했다는 점" 등 매들린 스완은 트레이시 본드와 겹치는 부분이 있는 본드걸 캐릭터이므로 내친 김에 계속 그쪽으로 가보자는 것이다. '007 스펙터' 엔딩에서 매들린이 본드와 함께 차를 타고 떠나는 씬이 '여왕폐하의 007'의 엔딩을 연상시켰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스크립트 초안엔 마지막 아스톤 마틴 DB5 씬에서 본드가 "We have all the time in the world"라고 말하는 대사도 있었다. "We have all the time in the world"는 '여왕폐하의 007'에 나왔던 대사이며,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이 부른 주제곡의 제목이기도 하다. 비록 완성버전 '007 스펙터'의 엔딩에 그 대사가 나오지 않았지만 제작진이 본드와 트레이시를 떠올리도록 만들려 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본드25'에서 매들린을 제 2의 트레이시 본드로 삼아도 괜찮을 듯 하다.
그런데 왜 3)에서 M이 본드에게 스펙터와 무관한 미션을 맡기도록 했냐고?
본드가 살해당한 매들린의 복수에 전념하는 플롯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플롯은 더이상 신선하지 않다. 지금까지 다니엘 크레이그가 "앵그리 본드"를 연기해왔기 때문에 "매들린의 복수에 불타는 본드"라고 해봤자 새로울 게 없게 들린다. 따라서 매들린을 잃고 방황하는 본드를 M이 다시 정보부로 받아준 다음 스펙터와 무관한 임무를 본드에게 맡기면서 회복할 시간을 주는 쪽으로 설정한 것이다. 복수심에 사로잡혀 냉정한 판단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걱정에서 M이 스펙터 관련 임무를 맡기지 않았다는 걸 본드도 이해하고 새로운 미션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스펙터와 무관한 줄 알았던 임무가 스펙터로 연결되면서 '본드 vs 스펙터'로 되돌아가도록 만들면 된다.
그렇다면 블로펠드는?
스펙터 잔당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교도소를 찾아온 본드를 조롱하는 역을 맡기거나 탈옥한 것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007 스펙터'는 지금까지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완결시키는 성격을 띠고 있음과 동시에 줄거리를 연결시켜 한 번 더 울궈먹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는 영화였다.
그러나 007 시리즈가 줄거리가 계속 이어지는 시리얼화 되는 것을 절대 바라지 않기 때문에 '007 스펙터'로 어떻게든 완결되었으면 그걸로 끝내고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로 넘어가는 게 가장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전작과 전혀 무관한 완전히 독립된 플롯을 준비하는 쪽이 가장 이상적이다. 007 시리즈는 여러 차례 주연배우가 교체되어도 변화는 주되 리부트는 하지 않는 시리즈였으나 줄거리가 자꾸 연결되면 주연배우를 교체할 때마다 리부트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잘못하단 리부트만 반복하다 볼 일 다 보는 시리즈로 전락할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로 머무는 한 독립된 플롯의 영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온다면 줄거리가 '007 스펙터'와 바로 이어지진 않는다 해도 전편과 어떻게든 연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미 많은 본드팬과 영화평론가들이 "줄거리가 이어지는 속편 방식은 007 시리즈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으므로 007 제작진이 생각을 바꿀 가능성도 열려있지만, 만약 크레이그가 007 시리즈로 돌아온다면 '본드25'가 그의 마지막 영화가 될 것이 거의 분명한 만큼 다시 한 번 '완결편'에 도전할지 모른다. 위에 쓴 내 아이디어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세계와 줄거리를 전편과 직간접적으로 연결시키고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다시 한 번 등장시키면서 마지막 완결편을 제작하려 할 수 있다.
만약 크레이그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본드25'에서 새로운 배우로 교체된다면 백지에서 새로 시작하는 리부트를 택하는 수밖에 없다.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과거의 것과 다르기 때문에 영화배우가 교체된다면 싫든 좋든 처음부터 새로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러나 만약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온다면 줄거리가 이어지는 또 하나의 속편으로 제작될 가능성이 더 클 것 같다.
영화의 줄거리가 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이지만, 007 제작진이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계속해서 007 시리즈에 등장시키길 원했기 때문에 본드가 블로펠드를 죽인다는 아이디어를 좋아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007 제작진이 '블로펠드 트릴로지'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트레이시의 죽음과 복수'를 영화에서 제대로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엔 싫든 좋든 줄거리가 계속 이어지는 시리즈로 바뀌었으므로 '트레이시의 죽음과 복수'를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 다만 여기서 문제는 트레이시 본드를 다니엘 크레이그의 영화에 재등장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역사를 완전히 새로 쓴 블로펠드를 '007스펙터'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트레이시 본드도 이후에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 물론 열려있다. 하지만 '여왕폐하의 007'의 플롯까지 그대로 돌아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 왜냐면, 007 제작진이 리메이크를 원치 않아서다. 트레이시가 본드와 결혼한 직후 스펙터에 의해 살해당한다는 플롯이 나오면 '여왕폐하의 007'을 사실상 리메이크한 게 되기 때문에 007 제작진이 원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트레이시 본드를 매들린 스완으로 바꿔치기 하는 방법이 있다. 위에 쓴 내 아이디어가 바로 이것이다. "범죄자의 외동딸", "범죄자가 본드에게 딸을 부탁했다는 점" 등 매들린 스완은 트레이시 본드와 겹치는 부분이 있는 본드걸 캐릭터이므로 내친 김에 계속 그쪽으로 가보자는 것이다. '007 스펙터' 엔딩에서 매들린이 본드와 함께 차를 타고 떠나는 씬이 '여왕폐하의 007'의 엔딩을 연상시켰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스크립트 초안엔 마지막 아스톤 마틴 DB5 씬에서 본드가 "We have all the time in the world"라고 말하는 대사도 있었다. "We have all the time in the world"는 '여왕폐하의 007'에 나왔던 대사이며,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이 부른 주제곡의 제목이기도 하다. 비록 완성버전 '007 스펙터'의 엔딩에 그 대사가 나오지 않았지만 제작진이 본드와 트레이시를 떠올리도록 만들려 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본드25'에서 매들린을 제 2의 트레이시 본드로 삼아도 괜찮을 듯 하다.
그런데 왜 3)에서 M이 본드에게 스펙터와 무관한 미션을 맡기도록 했냐고?
본드가 살해당한 매들린의 복수에 전념하는 플롯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플롯은 더이상 신선하지 않다. 지금까지 다니엘 크레이그가 "앵그리 본드"를 연기해왔기 때문에 "매들린의 복수에 불타는 본드"라고 해봤자 새로울 게 없게 들린다. 따라서 매들린을 잃고 방황하는 본드를 M이 다시 정보부로 받아준 다음 스펙터와 무관한 임무를 본드에게 맡기면서 회복할 시간을 주는 쪽으로 설정한 것이다. 복수심에 사로잡혀 냉정한 판단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걱정에서 M이 스펙터 관련 임무를 맡기지 않았다는 걸 본드도 이해하고 새로운 미션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스펙터와 무관한 줄 알았던 임무가 스펙터로 연결되면서 '본드 vs 스펙터'로 되돌아가도록 만들면 된다.
그렇다면 블로펠드는?
스펙터 잔당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교도소를 찾아온 본드를 조롱하는 역을 맡기거나 탈옥한 것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007 스펙터'는 지금까지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완결시키는 성격을 띠고 있음과 동시에 줄거리를 연결시켜 한 번 더 울궈먹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는 영화였다.
그러나 007 시리즈가 줄거리가 계속 이어지는 시리얼화 되는 것을 절대 바라지 않기 때문에 '007 스펙터'로 어떻게든 완결되었으면 그걸로 끝내고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로 넘어가는 게 가장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전작과 전혀 무관한 완전히 독립된 플롯을 준비하는 쪽이 가장 이상적이다. 007 시리즈는 여러 차례 주연배우가 교체되어도 변화는 주되 리부트는 하지 않는 시리즈였으나 줄거리가 자꾸 연결되면 주연배우를 교체할 때마다 리부트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잘못하단 리부트만 반복하다 볼 일 다 보는 시리즈로 전락할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로 머무는 한 독립된 플롯의 영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온다면 줄거리가 '007 스펙터'와 바로 이어지진 않는다 해도 전편과 어떻게든 연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미 많은 본드팬과 영화평론가들이 "줄거리가 이어지는 속편 방식은 007 시리즈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으므로 007 제작진이 생각을 바꿀 가능성도 열려있지만, 만약 크레이그가 007 시리즈로 돌아온다면 '본드25'가 그의 마지막 영화가 될 것이 거의 분명한 만큼 다시 한 번 '완결편'에 도전할지 모른다. 위에 쓴 내 아이디어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세계와 줄거리를 전편과 직간접적으로 연결시키고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다시 한 번 등장시키면서 마지막 완결편을 제작하려 할 수 있다.
만약 크레이그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본드25'에서 새로운 배우로 교체된다면 백지에서 새로 시작하는 리부트를 택하는 수밖에 없다.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과거의 것과 다르기 때문에 영화배우가 교체된다면 싫든 좋든 처음부터 새로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러나 만약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온다면 줄거리가 이어지는 또 하나의 속편으로 제작될 가능성이 더 클 것 같다.
잘 보고 갑니다.
답글삭제스펙터가 우리나라에서도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는데, 오공본드님이 비판하는 것과는 다른 이유로요.. 그 이유인 즉슨
http://extmovie.maxmovie.com/xe/movietalk/9104162
여기 리플에 나온 것처럼 "본드가 다니엘 크레이그의 '정통 본드'를 벗어나 자꾸 영화속 이상한 본드로 돌아가려한다"라니.. 참... 하다하다 이제 다니엘 크레이그의 본드가 무려 "정통 본드"이고 그 이전 20몇편의 본드는 퇴물로 만들어버리는 분위기이군요 한국은.
제 생각엔 정통 본드란 이언 플레밍 원작소설의 본드 캐릭터를 의미한 듯 합니다.
삭제크레이그의 첫 영화 카지노 로얄이 플레밍의 소설을 기초로 했으므로 '정통 본드'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 이후의 영화까지 모두 해당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플레밍의 원작소설 캐릭터가 떠올라야 '정통 본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QOS와 스카이폴은 제이슨 본과 다크 나이트가 떠올랐으므로 '정통 본드'라고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원작 본드 vs 영화 본드 비교는 지난 얘기이지 지금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2006년 카지노 로얄이 개봉했을 때 원작소설의 본드와 영화의 본드를 비교한 적이 있습니다만,
그 때는 원작소설을 읽지 않고 007 영화 시리즈에만 익숙한 분들을 위한 설명이었습니다.
카지노 로얄이 엉뚱한 영화가 아니며, 이전에도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이 있다는 설명과 함께,
소설의 본드는 보다 진지하며, 신출귀몰한 가젯도 나오지 않는다는 기초적인 비교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10년전 카지노 로얄 때의 얘기고, 지금은 그런 비교가 의미없다고 생각합니다.
크레이그의 본드 시리즈는 정통성보다 정체성 문제가 가장 큰 문제였거든요. .
소설과 영화 스타일 중 어느 쪽이든 간에 007 영화라는 사실을 알아볼 수는 있어야 하는데,
이게 어렵게 됐다면 '정통 본드'를 논할 때가 아니라 어느 쪽이든 정체성을 되찾아야 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크레이그는 이전 배우들이 했던 걸 반복할 순 없지 않냐고 했습니다.
차별화를 시도해야 했다는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정체성을 위협할 정도는 곤란하죠.
이번 스펙터에서 제작진은 클래식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방법으로 거리를 좁혔습니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게 나오긴 했지만 정체성 회복노력에만 책임을 물을 순 없다고 봅니다.
스펙터를 보고 바보스럽던 판타지 시절로 되돌아가는거냐는 지적엔 어느 정도 일리가 있습니다.
진지하고 사실적인 영화 vs 가젯 위주의 판타지 영화로 비교하는 건 문제될 게 없습니다.
로저 무어는 판타지, 티모시 달튼은 사실적, 브로스난은 다시 판타지, 크레이그는 다시 사실적,
이런 식으로 스타일 변화를 줘왔으므로 이 중 어느 쪽이 더 맘에 든다는 건 문제될 게 없습니다.
사실적인 본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판타지 스타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크레이그 이전에 나온 007 시리즈 전체가 원작소설과 무관한 바보같은 영화들인 건 아니죠.
카지노 로얄 이전에도 원작소설에 충실한 '정통 본드' 영화들이 있었으니까요.
옛 영화가 촌쓰러워서 못보겠다면 할 수 없지만 '정통 본드' 영화가 없는 건 아니죠.
뭐, 개인적으로는.. 제작진이 오공본드님께서 말씀하신 그정도까지는 생각을 안했을거라고 봅니다.^^;;;
답글삭제그리고 최초 스크립트에 있었다던 "We have all the time in the world" 라는 대사...멋진데 왜 안 넣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트레일러에서도 OHMSS 에서 나왔던 음악이 나왔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이전부터 최초 스크립트를 보려고 구글을 엄청 뒤졌는데....그걸 보셨다니 부럽습니다.^^
최초 스크립트는 아닙니다. 제가 본 것도 퍼비스+웨이드가 손질한 버전입니다.
삭제근데 이것도 완성판이 아닙니다. 여기서 또 수정을 해서 완성판과 비슷한 구조로 바뀌었거든요.
저도 최초 스크립트는 직접 보진 못했습니다. 초기에 오갔던 관계자 얘기 정도만 봤습니다.
퍼비스+웨이드가 손질하기 전의 최초 스크립트는 상당히 다른 얘기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