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촬영 중인 007 시리즈 25탄 '본드25(임시제목)'의 스크립트 마무리 다듬기 작업을 맡은 여성 작가, 피비 월러-브리지(Phoebe Waller-Bridge)가 미국의 헐리우드 전문 사이트, 데드라인(Deadline.com)과의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말을 했다.
피비 월러-브리지는 007 시리즈를 항상 따라다니는 "섹시즘" 문제를 논하면서, "영화가 여성을 올바로 대우해야지 제임스 본드 캐릭터는 그럴 필요가 없으며, 제임스 본드는 본래의 캐릭터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본드는 이미 수십년 동안 뚜렷한 특징이 있는 캐릭터로 완성되었기 때문에 이제와서 갑자기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의 변신이 불가능하므로, 캐릭터는 원작에 충실하게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영화가 여성을 올바로 대우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본드가 여성을 "엔터테인먼트" 정도로 생각하는 것까지 바꿀 수는 없어도, 속옷 차림으로 본드에 안기기만 하는 수준의 "섹스토이 본드걸" 이미지에서 벗어나 본드에 뒤지지 않는 능력을 지닌, 다시 말하자면 만만치 않은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여기까지는 크게 틀린 말이 없다고 본다.
이미 이전에도 여러 차례 말했듯이, 제임스 본드가 결점 투성이의 캐릭터라는 사실을 뒤집는 건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다. 007 시리즈는 싫든좋든 영화화 되기 이전의 원작소설 시절부터 "남성 판타지"였으므로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남성 판타지"적인 요소가 007 시리즈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로 이미 자리잡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 부적절한 부분이 있으면 수위 조절을 통해서 해결해야지, 입맛에 맞지 않는 부분들을 전부 걷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임스 본드는 본래의 캐릭터에 충실해야 하고, 007 시리즈가 시대 흐름 등에 맞춰 어느 정도 수위 조절을 하는 것이 옳다는 월러-브리지의 주장 자체는 틀리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007 시리즈가 이미 그렇게 변한 지 오래인데 무엇을 어떻게 더 바꿀 수 있겠는지 궁금하다.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이 쓴 50년대 제임스 본드 소설 시리즈나 60년대에 제작된 007 영화 시리즈에서는 크고 작은 문제점이 쉽게 발견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007 시리즈가 "폴리티컬 코렉네스(Political Correctness)"의 영향을 크게 받기 시작한 90년대부터 제작된 007 시리즈에서는 눈에 바로 띄는 노골적인 문제점을 찾기 힘들다. "본드걸" 캐릭터들이 "섹스토이" 이미지에서 벗어났으며, 흡연 씬이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애연가"였던 본드가 영화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만든 점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나중에는 음주 씬이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제임스 본드가 보드카 마티니를 마시는 씬까지 없애는 게 아니냐"는 불만섞인 이야기도 "본드팬" 사이에서 오간 바 있다. "성병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 본드가 콘돔을 사용하는 씬을 넣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도 나온 바 있다.
이미 여기까지 왔으면 "007 시리즈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말을 계속 반복할 때가 아니라 "제임스 본드를 본래의 캐릭터에 충실하게 묘사해야 한다"를 더욱 크게 주장할 때가 아닌지 묻고 싶다.
월러-브리지가 제임스 본드의 결점들을 '본드25'에 끼워넣을 가능성은 있다. 제임스 본드를 "무결점 완벽남 수퍼 히어로"로 묘사하지 않고 다소 부적절하고 논란이 될 만한 말 또는 행동을 하는 캐릭터로 묘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본래의 캐릭터에 충실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한심하고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기 위함"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제임스 본드는 본래 캐릭터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을 순수한 의도에서 한 것인지 아니면 본드의 결점들을 이용해 조롱을 날릴 계획을 짜놓고 한 말인지 지켜볼 일이다. '본드25'에 유머를 보태기 위해 007 제작진이 월러-브리지를 고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으므로, "제임스 본드를 본래의 캐릭터에 충실하게 묘사한다"면서 본드의 결점들을 이용한 의도된 코믹 씬을 집어넣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피비 월러-브리지는 007 시리즈를 항상 따라다니는 "섹시즘" 문제를 논하면서, "영화가 여성을 올바로 대우해야지 제임스 본드 캐릭터는 그럴 필요가 없으며, 제임스 본드는 본래의 캐릭터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There’s been a lot of talk about whether or not [the Bond franchise] is relevant now because of who he is and the way he treats women,” she said. “I think that’s bollocks. I think he’s absolutely relevant now. It has just got to grow. It has just got to evolve, and the important thing is that the film treats the women properly. He doesn’t have to. He needs to be true to this character.” - Phoebe Waller-Bridge
제임스 본드는 이미 수십년 동안 뚜렷한 특징이 있는 캐릭터로 완성되었기 때문에 이제와서 갑자기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의 변신이 불가능하므로, 캐릭터는 원작에 충실하게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영화가 여성을 올바로 대우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본드가 여성을 "엔터테인먼트" 정도로 생각하는 것까지 바꿀 수는 없어도, 속옷 차림으로 본드에 안기기만 하는 수준의 "섹스토이 본드걸" 이미지에서 벗어나 본드에 뒤지지 않는 능력을 지닌, 다시 말하자면 만만치 않은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여기까지는 크게 틀린 말이 없다고 본다.
이미 이전에도 여러 차례 말했듯이, 제임스 본드가 결점 투성이의 캐릭터라는 사실을 뒤집는 건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다. 007 시리즈는 싫든좋든 영화화 되기 이전의 원작소설 시절부터 "남성 판타지"였으므로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남성 판타지"적인 요소가 007 시리즈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로 이미 자리잡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 부적절한 부분이 있으면 수위 조절을 통해서 해결해야지, 입맛에 맞지 않는 부분들을 전부 걷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임스 본드는 본래의 캐릭터에 충실해야 하고, 007 시리즈가 시대 흐름 등에 맞춰 어느 정도 수위 조절을 하는 것이 옳다는 월러-브리지의 주장 자체는 틀리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007 시리즈가 이미 그렇게 변한 지 오래인데 무엇을 어떻게 더 바꿀 수 있겠는지 궁금하다.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이 쓴 50년대 제임스 본드 소설 시리즈나 60년대에 제작된 007 영화 시리즈에서는 크고 작은 문제점이 쉽게 발견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007 시리즈가 "폴리티컬 코렉네스(Political Correctness)"의 영향을 크게 받기 시작한 90년대부터 제작된 007 시리즈에서는 눈에 바로 띄는 노골적인 문제점을 찾기 힘들다. "본드걸" 캐릭터들이 "섹스토이" 이미지에서 벗어났으며, 흡연 씬이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애연가"였던 본드가 영화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만든 점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나중에는 음주 씬이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제임스 본드가 보드카 마티니를 마시는 씬까지 없애는 게 아니냐"는 불만섞인 이야기도 "본드팬" 사이에서 오간 바 있다. "성병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 본드가 콘돔을 사용하는 씬을 넣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도 나온 바 있다.
이미 여기까지 왔으면 "007 시리즈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말을 계속 반복할 때가 아니라 "제임스 본드를 본래의 캐릭터에 충실하게 묘사해야 한다"를 더욱 크게 주장할 때가 아닌지 묻고 싶다.
월러-브리지가 제임스 본드의 결점들을 '본드25'에 끼워넣을 가능성은 있다. 제임스 본드를 "무결점 완벽남 수퍼 히어로"로 묘사하지 않고 다소 부적절하고 논란이 될 만한 말 또는 행동을 하는 캐릭터로 묘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본래의 캐릭터에 충실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한심하고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기 위함"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제임스 본드는 본래 캐릭터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을 순수한 의도에서 한 것인지 아니면 본드의 결점들을 이용해 조롱을 날릴 계획을 짜놓고 한 말인지 지켜볼 일이다. '본드25'에 유머를 보태기 위해 007 제작진이 월러-브리지를 고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으므로, "제임스 본드를 본래의 캐릭터에 충실하게 묘사한다"면서 본드의 결점들을 이용한 의도된 코믹 씬을 집어넣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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