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20일 금요일

<다이하드 4>, 액션이 아닌 패밀리 영화


사실 <다이하드 4>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영화가 어떠할지 거진 훤하게 들여다보였기 때문이다. 이미 정해져있는대로 진행될 게 뻔했기에 그저 오랜만에 '존 맥클레인'을 본다는 것에만 의미를 두고 극장을 찾았다.

역시나 였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 <라이센트 투 킬>, <골든아이>,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 브루스 윌리스의 정도를 봤다면 <다이하드 4>는 전혀 새로울게 없는 영화로 보일 것이다. 어쩌다가 <다이하드> 시리즈가 제임스 본드 비스무리한 분위기가 나는 영화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좀 그렇게 됐다.

존 맥클레인이 80년대에 등장한 캐릭터니까 '아날로그 캐릭터'인 것은 맞다. 이와 대조를 이루기 위해 해커들을 동원한 '디지털 테러리스트'를 등장시킨 것까지는 그런대로 이해가 간다. 이런 영화에서 줄거리를 심하게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번엔 좀 너무했다. 007 영화 <골든아이>에서 알렉 트레빌리안이 '골든아이'로 공격을 시도하고 해커를 이용해 돈을 훔치던 것을 거진 그대로 가져왔다. 여기에다 NYPD 형사가 휘말리기엔 너무 스케일이 큰 줄거리까지 겹치면서 영화 자체를 좀 어처구니 없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싸이버 테러에 맞서는 아날로그 형사'가 이 영화의 키워드라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줄거리가 약간 황당하더라도 볼거리가 많으면 이런 영화에선 용서가 된다. 하지만, <다이하드 4>에선 볼거리도 그다지 많지 않다. 경찰차와 헬리콥터가 충돌하고 전투기까지 뜨는 등 액션씬은 꽤 많이 나오지만 '새롭다', '멋지다'고 느껴지는 건 없다. 게다가 폭력수위도 상당히 낮다. 그 이유는 PG-13(13세 이상) 영화이기 때문이다. <다이하드> 시리즈 최초로 PG-13을 받았다. 이전 시리즈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다이하드 4>를 보면서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폭력수위가 무척 낮다보니 좀 맹탕같아 보일 것이다. <다이하드 4>의 폭력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 <미션 임파시블> 시리즈에서 보던 것 정도밖에 안된다. 영화를 보기 전에 PG-13이란 걸 알았으면 그려려니 했겠지만 당연히 R(17세 이상)인줄로만 알았다. 영화가 끝난 뒤 포스터를 확인하고나서야 PG-13이란 걸 알았다.

<다이하드 4>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번 영화가 PG-13을 받은 영화기 때문에 이전 <다이하드> 시리즈처럼 거칠지 않다는 것을, 폭력수위가 상당히 낮다는 것을 알고 봐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 내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만 하다가 끝난다. 화끈하던 <다이하드> 시리즈가 4편에 와서 많이 약해졌다는 걸 꼭 기억하고 봐야한다. 뒤집어 보면 <다이하드 4>는 잔인한 장면도 없고 누드씬 같은 것도 없는 온가족이 별다른 문제없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패밀리용 오락영화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이하드> 시리즈가 이렇게 변할줄 알았겠냐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다이하드 4>는 지나치게 '애들 영화' 냄새가 난다. 원래 이런 영화에선 화끈한 액션이 뻔할 뻔자 줄거리를 덮어줘야 하는데 이것마저 없다보니 미지근한 영화가 돼버렸다. 터프한 척 하는 존 맥클레인과 그를 쫓아다니는 어리버리한 젊은 해커, 맷 패럴의 뻔할 뻔자 얘기를 커버해줄만한 게 없다는 것이다. 애플 컴퓨터 TV광고로 낯익은 저스틴 롱(Justin Long)이 어리버리한 해커로 나온다지만 '터프한 형사와 어리버리한 캐릭터' 콤비가 나오는 영화가 한 두개가 아니다보니 '애플 광고에 나왔던 그 녀석'이란 것 이상으론 남는 게 없다.

그나마 덜 피곤하게 해준 것은 하와이 출신 배우 매기 Q(Maggie Q). 뚜렷한 여자 주인공이 없는 영화다보니 베트남계 혼혈인 매기 Q가 거기에 해당되지 않을까 한다. <미션 임파시블 3>에도 나왔던 배우인데 아무래도 이 친구가 황당 줄거리와 PG-13 등급을 <다이하드 4>로 옮겨온 것 같다. 그러나, 매기 Q가 없었다면 눈에 힘을 주고 스크린을 바라볼 일이 없었을 것이다.

화끈한 액션영화를 기대했다면 <다이하드 4>는 아닌 것 같다. 이전 <다이하드> 시리즈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는 것에 얼마나 적응하냐에 달렸다. 내가 기대했던 <다이하드 4>는 이게 아니었다. 어떻게 만들든 간에 '맥주'인 것엔 변함없을 것까진 예상하고 있었지만 '알콜 없는 맥주'가 될줄은 몰랐다.

역시 <다이하드>도 '갈수록 태산인 시리즈'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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