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4일 목요일

'레브넌트', 새로운 것 없는 서바이벌 드라마

레오나도 디카프리오(Leodardo Dicaprio)의 새 영화가 개봉했다. 2013년 영화 '울프 오브 월스트릿(The Wolf of Wall Street)' 이후 2년만이다.

디카프리오의 새 영화 제목은 '레브넌트(The Revenant)'.

'레브넌트'는 19세기 초 미국 서부 개척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으로, 곰의 공격으로 큰 부상을 당한 채 일행으로부터 버림받은 휴 글래스의 서바이벌 스토리를 그렸다.

'레브넌트'엔 레오나도 디카프리오, 톰 하디(Tom Hardy), 도널 글리슨(Dohmnall Gleeson), 윌 폴터(Will Poulter), 포레스트 굿럭(Forest Goodluck) 등이 출연했다. 레오나도 디카프리오는 주인공 휴 글래스 역을 맡았고, 톰 하디와 윌 폴터는 부상당한 글래스를 버리고 떠나는 존 피츠제럴드와 짐 브리저 역을 각각 맡았다. 도널 글리슨은 그룹 리더 앤드류 헨리 역을 맡았으며, 포레스트 굿럭은 글래스와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호크 역으로 출연했다.

연출은 '버드맨(Birdman)'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멕시코 영화감독, 알레한드로 이냐리투(Alejandro Inarritu)가 맡았다.

'레브넌트'의 줄거리는 매우 심플하다.

휴 글래스(레오나도 디카프리오)가 곰의 공격을 받고 큰 부상을 당하자 일행 중 하나인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가 글래스의 아들을 죽이고 다 죽어가는 글래스를 파놓은 구덩이 속에 버리고 떠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글래스가 죽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죽지 않고 회복한 글래스는 추위와 굶주림, 부상의 고통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공격과 싸우며 복수를 하기 위해 피츠제럴드를 뒤쫓는다...


'레브넌트'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건 줄거리다.

'레브넌트'의 영화 줄거리는 예고편에 이미 다 나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심플했다. "동료들이 부상당한 글래스를 버리고 떠나자 열받은 글래스가 혹독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아 그를 버리고 떠난 동료들을 찾아가 복수한다"는 얘기가 전부였다.

부상당한 글래스를 버리고 떠난 것에 대한 복수만으로는 동기가 다소 약하다고 생각했는지 제작진은 원작 소설에 나오지 않은 글래스의 아들 이야기를 새로 추가했다. 백인과 아메리칸 원주민 사이에서 태어난 글래스의 아들이 등장하면서 복수 플롯을 좀 더 흥미롭게 만든 효과는 더러 있었다. 하지만 별 볼 일 없는 스토리를 크게 개선시키지 못했다. 가족을 살해한 범인을 찾아가 복수한다는 플롯이 흔하기 때문에 또 하나의 흔한 복수 이야기를 보탠 것으로 보였을 뿐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아메리카 원주민과 얽힌 플롯도 흥미롭지 않았다. 이미 골백번은 본 뻔한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는 게 전부였을 뿐 새롭지 않았다. 산에서 추위와 배고픔을 극복하면서 홀로 살아남는 서바이벌 스토리와 '늑대와의 춤을(Dances with Wolves)'에 나왔던 백인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끼워맞췄으나 둘 다 신선하지 않은 스토리였다.

이처럼 '레브넌트'는 추위에 떨고, 스스로 부상을 치료하고, 물고기를 날로 잡아먹고, 친절한 아메리카 원주민과 우정을 나누고, 백인 서부개척자들이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저지른 범죄를 목격하는 등 안 봐도 비디오인 레퍼토리가 전부였을 뿐 신선하고 흥미로운 부분을 찾을 수 없었다.

한편, 레오나도 디카프리오는 제 역할을 다 했다. 대사량도 적은 편이었고 이런 영화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지만 비교적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산속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며 홀로 고생하는 파트는 다른 서바이벌 영화에서 봤던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으며 영화를 보기 전부터 그런 씬이 나올 것을 예상했었으므로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고 하긴 힘들지만, 디카프리오는 '레브넌트'의 강점이었지 약점은 아니었다. 디카프리오는 산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홀로 사투를 벌이며 복수에 올인하는 분노에 찬 글래스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디카프리오는 아카데미 남우주연 후보에 줄기차게 오르긴 했으나 아직까지 상을 받지 못했는데, 과연 이번엔 그가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을지 흥미롭다. 아직 나이가 젊으므로 조바심을 낼 필요는 전혀 없지만, 한 번 받을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디카프리오가 아카데미상을 받을 듯 말듯 하다가 못 받으면서 끝나는 걸로 영화팬들의 관심을 받는 것도 사실이므로, 이번에도 아카데미가 디카프리오에게 줄 것처럼 굴다가 또 엿을 먹일지 모른다.

아무튼 디카프리오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영화는 썩 맘에 들지 않았다. 2시간 반에 달한 런타임이 다소 길게 느껴졌다. 숲속의 풍경을 멋지게 담아냈고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디카프리오의 연기도 오케이였으나 뻔한 이야기 뿐이라서 흥미가 끌리지 않았다. 이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보는 듯한 생각만 자꾸 들 뿐 영화가 잘 와닿지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그럭저럭 볼 만했다.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버티기 힘든 영화는 아니었다. 그러나 맘에 쏙 드는 영화는 아니었다. 대단한 걸작을 봤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큰 기대를 걸었던 영화는 아니었으나 기대에 못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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