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an Almighty'는 어린이용 영화다.
하지만, 코메디 영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Evan Almighty'는 어린이용 영화답게 유치하긴 한데 유머가 없다. 하도 유치한 것들밖에 없다보니 어린이들도 웃지 않더라. 영화 내내 극장에서 한바탕 제대로 폭소가 터지는 걸 보지 못했다.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보려고 '1406' 대신
'Evan Almighty'는 거진 종교영화에 가깝다. 쟝르상으론 패밀리/코메디가 맞겠지만 'Evan Almighty'는 관객들을 웃기려고 만든 영화로 도저히 볼 수 없었다. 개가 Steve Carell의 사타구니를 물고 발로 밟는 걸 보면서 재밌다고 배꼽잡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제 2의 노아'를 만들어 본다는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지만 유머가 이렇게 부족하면 종교영화지 어떻게 패밀리/코메디 영화가 될 수 있나? 극중 주인공 Evan이 '신'에게 선택받으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에 많은 기대를 했지만 이 부분은 의외로 강도가 약했다. 여기서 제대로 웃겼어야 영화가 살았을텐데 여기는 대충 넘어가고 포인트가 다른 쪽으로 쏠린 것처럼 보였다. 기껏해야 동물들에게 추격(?)당하는 것이 전부인데 이런 것만으로 어디까지 웃길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미국의 워싱턴 D.C/버지니아를 배경으로 하면서 사자와 코끼리까지 등장시킨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Evan Almighty'같은 영화에서 이런 것까지 따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이건 좀 너무 눈에 띄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에반의 방주'에 온갖 동물들이 짝을 지어 타는 것까진 그렇다치더라도 워싱턴 D.C/버지니아에 웬 코끼리, 사자냔 말이다. 방주에 오르는 동물들은 야생이어야 말이 될텐데 아무리 봐도 동물원에서 탈출한 친구들로 보이던데? 홍수를 피해 먼 곳에서 이동해왔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왜냐? 'Evan Almighty'의 홍수는 전세계가 잠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러 종의 동물들을 방주에 태워야 한다는 것만 생각하다가 오버한 걸로 봐야 맞을 것 같다. 아! 혹시 이렇게 해서 웃기려고 한 거였어?
극장 간판에 'The 40 Year Old Virgin Mary'라는 영화가 걸려있던 것은 재미있었다. 'Evan Almighty'의 주인공역을 맡은 Steve Carell이
유머는 무척 부족하지만 NBC는 무척 풍부하게 나온다. 'Evan Almighty'가 유니버설 영화인데다 주인공 Evan이 뉴스 진행자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인물인만큼 TV 뉴스장면이 영화에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셋업을 해놓은 다음 영화에 나오는 TV 뉴스장면엔 모조리 NBC 뉴스를 집어넣었다. TV 리포터들이 Evan에게 마이크를 들이미는 장면에서도 NBC 로고가 달린 것들이 자주 눈에 띈다. 리포터들이 사용하는 방송국 자동차에서도 역시 상당히 자주 본 로고가 눈에 띈다. 심지어 TV 뉴스장면, 리포터들의 마이크뿐만 아니라 2006년 시즌부터 NBC에 새로 생긴 NFL 중계방송 프로까지 영화에 나온다. ABC에서 '먼데이 나인 풋볼' 중계방송으로 유명한 알 마이클스와 존 매든이 작년부터 NBC에서 '썬데이 나잇 풋볼'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들까지 영화에 나온다. 얼굴까지 나온 것 같진 않지만 목소리는 분명하게 나왔다. 미식축구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게 누구냐고 하겠지만 미식축구 중계방송 자주 보는 사람들, 다시 말해 일반 미국인들은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아볼만큼 유명한 사람들이다. 'Evan Almighty'는 남는게 하나도 없는 영화인데 유니버설과 NBC가 같은 회사라는 것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남게 만들더라.
길게 얘기할 것 없다. 종교얘기 하고싶으면 교회에 가라. 잘 만든 코메디 영화를 보고싶다면 'Evan Almighty'는 피해라. 애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시작부터 끝까지 말똥말똥 하고있다 나오고 싶다면 가서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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