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만 아니라 고전적인 감각을 살린 영화라면 더욱 무언가 있어 보인다.
최근 미국서 개봉한 브래드 피트(Brad Pitt), 마리온 코티아르(Marion Cotillard) 주연, 로버트 저메키스(Robert Zemecis) 연출의 '얼라이드(Allied)'가 이런 영화에 속한다.
'얼라이드'는 '백 투 더 퓨쳐(Back to the Future)' 시리즈, '포레스트 검프(Forest Gump)', '폴라 익스프레스(The Polar Express)' 등을 함께 만든 영화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촬영감독 돈 버지스(Don Burgess), 작곡가 앨런 실베스트리(Alan Silvestri) 팀이 다시 뭉친 2차대전 배경의 스파이 스릴러 영화로, 브래드 피트, 마리온 코티아르, 재리드 해리스(Jared Harris), 사이먼 맥버니(Simon McBurney) 등이 출연했다.
이젠 '얼라이드'의 줄거리를 살짝 훑어볼 차례.
'얼라이드'는 캐나다 정보 장교 맥스(브래드 피트)와 프랑스 레지스탕스 에이전트 마리안(마리온 코디아르)이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만나면서 시작한다.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부부로 위장한 맥스와 마리안은 독일 대사 암살 작전을 함께 준비한다. 나치의 감시를 피하며 암살 작전을 함께 준비하던 맥스와 마리안은 실제 연인 사이로 발전하고, 카사블랑카 작전을 마친 뒤 함께 영국으로 돌아가 실제 부부가 된다. 그러나 맥스는 정보 수집 등 특수작전을 집행하는 영국 S.O.E(Special Operations Executive) 측으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듣는다. 마리안이 프랑스 레지스탕스로 위장한 독일 스파이라는 것이다. S.O.E 측은 실제 마리안이 이미 사망했는데 독일 스파이가 마리안 행세를 하면서 맥스에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맥스에게 "가짜" 마리안을 죽일 것을 명령한다. 그러자 맥스는 마리안이 실제로 프랑스 레지스탕스인지 아니면 신분을 위장한 독일 스파이인지 정체를 밝혀내기 위한 조사를 비밀리에 시작한다...
시놉시스만 보면 제법 그럴 듯하게 보인다.
하지만 크게 새로울 건 없는 이야기다. '얼라이드' 줄거리는 스파이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플롯이다. '얼라이드'의 시놉시스를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건 1960년 출간된 미국 작가 도널드 해밀튼(Donald Hamilton)의 맷 헴(Matt Helm) 시리즈 1탄 '데스 오브 시티즌(Death of a Citizen)'이다. 소설 '데스 오브 시티즌'에도 "미군 특수부대 요원과 프랑스 여성 에이전트가 나치를 상대로 함께 활동하다 연인 사이로 발전하지만 나중에 일이 꼬이게 된다"는 플롯이 나온다.
이처럼 '얼라이드'의 줄거리는 요새 나오는 전쟁, 첩보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플롯일 순 있어도 특별하게 새롭고 신선한 내용은 아니다. 제법 그럴 듯한 2차대전 배경 스파이 스릴러 플롯처럼 보이면서도 새로울 것은 없는 내용이다.
여기까진 좋았다. 요새 보기 드문 2차대전 배경의 스파이-스릴러-로맨스 이야기에 험프리 보가트(Humphrey Bogart), 잉그리드 버그맨(Ingrid Bergman) 주연의 클래식 영화 '카사블랑카(Casablanca)'와 오버랩되는 고전적이고 스타일리쉬한 영화를 만들려 한 것 같았다.
그러나 결과는 썩 맘에 들지 않았다.
프랑스 부부로 위장한 맥스(브래드 피트)와 마리안(마리온 코티아르)이 함께 카사블랑카에서 작전을 벌이는 파트와 실제 연인 사이로 발전한 맥스와 마리안이 함께 영국으로 돌아와 실제로 부부가 되는 파트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문제는 "더블 에이전트"로 의심받는 아내의 의혹을 밝혀내는 세 번째 파트였다. 짜임새가 엉성하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았다. "아내가 더블 에이전트로 의심되므로 남편이 아내를 죽여야 한다"는 설정부터 시작해서 별 것 아닌 스토리를 드라마틱하게 꾸미기 위해 지나치게 오버한 흔적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제작진은 2차대전 당시의 비정한 첩보 세계를 효과적으로 묘사하지 못하고 머리만 긁적이도록 만드는 데 그쳤다.
마리안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한 맥스의 조사 과정도 미지근했을 뿐 흥미가 끌리지 않았다. 아내가 "더블 에이전트"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혼란에 빠진 맥스가 겉으론 아무 일도 없는 척 하면서 마리안 몰래 뒷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핵심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뜻밖에도 볼 게 별로 없었다. 맥스가 마리안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조사하는 과정을 히스토리 채널에서 제작한 역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처럼 무미건조하게 보여주는 게 전부였다. 스릴이나 긴장감이 부족했고, 마리안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도록 만들지도 못했다.
'얼라이드'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줄거리를 무미건조하게 전개시키는 데만 바쁜 영화였을 뿐 그다지 만족스러운 영화가 아니었다. 진지하게 볼 만한 영화인 줄 알았는데 스토리가 제대로 받쳐주지 못했다. 브래드 피트와 마리온 코티아르의 존재감이 느껴지긴 했으나, 그것만으론 여전히 부족했다. 출연배우부터 시작해서 줄거리 등 준비한 재료만 그럴 듯 했을 뿐 재미가 부족했다. 호화 출연진과 전쟁, 스파이, 로맨스 등이 한데 어우러진 근사한 영화를 내놓고자 한 건 알겠는데, 욕심이 너무 과한 게 아니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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