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3일 수요일

[NFL20:W2]달라스 카우보이스, 기적의 역전승 했지만 아직 갈 길 멀다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가 2020년 정규시즌 2째 주 경기에서 애틀란타 팰컨스(Atlanta Falcons)를 40대39로 꺾고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카우보이스의 승리는 한마디로 "기적"이었다. 카우보이스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2만명 가량의 카우보이스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첫 홈경기에서 카우보이스는 시작부터 형편없는 경기를 펼치며 가망이 없어 보였으나, 꾸준히 점수차를 좁혀가더니 경기 막판에 성공확률이 매우 낮은 온사이드킥을 성공시키고 결승 필드골을 차면서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경기 초반, 특히 1쿼터에 쌍욕이 연발로 나올 정도로 형편없는 경기를 펼쳤다.

그렇다면 얼마나 형편없었는지 살펴보자.

카우보이스 오펜스는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1쿼터에만 턴오버를 3개나 범하며 크게 흔들렸다.  첫 번째 카우보이스 공격 때에는 쿼터백, 댁 프레스콧(Dak Prescott)이 무리한 과욕을 부리다 펌블을 하더니, 뒤이어 러닝백 이지킬 엘리엇(Ezekiel Elliott)까지 펌블을 하며 턴오버를 범했다.



카우보이스 선수들이 잇따라 삽질을 하자 헤드코치까지 조용히 따라서 삽을 들었다.

"다 함께 삽삽삽!"

2개의 턴오버로 스코어가 팰컨스 14, 카우보이스 0이 되자 다급해진 카우보이스 헤드코치,  마이크 매커시(Mike McCarthy)는 카우보이스 진영 깊숙한 곳에서 무모한 페이크 펀트(Fake Punt)를 시도했다 실패했다.

매커시가 그 상황에서 왜 페이크 펀트를 시도할 생각을 했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여차했으면 성공할 뻔 했던 것도 사실이다. 만약 성공했다면 경기의 흐름을 카우보이스 쪽으로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실패한다면 공격권을 넘겨받은 팰컨스가 바로 그 자리에서 필드골을 시도할 수 있을 정도로 카우보이스 진영 깊숙한 위치였기 때문에, 팰컨스의 추가 득점으로 바로 연결될 수 있었다. 이미 14점차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 페이크 펀트까지 실패로 돌아가면 팰컨스의 추가 득점으로 바로 연결될 수 있는 리스크가 매우 높은 "도박"이었다.

매커시가 밀어붙일 때는 밀어붙일 줄 아는 배짱이 있는 모습을 카우보이스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전 카우보이스 헤드코치, 제이슨 개렛(Jason Garrett)이 "배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던 것을 매커시도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4대0으로 뒤진 상황에 카우보이스 진영 깊숙한 곳에서 페이크 펀트를 시도한 것은 "배짱있는 헤드코치"가 아니라 "아드레날린 정키(Adrenaline Junkie)" 쪽에 가까워 보였다.

매커시의 무모한 페이크 펀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팰컨스는 필드골을 쉽게 추가하며 17대0으로 달아났다.


카우보이스 오펜스의 "1쿼터 삽질"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타잇엔드, 달튼 슐츠(Dalton Schulz)가 펌블을 할 차례.

카우보이스는 1쿼터에만 펌블로 턴오버를 무려 3회나 범했고, 이 덕분에 스코어는 한 때 팰컨스 20, 카우보이스 0까지 갔었다.




카우보이스가 1쿼터를 이 정도로 화려하게 장식한 덕분에 카우보이스가 승리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였다. 카우보이스가 점수차를 좁히며 어느 정도 따라붙겠지만, 역전승은 "미션 임파서블"로 보였다.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턴오버를 세 차례나 범하며 심하게 헤매던 팀이 모든 실수를 극복하고 승리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재의 카우보이스는 막판 역전에 능한 팀도 아니다.

그.러.나...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경기 막판에 2점차까지 따라붙은 카우보이스가 성공률이 매우 낮은 걸로 유명한 온사이드킥(Onside Kick)을 성공시킨 것이다.

카우보이스 킥커, 그레그 주얼라인(Greg Zuelein)이 공이 튕기지 않고 그라운드에 바짝 붙어서 프로펠러처럼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도록 찬 것부터 매우 특이했다.

그러나 더욱 놀라웠던 것은, 팰컨스 선수들이 빙글빙글 도는 공을 내려다보기만 했을 뿐 잡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

온사이드킥을 한 "킥킹 팀"은 공이 10야드 이상 전진할 때까지 건드릴 수 없다. "킥킹 팀"은 공이 10야드를 지난 이후에만 공을 잡을 수 있다. 만약 공이 10야드 이상을 전진하기 이전에 "킥킹 팀" 선수의 몸에 공이 닿기만 해도 "실패"다.

따라서 "킥킹 팀", 달라스 카우보이스 선수들은 공이 10야드 이상 전진할 때까지 공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맞았다.

그러나 온사이드킥을 받는 "리씨빙 팀"은 "10야드 전진 룰"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리씨빙 팀"은 공이 10야드 이상 전진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덮쳐도 파울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리씨빙 팀", 애틀란타 팰컨스 선수들은 공이 10야드 이상 전진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달려가서 공을 잡는 게 맞았다.

문제는, 팰컨스 선수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리씨빙 팀", 팰컨스 선수들도 "킥킹 팀", 카우보이스 선수들과 함께 공이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걸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무려 다섯 명의 팰컨스 선수들이 근처에 있었으나, 전원 모두 빙글빙글 회전하는 공을 내려다보기만 했을 뿐 아무도 공을 잡으려 하지 않았다.

만약 팰컨스 선수들이 공을 잡았다면 카우보이스의 온사이드킥 시도가 실패로 끝나면서 팰컨스의 승리를 확정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팰컨스 선수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빙글빙글 도는 공을 멍하니 보기만 하다가 카우보이스 선수가 공을 잡으며 온사이드킥을 성공시키도록 내버려두는 어이없는 실책을 한 것이다.

팰컨스의 스페셜팀 선수들이 온사이드킥 관련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카우보이스가 온사이드킥을 성공시키도록 일부러 놔뒀거나 둘 중 하나일 듯 하다.




팰컨스 스페셜팀의 이해하기 어려운 실책 덕분에 온사이드킥을 "쉽게" 성공시키며 공격권을 이어가게 된 카우보이스는 경기 종료에 맞춰 역전 결승 필드골을 성공시켰다.

스코어는 카우보이스 39, 팰컨스 37.

경기 내내 리드를 지켰던 팰컨스가 처음으로 리드를 빼앗기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번 카우보이스 승리는 운이 따른 덕분에 간신히 기적적인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매번 실력만으로 이기기는 힘들다. 운도 따라줘야 한다.

그렇다고 이번 승리가 마냥 달콤하지는 않다. 1쿼터에만 턴오버를 세 차례나 범한 나사 풀린 카우보이스 오펜스, 이해하기 어려운 플레이를 자주 지시하는 헤드코치, 여전히 불안한 카우보이스 디펜스 등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번 승리가 기적적이고 드라마틱했던 건 사실이지만, 이번 경기를 통해 드러난 카우보이스의 여러 문제점들이 묻혀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번 승리로 팀의 사기가 오르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구멍이 많고 나사가 여전히 제대로 조여지지 않은 현재 상태의 카우보이스로는 많은 경기를 이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아직 갈 길이 멀어도 한참 멀어 보인다는 얘기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오는 일요일 시애틀로 이동해 시애틀 시혹스(Seattle Seahawks)와 원정경기를 갖는다. 

댓글 2개 :

  1. 한마디로 기적입니다.
    이렇게 못해도 이길수 있다는걸 보여준 경기입니다.
    오히려 팰컨스가 달라스같았던 경기입니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이런 수비로 경기를 할런지, 담주 시애틀에게 개박살이 날거 같으네요.
    아무든 이겨서 좋지만 찝찝합니다.
    그래도 루키 시디 램은 잘하는거 같습니다. 계속 잘 적응해서 좋은 WR 됐으면 합니다.
    근데 워싱턴은 팀명을 바꿨나요?

    답글삭제
    답글
    1. 팰컨스가 지는 방법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준 덕분이 컸습니다. 안 그랬으면 졌죠.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한동안 불안할 것 같습니다.
      주요 수비수 중 부상으로 빠진 선수들이 많고, 이름값을 못하고 있는 선수들도 많거든요.
      아직 시즌 초반인데다 금년엔 코로나 유행으로 프리시즌까지 취소되었기 때문에,
      선수들이 경기감각을 정규시즌 레벨로 아직 끌어올리지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정규시즌 첫 2주 동안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드러누운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만약 카우보이스 디펜스의 문제가 이거라면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테니 걱정할 게 없겠지만,
      제가 볼 땐 디펜스 자체가 좀 허술해 보입니다. 뭔가 다른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워싱턴은 팀명을 아직 바꾸진 않았고 임시로 "FOOTBALL TEAM"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레드스킨스"라는 옛 팀명이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금년부터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새로운 팀명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듯 합니다.
      제가 "DEADSKINS"로 바꾸라고 강력하게 제안했는데 대꾸가 없더라구요...^^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