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팬들의 공통된 습관 중 하나는 틈이 나는 대로 차기 제임스 본드 후보감을 찾는 일이다. 때가 되면 새로운 영화배우로 제임스 본드가 교체되기 때문에 다음 번 제임스 본드 후보로 어떤 배우들이 있는지 미리 미리 점검해보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숀 코네리(Sean Connery)부터 지금의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에 이르기까지 제임스 본드 역은 스코틀랜드, 호주, 잉글랜드, 웨일즈, 아일랜드, 잉글랜드 출신의 배우들이 맡았다. 따라서 브리튼 제도(British Isles)와 호주 출신 배우들이 새로운 제임스 본드 후보감으로 항상 오르내리곤 한다.
영화배우의 출생지역 다음으로 중요하게 보는 것은 키, 체격, 머리색 등이다. 제임스 본드를 창조한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이 제임스 본드의 키, 체격, 머리색, 눈동자색 등을 소설에서 자세하게 묘사했기 때문에 본드팬들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을 영화배우를 물색할 때 이언 플레밍이 소설에서 묘사한 제임스 본드 캐릭터와 얼마나 일치하는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언 플레밍이 1957년 출간된 제임스 본드 소설 '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From Russia with Love)'에서 밝힌 제임스 본드 관련 주요 사항은 다음과 같다:
Height: 183 cm
Weight: 76 kg; Slim build
Eyes: Blue
Hair: Black
Scar down right cheek & on left shoulder
플레밍은 제임스 본드가 미국 뮤지션 호기 카마이클(Hoagy Carmichael)을 연상케 하는 미남이라고 소개했다.
◀호기 카마이클
따라서 제임스 본드는 키 183 cm에 몸무게 76 kg의 마른 체형이며, 눈은 파란색이고 머리는 검정색인 깔끔한 미남형 사나이다. 오른쪽 뺨에 흉터가 있는 것으로 돼있지만 이건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원작소설에서 제임스 본드가 저렇게 묘사되었기 때문에 갈색이나 검정색 머리에 키가 6피트 이상인 마른 체형의 깔끔한 미남형 얼굴의 영화배우들이 007 영화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아왔다. 숀 코네리부터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까지가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 2000년대 중반 007 제작진이 다니엘 크레이그를 제 6대 제임스 본드로 발표하자 일부 본드팬들이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언론과 인터넷 등지에서 소동이 벌어졌었는데, 그 이유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머리색이 갈색이나 검정색이 아닌 금발/블론드였으며 키도 6피트가 채 되지 않는 5피트 10인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블론드 머리에 키가 6피트가 채 되지 않는 영화배우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건 다니엘 크레이그가 처음이었다.
외모 조건 다음으로 중요하게 보는 건 나이다.
이언 플레밍의 소설을 참고하면, 제임스 본드의 나이는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 정도가 알맞다.
문제는 007 시리즈가 매년마다 새로운 영화가 나오는 시리즈가 아니라는 데 있다. 60년대 초창기엔 매년마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개봉했지만 그 이후부터 2년마다로 바뀌었으며, 요새는 3년 간격도 흔해졌다. 특히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에 와서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공개되는 주기가 더욱 불규칙해졌다. 007 시리즈 23탄 '스카이폴(Skyfall)'은 007 시리즈 22탄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가 개봉한지 4년 뒤에 개봉했으며, 007 시리즈 24탄 '스펙터(SPECTRE)'는 '스카이폴'이 개봉한지 3년이 지난 2015년 11월 개봉한다. 2006년 제임스 본드가 된 다니엘 크레이그가 2015년 현재 4개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출연하는 데 그친 이유는 새로운 영화가 공개되는 주기가 길어지고 불규칙해졌기 때문이다. 만약 새로운 007 시리즈가 2년마다 꼬박꼬박 공개되었다면 다니엘 크레이그가 2006년부터 지금까지 출연한 제임스 본드 영화 수는 모두 5개가 됐을 것이다.
일부 본드팬들은 "양보다 질"을 강조한다. 일리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새로운 영화가 공개되는 주기가 길어지거나 불규칙해지면 제임스 본드 역을 맡게 될 영화배우의 나이에 더욱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자칫하면 50대를 쑥 넘긴 제임스 본드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본드팬들은 '50대 제임스 본드'의 탄생을 반기지 않는다. 50대 후반까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로저 무어(Roger Moore) 시대의 학습효과 덕분이다. 50대를 넘긴 영화배우는 제임스 본드를 맡기에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게 중론이다. 50대 초까지는 크게 문제될 게 없지만, 로저 무어의 80년대 제임스 본드 영화를 기억하는 본드팬들 중엔 '50'이라는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본드팬들도 많다.
현재는 50대를 넘겨서까지 제임스 본드로 출연한 배우는 로저 무어 하나가 유일하다. 피어스 브로스난은 40대 후반에 007 시리즈를 떠났고, 다니엘 크레이그는 현재 47세이다.
(참고: 숀 코네리가 출연한 1983년 제임스 본드 영화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Never Say Never Again)'은 EON 프로덕션이 제작하는 '오피셜' 007 시리즈에 포함되지 않는 영화이므로 50대 제임스 본드 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본드25'까지 계약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007 시리즈 프로듀서는 2015년 초 가진 인터뷰에서 'OPEN-ENDED CONTRACT'라고 밝혔다.
만약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오고 '본드25'가 앞으로 3년 뒤인 2018년 개봉한다고 가정하면, 크레이그가 만으로 50세가 되는 해에 '본드25'가 개봉하는 게 된다. 이렇게 되면 로저 무어에 이어 두 번째로 50대 제임스 본드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만약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2018년 개봉 예정(추정)인 '본드25'에 출연하기 적당한 나이의 새로운 영화배우를 찾아나서야 한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3년마다 개봉한다는 점까지 계산해서 50대를 쑥 넘기기 전에 최소한 3~4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나이의 배우를 골라야 한다. '본드28'이 개봉할 2027년에 나이가 50대를 넘기지 않을 배우를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할 필요는 물론 없다. 또한, '본드25'가 2018년이 아닌 2017년에 개봉하고 그 이후부터는 2년마다 꼬박꼬박 새로운 영화를 공개하던 시절로 되돌아갈 수도 있는 등 여러 가지 변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따져봐야 가장 이상적인 후보를 고를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차기 제임스 본드 후보의 조건에 대한 설명은 여기서 대충 마무리 짓기로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다니엘 크레이그의 뒤를 이를 제임스 본드 후보로 누가 있을까?
영국 배우 댄 스티븐스(Dan Stevens)가 있다.
댄 스티븐스는 영국의 유명한 TV 시리즈 '다운튼 애비(Downton Abbey)'에 출연했으며, 영화 '게스트(The Guest)', '나잇 앳 더 뮤지엄: 시크릿 오브 더 툼(Night at the Museum: Secret of the Tomb)' 등에 출연한 영국 배우다.
1982년생, 키 6피트, 갈색 머리에 파란눈이라면 일단 기본적인 조건엔 충족된다.
'다운튼 애비'에서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댄 스티븐스가 제임스 본드를 맡기에 약간 뚱뚱한 것 같다는 생각을 제일 먼저 할 것이다.
일리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스티븐스가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을 30 파운드 가량 줄이고 나타난 이후부턴 사정이 다르다.
다이어트 이후 제임스 본드 역에 도전해볼 만한 위치에 올랐다고 해도 댄 스티븐스가 액션 히어로 타잎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여전히 남는다.
스티븐스가 액션 스릴러 영화 '게스트'에서 미스테리한 터프가이 캐릭터를 나름 그럴 듯 하게 연기했으나, 그런 쟝르의 영화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피지컬하고 무자비한 캐릭터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제임스 본드는 약간 사정이 다르다. 본드는 겉모습부터 거칠고 우락부락한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본드는 귀족, 상류층 분위기를 풍기는 세련된 이미지의 배우에게 보다 잘 어울린다. 곱상한 외모의 "프리티 보이" 타잎은 곤란해도 부티가 나고 세련된 타잎은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댄 스티븐스에게서 티모시 달튼이나 다니엘 크레이그 스타일의 "진지함"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만약 스티븐스가 제임스 본드가 된다면 로저 무어 스타일의 밝고 유쾌한 성격의 본드에 도전해볼 만하다. 스티븐스는 맨주먹보다 총을 주로 사용하고, 격렬한 격투에 자주 휘말리지 않고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빠져나오는 "돈많은 모험가" 타잎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에 아주 잘 어울릴 수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 버전 제임스 본드가 어둡고 진지한 정도를 지나 지치고 우울해 보이는 캐릭터 쪽에 가까워지면서 멋과 낭만이 사라지고 분위기가 우중충해졌다는 비판을 받았던 만큼 댄 스티븐스가 차기 제임스 본드가 되면 멋과 여유와 낭만을 다시 007 시리즈로 되돌려놓을 수 있을 듯 하다.
다만 생각해볼 문제는, 만약 스티븐스가 제임스 본드가 되면 007 시리즈가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와 얼마나 차이가 날 것이냐는 점이다.
제임스 본드의 얼굴이 바뀔 때마다 007 제작진은 크고 작은 변화를 주면서 분위기를 바꿔주곤 했다. 그러나 피어스 브로스난 이후 다니엘 크레이그로 바뀌면서 너무 지나친 변화를 줬다는 비판이 있다. 어느 정도 변화가 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으나 007 제작진이 너무 무리한 변화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007 제작진은 래디컬한 변화를 원하면서도 "그래도 여전히 007 시리즈"라는 점을 관객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들려 했으나 영화가 부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영화가 된 것이다. 남의 영화를 베껴서 짜깁기 한 게 전부로 보이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변화 폭을 적당하게 설정해서 "다르면서도 비슷한 007 영화"로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면 이런 문제가 덜했겠지만, 래디컬한 변화로 주목을 끌려 한 게 나름 성공도 한 반면 많은 부작용도 생산했다.
이런 판국에 만약 댄 스티븐스가 차기 제임스 본드로 발탁되면 007 제작진이 또다시 래디컬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기본적인 몇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를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와 완전히 다르게 뒤집어놓을 예정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배우가 바뀔 때마다 007 시리즈의 스타일이 한쪽 끝에서 반대 쪽 끝으로 점프하길 반복하면 007 시리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007 시리즈는 항상 중앙에 있어야 하며, 영화배우가 바뀌더라도 중앙에서 크게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영화배우가 교체될 때마다 007 시리즈의 스타일이 지나치게 크게 출렁이면 나중에 뒤집어질 수 있다.
따라서 만약 댄 스티븐스가 제임스 본드로 발탁되면 007 제작진이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와 거리를 두면서도 큰 출렁거림 없이 안정적으로 새로운 제임스 본드 시대를 이어갈 수 있겠는지 궁금하다.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영화들이 전형적인 007 시리즈에서 워낙 멀리 벗어났기 때문에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댄 스티븐스 시대로 바로 건너뛰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싫든 좋든 차기 제임스 본드는 다니엘 크레이그와 로저 무어 스타일의 중간 정도의 배우에게 맡기는 게 가장 무난할 수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와 로저 무어 스타일 모두와 공통점이 있는 배우에게 맡기는 게 가장 이상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댄 스티븐스가 그 역할을 맡을 수 있겠는지 궁금하다. 스티븐스는 로저 무어처럼 유쾌하고 능글맞은 플레이보이 스타일 본드엔 왔다일 것 같아도 다니엘 크레이그처럼 항상 굳은 표정으로 주먹질을 하며 뛰어다니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어보이기 때문이다. 댄 스티븐스의 본드가 무어와 크레이그의 본드 스타일을 오가며 절충점을 찾는 데 성공하면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그게 가능하겠는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
댄 스티븐스는 차기 제임스 본드 유력후보 그룹에 속하는 배우는 아니다. 그러나 만약 007 제작진이 우중충한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와 완전히 결별하고 6070년대 007 시리즈처럼 밝고 유쾌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로 되돌아갈 생각을 한다면 댄 스티븐스가 괜찮은 초이스가 될 수 있다.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숀 코네리(Sean Connery)부터 지금의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에 이르기까지 제임스 본드 역은 스코틀랜드, 호주, 잉글랜드, 웨일즈, 아일랜드, 잉글랜드 출신의 배우들이 맡았다. 따라서 브리튼 제도(British Isles)와 호주 출신 배우들이 새로운 제임스 본드 후보감으로 항상 오르내리곤 한다.
영화배우의 출생지역 다음으로 중요하게 보는 것은 키, 체격, 머리색 등이다. 제임스 본드를 창조한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이 제임스 본드의 키, 체격, 머리색, 눈동자색 등을 소설에서 자세하게 묘사했기 때문에 본드팬들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을 영화배우를 물색할 때 이언 플레밍이 소설에서 묘사한 제임스 본드 캐릭터와 얼마나 일치하는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언 플레밍이 1957년 출간된 제임스 본드 소설 '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From Russia with Love)'에서 밝힌 제임스 본드 관련 주요 사항은 다음과 같다:
Height: 183 cm
Weight: 76 kg; Slim build
Eyes: Blue
Hair: Black
Scar down right cheek & on left shoulder
플레밍은 제임스 본드가 미국 뮤지션 호기 카마이클(Hoagy Carmichael)을 연상케 하는 미남이라고 소개했다.
◀호기 카마이클
따라서 제임스 본드는 키 183 cm에 몸무게 76 kg의 마른 체형이며, 눈은 파란색이고 머리는 검정색인 깔끔한 미남형 사나이다. 오른쪽 뺨에 흉터가 있는 것으로 돼있지만 이건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원작소설에서 제임스 본드가 저렇게 묘사되었기 때문에 갈색이나 검정색 머리에 키가 6피트 이상인 마른 체형의 깔끔한 미남형 얼굴의 영화배우들이 007 영화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아왔다. 숀 코네리부터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까지가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 2000년대 중반 007 제작진이 다니엘 크레이그를 제 6대 제임스 본드로 발표하자 일부 본드팬들이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언론과 인터넷 등지에서 소동이 벌어졌었는데, 그 이유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머리색이 갈색이나 검정색이 아닌 금발/블론드였으며 키도 6피트가 채 되지 않는 5피트 10인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블론드 머리에 키가 6피트가 채 되지 않는 영화배우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건 다니엘 크레이그가 처음이었다.
외모 조건 다음으로 중요하게 보는 건 나이다.
이언 플레밍의 소설을 참고하면, 제임스 본드의 나이는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 정도가 알맞다.
문제는 007 시리즈가 매년마다 새로운 영화가 나오는 시리즈가 아니라는 데 있다. 60년대 초창기엔 매년마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개봉했지만 그 이후부터 2년마다로 바뀌었으며, 요새는 3년 간격도 흔해졌다. 특히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에 와서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공개되는 주기가 더욱 불규칙해졌다. 007 시리즈 23탄 '스카이폴(Skyfall)'은 007 시리즈 22탄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가 개봉한지 4년 뒤에 개봉했으며, 007 시리즈 24탄 '스펙터(SPECTRE)'는 '스카이폴'이 개봉한지 3년이 지난 2015년 11월 개봉한다. 2006년 제임스 본드가 된 다니엘 크레이그가 2015년 현재 4개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출연하는 데 그친 이유는 새로운 영화가 공개되는 주기가 길어지고 불규칙해졌기 때문이다. 만약 새로운 007 시리즈가 2년마다 꼬박꼬박 공개되었다면 다니엘 크레이그가 2006년부터 지금까지 출연한 제임스 본드 영화 수는 모두 5개가 됐을 것이다.
일부 본드팬들은 "양보다 질"을 강조한다. 일리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새로운 영화가 공개되는 주기가 길어지거나 불규칙해지면 제임스 본드 역을 맡게 될 영화배우의 나이에 더욱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자칫하면 50대를 쑥 넘긴 제임스 본드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본드팬들은 '50대 제임스 본드'의 탄생을 반기지 않는다. 50대 후반까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로저 무어(Roger Moore) 시대의 학습효과 덕분이다. 50대를 넘긴 영화배우는 제임스 본드를 맡기에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게 중론이다. 50대 초까지는 크게 문제될 게 없지만, 로저 무어의 80년대 제임스 본드 영화를 기억하는 본드팬들 중엔 '50'이라는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본드팬들도 많다.
현재는 50대를 넘겨서까지 제임스 본드로 출연한 배우는 로저 무어 하나가 유일하다. 피어스 브로스난은 40대 후반에 007 시리즈를 떠났고, 다니엘 크레이그는 현재 47세이다.
(참고: 숀 코네리가 출연한 1983년 제임스 본드 영화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Never Say Never Again)'은 EON 프로덕션이 제작하는 '오피셜' 007 시리즈에 포함되지 않는 영화이므로 50대 제임스 본드 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본드25'까지 계약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007 시리즈 프로듀서는 2015년 초 가진 인터뷰에서 'OPEN-ENDED CONTRACT'라고 밝혔다.
만약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오고 '본드25'가 앞으로 3년 뒤인 2018년 개봉한다고 가정하면, 크레이그가 만으로 50세가 되는 해에 '본드25'가 개봉하는 게 된다. 이렇게 되면 로저 무어에 이어 두 번째로 50대 제임스 본드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만약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2018년 개봉 예정(추정)인 '본드25'에 출연하기 적당한 나이의 새로운 영화배우를 찾아나서야 한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3년마다 개봉한다는 점까지 계산해서 50대를 쑥 넘기기 전에 최소한 3~4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나이의 배우를 골라야 한다. '본드28'이 개봉할 2027년에 나이가 50대를 넘기지 않을 배우를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할 필요는 물론 없다. 또한, '본드25'가 2018년이 아닌 2017년에 개봉하고 그 이후부터는 2년마다 꼬박꼬박 새로운 영화를 공개하던 시절로 되돌아갈 수도 있는 등 여러 가지 변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따져봐야 가장 이상적인 후보를 고를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차기 제임스 본드 후보의 조건에 대한 설명은 여기서 대충 마무리 짓기로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다니엘 크레이그의 뒤를 이를 제임스 본드 후보로 누가 있을까?
영국 배우 댄 스티븐스(Dan Stevens)가 있다.
댄 스티븐스는 영국의 유명한 TV 시리즈 '다운튼 애비(Downton Abbey)'에 출연했으며, 영화 '게스트(The Guest)', '나잇 앳 더 뮤지엄: 시크릿 오브 더 툼(Night at the Museum: Secret of the Tomb)' 등에 출연한 영국 배우다.
- 출생지: 영국
- 생년월일: 1982년 10월10일
- 키: 6피트
- 머리: 갈색
- 눈동자: 파랑
1982년생, 키 6피트, 갈색 머리에 파란눈이라면 일단 기본적인 조건엔 충족된다.
'다운튼 애비'에서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댄 스티븐스가 제임스 본드를 맡기에 약간 뚱뚱한 것 같다는 생각을 제일 먼저 할 것이다.
일리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스티븐스가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을 30 파운드 가량 줄이고 나타난 이후부턴 사정이 다르다.
다이어트 이후 제임스 본드 역에 도전해볼 만한 위치에 올랐다고 해도 댄 스티븐스가 액션 히어로 타잎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여전히 남는다.
스티븐스가 액션 스릴러 영화 '게스트'에서 미스테리한 터프가이 캐릭터를 나름 그럴 듯 하게 연기했으나, 그런 쟝르의 영화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피지컬하고 무자비한 캐릭터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제임스 본드는 약간 사정이 다르다. 본드는 겉모습부터 거칠고 우락부락한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본드는 귀족, 상류층 분위기를 풍기는 세련된 이미지의 배우에게 보다 잘 어울린다. 곱상한 외모의 "프리티 보이" 타잎은 곤란해도 부티가 나고 세련된 타잎은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댄 스티븐스에게서 티모시 달튼이나 다니엘 크레이그 스타일의 "진지함"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만약 스티븐스가 제임스 본드가 된다면 로저 무어 스타일의 밝고 유쾌한 성격의 본드에 도전해볼 만하다. 스티븐스는 맨주먹보다 총을 주로 사용하고, 격렬한 격투에 자주 휘말리지 않고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빠져나오는 "돈많은 모험가" 타잎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에 아주 잘 어울릴 수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 버전 제임스 본드가 어둡고 진지한 정도를 지나 지치고 우울해 보이는 캐릭터 쪽에 가까워지면서 멋과 낭만이 사라지고 분위기가 우중충해졌다는 비판을 받았던 만큼 댄 스티븐스가 차기 제임스 본드가 되면 멋과 여유와 낭만을 다시 007 시리즈로 되돌려놓을 수 있을 듯 하다.
다만 생각해볼 문제는, 만약 스티븐스가 제임스 본드가 되면 007 시리즈가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와 얼마나 차이가 날 것이냐는 점이다.
제임스 본드의 얼굴이 바뀔 때마다 007 제작진은 크고 작은 변화를 주면서 분위기를 바꿔주곤 했다. 그러나 피어스 브로스난 이후 다니엘 크레이그로 바뀌면서 너무 지나친 변화를 줬다는 비판이 있다. 어느 정도 변화가 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으나 007 제작진이 너무 무리한 변화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007 제작진은 래디컬한 변화를 원하면서도 "그래도 여전히 007 시리즈"라는 점을 관객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들려 했으나 영화가 부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영화가 된 것이다. 남의 영화를 베껴서 짜깁기 한 게 전부로 보이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변화 폭을 적당하게 설정해서 "다르면서도 비슷한 007 영화"로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면 이런 문제가 덜했겠지만, 래디컬한 변화로 주목을 끌려 한 게 나름 성공도 한 반면 많은 부작용도 생산했다.
이런 판국에 만약 댄 스티븐스가 차기 제임스 본드로 발탁되면 007 제작진이 또다시 래디컬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기본적인 몇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를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와 완전히 다르게 뒤집어놓을 예정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배우가 바뀔 때마다 007 시리즈의 스타일이 한쪽 끝에서 반대 쪽 끝으로 점프하길 반복하면 007 시리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007 시리즈는 항상 중앙에 있어야 하며, 영화배우가 바뀌더라도 중앙에서 크게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영화배우가 교체될 때마다 007 시리즈의 스타일이 지나치게 크게 출렁이면 나중에 뒤집어질 수 있다.
따라서 만약 댄 스티븐스가 제임스 본드로 발탁되면 007 제작진이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와 거리를 두면서도 큰 출렁거림 없이 안정적으로 새로운 제임스 본드 시대를 이어갈 수 있겠는지 궁금하다.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영화들이 전형적인 007 시리즈에서 워낙 멀리 벗어났기 때문에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댄 스티븐스 시대로 바로 건너뛰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싫든 좋든 차기 제임스 본드는 다니엘 크레이그와 로저 무어 스타일의 중간 정도의 배우에게 맡기는 게 가장 무난할 수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와 로저 무어 스타일 모두와 공통점이 있는 배우에게 맡기는 게 가장 이상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댄 스티븐스가 그 역할을 맡을 수 있겠는지 궁금하다. 스티븐스는 로저 무어처럼 유쾌하고 능글맞은 플레이보이 스타일 본드엔 왔다일 것 같아도 다니엘 크레이그처럼 항상 굳은 표정으로 주먹질을 하며 뛰어다니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어보이기 때문이다. 댄 스티븐스의 본드가 무어와 크레이그의 본드 스타일을 오가며 절충점을 찾는 데 성공하면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그게 가능하겠는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
댄 스티븐스는 차기 제임스 본드 유력후보 그룹에 속하는 배우는 아니다. 그러나 만약 007 제작진이 우중충한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와 완전히 결별하고 6070년대 007 시리즈처럼 밝고 유쾌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로 되돌아갈 생각을 한다면 댄 스티븐스가 괜찮은 초이스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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