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27일 토요일

도널드 트럼프의 "힐러리는 Bigot" 주장 틀린 말 아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Hilary Clinton)이 계속되는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측은 이메일 사건 뿐만 아니라 제 3세계 수준의 부패 스캔들이라 불리는 클린턴 재단(The Clinton Foundation) 스캔들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위키리크스(Wikileaks)까지 가세해 클린턴 관련 자료를 대선 전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나섰다. 클린턴 측은 일일히 대응하지 않고 논란이 자연히 수그러들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으나, 위키리크스를 만든 줄리언 어샌지(Julian Assange)를 인터뷰한 미국 케이블 뉴스 채널 폭스 뉴스(FOX NEWS)는 위키리크스의 폭로가 클린턴이 직접 대응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뱅가지 사태와 이메일 스캔들을 넘겼나 싶더니 클린턴 재단 스캔들과 마주치면서 "클린턴 측이 클린턴 재단 관련 이메일을 사적인 메일로 분류했나 아니면 공적인 메일로 분류했나"에 대한 의문이 불거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까지 그의 주종목인 제발등 찍기를 중단하고 힐러리 클린턴 때리기에 가세했다. 흑인, 히스패닉 표심 잡기에 나선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을 "Bigot"이라고 하면서, 클린턴은 소수계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생각을 하지 않고 이들을 단지 표로만 본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힐러리 측은 트럼프야 말로 인종차별자라고 반박했다.

일단 트럼프가 제발등 찍기를 잠시 중단하고 힐러리 때리기에 나선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오바마, 힐러리, 민주당을 집중적으로 비판해야 트럼프 지지를 망설이는 보수층의 표를 끌어올 수 있다. 미국 보수층은 이번 대선에 총기문제, 국경과 이민 문제, 테러위협과 중동 난민유입 문제, 오바마 케어, 대법원 문제 등 굵직한 중대 이슈들이 여럿 걸려있다고 보고 있으므로, 트럼프가 제발등 찍기 횟수를 줄이고 힐러리와 민주당 공격에 초점을 맞추면서 트럼프 지지를 망설이는 보수표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미국인들이 많다. 트럼프가 말실수 횟수만 줄여도 지지율이 많이 오를 것이라는 사람들도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어도, 트럼프가 즉흥적인 연설 대신 텔레프롬터 사용 횟수를 늘린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벌건 얼굴의 술주정뱅이 아저씨' 스타일로 밀고 나가던 트럼프가 이젠 정신을 좀 추스릴 필요가 있음을 느끼는 듯 하다.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지만 힐러리의 당선 또한 원치 않기 때문에 트럼프를 포기하지 못하는 보수 성향 미국인들은 불안한 트럼프가 안정적인 모습을 갖추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과연 트럼프가 남은 시간동안 이들의 마음을 살 수 있겠는지는 트럼프에 달렸다.

자 그렇다면, 이번 'Bigot' 논란에선 누구의 말이 옳을까?

트럼프의 주장이 옳다고 본다.

"민주당이 흑인을 표로만 본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선거철이 되면 흑인 상대로 선심성 공약만 내놓을 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일은 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흑인 중 극빈자가 많다는 점과 인종차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이용해 흑인 표를 끌어모으는 게 전부다. 과거엔 흑인의 노동력을 착취했다면 지금은 흑인의 표를 빨아먹고 있다고 보이기도 한다. 물론, 민주당 흑인 정치인들도 "민주당이 흑인 표를 당연한 듯이 거저먹으려 해선 안 된다"는 말을 종종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인들은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으며, 2016년 대선에서도 힐러리 클린턴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밝혀졌다. 클린턴이 논란을 무릎쓰고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흑인 유가족들을 민주당 컨벤션에 초대하고 인종차별 조직으로 불리기도 하는 'Black Lives Matter'까지 껴안는 듯한 제스쳐를 취한 것도 흑인 표를 놓치지 않기 위함이다.

그러나 보수 성향 미국인들은 민주당이 흑인간에 자주 발생하는 강력범죄를 외면하거나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백인 또는 경찰에 의해 사망한 흑인 수보다 흑인끼리의 강력범죄로 인한 흑인 사망자 수가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인종갈등을 휘저어 흑인 표를 끌어들일 생각만 한다는 것이다. 흑인 지도자들도 흑인 사회 내부 문제에 대해선 침묵하고 모든 책임을 외부로 돌린다는 비판을 자주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분노를 이용해 지지층을 끌어모은다는 비판이 있지만,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또한, 보수 성향 미국인들은 불법 이민자 유입으로 직업을 잃는 등 가장 크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게 흑인인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히스패닉 표를 붙잡기 위해서 국경 경비 강화와 불법 이민자 단속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한다.

실제로, USCCR(U.S Commission on Civil Rights)의 피터 커사나우(Peter Kirsanow)는 지난 3월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불법 이민이 미국 흑인 남성의 임금과 고용에 지나칠 정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Illegal immigration has a disproportionately negative effect on the wages and employment levels of blacks, particularly black males." - Peter Kirsanow


USCCR의 "The Impact of Illegal Immigration on the Wages and Employment Opportunities of Black
Workers" 브리핑 리포트 자료를 읽어보면 불법 이민이 어떻게 흑인 노동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Does illegal immigration exert downward pressure on the wages and employment opportunities of low-skilled workers, particularly black workers, who tend to be represented in higher concentrations in the low- and unskilled workforce? Our briefing revealed that there is general consensus among economists that it does (although that consensus breaks down over the magnitude of the effect and how or whether our national immigration policy should be modified as a result). Yet this issue has not generated the kind of scrutiny by policymakers that its potentially serious consequences merit. In its limited treatment of the issue, much of the media has tended to downplay the impact of illegal immigration on low skilled workers, tending to focus instead on the alleged overall benefits of the cheap labor provided by illegal immigrants to the U.S. economy. Perhaps a more searching analysis has been avoided because of the uncomfortable facts it might reveal, particularly to those for whom even the most speculative harm to minorities is often a trigger for robotic demagoguery.   
(중략) 
Blacks are represented in high concentrations in the low-skill labor market. One third of the entire black labor force is made up of low-skilled workers, and blacks comprise 10 percent of the 50 million low-skilled adults in the civilian labor force in the United States. Six in 10 black adult males have a high school degree or less, compared with four out of 10 for whites. 
Recent immigrants tend to be low-skilled; this is especially true of illegal immigrants. Data show that over the last 50 years, there has been a precipitous decline in the relative educational attainment of immigrants.130 For example, according to 2007 census data, of those immigrants entering the U.S. (both legally and illegally) between 2000 and 2007, only 24.6 percent had a high school education; 35.5 percent had not completed high school. This compares with 30.9 percent and 7.5 percent, for native-born American workers, respectively. Such workers are thus more likely to be concentrated in the low-skill labor market. 
Native-born low-skill workers appear to be dropping out of the labor market, while rates of immigrants have increased. A 2006 Center for Immigration Studies analysis showed that the percentage of native-born Americans in the labor force with either a high school diploma or less fell from 59 percent to 56 percent in the preceding five years.131 The study estimated that approximately 1.5 million native-born Americans with a high school diploma or less left the workforce during that period. During the same period, the number of immigrants in the workforce (legal and illegal) with high school diplomas or less increased by almost the same amount—1.6 million.
Low-skilled immigrants and blacks are concentrated in the same occupations and specific segments of the labor market, suggesting they compete for work. The same CIS study referenced above reveals that the occupations with the highest percentage of illegal immigrants are occupations that also have the highest unemployment rates for the native born. These same occupations happen to be among those that have traditionally employed the highest percentage of black workers, e.g., building, cleaning and maintenance, food preparation and construction. 
Thus, while illegal immigration alone cannot be said to have caused negative employment outcomes for black workers, there is ample evidence to suggest that at a minimum, it has had an aggravating effect on both the displacement of low-skilled American workers and the racial divide in employment. This is because illegal immigration tends to increase the supply of low-skilled, low-wage labor already available in the U.S. labor market.  
(중략) 
Given these circumstances, participants in the debate over immigration should take greater care not to overstate or misrepresent the conclusions that can be drawn from the currently available data. At the same time, those who express concern regarding the impact of illegal immigration cannot be dismissed or demonized as being ―anti-immigrant. Intemperate language and accusations of nativism and racism only further confound the debate. Politicians on both sides of the aisle should care enough about immigration policy and its ramifications for the national interest to speak honestly, avoiding the inflammatory words that have caused the discussions regarding illegal immigration to devolve.

그렇다면 불법 이민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과 멕시코 국경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의 공약이 백인에 더 유리한지 흑인에 더 유리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좌파-리버럴들은 덮어놓고 "인종차별", "반이민주의"라고 공격한다. 그러나 USCCR의 리포트는 "불법 이민에 대한 문제 제기를 무조건 묵살하거나 반이민주의자라고 악마 취급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처럼 불법 이민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게 흑인인데도 불구하고 흑인들이 불법 이민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미국인들도 많다. 얼마 전엔 흑인 단체가 미국과 멕시코 국경 근처에서 불법 이민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으나, 대다수의 흑인 유권자들은 변함없이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다.

월 스트릿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의 흑인 언론인, 제이슨 라일리(Jason Riley)는 "Please Stop Helping Us: How Liberals Make It Harder for Blacks to Succeed"라는 저서에서 좋은 의도로 시작된 복지 제도가 미국 흑인들의 성공을 저해시킨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목소리를 내는 흑인들은 좌파-리버럴 진영으로부터 인종차별 공격을 받는다. 보수 성향 흑인들은 좌파 성향 흑인들로부터 "배신자", "엉클 톰" 등의 공격을 받고 있으며, 좌파-리버럴 언론들도 보수 성향 흑인들을 공격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흑인은 모두 한목소리로 좌파-리버럴-민주당 지지 목소리를 내야 하며, 이에 반하면 반동으로 몰아 맹공하는 것이다.

보수 성향 매거진, 내셔널 리뷰(National Review)는 "Who Are the Bigots Again?"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소수계 보수 인사들을 겨냥한 진보-좌파-리버럴 세력의 인종차별적 공격을 비판한 바 있다.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등 소수계를 모두 좌파세력으로 만드는 게 미국 좌파들의 목표라서 보수 성향의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인사들을 눈엣 가시처럼 취급한다는 것이다.

내셔널 리뷰는 대표적인 예로 루이지애나 주지사, 바비 진달(Bobby Jindal)을 겨냥한 좌파언론들의 인종차별성 공격을 꼽았다. 인도계 미국인인 바비 진달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도 나섰던 인물이다. 이 덕분에 "보수우파 아시안은 적"으로 몰아가는 좌파언론들로부터 공격을 여러 차례 받았다. 내셔널 리뷰에 따르면, 워싱턴 포스트는 "바비 진달에겐 더이상 인디안이 남아있지 않다", "바비 진달은 그의 유산과 뿌리를 잊었다"고 비판했다. 인도계가 공화당을 지지하면 더이상 인도계가 아니고 전통과 뿌리를 잊어버린 자라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와 동시에 트위터에선 "#BobbyJindalSoWhite"이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했다고 한다. 공화당 주지사 바비 진달은 더이상 인도계가 아니라 백인이라는 얘기다. 내셔널 리뷰는 워싱턴 포스트 뿐만 아니라 BBC, 뉴욕 타임즈, NBC 뉴스 등도 "#BobbyJindalSoWhite" 해시태그로 히히덕거렸다고 비판했다.

The most recent grenade tossed by the jack-booted Enforcers of Ethnic Authenticity came from the Washington Post this week. The Beltway fish-wrapper hyped a 2,100-word investigation of Louisiana’s Republican governor Bobby Jindal with a condescending quote from Professor G. Pearson Cross, who sneered: “There’s not much Indian left in Bobby Jindal.” 
Has pallid Professor Cross invented an ambient diagnostic test to measure sufficiently acceptable levels of ethnicity? 
The Post quoted a grand total of one disgruntled Democratic donor who railed against Jindal for “forgetting” his “heritage” and his “roots.” But that was more than enough for the apartheid-lite adherents to heed the dog whistle immediately. The Post’s splashy attack on Jindal’s assimilationist ethic spawned a vile Twitter hashtag game: #BobbyJindalIsSoWhite. Left-wing racists mocked his skin color, his kids, and his decision to change his name from “Piyush” to “Bobby.” A New York Times digital editor, Shreeya Sinha, gleefully linked to a BBC compilation of “The best of #BobbyJindalisSoWhite.” NBC News gloated over tweets from liberal Indian-Americans who mocked the accomplished governor, Rhodes scholar, and father of three as a “Jindian.”

내셔널 리뷰는 보수 성향 흑인은 "Uncle Tom", 바비 진달은 "Uncle Bobby", 인도계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화당 주지사 니키 헤일리(Nikki Haley)는 "Female Uncle Tom"이라고 좌파들로부터 인종차별성 공격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미국 좌파들은 인도계 미국인 2명이 미국 남부의 루이지애나와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공화당 주지사가 된 것이 굉장히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공화당은 백인만을 위한 정당이고 미국 남부는 KKK의 본고장이라고 선전해야 하는데 2명의 갈색 피부 아시안이 남부에서 공화당 주지사가 됐으니 꼴도 보기 싫었을 것이다.

이것이 인종공격이 아니면 무엇인가?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은 보수 성향을 띠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좌파는 이 따위 인종공격을 해도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고 우파가 하는 것만 인종공격으로 인정되나?


이와 같이 인종차별 공격으로부터의 보호는 좌파 성향 소수계에만 국한돼 있으며, 보수 성향 소수계들은 인종차별 공격에 노출돼있다. 인종차별에 반대한다고 노래를 부르는 미국 좌파들이 앞장서서 보수 성향 소수계를 향해 인종차별적인 공격을 퍼붓는 판이다. 좌파들은 보수 성향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들을 공개적으로 인종차별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미국에 거주하는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들은 보수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길 수 없게 된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렇다 보니 흑인을 비롯한 보수 성향 소수계의 분노가 극에 달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위에서 소개한 내셔널 리뷰의 기사를 작성한 보수 논객, 미셸 맬킨(Michelle Malkin)은 필리핀계 미국인이다.

이런 상황에 "누가 누구더러 Bigot이라고 하느냐"는 내셔널 리뷰의 기사에 크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인종문제로 미국을 분열시키는 앞잡이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며 침을 튀기는 좌파들이다. 이에 대해 공화당이나 보수 성향 미국인들이 이의를 제기하면 무조건 덮어놓고 "KKK", "네오나치", "인종차별자"라고 매도한다. 이게 미국 좌파들의 수법이다. 공화당과 보수 세력의 사소한 점까지 물고 늘어지며 인종차별자로 뒤집어 씌우면서도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겐 인종차별적인 공격을 서슴지 않는 게 미국 좌파들의 실체다.

따라서 "힐러리는 Bigot"이라는 트럼프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힐러리가 인종차별자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힐러리와 민주당 측이 인종문제를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는 건 사실이다. 또한, 힐러리와 민주당은 공화당과 보수 세력에게만 인종차별 손가락질을 할 뿐 보수 성향 소수계를 겨냥한 좌편향 미국 메이저 언론들의 인종차별성 공격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으므로 그들 역시도 'Bigot'이다. "누구는 인종차별 해도 되고 누구는 하면 안 된다", "누구는 인종차별 받아도 되고 누구는 받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차별하고 있으므로 'Bigot'이 맞다.

도널드 트럼프는 "힐러리 측이 멀쩡한 미국인들을 인종차별자라고 매도한다"고 비판했다. 여기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트럼프 지지자 대부분이 백인이고, 그 중 일부가 인종차별 성향을 띠는 건 사실이다. 트럼프가 전통적인 공화당 스타일의 보수주의자가 아닌 것도 분명하며, 트럼프 지지자들 틈에 다소 의심스러운 백인들이 끼어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닥치는대로 보수 성향 미국인들과 트럼프 지지자 전체에게 인종차별자 딱지를 붙이려 하는 건 잘못됐다.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 진보-좌파-리버럴-민주당 지지 성향들의 주특기라는 점은 잘 알고 있으나, 이젠 저쪽에서도 이런 공격에 이골이 났기 때문에 물러서지 않고 더욱 공격적으로 나온다. 그러므로 트럼프를 백인우월주의자로 몰아가는 민주당의 전략은 더이상 별다른 효력을 내지 못할 것이다. 민주당이 걸핏하면 공화당과 보수성향 미국인들을 백인우월주의자로 몰아온 바람에 "또 저러는구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문제는 백인-리버럴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할 줄 아는 양심있는 백인인 척 시늉하면서 백인에게 쏠리는 비판을 피하고 소수계의 지지를 얻으려 꾀한다. 소수계 앞에선 간이라도 꺼내놓을 것처럼 굴다가도 등 뒤에선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위선자들이 상당수 섞여있다. 겉으로 보기엔 백인-리버럴들이 소수계 편을 들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단지 인심을 얻기 위한 쇼일 뿐 진정성이 크게 부족한 경우가 많다. "너희들 소수계가 미국서 백인들에게 인종차별 당하는 그 아픔 다 알고 있다"며 우는 표정 지으며 손만 내밀면 소수계들이 바로 넘어온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은 이 점을 이용해 인심을 얻어 민주당으로 표가 이어지도록 만들고 있는 게 전부다.

흑인들은 백인-리버럴들의 공작에 넘어갔다. 그 다음 차례는 히스패닉이다. 불법체류자들도 잠재적 민주당 지지 세력으로 보는 민주당이 국경 문제와 불법 이민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인종을 이용해 1당독재를 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흑인, 히스패닉에 이은 다음 타자는 아시안이다.

워싱턴 D.C 근처의 DMV(DC-Maryland-Virginia) 지역을 예로 들어보자.

워싱턴 D.C와 메릴랜드 주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곳이다. 메릴랜드에선 간혹 공화당 주지사가 탄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워싱턴 D.C는 언제나 민주당끼리의 싸움이다. 그러나 버지니아 주는 공화당 지지 성향이 짙은 레드 스테이트였다. 그러나 요즘엔 버지니아 주가 스윙 스테이트로 변했다. 미국 언론들은 결정적인 원인으로 워싱턴 D.C와 근접한 지역에 밀집한 아시안 인구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흑인, 히스패닉 뿐 아니라 아시안 인구가 늘어도 그 지역이 민주당 쪽으로 기운다는 것이다. 이 바람에 "아시안도 무조건 좌파-리버럴-민주당 지지자"라는 선입견을 갖는 미국인들이 늘었다.




이는 절대로 긍정적인 현상이 아니다. 하와이 등 아시안 아메리칸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인다는 건 다들 알고있는 얘기지만, 아시안들이 공화당 지지 성향이 짙던 레드 스테이트를 스윙/퍼플 스테이트로 바꿔놓고 있다는 건 불필요한 적을 생산하기에 딱 알맞을 뿐 도움이 될 게 없다. "미국을 민주당 나라로 만드는 주역"으로 불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시안 중에도 보수 성향 공화당 지지자가 있을 수 있고,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아시안이 있어도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

만약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불필요하게 들러붙은 "민주당 지지자" 선입견 딱지를 떼어버리고자 한다면 민주당 쏠림 현상에서 스스로 벗어나야 한다. 아시안 아메리칸 수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민주당 지지자"라는 쓸데 없는 선입견까지 달고 다녀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유치한 인종놀이에 자꾸 휘둘려선 미국에서 살아갈 수 없다. 어떻게서든 아시안 아메리칸을 공화당, 보수계와 떼어놓고자 하는 세력이 있지만, 여기에 쉽게 현혹되지 않고 적당히 외면할 줄도 알아야 한다. 많은 아시안 아메리칸들이 이미 이런 "센스"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외국인들이야 자기네 나라로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아시안 아메리칸에겐 미국이 그들의 조국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유세에 가보면 백인 일색이라고도 비판한다. 여러 인종이 모여사는 대도시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1~2시간 정도만 벗어나도 백인들만 거주하는 동네가 나올 정도로 여전히 백인 인구가 많은 나라라는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미국에서 유세 현장에 백인 지지자들이 많이 모였다는 게 뉴스거리인가 의심스럽긴 하다. 미국에 와서 백인이 많아서 싫다고 하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도 있으므로 크게 놀라울 건 없다. 어떻게든 인종 문제를 부각시키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공화당은 백인 정당이므로 백인 이외의 다른 인종들은 당연히 민주당을 찍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굽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유세에 백인들만 꼬이는 이유가 단지 트럼프와 공화당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백인과 소수 인종을 정치적으로 갈라놓으려는 세력의 영향도 크다는 점을 놓쳐선 안 된다. 트럼프 유세 현장이 백인 일색이라는 점을 비판하려면 백인과 소수 인종을 갈라놓으려는 세력도 동시에 비판해야 형평성에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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