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8일 금요일

"도널드 트럼프"라고 하면 떠오르는 영화는?

미국인들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라고 하면 어떤 영화를 떠올릴까?

일부는 '데드풀(Deadpool)'이라고 한다. 아무리 대미지를 입혀도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이 있는 게 데드풀과 똑같다는 것이다.

또다른 일부는 '매드 맥스: 퓨리 로드(Mad Max: Fury Road)'를 꼽는다. 열성적인 지지자들과 함께 분노로 가득찬 광란의 질주를 하는 것이 딱 '매드 맥스: 퓨리 로드'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왜 '데드풀'과 '매드 맥스: 퓨리 로드'인지 살짝 짚어보기로 하자.

◆치명상을 입어도 빠르게 회복 

트럼프는 2015년 6월 전체 멕시칸 이민자들을 범죄자로 매도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가 무슨 문제를 꺼낸 건지는 충분히 이해가 가도 발언 수위가 지나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미국에서 여러 차례 추방당했던 멕시코 출신 불법체류자 후안 프랜시스코 로페즈-산체스(Juan Francisco Lopez-Sanchez)가 미국으로 또 넘어와 캘리포니아 주 샌 프란시스코에서 30대 미국 여성 케이트 스테인리(Kate Stainle)를 총으로 쏴 살해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뻥뚫린 국경과 불법체류자를 추방시키지 않는 이른바 'Sanctuary City' 중 하나인 샌 프란시스코가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가 케이트 스테인리의 사망이라는 주장이 탄력을 받으면서 트럼프의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곤경에 처했던 트럼프가 멕시코 불법체류자가 저지른 살인사건으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지지 정당을 바꿨다는 미국인도 미국 뉴스 방송에 출연한 바 있다.

또한,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 후보들과의 치열한 TV 토론에서 깨져도 바로 다음날 곤란한 위치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매번 찾아냈다. 한 번은 트럼프가 TV 토론에서 집중 공격을 받고 밀리자 경쟁 후보들은 의기양양해졌으나 다음날 헤드라인은 교황과 트럼프가 벌인 설전이었지 TV 토론 결과가 아니었다. 트럼프가 그 이후에 열린 또다른 TV 토론에서 또 집중 공격을 받고 밀렸지만 그 다음날 헤드라인은 "크리스 크리스티(Chris Christie) 뉴 저지 주지사 트럼프 지지 선언"이었지 TV 토론이 아니었다. 트럼프는 바로 지난 TV 토론에선 "벤 카슨(Ben Carson) 의사 트럼프 지지 선언"을 '백업플랜'으로 준비한 바 있다. TV 토론에서 또 깨져도 벤 카슨이 트럼프를 지지 선언한 것이 다음날 헤드라인을 장식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 바람에 트럼프가 TV 토론에서 깨졌다는 기사가 다음날 헤드라인을 제대로 장식한 적이 없다.

이렇다 보니 트럼프는 대미지를 입어도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이 있는 데드풀 같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공격이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플로리다 상원의원 마코 루비오(Marco Rubio)는 트럼프 스타일에 맞춰 놀이터에서 어린아이들이 싸우듯 트럼프에 공격을 퍼부었으나, 루비오는 그의 홈그라운드인 플로리다 주 경선에서 트럼프에 참패하고 경선을 접었다.


◆미국 보수층 불만 쌓인 주요 이슈 공략 

도널드 트럼프의 대표적인 공약은 멕시코 국경에 장벽 건설, 미국내 불법체류자 모두 추방, 당분간 무슬림 미국 입국 제한 등이다. 트럼프가 들고나온 대표적인 공약은 모두 오바마와 민주당의 미지근한 대응으로 미국 보수층의 불만이 쌓여있던 이슈들이다. 오바마가 텍사스까지 갔으면서도 미국과 멕시코 국경은 둘러보지 않았고, 미국내 불법체류자 처리 문제에 오바마와 민주당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중동 난민 틈에 테러리스트가 끼어있을 가능성이 크며 난민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데도 오바마가 난민을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 미국 보수층의 불만이 쌓여갔다. 작년 12월 캘리포니아 주 샌 버나디노에서 ISIS 추종자들이 벌인 테러 사건이 터졌을 때도 리버럴들이 테러 문제가 아닌 총기 문제로 몰아가려 하면서 보수층을 열받게 한 적도 있다.

이 때 트럼프가 나타나 보수층의 불만이 많이 쌓여있는 이슈들만 골라 모아서 공약으로 내걸고 욕을 먹을 땐 먹더라도 직설적인 화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큰소리를 치자 미국 보수층이 후련함을 느끼는 듯 하다. 여기에 오바마케어를 비롯한 여러 이슈에서 민주당에 질질 끌려다니기만 하면서 제 구실을 못해온 공화당에 대한 불만까지 가세하면서 상당수의 미국 보수층이 트럼프를 지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와 민주당에 쌓여온 불만과 무능한 공화당에 대한 배신감이 만나면서 도널드 트럼프의 '분노의 질주'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는 구체적인 공약을 준비할 필요도 없었다. 포퓰리즘 공약만으로 상당수의 보수층을 자신의 지지자로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오바마케어 등 여러 이슈에서 민주당에 밀리기만 한 공화당에 배신감을 느낀 보수층이 'POLITICAL CORRECTNESS'를 무시하며 거친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 화끈한(?) 트럼프에 열광하게 된 듯 하다. 일각에선 트럼프를 "막말꾼"이라 하지만, 트럼프의 막말도 지나친 'POLITICAL CORRECTNESS'에 지친 미국인들의 심리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의 유세 현장을 살펴보면 그가 의도적으로 'POLITICAL CORRECTNESS'를 무시한 'TOUGH TALK'로 청중을 열광시키려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리버럴 성향 토크쇼 호스트 빌 마허(Bill Maher)가 미국 리버럴의 지나친 'POLITICAL CORRECTNESS'가 도널드 트럼프 돌풍을 만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마허가 제대로 봤다고 본다.

이렇게 해서 도널드 트럼프와 분노로 가득한 보수층의 '매드 맥스: 퓨리 로드'가 시작되었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는 걸 원치 않는 '안티-트럼프' 공화당 진영은 도널드 트럼프의 돌풍을 보면서 어떤 영화가 떠오를까?

아마도 '아폴로 13(Apollo 13)'일 것이다.

"Houston, we have a 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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