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9일 화요일

[NFL17:W15]실력보다 운? 또 운좋게 이긴 달라스 카우보이스

운이 좋았다.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가 운 덕분에 간신히 오클랜드 레이더스(Oakland Raiders)를 꺾고 시즌 8승을 달성했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오클랜드 레이더스 쿼터백, 데릭 카(Derek Carr)가 경기 종료를 몇 초 앞두고 역전 터치다운을 하기 위해 엔드존으로 뛰어들다 펌블을 한 덕분에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오클랜드 레이더스가 3점차로 뒤지고 있었으므로 필드골만 성공시켜도 20대20 동점을 만들면서 연장전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굳이 터치다운에 욕심을 낼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레이더스 쿼터백, 데릭 카가 역전 터치다운을 노리고 엔드존으로 뛰어들다 공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다. 카가 떨어뜨린 공은 엔드존을 통해 굴러나가며 터치백이 됐다.

만약 데릭 카가 러싱 터치다운을 했다면 연장전 없이 바로 경기를 승리로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골라인 코앞에서 펌블을 하는 바람에 "터치다운" 대신 "터치백"을 만들고 말았다.

같은 "터치"로 시작하지만, "터치다운"과 "터치백"은 천지차이다. 특히 최소한 3점을 낼 수 있는 레드존 득점 챈스에서 펌블로 "터치다운" 대신 "터치백"을 만드는 상황은 악몽과 같은 경우다. 득점 챈스도 날리고 공격권까지 빼앗기는 "더블 플레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데릭 카의 경우는 득점 챈스를 날리고 공격권까지 빼앗겼을 뿐 아니라 필드골만 차도 동점을 만들면서 연장전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옵션까지 날리며 패했으므로 "트리플 플레이"에 해당한다.

경기에서 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불행하게도 데릭 카는 그 중에서 가장 악질적인 것에 걸렸다.

실낱같은 플레이오프 희망을 놓치지 않으려면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남은 정규시즌 경기를 모두 다 이기는 방법밖에 없다. 남은 경기를 모두 이겨도 플레이오프 진출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현재 카우보이스가 할 수 있는 건 남은 경기를 모두 다 이기는 것밖에 없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도 더이상 물러설 여유가 없다는 걸 느끼는 듯 보였다.

후반들어 카우보이스 오펜스가 풀리지 않는 듯 하자 페이크 펀트(Fake Punt)까지 시도했다.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는 팽팽한 경기였으므로 카우보이스가 자신의 진영에서 페이크 펀트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카우보이스 진영 깊숙한 위치였으므로 펀트를 하고 디펜스로 막는 것이 안전하고 상식적인 옵션으로 보였다. 그 위치에서 페이크 펀트를 시도했다 실패하면 최소한 3점을 공짜로 내준 셈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우보이스는 그 상황에 페이크 펀트를 시도해 성공시켰다.

다소 무모해 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배짱있는 선택이었다.

페이크 펀트는 후반들면서 움츠러들던 카우보이스의 사기를 다시 되살리는 효과를 불러왔다. 페이크 펀트로 퍼스트 다운에 성공한 카우보이스는 플리플리커(Flea Flicker) 트릭 플레이까지 시도하면서 활력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카우보이스는 공격과 수비 모두 시원찮은 모습을 보였다.

쿼터백, 댁 프레스콧은 인터셉션을 두 차례 당하는 등 좋은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프레스콧이 장거리 패스를 몇 차례 시도하고, 그 중 일부를 성공시킨 것은 긍정적인 점으로 꼽을 만하다. 장거리 패스를 거의 시도하지 않던 데서 약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후반에 와이드리씨버, 데즈 브라이언트(Dez Bryant)에게 성공시킨 장거리 패스는 훌륭했다. 바로 그런 패스 공격 횟수가 늘어나고 날카로워져야 한다. 그러나 프레스콧의 패스 공격은 여전히 시원치 않았으며, 패스 공격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 만한 쿼터백으로 보이지 않았다. 런 공격이 막혔을 때 러닝백의 어시스트 없이 프레스콧이 패스와 모빌리티를 이용해 공격의 물꼬를 틀 수 있을 만한 단계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플레이메이킹 어빌리티가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팀이 간신히 이길 수 있을 정도만 해주고 있을 뿐, 홀로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기지 않는다. 카우보이스 주전 러닝백, 이지킬 엘리엇(Ezekiel Elliott)이 NFL 징계로 출전하지 못한 6 경기를 3승3패로 반타작하는 것엔 성공했으나, 러닝백의 어시스트 없이 홀로 공격을 풀어가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지 못한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모든 조건이 다 맞아떨어지면 승리로 이끌 수 있으나 어딘가가 어긋났을 경우 그 문제를 극복하고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쿼터백은 아직 아니다.

공격이 이렇다면 강한 수비가 반드시 뒷받침해줘야 한다.

그러나 2017년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댁 프레스콧과 마찬가지로 NFL 경험이 극히 짧은 어린 선수들이 상당수라서 믿음이 가지 않는다. 특히 디펜시브 백 포지션이 문제다. 여러 루키를 포함해 NFL 경험이 짧은 어린 디펜시브 백들이 전부라서 "경험 부족에서 오는 어설픈 실수"에 노출돼있다. 2 라운드에 지명된 루키 코너백, 치도베 아우지에(Chidobe Awuzie)는 부상으로 루키 시즌에 별다른 두각을 보이지 못하다 시즌 후반에 주전 코너백을 맡으면서 다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우지에가 괜찮은 코너백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클랜드 레이더스전에서 터치다운 패스 2개를 내줬다. 또다른 루키 코너백 조단 루이스(Jourdan Lewis)는 레이더스의 마지막 공격 때 55야드 패스 인터퍼런스 파울을 범해 레이더스에게 동점 또는 역전 기회를 제공한 주범(?)이다. 데릭 카가 후속 플레이에 펌블로 득점 기회를 날린 덕분에 승리를 지켰지만, 조단 루이스가 4-and-10 상황에 마지막 패스를 침착하게 막지 못하고 55야드 패스 인터퍼런스 파울을 범하면서 레이더스에게 역전 기회를 제공했다. 루키 코너백의 패스 인터퍼런스 파울 덕분에 역전패 문앞에까지 갔다 온 것이다.

이러니까 루키 코너백이 주전으로 나오면 상대 팀 오펜스가 항상 루키 코너백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몇몇 선수들은 칼리지에서 NFL로 옮기자마자 바로 적응하면서 두각을 보인다. 반면, 상당수의 선수들은 NFL 적응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NFL 레벨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는 선수들도 많다. 그 중 상당수는 많은 기대를 받으며 높은 드래프트 픽에 지명됐으면서도 NFL 적응에 실패하고 조기 은퇴하기도 한다. 칼리지 시절에 아무리 날고 기었다 해도 프로에 와서 모두 쉽게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루키 또는 NFL 경험이 짧은 선수에게 주전을 맡기면 리스크가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2017년 카우보이스는 NFL 에서 뛸 준비가 덜 된 "설익은 꼬마들"에게 패스 디펜스를 맡겼다.

그리고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오펜스와 디펜스 모두 설익은 팀이 됐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 선수들이 앞으로 훌륭한 NFL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챔피언쉽에 도전할 만한 레벨에 도달하지 못했다. 칼리지에서 NFL로 옮겨온지 얼마 되지 않은 검증 안 된 "꼬마들"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현실이라고 본다.

바로 이것이 2017년 달라스 카우보이스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이유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홈으로 이동해 시애틀 시혹스(Seattle Seahawks)와 경기를 갖는다. 시혹스 역시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놓고 쟁탈전을 벌이는 팀이라서 흥미진진한 경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6 경기 출장정지 징계가 끝난 이지킬 엘리엇의 복귀전이 될 것이므로 엘리엇의 리턴이 카우보이스 오펜스에 얼마나 보탬이 되는지도 볼거리 중 하나다.

댓글 4개 :

  1. 터치백이 뭔지 몰랐는데 자세히 알았습니다.
    데릭카를 밀어낸 수비수도 잘한거겠죠?
    루키 코너백이 문제인건 사실인거 같습니다, 빅팀하고 붙을때 상대 유명쿼터백에게 항상 장거리 패스를 허용해 지는경기를 많이 봤는데 그런 문제이군요.
    예전에 디온 샌더스가 생각이 나네요, 그런 플레이가 필요할텐데...

    그런데 경기 중간에 4-and-1에서 자로 재서 아슬아슬했을때 심판이 카드를 자와 볼사이에 넣고 공격권을 다시 주던데 카드가 들어가면 못나간거 아닌가요?
    영어를 잘몰라서 이해가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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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데릭 카를 태클한 제프 히스도 훌륭했습니다.
      수비가 늘 불안한 선수인데 결정적인 순간 제 역할을 해주곤 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 플레이는 제프 히스의 태클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데릭 카의 실책이라고 봅니다.
      엔드존으로 다이빙을 할 땐 태클을 당해도 절대 공을 놓쳐선 안되거든요.

      아 그거요...^^ 그렇게 판정하는 걸 처음봤습니다.
      그 틈에 카드를 넣었을 때 카드가 공에 닿나를 확인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카드가 공에 닿으면 퍼스트 다운, 안 닿으면 턴오버 온 다운...
      하지만 경기 후 주심이 카드 테스트 결과를 근거로 판정한 게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카드를 넣기 전에 이미 퍼스트 다운이라고 결정한 상태였다고 말했습니다.
      초근소차일 때 주심이 그냥 퍼스트 다운을 주는 걸 종종 본 적이 있습니다.
      밀리미터로까지 재지 않고 눈으로 봤을 때 거진 다 간 것 같으면 그냥 줍니다.
      따라서 주심의 판단 하에 그냥 퍼스트 다운을 선언했어도 별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거기다 괜히 카드를 집어넣는 쇼를 해서 코미디를 만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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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잘 알았습니다.
    어째든 이기니 기분은 좋구요, 다음엔 엘리엇도 오니 시애틀과 이글스도 이길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래도 자력 진출이 어려우니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무조건 이겨야죠 그래야 이기는 경험도 쌓고 내년엔 강팀으로 성장할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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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재 카우보이스가 할 수 있는 건 어찌되건 남은 경기 다 이기는 것밖에 없습니다.
      두 경기 연속으로 지고 지난 주엔 큰 점수차로 깨진 시혹스가 독이 올라있을 듯 합니다.
      여기에 양팀 모두 이번에 지면 플레이오프 희망이 사라지니 흥미진진할 것 같습니다.
      카우보이스가 계속 운이 따라주면 이번엔 주심이 카드 대신 전화번호부를 사용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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