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20일 금요일

<라타투이>, 쥐를 다시 보게되다


난 어지간해서 애니메이션을 극장서 보지 않는다. 볼 게 없어서 애니메이션까지 극장에 가서 봐야하냐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말 <라타투이(Ratatouille)> 티져 트레일러를 보고 나니까 '이건 극장에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끌렸다. 아, 내가 쥐띠를 좋아한다든가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냥 끌렸을 뿐이다.

그래서 개봉일에 맞춰 극장에 갔다. 2D, 3D를 떠나 애니메이션을 보러 극장에 간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우려했던대로 아이들한테 밟혀죽을 뻔 했다. 상영중에 수시로 극장 안을 배회하는 녀석, 뒷좌석에서 자꾸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녀석과 함께 보려니 <라타투이>가 공포영화처럼 보이더라.

물론, <라타투이>는 '공포'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영화다. 입이 참 고급인 주인공, 레미가 고급 요리사가 되는 게 줄거리이기 때문이다. 레미가 사람이 아니라 쥐라는 것은 다들 알고있으리라.

작년에 티져 트레일러만 봤을 때는 쥐가 고급 음식을 먹기위해 고급 레스토랑 주변에 어정거리다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아예 요리사가 되고자 한다는 줄거리라는 걸 알고 약간 실망했다. 이것은 좀 의외였다. 쓰레기 먹기를 거부한 레미라는 쥐가 고급 음식을 고집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웃기는데 요리사까지 된다는 건 너무 심하게 나간 것 같았다. 만화 줄거리인데 심하게 나가고 자시고가 어디 있냐고 한다면 할 말 없겠지만 말이다.


레미가 요리사가 되기까지의 우여곡절도 흥미롭긴 하다. 하지만, 레미의 모험 이야기가 Linguini라는 자격미달 요리사 이야기와 얽히면서 좀 지루해진다. 아무래도 아이들용 애니메이션인만큼 '쥐와 인간의 우정'이라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필요했을지도 모르지만 레미의 이야기에서 인간들의 이야기로 줄거리가 넘어가면서 좀 늘어지는 기분이 든다. 레스토랑 얘기엔 관심없고 레미의 무용담(?)만 보고싶은데 영화의 줄거리가 '미식쥐' 얘기에서 레스토랑 얘기로 넘어가니까 살짝 따분해진다.

하지만, '쥐와 인간이 함께 요리를 한다'는 아이디어는 재미있다.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건 프랑스 요리 'Ratatouille'와 '쥐(Rat)'를 연결시킬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음식이름은 맛있어 보여야 하는데 'Ratatouille'는 '쥐(Rat)'를 연상시킬 뿐 하나도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대사에 손 들었다. <라타투이>는 동심이고 서심이고간에 어른이 재미있게 보기엔 살짝 힘든 영화라고 해야겠지만 금년 들어 본 영화들 중에서 가장 코믹한 영화인 것 같다. 좀 '아동틱'한 영화이긴 하지만 레미의 사진을 볼 때마다 킬킬거리게 만들 정도는 된다. 극장을 나와 집으로 운전하고 오면서도 혼자서 킬킬거리게 만들 정도는 된다.

배우들이 나오는 코메디 영화보다 CG 캐릭터가 뛰어다니는 3D 애니메이션이 더 웃길 때도 있다. 특히, 어린이용 영화에선 더욱 그렇다. 멀쩡한 배우들이 어린이들을 웃기려고 억지로 쇼하는 것을 보고있으면 좀 한심하게 보이지만 3D 애니메이션에는 배우가 직접 나오지 않기 때문에 거꾸로 덜 유치해보인다. 아이들을 데리고 어린이용 영화를 보러가야만 한다면 배우가 나오는 어린이 영화보다 CG 캐릭터가 나오는 애니메이션이 어른들이 버티기에(?) 수월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레미라는 은근히 골때리는 쥐새끼(?)가 날 웃겼다. 좀 아동틱 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몇 번 날 웃겼다. 웃겨야 정상인 코메디 영화를 보고도 말똥말똥했던 것에 비하면 레미가 한 수 위다. 제목이 좀 발음하기 골때린 게 문제긴 하다. 아무리 음식이름이라지만 영어가 아니다보니 어떤 여자는 아예 'Rat Movie 표 달라'고 하더라. 나도 집에서 연습을 하고 갔는데도 '라타타타...'가 나왔다. 하지만, 아이들은 '라타투이' 발음 잘 하더라. 그러니 뭐 큰 문제는 아니리라.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쥐때문에 한바탕 소동을 벌였고 아직도 이녀석들이 가끔 '방문'하는 것 같기 때문에 쥐와는 그다지 좋은 사이가 아니다. 하지만, 레미처럼 클래스 있는 쥐새끼도 있다는 걸 알고 감명받았다.

쥐새끼 만세!

댓글 2개 :

  1. 잘 읽었습니다^^

    재밌겠네요..

    아직 전 트랜스포머도 못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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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이고, 무지 빨리 다녀가셨군요. 오늘 개설한 바람에 템플릿 막 바꾸고 난리쳤는데 다 보셨......

    트랜스포머 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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