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본드와 존 르 카레(John Le Carre)를 섞는다?
MTV에 따르면 '본드22(제목미정)'는 이언 플레밍와 존 르 카레 스타일이 섞인 영화가 될 모양이다.
'본드22' 스크린라이터, 폴 해기스는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과 007 영화들을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단, 007영화는 원작에 충실히 영화화 된 작품들만이라고.
"I really loved [Ian Fleming's] books, and I really loved those movies, the ones that were really true to his books"
007 영화 전체라고 하지 않고 '원작에 충실히 영화화 된 작품들'만 추려내는 사람들은 '하드코어 제임스 본드 팬'이라고 할만한 사람들이다. 원작의 제임스 본드와 영화에서의 제임스 본드가 다르다는 걸 알고, 어느 게 '오리지날'이라는 걸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해기스는 '본드22'에서도 이언 플레밍의 원작에서 곧바로 튀어나온 듯한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보여주려는 게 분명하다.
그런데, 이언 플레밍이 전부가 아닌 것 같다. 해기스에 의하면 '본드22'는 이언 플레밍과 존 르 카레의 스타일이 섞인 게 될 것이라고 한다.
"[The new script] is an odd mix between his[Fleming's] stuff and [English espionage writer John] le Carré's stuff that I'm channeling; I'm mixing them both up"
존 르 카레?
다니엘 크레이그는 '60년대 마이클 케인 스파이 영화'를 얘기하더니 이젠 존 르 카레까지 나왔다. 어찌됐든 폴 해기스가 '본드22'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가려고 하는지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폴 해기스는 '본드22'가 '카지노 로얄' 엔딩 2분후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카지노 로얄' 마지막에 본드가 미스터 화이트(Mr. White)를 쏘는데, '본드22'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카지노 로얄'과 줄거리가 이어진다는 얘기는 사실로 다시 한번 확인된 셈.
"Two minutes after ['Casino Royale'] — boom — we're into this movie," Haggis explained. "That's where we pick it up"
007 시리즈의 줄거리가 이렇게 이어지는 건 사실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에서 '닥터노' 얘기를 하면서두 영화의 줄거리를 연결시킨 적은 있다. 이언 플레밍의 원작에선 서로 연결되지 않지만 영화에선 둘을 연결시킨 것.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와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도 이어진다고 봐야 한다. 원작은 서로 아무런 관련없지만 영화에선 '여왕폐하의 007'에서 살해당한 트레이시의 복수를 위해 본드가 블로펠드를 찾아나선 듯한 장면이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첫머리에 잠깐 나온다.
로저 무어 시절에도 비슷한 경우을 찾아볼 수 있다. 무어의 첫 번째 본드 영화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에 나왔던 루이지애나 보안관 J.W. Pepper가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The Man with the Golden Gun)'에 또다시 나오며 두 영화의 줄거리를 연결시켰다.
이런 식으로 엉거주춤하게(?) 두 영화의 줄거리를 이어붙인 적은 있다. 플레밍의 소설에서도 전편의 이야기를 하면서 줄거리가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들도 자주 눈에 띈다. 007 시리즈라고해서 줄거리가 이어져선 안된다는 법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드22'처럼 '2분 후'부터 이어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줄거리만 '카지노 로얄 엔딩 2분후'부터 이어지는 게 아니다. 제임스 본드 캐릭터도 '카지노 로얄'에서 달라진 게 없을 것이라고 한다. 2분 사이에 변하면 얼마나 변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된다.
해기스는 자신의 제임스 본드는 이전 007 시리즈에서의 제임스 본드와 다르다는 걸 강조했다. 이전의 제임스 본드들은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 여자가 욕실에 앉아있으면 들어가서 섹스를 했겠지만 해기스의 제임스 본드는 그녀의 손톱사이에 낀 핏자국을 지우는 걸 도와준다는 것. 해기스는 바로 이것이 '그의 제임스 본드'라고 했다.
"When he sees a woman who has just witnessed something horrific and she's sitting in the shower, he just doesn't go in and [have sex with] her like the old Bond would've done," Haggis laughed. "He sits there with her, and she says, 'I can't get the blood out from under my fingernails!' and so he helps her get the blood out. That's my Bond, a different Bond, who's much more like [my usual] guys, these heroes. Yes, it's escapism and it's fun. But I try to ground him in realism."
그렇다고해서 부드러운 캐릭터라는 건 아니다. 해기스는 '그의 제임스 본드'는 실제 암살자이며, 살인을 할 때 칼을 사용하고 피범벅이 되며 그 댓가를 치룬다고 말했다.
"my Bond is different than all the other Bonds. But my Bond is an actual assassin; when he kills somebody, he does it with a knife, and it's bloody, and he pays a price. He denies that he has to pay a price, but he does."
가젯(Gadget)에 의존하던 이전 제임스 본드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원작의 제임스 본드를 모르는 사람들은 '카지노 로얄'에서의 제임스 본드가 '가짜'라고 한다. 무슨 제임스 본드가 저렇게 과격하냐고 한다. 그들이 알고있는 '영화에서의 제임스 본드'는 항상 힘들이지 않고 위기를 빠져나오는데 '카지노 로얄'에서의 제임스 본드는 피범벅이 되고 고문까지 당하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다.
하지만, 원작을 읽어본 사람들은 본드가 피범벅이 되고 사람을 죽여야만 할 때는 무자비하게 처리하는 킬러라는 걸 알고있을 것이다. 소설에선 고문도 여러 번 당한다. '카지노 로얄'에서 고문씬을 괜히 집어넣은 게 아니다. 원작에서도 고문을 당하기 때문이다. 소설 '골드핑거'에서도 'Pressure Room'이라는 곳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는 게 나온다. 영화에서 골드핑거가 본드를 레이저로 절단하려는 씬이 'Pressure Room'을 옮긴 것이다. 게다가, 복수도 한다. 개인적인 감정에 의한 복수를 금한다지만 아내를 죽인 블로펠드를 찾아가 해치울 땐 인정사정 없다. 키가 6피트 4인치인 블로펠드와 본드가 1대1 대결을 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된다. 이런 식이다보니 소설 막판엔 초죽음 상태가 된 적도 많다.
해기스의 제임스 본드가 이전 007 영화 시리즈에서 보던 제임스 본드와는 다르다지만 그렇다고해서 완전히 새로운 엉터리 제임스 본드는 아니다. 폴 해기스는 바로 이언 플레밍 원작에서의 제임스 본드를 얘기한 게 전부다. 해기스는 가젯과 플레이보이 기질 등 말초적인 것들만 모아놓은 영화버전 제임스 본드 캐릭터에서 벗어나 원작에서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빅스크린으로 옮기고자 하는 게 전부다. 오염되지 않은, 제임스 본드다운 제임스 본드 영화를 만들어보겠단 것. 여지껏 20편 넘는 007 영화가 나왔지만 이 중에서 제임스 본드가 제대로 묘사된 영화는 손에 꼽힐 정도다. 해기스의 '제대로 된 제임스 본드 되찾기 운동'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해기스는 '본드22'에 대한 많은 정보를 흘리진 않았다. 이 부분은 맘에 들지 않지만 어쩌랴!
해기스는 '본드22'에 Q가 나오는지에 대해선 대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본드에게 가젯을 제공하는 '특수무기 담당' Q는 '카지노 로얄'에 아예 나오지 않았다. Q, 또는 메이져 부스로이드(Major Boothroyd)가 출연하지 않은 007 영화는 1973년 영화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 이후 '카지노 로얄'이 처음이었다. Q/메이져 부스로이드역을 연기한 배우가 바뀐 적은 있어도 영화에 거의 매번 나오다시피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Q에 대한 'Question'이 항상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해기스는 대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카지노 로얄'에서 CIA 에이전트, 펠릭스 라이터(Felix Leiter)로 나왔던 제프리 라잇(Jeffrey Wright)가 '본드22'에도 출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프리 라잇은 얼마전 미국서 개봉한 SF영화 '인베이션(The Invasion)'에도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출연한 미국 배우. 하지만, 제프리 라잇이 '본드22'에서 펠릭스 라이터로 돌아온다는 건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들 예상했던 것일테니 새로운 건 아니다.
해기스는 본드걸 루머에 대해서도 얘기했지만 이 또한 새로울 것 없는 얘기다. 본드걸 루머는 계속 쏟아지게 돼있고 타블로이드들이 확인 불가능한 루머들을 계속 퍼뜨리기 때문에 본드걸 캐스팅 루머는 그냥 흘려보내는 게 현명할 때가 많다.
이제 남은 건 잡다한 루머들이 아니라 EON 프로덕션의 공식발표다. EON 프로덕션이 '본드22'의 제목부터 모든 걸 공식발표하길 기다릴 뿐이다.
Dr.No와 FRWL는 소설에서 연관이 있습니다.
답글삭제FRWL에서 본드는 총이 고장나는 바람에 독침에 찔리고, 다행히 죽지 않고 살아오며, Dr. No에서(영화에서도 말했던) 총이 고장났던 것을 이유로 총을 Walther PPK로 바꿉니다.
물론 순서는 영화와 정반대였습니다...
아뭏든 잘 읽고 있습니다. 吳공본드 스토리 블로그 정말 재미있군요. 읽을 거리가 많습니다.
원래는 플레밍이 'FRWL'에서 본드를 죽여버린 건데 '닥터노'에서 다시 살렸다더군요.
답글삭제이전 소설에 나왔던 일릏 다음소설에서 언급한 적은 있지만 '카지노 로얄'과 'QOS'처럼 둘을 합쳐야 한덩어리가 되듯 보이는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아직까진 개인적으로 이게 그다지 맘에 들지 않습니다. 쓸데없이 줄거리를 연결시킨 건 '카지노 로얄' 뒤에 숨겠다는 걸로 보여서요.
자주 놀러오세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