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9일 목요일

"플레이오프 vs 루키 러닝백 신기록" - 무엇이 더 중요한가

풋볼 경기를 논하면서 "팀이 우선인가 아니면 개인기록이 우선인가"를 묻는다면 십중팔구 "팀이 우선"이라고 답할 것이다. 훌륭한 팀워크를 필수로 하는 스포츠 종목이므로, 개인 욕심보다 팀을 우선시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풋볼팬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 루키 러닝백, 이지킬 엘리엇(Ezekiel Elliot)의 경우로 이동하면 사정이 약간 달라진다. 개인기록보다 팀이 우선이라는 건 당연한 말이지만, 이지킬 엘리엇이 도전 중인 NFL 루키 신기록은 금년에만 가능한 것이라서다.

NFL 루키 신기록은 평생 딱 한 번밖에 기회가 오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NFL 러싱 신기록은 앞으로 계속 도전할 기회가 오지만, 루키 신기록은 NFL 데뷔 첫 시즌이 지나고 나면 더이상 도전할 수 없다. 따라서 엘리엇이 도전 중인 NFL 루키 러싱야드 신기록은 엘리엇이 루키일 때, 다시 말해 금년 시즌에만 도전 기회가 있다. 금년 시즌이 지나고 나면 엘리엇이 더이상 루키가 아니라서 루키 신기록엔 더이상 도전할 수 없게 된다.

NFL 루키 러싱야드 기록은 1983년 에릭 디커슨(Eric Dickerson)이 세운 1808 야드다.

엘리엇은 정규시즌 2 경기를 남겨두고 1551 야드를 기록 중이었다.

따라서 엘리엇은 16째 주 경기 디트로이트 라이온스(Detroit Lions)전과 17째 주 경기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전 두 경기에서 258야드를 달리면 새로운 신기록 보유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NFC 플레이오프 시드 1을 이미 확보한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16째 주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와의 경기 후반에 엘리엇을 빼고 대런 맥패든(Darren McFadden)을 투입했다. 이 바람에 엘리엇은 라이온스전에서 80 러싱야드를 기록하는 데 만족해야했다. 정규시즌 2 경기를 남겨놓고 신기록까지 258 야드가 남았는데, 라이온스전에서 80야드를 달리는 데 그친 바람에 마지막 정규시즌 경기인 필라델피아 이글스전에서 무려 178 야드를 달려야만 신기록을 세울 수 있게 됐다.

불가능한 건 물론 아니지만, 이글스 디펜스를 상대로 178 야드를 달린다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 보인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 별 의미없는 경기에서 개인기록에 욕심부리다 엘리엇이 부상으로 드러눕는 불상사를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오클랜드 레이더스(Oakland Raiders)의 주전 쿼터백, 데릭 카(Derek Carr)가 지난 토요일 벌어진 인디애나폴리스 콜츠(Indianapolis Colts)와의 경기에서 오른쪽 다리 골절상이라는 시즌엔딩 부상을 당했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된 팀의 주전 쿼터백이 정규시즌 막판에 시즌엔딩 부상으로 실려나가는 건 악몽 수준의 씨나리오다. 불행하게도 부상도 풋볼 경기의 일부다 보니, 이런 불운이 잘 나가던 팀을 덮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도 데릭 카의 시즌엔딩 부상을 보고 느낀 바가 있었는 듯, 경기 후반에 엘리엇을 빼고 백업 러닝백으로 교체했다. 코너백 앤토니 브라운(Anthony Brown)과 오펜시브 라인맨 타이런 스미스(Tyron Smith)가 라이온스전에서 부상당한 것도 카우보이스를 긴장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주요 선수들이 부상당하는 불운이 카우보이스를 겨냥한 게 아닌가 겁을 먹었을 수도 있다.

별 의미없는 경기에서 불필요한 욕심을 부리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주요 선수들이 부상당하는 건 누구도 원하지 않는 씨나리오다. 그러므로 카우보이스가 라이온스전 후반에 엘리엇을 빼고 맥패든을 투입한 건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충분히 도전 가능했던 NFL 루키 러싱야드 신기록을 너무 쉽게 포기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보다 팀이 먼저"라는 걸 잊은 건 아니다. 풋볼 경기에선 개인보다 팀이 항상 먼저이어야 한다.

하지만 "예외"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258 야드를 남겨두고 루키 신기록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게 영 아쉽다. 2 경기에 258 야드를 달린다는 것도 말처럼 쉬운 얘기는 아니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해볼 만했다. 더구나 루키 신기록은 평생 한 번밖에 기회가 오지 않는 것이므로 밀어붙여볼 만한 가치도 있었다고 본다. 개인기록보다 팀이 우선이고 플레이오프가 더 중요한 건 맞지만, 여기까지 와서 몸을 사렸다는 게 아쉽다.

만약 엘리엇이 개인기록에 욕심부리다 부상당하면 "왜 쓸데없는 개인기록에 욕심을 부리다 플레이오프를 말아먹느냐"는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2016년 시즌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막강한 백업을 보유한 팀이란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백업 쿼터백부터 상당하다. 다름아닌 토니 로모(Tony Romo)가 현재 카우보이스 백업 쿼터백이기 때문이다. 러닝백은 쿼터백보다 더욱 막강하다. 백업 러닝백 대런 맥패든, 알프레드 모리스(Alfred Morris) 모두 NFL 정규시즌에 1000 야드 이상을 달린 경력이 있는 베테랑 러닝백이다. 이런 이유에서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3명의 1000 야드 러셔를 보유한 팀"으로 불린다. 루키 러닝백 엘리엇도 금년 시즌 1000 야드를 돌파했고, 맥패든과 모리스 모두 1000 야드 돌파 경력이 있는 러닝백이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루키 신기록까지 258 야드를 놔두고 엘리엇의 부상이 걱정되어 포기할 필요가 있었나 생각해보게 된다. 만약 엘리엇이 부상을 당한다면 막대한 전력 누수가 불가피하겠지만, 부상 위험을 이 정도로 두려워할 필요가 있었나 궁금하다. 안전이 제일이므로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안전을 택한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한편으론 너무 소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엘리엇은 기록에 신경쓰지 않으며 경기에서 승리하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I’m not really focused on it. Like I’ve said, I’ve learned through experience that you don’t focus on that. You focus on going out there and winning ballgames and good things happen. Good things come with that.” - Ezekiel Elliot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오는 일요일 필라델피아 이글스와의 원정경기로 2016년 시즌을 마감하고 플레이오프 준비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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