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4일 금요일

[NFL17:W12]또 대패한 달라스 카우보이스, 엘리엇 없이 못 이기나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가 또 크게 패했다.

3주 연속이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애틀란타 팰컨스(Atlanta Falcons),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에 이어 지난 목요일 벌어진 L.A 차저스(Chargers)와의 추수감사절 경기까지 3주 연속으로 일방적인 패배를 당했다.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대패한 세 경기 모두 카우보이스 러닝백 이지킬 엘리엇(Ezekiel Elliott)이 징계로 출전하지 못했다. NFL로부터 6 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엘리엇은 지난 팰컨스전부터 징계를 받고 있다.

엘리엇 결장 뒤 카우보이스가 3연패의 수렁에 빠지자 일각에선 "결국 엘리엇이 카우보이스의 핵심이라는 게 드러났다"고 수군댄다. 엘리엇 없이 카우보이스가 승리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게 틀린 말이라고 하기 어렵다. 엘리엇이 결장한 세 경기에서 내리 대패했기 때문이다.

엘리엇이 빠진 뒤 카우보이스의 공격 리듬이 완전히 깨진 건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카우보이스가 공격을 정상적으로 풀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오펜스는 원활한 런 공격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이지킬 엘리엇이 빠진 이후부터 심각하게 헤매고 있다. 카우보이스 쿼터백, 댁 프레스콧(Dak Prescott)은 이지킬 엘리엇 없이 공격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엘리엇과 함께 경기를 펼쳤던 몇 주 전만 해도 30점 이상씩 득점했으나 엘리엇이 빠진 이후부턴 득점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지난 세 경기 동안 무려 10 쿼터 연속으로 터치다운을 하지 못했다. 3주 전 애틀란타 팰컨스전 1쿼터에 터치다운을 한 이후 목요일 벌어진 L.A 차저스전 4쿼터까지 터치다운을 하지 못한 것이다. 카우보이스 오펜스는 팰컨스전에서 1쿼터에 터치다운 1개를 하고 추가 득점을 하지 못했고, 이글스전에선 필드골 3개만 성공시켰을 뿐 경기 내내 터치다운을 1개도 하지 못했으며, 차저스전에선 마지막 4쿼터에 터치다운을 1개 했다.

달라스 카우보이스 오펜스가 세 경기에 걸쳐서 10 쿼터 연속으로 터치다운을 하지 못한 건 팀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물론 주전 러닝백이 결장했을 뿐 아니라 주전 레프트 태클까지 부상으로 빠진 상태였던 것은 사실이다. 부상과 NFL 징계로 인한 주요 선수들의 결장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10 쿼터 연속으로 터치다운을 못하면서 불명예스러운 팀 신기록을 세울 정도라면 결장 탓만 하기 어려워 보인다.

댁 프레스콧은 이지킬 엘리엇을 비롯한 주요 공격 선수들과 모두 함께 경기를 해야만 이길 수 있는 쿼터백이 돼가고 있다. 주요 공격 선수들이 빠졌어도 거기에 맞춰 공격을 진행할 줄 알아야 하지만, 프레스콧은 아직까지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주요 공격 선수들이 결장하면서 프레스콧의 역할이 더욱 커지자 그는 침착하게 공격을 진행하지 못했고, 인터셉션 등 실수를 연발하는 등 순조롭게 풀리지 않자 자신감까지 잃어버린 듯 했다. 코치진 역시 프레스콧이 자신감을 잃은 것으로 판단하고 프레스콧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큰 실수를 하지 않도록 보호하려 했으나, 런 게임과 패스 게임 모두가 풀리지 않는데다 디펜스까지 계속 실점을 허용하면서 부담이 다시 프레스콧에게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댁 프레스콧은 여전히 장거리 패스에 자신이 없어 보였으며, 짧은 패스만을 반복하는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프레스콧은 카우보이스 와이드리씨버 데즈 브라이언트(Dez Bryant)와도 여전히 호흡이 잘 맞지 않아 보였다. 차저스전 중계방송 해설을 맡은 토니 로모(Tony Romo)도 이 점을 지적하면서, 와이드리씨버가 수비에 막힌 것 같아도 오픈되게끔 쿼터백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쿼터백과 와이드리씨버가 서로 호흡이 잘 맞으면 와이드리씨버가 수비에 막혀 전혀 기회가 없는 것 같은 상황에도 패스를 성공시키는 요령을 안다는 것이다. 아직 자신이 없기 때문에 와이드리씨버를 믿고 던지는 패스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레스콧과 브라이언트의 관계가 아직 이 정도의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런 게임이 잘 안 풀리고 오펜시브 라인이 흔들리면 프레스콧이 여기에 맞춰 새로운 해결책을 마련해야 했다. 그러나 프레스콧과 카우보이스 오펜스는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비슷비슷한 플레이만 반복했다. 런 게임이 막히고 오펜시브 라인이 뚫리는 데다 상대 수비가 프레스콧의 패스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는 방법까지 찾은 것 같다면 프레스콧이 직접 공을 들고 달리면서라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시도를 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카우보이스 오펜스는 무기력하게 런, 숏패스만 계속 반복하는 데 그쳤다. 팔과 다리 모두가 위협적인 젊은 쿼터백, 댁 프레스콧의 포텐셜을 총가동시켜야 할 상황에도 카우보이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런도 안 되고 패스도 안 되면 프레스콧의 움직임을 늘려서 상대 수비가 프레스콧의 런을 무시하지 않고 경계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시도할 수도 있었으나, 카우보이스는 여러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서 오펜스에 스파크를 줄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쯤됐으면 쿼터백 혼자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댁 프레스콧이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현재 카우보이스 오펜스는 탄탄한 오펜시브 라인과 믿을 수 있는 러닝백 없이 카우보이스 오펜스를 홀로 이끌었던 토니 로모 시절과 비슷하다. 카우보이스는 로모가 나이가 들면서 잦은 부상에 시달릴 때까지 러닝백과 오펜시브 라인 보강을 완성하지 못했다. 오펜시브 라인이 완성돼가고 러닝백 드마코 머레이(DeMarco Murray)까지 확보하면서 드디어 카우보이스 오펜스가 모두 완성됐나 했더니 카우보이스는 머레이와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서 다시 러닝백 상황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스타급 러닝백의 필요성을 다시 절감한 카우보이스는 이지킬 엘리엇을 1 라운드에 드래프트하면서 마지막 퍼즐을 맞추려 했다. 그랬더니 로모가 부상으로 은퇴하면서 "베테랑 쿼터백 + 훌륭한 러닝백과 와이드리씨버 + 탄탄한 오펜시브 라인"을 앞세워 수퍼보울에 도전할 기회가 날아갔다.

90년대에 세 차례 수퍼보울 우승을 했던 카우보이스 쿼터백 트로이 에익맨(Troy Aikman)은 토니 로모 시절의 2000년대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경기를 보고 "만약 로모가 아니라 내가(에익맨) 현재 카우보이스의 쿼터백이었다면 아마 죽었을 것"이라고 농담한 바 있다. 오펜시브 라인이 허술해서 쿼터백이 항상 도망다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나마 로모였으니까 도망다녔지 에익맨이었다면 계속 쌕만 당하다 뻗었을 것이란 얘기다. 에익맨이 수퍼보울을 우승하던 90년대에 그는 NFL 신기록을 보유한 러닝백 에밋 스미스(Emmitt Smith), 매우 피지컬한 와이드리씨버로 유명했던 마이클 얼빈(Michael Irvin), 거의 전원이 모두 프로보울 플레이어로 선정될 정도로 탄탄했던 오펜시브 라인과 함께였다. 그 덕분에 에익맨은 훌륭한 러닝백과 탄탄한 오펜시브 라인이 없으면 쿼터백이 얼마나 피곤해지는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당시 로모가 어려운 상황에서 선전했다는 점을 소홀히 넘겨선 안 된다. 불안한 오펜시브 라인과 러닝백의 어시스트 없이 로모 홀로 그만큼 했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만약"이지만, 로모가 탄탄한 오펜시브 라인 뒤에서 훌륭한 러닝백과 함께 꾸준히 여러 시즌을 보낼 수 있었다면 수퍼보울 우승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코믹하게도, 일부 카우보이스 팬들이 은퇴한 토니 로모를 다시 데려오라는 요구를 했다고 한다.


프레스콧이 2년차 슬럼프에 빠지는 쪽으로 계속 기우니까 노련한 베테랑 쿼터백의 도움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설상가상으로, L.A 차저스의 베테랑 쿼터백 필립 리버스(Philip Rivers)가 NFL 경험이 부족한 카우보이스 디펜스를 어린아이 상대하듯 가지고 노는 것까지 봤으니 더더욱 베테랑 쿼터백이 생각났을 것이다. 필립 리버스는 속수무책의 카우보이스 디펜스가 블리츠를 하면 기다렸다는 듯 디펜스의 허점을 성공적으로 공략하는 등 베테랑 쿼터백다운 노련한 모습을 한껏 보여줬다. 반면 카우보이스의 NFL 2년차 쿼터백 댁 프레스콧은 공격을 순조롭게 풀어가지 못했을 뿐 아니라 허무하게 인터셉션 리턴 터치다운까지 내줬다. 이러니 많은 카우보이스 팬들이 베테랑 쿼터백과 경험이 부족한 쿼터백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을 듯 하다.

 물론 경기 내내 필립 리버스에게 뚫린 카우보이스 디펜스에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공격이 부진할 때 수비가 나서서 승리를 따낼 수 있을 정도가 안 된다는 정도는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므로 디펜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최대 취약점인 디펜시브 백 문제 등 카우보이스 디펜스의 크고 작은 여러 문제점들을 계속 지켜봤으면서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카우보이스 디펜스의 문제점을 크게 따질 필요성도 없어 보인다.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오펜스가 제 역할을 해줘야 어느 정도 버텨줄 수 있는 정도이므로, 카우보이스 오펜스가 계속해서 득점을 하지 못하면서 계속 뚫리는 디펜스만 비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댁 프레스콧이 부상과 징계 등 여러 악재들을 극복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단계에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프레스콧은 완벽하고 익숙한 조건 하에서만 좋은 플레이를 선보이지만, 조건이 달라지면 바로 헤매는 한계를 드러냈다. 하지만 댁 프레스콧에 대한 기대를 접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프레스콧에 걸었던 기대치를 낮게 잡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헤매고 있는 프레스콧이 여러 크고 작은 한계와 문제점들을 드러낸 만큼 앞으로 분발할 필요성이 있다. 악조건을 극복하지 못하면 NFL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프레스콧이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난 목요일 차저스전 패배로 카우보이스의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도 매우 희박해졌다.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 운좋게 플레이오프에 진출해봤자 지금 현재의 팀으론 오래 버티기 힘들어 보인다. 따라서 프레스콧이 슬럼프에서 벗어나 예전의 모습을 차차 되찾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로 가득한 카우보이스 디펜스가 안정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2017년 시즌을 마감할 수 있으면 이것만으로 대성공이라고 본다.

카우보이스는 다음 주 목요일 디비젼 라이벌 워싱턴 레드스킨스(Washington Redskins)와 홈경기를 갖는다.

댓글 2개 :

  1. 할말이 없습니다..
    진짜 이정도로 못할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해결책도 없고 엘리엇이 와도 더 나아질거라고는 생각이 안드네요
    이제껏 디펜시브가 문제인데 오펜스도 이정도에 쿼터백도 이 모양이니..
    감독을 교체할 시점이라고 생각드는데 구단주는 움직이질 않고..ㅠㅠ
    90년대의 달라스가 그립습니다.
    그때라면 지금의 브래디도 꼼짝못할텐데요
    또 기다려봅니다.
    내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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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코치 교체는 신중히 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헤드코치가 교체되면 오펜시브, 디펜시브 코디네이터까지 다 교체될 가능성이 큽니다.
      신임 헤드코치 스타일에 맞줘 나머지 코치들로 교체되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이렇게 전략과 스타일 변화가 크게 오면 경험없는 선수들이 더 헤맬 수 있습니다.
      알렉스 스미스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 시절 헤맸던 큰 이유 중 하나가,
      오펜시브 코디네이터가 매년마다 교체되다시피 했다는 것입니다.
      어느 한 스타일과 시스템에 정착해서 익숙해질 기회를 갖지 못했던거죠.
      코치진 교체는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잘못하면 혼란만 더 키울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엔 아직은 대대적인 물갈이를 할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은 서로 익숙한 코치와 선수들끼리 해결책을 찾는 쪽으로 가는 게 낫지않을까 합니다.
      가장 신경쓰이는 건 프레스콧이 대책없이 헤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프레스콧이 일시적인 슬럼프에 빠진 게 아니라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면 문제가 커집니다.
      주전 NFL 쿼터백을 성공적으로 찾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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