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24일 금요일

'WAR', 이연걸 영화 왜 이럴까

이연걸 영화에 큰 기대를 걸지 않기 시작한지도 꽤 됐다. 오래전의 이연걸 영화는 꽤 볼만했는데 미국에서 찍은 영화들은 하나같이 한심했기 때문이다.

'WAR'도 지난 영화들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1류영화로 도저히 보이지 않는 또하나의 그렇고 그런 액션영화가 나온 게 전부다. 영화에선 자기네들끼리 열나게(?) 심각한 표정 짓고 총질하고 날라차기하고 난리가 아니지만 관객들은 대체 뭘하고 있는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게 하는 그런 영화 말이다.



'WAR'는 스토리가 아주 없는 영화는 아니다. 다만, 그 내용이 하나도 새로울 게 없으며 줄거리 진행도 상당히 엉성하다는 게 문제다.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알 것 같긴 한데 정리가 안 되어있다. 자기 멋대로 이러쿵 저러쿵 하는게 전부기 때문에 관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제로에 가깝다.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관객들은 무표정하게 앉아있는데 영화 혼자 신나서 난리를 피우는 그런 영화다.

헐리우드에 이렇다할 아시안 배우들이 없는 건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라도 아시안 배우들이 미국영화에 출연할 기회가 오는 걸 나쁘다고 할 순 없다. 그나마 미국영화에 주연급으로 출연할 수 있는 아시안 배우들은 성룡, 이연걸, 주윤발과 같은 중국배우들이 전부인데 '아시안 배우가 미국영화에 주연으로 나왔다'는 데 의미를 둬야지 영화 작품성을 놓고 이렇다 저렇다 할 상황이 아닌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시안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는 왜 전부 비슷비슷한지 모르겠다. 중국출신 배우들이 액션영화로 유명한 배우들이기 때문에 액션 쟝르에 묶여있다는 것까진 그래도 이해할 수 있지만 갱스터, 클럽에서 춤추는 장면, 스트립쇼, 힙합, 스포츠카 레파토리가 변함없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한 두번 정도는 '그런가부다' 하고 넘어가겠는데 어떻게 된 게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으니 이젠 지겹다. 이만하면 많이 울궈먹은 것 같은데 아시안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는 이런 식으로 오버해가면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내야만 하는 건지 모르겠다.

헤어스타일이 변하지 않는 제이슨 스태덤(Jason Statham)도 이 영화에선 별볼일 없다. '트랜스포터' 시리즈에서 하던 것 다시 보여주는 게 전부일 뿐이다. 이 친구도 밑천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헤어스타일만 변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이연걸도 크게 다를 게 없다. 폼만 험악하게 잡고 다니면서 총질이나 하고 날아다니는 게 전부다. 이연걸이 저러는 걸 한 두번 본 게 아닌데 아무래도 붕어빵처럼 찍어내는 영화에만 출연하는 데 재미를 붙인 모양이다.

'다이하드 4'에서 단역으로 나왔던 한국배우 Sung Kang이 이 영화에선 꽤 비중있는 역할을 맡은 게 눈에 띈다. 중국 갱스터 두목으로 나온 '마지막 황제' 존 론(John Lone)도 참 오랜만에 본 것 같다.


사진: Sung Kang(가운데), John Lone(오른쪽)

야쿠자로 나온 Kenneth Choi, 야쿠자 두목의 딸로 나온 Devon Aoki 등 'WAR'에는 아시안 배우들이 많이 나오긴 한다.


사진: Kenneth Choi


사진: Devon Aoki(왼쪽)

하지만, 'WAR'의 밝은 부분은 여기까지가 전부다. 'WAR'를 한심한 영화로 만드는 주범 중 하나가 출연배우들의 부족한 연기력이기 때문이다. 줄거리 자체가 새로울 게 없는데다 유치한 내용인데 배우들의 한심한 연기까지 자주 눈에 띄다보니 한계를 느꼈다. 얼렁뚱땅 넘어가는 줄거리에 어설픈 연기, 여기에 억지로 집어넣은 티가 나는 야한 장면들까지 뒤섞이면서 영화 자체가 유치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치고 박고 쏘고 찌르고 피가 튀고 난리가 나지만 하나도 스릴 넘쳐보이지 않는 것도 다 이것 때문이다. 영화 내내 아무 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치고 박고 터지고 난리가 났지만 그저 멍하니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다가 허무하게 끝나는 엔딩을 보며 '이게 전부야?' 하면서 툭툭 털고 일어난 게 전부다.

이렇게 될 줄 알았지만 막상 진짜 이런 영화란 걸 알고나니 허무하더라. 이번엔 뭔가 새로운 게 있겠지 기대했지만 역시나 였을 뿐이다. 알맹이 없이 수박 겉핥기 식으로 폼만 잡다가 끝나는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이 영화를 보러 갔다는 걸 탓해야지 누굴 탓하랴!

이연걸과 제이슨 스태덤의 액션 하나로 한 두번 써먹은 게 아닌 똑같은 포뮬라, 재미없는 줄거리, 배우들의 엉성한 연기를 전부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논스톱 액션영화인만큼 액션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다른 데도 신경을 좀 써줘야 하지 않을까?

이연걸이 나온다고 해서 그래도 혹시나 했지만 적어도 이번까지는 항상 해오던 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실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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