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7일 화요일

'매그니피센트 세븐', 유명한 제목과 다인종 출연진 빼면 볼 것 없었다

요즘 공개되는 헐리우드 영화들 중 "속편", "리부트", "리메이크"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2016년에도 '인디펜던스 데이 2(속편)', '고스트버스터즈(리부트)', '스타 트렉 비욘드(속편)', '캡틴 아메리카 3(속편)', '배트맨 v 수퍼맨(속편)', 엑스맨: 어포칼립스(속편)', '제이슨 본(속편/리부트)', '벤허(리메이크)' 등 "속편", "리부트", "리메이크" 카테고리에 속하는 영화들이 여러 편 공개됐다.

여기에 속하는 또다른 영화가 개봉했다. MGM과 소니 픽쳐스의 웨스턴, '매그니피센트 세븐(The Magnificent Seven)'이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1960년 공개된 동명의 웨스턴을 리메이크한 서부 영화로, 댄젤 워싱턴(Denzel Washington), 크리스 프랫(Chris Pratt), 이든 호크Ethan Hawk), 이병헌, 마누엘 가르시아-룰포(Manuel Garcia-Rulfo), 빈센트 도노프리오(Vincent D'Onofrio), 마틴 센스마이어(Martin Sensmeier), 피터 사스가드(Peter Sarsgaad), 헤일리 베넷(Haley Bennett) 등이 출연했다.

댄젤 워싱턴은 바운티 헌터이자 '매그니피센드 세븐' 팀 리더, 샘 치솜역을 맡았고, 크리스 프랫은 카드게임을 좋아하는 죠시 패러데이, 이든 호크는 명사수 굿나잇, 이병헌은 칼잡이 빌리, 마누엘 가르시아-룰포는 멕시칸 범죄자 바스퀘즈, 빈센스 도노프리오는 추적자 잭 혼, 마틴 센스마이어는 코만치 전사 레드 하베스트 역으로 각각 출연했다. 이들 일곱명이 2016년판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새로운 멤버들이다.

피터 사스가드는 부패한 기업가, 바톨로뮤 보그 역을 맡았고, 헤일리 베넷은 보그 일당에게 남편을 살해당하고 복수에 불타는 과부, 에마 역으로 출연했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악덕 기업가 보그(피터 사스가드) 일당에게 남편을 잃은 광산촌 과부, 에마(헤일리 베넷)가 보그 일당에게 복수할 방법을 찾던 중 바운티 헌터, 샘 치솜(덴젤 워싱턴)을 우연히 만나 그에게 도움을 청한다. 에마의 요청을 받아들인 샘은 함께 싸울 멤버들을 하나씩 찾아가 합류시키면서 군부대 수준의 보그 일당을 물리칠 작전을 짜기 시작한다...


'매그니피센트 세븐' 리메이크는 끽해야 평범한 수준의 영화였다. 이미 골백번은 본 듯한 식상한 설정과 낯익은 패턴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7명의 멤버를 리쿠르트하는 과정이 너무 길었고, 마지막의 클라이맥스 배틀을 준비하는 과정도 별 볼 일 없었다. 부자를 악당으로 설정한 것도 전형적인 헐리우드 스타일이었고, 스토리 또한 안 봐도 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시했다. "쇼킹", "서프라이즈"와 거리가 멀었다. 유머에도 신경을 쓴 것 같았으나 전부 시시했고, 넌지시 복선을 깔기도 했으나 장난 수준이었다. 그래도 영화 마지막 파트에서 굿나잇(이든 호크)이 스타일리쉬하게 총을 쏘며 배틀에 뛰어드는 씬에서 힘차게 박수를 치는 관객들이 있었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이런 관객들을 위한 영화였다.

한마디로, '매그니피센스 세븐' 리메이크는 유명한 제목과 다인종 출연진을 제외하면 볼 게 없는 영화였다.

출연진을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아메리칸 원주민 등으로 구성한 것도 "DIVERSITY" 이슈를 의식한 리버럴-헐리우드의 낯간지러운 제스쳐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게이 배우(맷 보머)와 강한 여자 캐릭터까지 끼워넣는 걸 빼놓지 않은 것 역시도 리버럴-헐리우드의 작품이었다.

그렇다고 다인종 캐스팅을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다. 유니버설의 '패스트 앤 퓨리어스(Fast and Furious)' 시리즈처럼 다인종 캐스팅이 오히려 잘 어울리는 영화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웨스턴을 굳이 이런 식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다인종 캐스팅으로 리버럴 진영으로부터 칭찬받을 순 있겠지만, 영화를 진지하게 보는 데 방해가 됐다. 웨스턴 패로디 영화처럼 보였지 진정한 웨스턴으로 보이지 않았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을 리메이크한 영화가 아니라 '매그니피센트 세븐'을 패로디한 영화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등장 캐릭터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1960년작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캐릭터들이 단 한 명도 리메이크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비슷한 듯 하면서도 이름부터 시작해서 모두 다른 캐릭터였다. 하지만 크게 새로운 캐릭터들은 아니었다. 바운티 헌터 역을 맡은 댄젤 워싱턴은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감독의 '헤이트풀 에이트(The Hateful Eight)'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 했고, 여자 캐릭터가 원수를 갚아줄 것을 요청하는 설정은 '트루 그릿(True Grit)'을 연상케 했다. 크리스 프랫은 '주라식 월드(The Jurassic World)' 캐릭터에서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고, 나머지 출연진들도 특별히 눈에 띄지 않았다. 베테랑 배우 댄젤 워싱턴은 변함없이 좋은 연기를 보여줬으나, 나머지는 다들 그저 카우보이 코스프레를 하는 것 같았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썩 맘에 드는 영화가 아니었다. 리메이크 관련 보도를 지켜보면서 맘에 드는 점보다 맘에 들지 않는 점이 더 많이 눈에 띄었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했던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했으나 결과는 "역시나"였다. 예고편을 보면서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영화를 보고 나니 역시 실망스러웠다. 머리를 완전히 비우고 아무 생각없이 시간을 보내기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액션 영화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맘에 드는 웨스턴은 아니었다. '매그니피센트 세븐' 제목 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