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이 조만간 007 시리즈 연출 맡을 가능성은?

많은 본드팬들이 영국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을 007 시리즈 연출을 맡을 영화감독 0순위로 꼽는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다. 놀란 감독도 스스로를 "본드팬"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007 시리즈 연출을 맡는 것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렇다면 크리스토퍼 놀란이 조만간 007 시리즈 연출을 맡을 가능성은?

당장 '본드25"부터 감독 의자가 비어있는 상태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크리스토퍼 놀란이 '본드25' 연출을 맡는다"는 루머를 인터넷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플레이보이 매거진과 가진 최근 인터뷰에서도 007 시리즈 연출에 관심이 있으나 지금은 아닌 것 같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놀란 감독은 제임스 본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답하고, 007 시리즈를 제작하는 프로듀서 바바라 브로콜리(Barbara Broccoli)와 마이클 G. 윌슨(Michael G. Wilson)과 몇 년간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러나 놀란 감독은 007 시리즈를 재창안(Reinvention)하면서 그가 필요해져야만 기회가 올 것이지만, 007 시리즈가 현재 매우 잘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A Bond movie, definitely. I've spoken to the producers Barbara Broccoli and Michael G. Wilson over the years. I deeply love the character, and I'm always excited to see what they do with it. Maybe one day that would work out. You'd have to be needed, if you know what I mean. It has to need reinvention; it has to need you. And they're getting along very well." - Christopher Nolan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007 시리즈가 리부트를 하면서 그가 필요해져야 007 시리즈를 연출할 기회가 오겠지만, 현재 007 시리즈가 잘 하고 있으므로 지금은 007 시리즈가 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007 제작진이 '본드25'에서 새로운 배우로 제임스 본드를 교체하고 리부트를 택한다면 연출을 맡겠다는 얘기일까?

그것도 아닌 듯 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크리스토퍼 놀란 없이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처럼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2012년작 '스카이폴(Skyfall)'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스카이폴'은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짝퉁이라는 비판을 들었을 정도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시리즈를 모방한 제임스 본드 영화다.

그런데 007 시리즈가 리부트를 하면서 크리스토퍼 놀란이 필요할까?

이미 007 시리즈가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가 다 되었는데 이제 와서 놀란에게 007 시리즈 리부트를 맡길 필요가 있을까?

놀란은 플레이보이 인터뷰에서 "You have to be needed, if you know what I mean. It has to need reinvention; it has to need you."라고 말했다.

007 시리즈가 놀란 없이도 "Reinvention"을 잘 했고, '본드25'에서 007 시리즈가 새로 "Reinvention"을 또 시도하더라도 그 땐 007 제작진이 놀란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들린다. 007 시리즈가 이미 크리스토퍼 놀란 스타일이 됐으므로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리부트를 맡겨봤자 크게 새로울 게 없게 됐다는 얘기다. 만약 007 제작진이 놀란에게 2006년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또는 2012년 '스카이폴'의 연출을 맡겼더라면 어느 정도 "놀란 효과"를 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007 시리즈가 이미 '다크 나이트'가 돼버린 바람에 "놀란 효과"가 크게 기대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새로운 영화배우와 함께 007 시리즈를 리부트한다고 해도 '스카이폴', '스펙터(SPECTRE)'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부트면 무조건 O.K"라는 게 아니라 "리부트를 하면서 놀란의 스타일을 필요로 할 때 O.K"라는 의미로 들린다.

그렇다면 크리스토퍼 놀란이 '본드25' 연출을 맡을 가능성은?

가능성이 있긴 있지만 희박해 보인다. 지금 현재는 007 시리즈가 놀란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다니엘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오든 새로운 영화배우로 제임스 본드가 교체되든 상관없이 크리스토퍼 놀란이 '본드25' 연출을 맡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놀란이 젊은 영화감독이므로 놀란과 본드팬 모두 조급해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